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89화 (387/705)

제385화

“으으….”

“끄으윽….”

“…이 살기는…대체…!”

덜덜덜.

세 존자가 몸을 떨었다.

숨이 막히는 고통도 잊은 채, 공포를 털어내려고 애썼다.

하나 공포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뇌를 마비시키며 차근차근.

전신을 지배해 갔다.

세 존자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몸에 흐르는 피가 모두 빠져나간 모습.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어떻게….”

“있을 수 끄윽… 없는 일….”

“…그분이… 보… 으으.”

그들은 눈앞에 새겨진 공포를 느끼고서야 깨달았다.

굉장히 익숙한 두려움.

절대 마주 봐선 안 되는 공포.

그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존재.

파천혈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 그래! 이건 그분에… 게서만 느꼈던 감정이야!’

‘애송이에게서 그 괴물이 보이다니….’

‘도망치고 싶어! 여, 여길 벗어나고 싶어!’

음양, 무건, 색안, 세 존자의 속마음.

다신 느껴보지 못할 거라 여겼던 과거가 눈앞에 보이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파천혈신은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괴물.

그 무시무시한 천주조차 파천혈신의 앞에서는 고개를 땅에 처박는.

오체투지를 해야 했다.

마의 하늘이라 불리는 천살신이 말이다.

천하, 아니 고금을 통틀어 손에 꼽히는 강자들이 힘을 합한다 해도 이길 수 없는 게 바로 파천혈신이었다.

신에게 제일 근접한 자.

오죽했으면 그가 무서워 먼저 등선한 신선들이 신선계로 올라오지 못하게 억지로 수명을 늘려 준다는 속설까지 있지 않았나.

신도 두려워한다는 파천혈신의 향기가 창제란 각성자에게서 났다.

뚜벅뚜벅.

이준이 세 존자를 향해 걸어갔다.

염왕의 발걸음이었다.

“으으… 오지 마…!”

“우, 우릴 죽이면 너, 너도 각오해야 할 것이야!”

“흐윽! 나, 난….”

세 존자가 기겁했다.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뚜벅뚜벅.

세 존자의 귀에 또렷이 들리는 이준의 걸음 소리.

공포가 다가오니 미칠 지경이었다.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뇌는 하얗게 변해만 갔다.

“으으… 으아악!”

“나, 돌아갈래애애!”

뚝.

드디어 이준의 발걸음이 멈췄다.

세 존자의 지척.

이준은 무심한 눈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과 같은 차가운 얼굴이었으나 무언가 달랐다.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의 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심즉살.

마음만 먹으면 살기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경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때 이준의 목소리가 들렸왔다.

“각오라… 너희야말로 날 건드린 각오는 되어 있나?”

이준이었지만 이준이 아닌 음성.

지옥의 염왕과도 같은 심연 속에 숨어 있던 괴물의 목소리였다.

천살성의 질문에 색안존자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끄으으윽….”

세 존자 중 내공이 제일 약한 그녀가 살기를 버티지 못하고 기절한 것이다.

“각오가 되었는지 물었다.”

이준, 아니 천살성이 무건존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커헉!”

무건존자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

천살성이 말할 때마다 무건존자는 피를 왕창 쏟아 냈다.

속에 있는 피를 모조리 뱉어 내려는 듯.

각혈을 계속했다.

“네가 말해 보라.”

천살성은 또다시 시선을 옮겼다.

이번에는 음양존자였다.

오만한 말투.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

남을 깔보는 태도.

모든 게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날 건드린 각오가 되었냐고 물었다.”

“…….”

음양존자는 대꾸할 수 없었다.

창제를 마주하고 있으니 자꾸 파천혈신이 떠올랐다.

천주 정도만 됐어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대답했을 건데, 파천혈신이 생각나니 절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

“대신 도쿄 타워에 숨어 있는 지주에게 물어보지.”

창제의 목소리에 음양존자의 눈이 앞으로 튀어나올 듯 커졌다.

도쿄 타워는 사혈림의 본진.

지주가 있는 정확한 위치였다.

‘위험해! 이 자가 지주께 가기라도 하는 날엔 우리 사혈림은 끝장이다!’

창제는 너무도 위험한 인물이었다.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

차라리 무림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다, 당신이란 존재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하, 한 번만 기회를!”

음양존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처박으면서 애원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나 천살성은 무심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미… 늦었다.”

퍼석!

그의 발이 음양존자의 머리통을 밟아 으깨 버렸다.

뇌수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음양존자의 죽음에 무건존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넌 죄가 크다.”

천살성의 눈이 회안으로 번들거리자.

“커어억!”

무건존자가 바닥을 뒹굴었다.

무건존자에게 내린 벌은 하나.

몸속의 기혈을 모두 막아 버렸다.

막대한 내공을 지닌 무건존자였기에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무극기를 이용해 손목과 발목의 힘줄을 끊어 놓았다.

“끄아아악!”

“그래. 그것이 네게 딱 어울리는 자세다.”

지잉-

말을 끝낸 천살성이 4대 성지의 금역을 열었다.

그 안으로 기절한 색안존자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던졌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집에 좀 갔다 와야겠다.”

미야와키 칸나에게 통보를 한 후 게이트로 사라졌다.

* * *

인주는 한국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좋구나.”

그는 상쾌한 얼굴을 했다.

창제에게 복수할 기회가 찾아왔다.

소중한 이들이 죽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흐흐. 네가 돌아올 때는 모두가 죽어 있을 것이다.”

인주는 비열하게 웃으며 경공을 펼쳤다.

그의 목적지는 창제의 가문이었다.

그가 창제의 가문에 도착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긴가? 아주 북적북적하군.”

인주는 사신가의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멈추십시오.”

사신가의 정문을 지키는 각성자가 인주를 멈춰 세웠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휘잉-

바람이 불었다.

그러더니 인주의 앞을 막은 각성자가 쓰러졌다.

칼에 잘린 듯 몸이 양 갈래로 잘려 죽었다.

“미, 미친!”

“사람이 죽었다!”

정문 옆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쳤다.

인주는 개의치 않고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

쾅!

정문을 박살 내고 사신가에 들어간 인주.

그의 앞에 사신가의 각성자들이 나타났다.

“송사리들 말고 대장을 데려오거라.”

우둑-

우두둑-

그의 말 한마디에 사신가의 수비를 담당한 현무단이 모두 죽었다.

기형적인 각도로 관절이 꺾인 채.

비상이 걸렸다.

외부 침입자로 인해 현무단이 죽은 것.

가문 내에 있는 모두가 침입자에게 달려왔다.

낙성각에서 백호와 수련을 하고 있던 무극대도 움직였다.

“저, 미친 새끼를 봤나!”

“대주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무극대는 분노한 표정으로 인주를 봤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광경.

가문의 각성자가 침입자의 손에 처참히 죽어 있었다.

심장이 파괴됐거나.

눈과 혀가 뽑혀 있거나.

손목과 발목이 절단되어 있거나.

각성자의 생활을 끝내 놓는 손속이었다.

무극대의 대주인 사형준도 분노가 치밀었으나.

상대가 어떤 의도로 이러는지 파악해야 했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가지고 인주를 향해 물었다.

“무슨 목적으로 이런 잔인한 행동을 하는 겁니까.”

“대주!”

“뭘 묻습니까. 당장 저 새끼를 응징해야 컥!”

“허, 내 공격을 맞고도 멀쩡해?”

인주가 처음으로 놀랐다.

그는 여기에 있는 각성자들을 죽일 생각이었다.

이준을 만나기 전, 여흥 거리로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자신의 공격을 막은 놈이 있었다.

그것도 대주가 아닌 일반 대원이 말이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준이 애지중지하는 놈들인 것 같구나.”

인주의 입에서 이준이란 이름이 나오자.

“전 대원 진형을 갖춰라.”

사형준이 무극대를 향해 명령했다.

가문의 각성자를 무참히 죽인 침입자.

가주도 아는 걸 보면 더는 대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인주를 적으로 판단한 사형준이 내공을 끌어 올릴 때였다.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뒤로 물러나.]

새끼 호랑이가 무극대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인주와 새끼 호랑이.

서로 허공에서 눈을 마주쳤다.

‘뭐지?’

인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생김새는 몬스터였다.

하나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몬스터라면 마기가 느껴질 터.

저 아기 호랑이에게는 마기가 아닌 성스러운 불기의 분위기가 풍겼다.

[네가 인주인가.]

“넌… 뭐냐?”

[내가 묻지 않았나. 인간 따위가 감히 내 질문에 대답도 안 한단 말이냐.]

인주는 당황스러웠다.

항상 자신이 수하들에게 했던 태도를 몬스터가 제게 취하고 있었다.

“내 앞에서 감히란 단어를 썼느냐!”

[죽다 살아나서 몸속에 귀기가 가득한 존재 주제에 내 앞에서 큰소리를 친단 말이렷다!]

생김새는 아기 호랑이지만 사신수 중 한 마리.

서쪽을 관장하는 백호가 그였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인주가 움찔했다.

‘이 내가 몬스터의 호통에 움츠러들었단 말이냐. 그 노괴의 제자였던 내가!’

인주는 자신이 보인 추태에 분노했다.

그는 손에 묵룡진기를 가득 모았다.

이곳에 있는 전원을 쓸어버릴 심산.

그의 행동을 보고 있던 백호가 입을 열었다.

[멍청한 놈. 네가 묵룡장을 날리는 날엔 천살성의 마가 하늘을 뒤엎을 것이다. 그걸 너 따위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역천이라면 모를까 그만두어라.]

하지만 인주는 백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오기를 부렸다.

“입 닥쳐!”

인주의 양손에서 묵룡장이 터지며 주위를 휩쓸어갔다.

* * *

번쩍!

묵룡장의 빛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집어삼키려는 기운.

거대한 폭음이 들려올 줄 알았건만.

고요했다.

백호가 인주의 묵룡장을 막은 것일까.

아니었다.

백호는 그저 보고만 있었다.

백호 대신 묵룡장을 막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준.

그가 4대 성지의 금역을 타고 가문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때 확실히 죽여 놨어야 했는데.”

“이준!?”

“껍질을 바꾼 것 같은데 오늘은 확실히 지옥으로 보내 주마.”

감았던 눈을 뜬 무극대는 이준이 반갑기도 했지만, 거리감이 느껴졌다.

평소와 다르게 말투에서부터 살기가 넘쳐흘렀다.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음성.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소름이 끼쳤다.

[천살성이 깨어났나 보군….]

백호의 말대로 현재 이준은 천살성과 동기화한 상태였다.

이준의 내공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위압적인 기세를 드러내는 것도 온전히 천살성의 힘이었다.

“이주우우운!”

인주는 이준을 보자 파천멸기를 폭발시켰다.

귀기까지 더해지니 주변이 사기로 넘쳐났다.

“이곳에 온 걸 후회하게 해 주지.”

[끝났군.]

백호는 이미 결과를 확신했다.

천살성의 무서운 점은 무공에 있지 않았다.

정말 무서운 건 바로 저 잔인한 행동이었다.

천살성이 인주의 앞에 나타나자.

인주는 묵룡장을 이준의 가슴에 박아 넣었다.

쾅!

실 끊긴 연처럼 뒤로 날아가야 정상이었는데 천살성은 장력의 충격을 몸으로 흡수해 버렸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을 텐데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대신 인주의 양팔을 잡았다.

“하핫! 내공 대결이라 할 심신이… 크아악!”

인주가 묵룡진기를 끌어 올려 내공 대결하려는 그 순간!

천살성은 인주의 어깨에 손톱을 박아 넣고 팔을 통째로 뜯어 버렸다.

그제야 천살성의 얼굴에 미소가 떴다.

“그 정도로 아파하면 안 되지. 이제 시작인데.”

피와 살육을 즐기는 게 바로 천살성의 본성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