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01화 (399/705)

제397화

안정을 찾은 일본에서 기자 회견이 열렸다.

마이크 앞에는 후지시마 스즈키와 미야와키 요코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일본에 일어난 대균열의 원인을 자세히 설명했다.

“월령검이 천외천의 끄나풀이었다는 건가요?”

“암사회 전체가 천외천의 본진이었으며 사사키 가문을 포함한 일본의 주요 가문이 천외천의 손아귀에 있었습니다.”

후지시마 스즈키는 천외천과 같이 있는 월령검의 동영상을 틀었다.

“정말 월령검이야.”

“일본의 영웅이 왜?”

동영상은 이준의 각성자 시스템에 찍힌 것.

미야와키 칸나의 외침에도 월령검은 눈만 피할 뿐 아무 없었다.

증거가 확실하자 기자들은 의문을 지웠다.

대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충격! 일본 영웅 월령검의 배신!]과 같은 제목으로.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환락군자께서는 왜 이제야 정체를 드러내신 겁니까?”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시려는 건가요?”

“아닙니다. 일본의 경제가 예전으로 돌아가면 전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양지로 나오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일본의 명문가가 대부분 멸문했습니다. 고작 남아 있다고 해 봤자 미야와키와 몇몇 가문뿐입니다.”

“제가 있을 곳은 지하세계입니다. 양지는 미야와키 가주님이 잘 이끌어 주실 거라 믿습니다.”

후지시마 스즈키는 단호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가가 멸문하지 않았더라면 양지로 나올 생각 따윈 없었다.

굳이 양지로 나가지 않아도 권력은 충분히 컸으니까.

“마지막 질문입니다. 창제의 도움을 어떻게 이끌어 내셨습니까?”

“일본을 구해 주는 조건으로 그분과 거래를 했습니다. 사신가의 물건을 환락상이 세 배의 가격으로 수입하고 판매 수수료와 로열티를 각각 50%와 10%를 때 주기로 했습니다.”

후지시마 스즈키는 일부러 거래 조건을 공개했다.

“불공정한 거래가 아닙니까?”

“일본의 목숨값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마음 같아선 더한 것도 드리고 싶지만, 창제께서는 이걸로 만족하셨습니다.”

후지시마 스즈키의 존칭에 기자들이 불편해했다.

일본이 한국의 각성자에게 굴복한 느낌이 물씬 들었으니까.

“비굴하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일본의 자존심이 있지 않나요?”

망하기 일보 직전에 기사회생한 일본이었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아직도 일본이 강국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들의 썩어 빠진 생각을 고쳐야 했다.

아니면 일본은 잃어버린 40년은커녕 100년이 지나도 예전의 국력을 찾을 수 없을 테니까.

“지금 일본이 자존심을 세울 힘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네들은 앉아서 타자나 치고 있으니 정세를 모르나 봅니다. 제가 더 절망적인 걸 가르쳐 드려야 정신을 차리려나 봅니다. 미야와키 가주님, 공개하시지요.”

“칸나야. 이리 오렴.”

요코의 부름에 공식 석상으로 칸나가 올라왔다.

“네 랭킹을 모두에게 보여 드려.”

“네, 어머니.”

미야와키 칸나는 각성자 시스템을 열어 랭킹 시스템을 공유했다.

-(진)세계 랭킹

[요령요화 미야와키 칸나 - 103위]

“103위!”

“노, 높은 건가?”

“월령검이 89위였으니 당연히 높은 거지.”

“나이도 어린데 강하잖아!”

기자들의 얼굴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던 그때.

“검제 님과 괴개 님을 보여 드리렴.”

“네.”

[검제 박춘식 – 139위]

[괴개 정심호 – 138위]

검제와 괴개의 랭킹이 나오자 기자들이 의문을 가졌다.

“검제의 랭킹이 왜 이렇게 낮아졌지?”

“90위에 랭크 되어 있을 텐데.”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습니까?”

“설명해 드리렴.”

요코의 말에 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보였던 랭킹은 전 세계 랭킹이 아닌, 아시아 랭킹이었어요. 지금 보시는 게 실제 전 세계 랭킹입니다.”

“은거기인을 빼면 월령검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 걸로 나왔었는데.”

“은거기인까지 포함해서 월령검이 89위였던 것 아니었습니까?”

기자들의 말에 칸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가짜 랭킹이었어요. 저도 얼마 전에 알았고요.”

처음 새로운 랭킹이 갱신됐다는 메시지에 얼마나 놀랐나.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달랐다.

세상에 강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

“그, 그래도 요령요화가 103위에 있다는 건 고무적이지 않나?”

“맞아! 우리에게는 요령요화가 있어.”

“역시 명문가는 명문가구나. 미야와키 가문이 살아남아 천만다행이야.”

일본이 다시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자들이 기뻐했다.

“그렇다면 창제는 순위가 어떻게 되시는지 아십니까?”

후지시마 스즈키의 물음에 몇몇 기자들이 대답했다.

“한 80위?”

“그래도 60위 안에는 있지 않겠습니까?”

일본을 구한 힘을 보고도 고작 60위에서 80위를 논하고 있는 기자들이었다.

정신을 차리려면 충격적인 걸 봐야 했다.

“모두 틀렸습니다. 창제 님의 순위는….”

스즈키가 말을 하다 말고 침을 꼴깍 삼켰다.

생각만 해도 몸이 떨려 왔다.

칸나와 눈이 마주친 스즈키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준의 랭킹이 화면에 떴다.

[파천자 이준 – 3위]

“헉!”

“미친!”

“저, 저게 뭐야!”

기자들의 눈이 앞으로 튀어나올 듯 커졌다.

헛바람만 삼킬 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창제께서, 아니 이제는 파천자라는 이명으로 불러야겠군요. 그분께서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일본은 이미 한국의 손에 넘어갔을 겁니다. 제가 비굴하다고요? 일본이 살 수만 있다면 그분의 가랑이 사이로라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분의 배려로 일본이 살아남았고, 큰 대가도 치르지 않은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후지시마 스즈키가 호통을 쳤다.

제발 정신 좀 차리라는 외침이었다.

예전, 강성했던 일본이라도 이준 하나 상대하는 건 버거웠다.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지금은 한국에 최대한 협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오만하고 교만한 태도는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내실을 다져야 할 겁니다.”

기자 회견장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제야 현실을 깨달은 모양.

기자들은 더 이상 질문도 하지 않고 침통한 표정으로 기사를 써 내려갔다.

* * *

부산 해운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일본에서 귀환하는 영웅들의 소감을 듣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위상이 말이 아니야.”

“1, 2위의 전력을 달리던 중국과 일본이 고꾸라졌으니 당연하지.”

“해외에서도 한국을 눈여겨본다고 해.”

“당연한 결과지. 무려 일본의 대균열을 잠재웠는데.”

웅성웅성.

기자와 시민 할 것 없이 온통 일본 대균열을 이야기했다.

“창제는 한국의 보물이야.”

“창제가 뭐냐. 파천자.”

“캬! 이명보소.”

“뽕이 차오른다.”

“들리는 말로는 SS급을 달았다고 하던데 진짜일까?”

“그러니까 천외천이 찍소리도 못 하고 뒤진 거지.”

“하긴 SS급이 어디 보통 등급일까.”

“그러니 세계 랭킹 3위 아니겠어.”

“그런데 1, 2위는 누구일까.”

“존나 궁금하긴 하다.”

“이준도 멸망급으로 강한데 그 위는 얼마나 강할 거야.”

“그건 그래.”

“네티즌들이 찾아 줬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일본의 기자 회견을 봤다.

실시간 방송이라 편집 하나 없었다.

거기서 밝혀진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

동시에 한국인이란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S급 한 명이 있어도 나라 전력이 달라지는데 SS급 각성자라니.”

“몇 년 지나면 SSS급 각성자가 탄생할지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시민들은 제 일인 것처럼 흥분했다.

일본 대균열을 막은 창제, 이제는 파천자가 된 이준을 칭송했다.

“비록 파천자에게는 밀리지만 오대 가문이나 마벽도 일본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더라고.”

“일본 커뮤니티에서 고맙다는 난리야.”

“내가 괜히 뿌듯하구만.”

그러다 타깃이 급변했다.

“그런데 쟤들은 여기에 왜 온 거냐.”

“염치가 있어야지. 뒤로 빠질 때는 언제고 이럴 때는 귀신같이 참석하네.”

“면상에 철판을 깔았으니 지금까지 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지.”

“퉷! 침이나 먹어라.”

사람들이 비난을 보내는 이들은 다름 아닌 가문 연맹회 소속 가문이었다.

오대 가문과 마벽이 해외에 가 있는 동안, 저들은 제 잇속을 차렸다.

소문이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득을 챙겼다.

하나 신기지가 비선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그들은 저들이 뒤로 무슨 짓을 하는지 파악했다.

이를 기자들에게 슬쩍 흘렸고, 덕분에 전 국민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가문 연맹회 소속 가문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크흠.”

“분위기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소.”

가주들은 어색한지 괜히 헛기침을 냈다.

옛날이었으면 버럭 소리쳤을 일.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특히 검왕과 철왕은 다른 가주들을 쳐다도 보지 않는 게 아닌가.

그 때문에 더욱 입지가 좁아진 가주들이었다.

“저기 옵니다!”

“오오, 등평도수!”

때마침 이준과 검제, 괴개를 비롯한 이들이 바다를 가르며 오고 있었다.

“파천자 좀 봐!”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있던 기자들도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있었다.

“저, 저게 무슨 무, 무공이라고?”

“무극군림보이지 않을까.”

파천자가 창법만큼 즐겨 쓰는 무공.

보법이자 신법이기도 했다.

천마군림보와 이름이 비슷해서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다.

“검제와 괴개께서도 바다를 한 번씩 박차시는데… 파천자는 대체 뭐야!?”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이준의 신형이 바다에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제와 괴개처럼 한 번씩 물을 박차지도 않았다.

하늘을 나는 것처럼, 서 있는 그 자세 그대로 날아오는 게 아닌가.

무극군림보의 경공을 처음 보는 이들로서는 경악할 장면이었다.

탓-

이준이 해운대 모래사장에 내려앉았다.

“환영인파가 엄청 많네요.”

“파천자의 무사 귀환을 환영합니다.”

검왕과 철왕이 이준을 맞이했다.

“파천자요? 제 코드 네임을 어떻게 아셨데요?”

저들이 세계 랭킹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검제와 괴개에게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은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모르고 계십니까? 일본의 기자 회견으로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기자 회견이요?”

이준이 각성자 시스템의 인터넷을 열어 기사를 검색했다.

그러자 일본 기자 회견 동영상이 나왔다.

이준뿐만이 아니라 검제와 괴개도 동영상을 시청했다.

“스즈키 씨가 제 얼굴에 금칠을 해 놨네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떴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모두가 칭송해 주는 건 적응해도 듣기 좋으니까.

그런데 그 기분을 잡치는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가 손가락으로 검왕과 철왕의 뒤쪽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은 왜 여기에 있죠?”

이 많은 인파 속에서도 이준은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자기들이 오겠다는데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서 말입니다.”

검왕의 대답에 괴개가 호통을 쳤다.

“제 안위만 생각하는 것들이 무슨 염치로 마중을 나왔느냐!”

“저희는 순수한 의도로….”

“그저 축하하고 싶은 생각에….”

“그 입 닥치지 못하겠느냐. 너희는 저 뒤에 있는 이들이 보이지 않아!”

지원군 행렬의 맨 뒤에는 부상자들이 가득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나 중상을 입은 각성자들이 부축받고 있었다.

“너희들이 몸을 사릴 때 목숨을 걸고 싸운 아이들이다.”

“오대 가문은 저희와는 다른….”

“타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는 게 오대 가문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소속과 무공만 다를 뿐, 똑같은 각성자고 사람이다. 죽는 건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이야.”

괴개가 신랄하게 비난했다.

오대 가문 소속이라고 죽음에 대해 면역이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가진 자일수록 목숨을 바치는 건 더 힘든 일.

그런데 오대 가문이란 프레임으로 덮으려 하고 있었다.

“다신 같은 가문 연맹이라고 지껄이지 마라. 아니, 앞으로 만독암가는 너희와 함께할 수 없다.”

“아, 암천 어르신!”

“가문 연맹회를 나가신다는 겁니까?”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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