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87화 (385/705)

제383화

“밖으로 나가야 해요.”

“천외천에게 발각된 겁니까?”

“이 진동은… 게이트 폭발이에요. 휩쓸리기 싫으면 어서 밖으로 나가요!”

천외천의 기습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진동에는 어마어마한 마기가 가득했다.

대규모의 균열이 일어난 것.

방금 전 느꼈던 진동은 균열로 일어난 지진이었다.

“그들이 벌써 게이트를 건드린 건가?”

후지시마 스즈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도 천외천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

이준에게 준 서류가 증거였다.

고리의 게이트 중에 핵심 게이트의 위치가 적혀 있었다.

하나 후지시마 스즈키는 고리의 게이트의 파괴력까지는 몰랐다.

그저 위험하다고만 알고 있을 뿐.

일본을 쑥대밭으로 만들 위력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서 나가세요!”

“아, 절 따라오십시오. 뒷문이 있습니다.”

고리의 게이트는 일본 영토의 절반가량을 순식간에 균열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단순한 폭발이 아닌 힘.

이 세계의 몬스터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힘이었다.

고리의 게이트가 폭발하게 되면 지구에 몬스터가 서식하게 되는 것.

그럼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는 마기로 바뀔 거다.

각성자는 내공이 있으니 버틸 만한데.

문제는 일반인이었다.

일반인이 마기에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방사능에 오래 있어도 건강에 문제가 오는데 마기에 오래 노출되면 아예 이성을 상실할 터.

광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기에 노출된 사람이 낳은 아기는 100% 기형아가 될 것이고.

‘빨리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오사카 게이트를 제외하고 전부 터트릴 줄이야.’

이준은 후지시마 스즈키를 따라 기다란 통로를 나왔다.

스미레 가라오케의 뒷문이 아닌, 전혀 다른 건물이었다.

후지시마 스즈키는 밖으로 나오더니 멍한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했다.

칸나도 마찬가지.

두 사람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맙소사….”

“세상에!”

밤하늘을 뒤덮은 섬광.

빛이 사라지고 거대한 마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고 있어.”

후지시마 스즈키가 중얼거렸다.

무지막지한 마기의 구름을 보고 있으니 도망칠 엄두가 나지 않은 모양이다.

이준은 칸나와 스즈키를 향해 소리쳤다.

“멍하니 뭐 해요! 어서 움직이세요.”

내공이 담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두 사람.

이준은 그들과 함께 마기를 피해 경공을 펼쳤다.

“도, 도망쳐.”

“으아아악!”

“커어억!”

대기를 뒤덮은 불길한 기운에 사람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차를 타고 가던 사람은 내려서 달렸다.

그도 아니면 사람을 치든 말든 자동차의 액셀을 밟고 이곳을 벗어가는 자도 있었다.

공기를 잠식하는 마기만으로도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까지 등장하니.

주변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나, 나도 같이 가!”

“나 살기도 바쁘다고!”

“억.”

“살려 주세요! 다리가 콘크리트에 꼈어요.”

“각성자를 데려올 테니 조금만 차, 참으세요.”

“다, 당신 각성자잖아요. 잠깐만 시간 내서 이 콘크리트 좀…”

“미안합니다.”

각성자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다리가 낀 여자를 놔두고 도망쳤다.

이런 경우가 한, 둘이 아니었다.

각성자는 일반인을 지킬 의무가 있었음에도 혼자 도망치기에 바빴다.

“흑흑.”

여자가 망연자실해서 울었다.

하고 많은 소리 중에 들린 여자의 흐느낌.

경공을 펼치던 이준이 이내 발을 멈추었다.

“왜 그러십니까?”

“후우우. 나 원래 이런 성격 아닌데.”

후지시마 스즈키가 이준에게 물었지만, 그는 이미 몸을 돌리고 있었다.

이준이 흐느끼는 여자를 향해 갔다.

그의 손이 허공을 젓자.

파스스-

여자의 다리 위에 있는 콘크리트가 가루로 변했다.

“제 손 잡으세요.”

“아.”

처음으로 여자에게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다.

각성자라는 인간들은 변명만을 늘어놓은 채 도망치는데 이준만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후지시마 씨. 이분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주세요.”

“창제께서는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도망친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아서요. 차라리 그냥 저 마기를 막고 제가 일한 수당을 일본에 청구하는 게 좋겠어요.”

이준이 파멸겁을 꺼내 들었다.

철컥-

파멸겁 2단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에서 무극기의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저도 준 사마 곁에 있을게요.”

“천외천이 나타날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때는 요화의 뒤에 숨어 있으면 돼요.”

“그러세요. 제가 여길 막는 동안 후지시마 씨는 쉘터를 열어서 사람들을 구해 주세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환락상이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헌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인간이 막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것 같은데….”

“보통은 그렇죠. 하지만 제게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렇지?”

“뀨!”

파랑이가 품에서 튀어나왔다.

주먹만 한 크기의 파랑이가 몸집을 키웠다.

15m 정도로 커진 녀석이 아홉 개의 꼬리를 드러냈다.

그리고 하늘에 검붉은 균열이 일어났다.

파직-

파지지직-

전류가 미친 듯이 흐르는 곳에서 아주 작은 물체가 하강했다.

* * *

[본좌가 완전한 힘을 갖출 때까지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본좌의 말을 까먹은 건가, 작은 주인?]

큰 균열에서 나온 것치고는 굉장히 보잘것없는 몬스터였다.

일반적인 검은 독수리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지배자종 몬스터인 신수치고는 멋없는 등장이었다.

“방금 좀 부끄러웠던 거 알지?”

[감히! 본좌를 두고 하는 말이냐? 작은 주인이라도 본좌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

“그 모습으로 나오려면 게이트를 작게 만들어서 오든지, 거대한 크기에 대가리만 한 몸집이 뭐냐.”

[흥. 겉모습만으로 본좌를 재단하려 들지 마라.]

이준과 흑염마조는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했다.

“저게 몬스터?”

후지시마 스즈키가 눈을 깜빡였다.

이준이 친구라고 말한 게 저 몬스터인 걸까.

황당해했다.

스즈키와는 달리 칸나의 눈동자는 빛이 났다.

“어쩜 멋지기도 하지.”

원스피릿 팬 카페에 레어로 등장한 사진에 저 몬스터가 있었다.

이준이 키우는 두 마리의 몬스터 중 하나였다.

칸나의 몸속에 있는 은서단은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놀라 했다.

[흐, 흑염마조잖아!]

“흑염마조?”

칸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흑염마조가 한껏 날개를 펼치며 말했다.

[봤느냐 작은 주인? 내 명성이 이 정도다.]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흑염마조를 보자 은서단이 벌벌 떨었다.

[흑염마조는… 혈신의 마조야! 저 새가 하늘에 뜨면 피가 산을 이룬다고!]

은서단은 두려움에 떨었다.

흑염마조는 피의 상징.

피가 산을 이루는 건 조금도 과장을 보태지 않았다.

마조가 뜨면 못해도 수 천 명이 목숨을 잃었으니.

무림에서 흑염마조가 뜨면 모두가 공포에 질려 했다.

흑염마조가 공중을 날고 있는 건 파천혈신이 곁에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은서단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흑염마조가 칸나를 보았다.

[특이한 인간이군.]

“조야. 그만 말하고 주변 좀 봐 봐.”

[더러운 마기가 진동하는군.]

“해결할 수 있지?”

녀석의 힘이라면 폭발한 고리의 게이트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본좌를 뭐로 보는 거냐.]

콰앙!

폭음이 들려왔다.

땅이 흔들리고 바닥이 쩍 갈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는 연쇄 폭발.

설상가상으로 화산까지 터지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해. 균열이 진행되는 건 어쩔 수 없고 공기라도 정화는 해야지.”

[마기는 본좌에게 맡겨라.]

흑염마조가 날개를 펼쳐 하늘로 올라갔다.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이었다.

화르륵!

검은 하늘 위에 붉은 연기가 세를 키워 갔다.

붉은 연기 사이로 잠깐씩 비추는 날카로운 눈동자와 깃털.

흑염마조가 하늘에서 성화를 비우고 있었다.

대기에 혼돈의 기운이 섞여 있었으나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성화가 더욱 타올랐다.

“파랑아. 이제 우리 차례인 것 같다.”

“아우우우!”

파랑이가 고개를 들어 울음소리를 내었다.

녀석도 기운을 피웠다.

흩어져 있는 몬스터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파랑이의 기운에 의해 여러 종의 몬스터가 주위로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여러 종의 몬스터를 한꺼번에 보는 것 같네.”

머릿수도 많았다.

고리의 게이트가 터지면서 주변에 있는 게이트도 자극한 것.

수천 마리는 가뿐히 넘어 보였다.

이곳으로 몬스터가 다 모이면 얼마나 많을까.

수만 마리는 거뜬히 넘을 것 같았다.

“한꺼번에 죽여 보자.”

퍽!

이준이 파멸겁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혼원신공을 이용해 무극기를 뿜어냈다.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무극기.

잡고 있는 파멸겁에 무극기를 집어넣었다.

“큭.”

진천무 중 주작 계열의 SSS급 무공, 적익이었다.

이지안이 사용했던 주익의 진모습.

그녀가 현재 이 광경을 봤다면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사용한 주익은 적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형편없었다.

회색 아지랑이가 파멸겁에 모여들면서 두 개의 날개를 만들었다.

그 날개가 무럭무럭 커지더니.

“…모두 지옥으로 꺼져라!”

이준의 외침에 날개가 활짝 펴지더니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 * *

콰광쾅쾅!

폭음이 일어났다.

게이트의 폭발과는 다른 폭발음이었다.

“색안. 느끼셨소?”

검정 양복을 입은 30대 남자가 안경을 쓴 여자에게 물었다.

“하. 창제가 우리를 잡으러 왔다고 하더니 정말이었어.”

그녀 또한 같은 검정 양복을 입고 있었다.

여자의 이명은 색안존자.

그녀의 눈을 보면 욕정이 치솟는다고 붙여진 이명이었다.

“파천멸기가 내 피부를 따갑게 하고 있소.”

“탈령께서 이준을 조심하라고 하시더이다.”

“음양의 명령이 과하다 생각했는데 준비를 단단히 해 두길 잘한 것 같소.”

“무건이 카오스 몬스터를 다루시오.”

“알겠소.”

“갑시다. 탈령께서 어떤 수를 쓰더라도 창제를 죽이라 하셨소.”

딸랑.

방울 소리가 울렸다.

무건존자의 검 손잡이 수실에 달린 방울이 흔들린 거다.

어디선가 나타난 수백의 그림자.

존자들을 보필하는 호위대였다.

그 뒤에는 카오스 몬스터인 블랙 오크, 데란이 늘어서 있었다.

데란의 눈은 사기로 가득했다.

피에 굶주린 악마가 강림한 듯.

눈동자는 광기로 가득했다.

빨리 피를 달라는 듯 무건존자의 명령을 기다렸다.

딸랑-

마침 명령이 떨어지니.

데란이 선두에 서서 이준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이 정도의 규모면 정파는 반나절도 안 돼서 초토화시킬 수 있겠소.”

“창제는 인주를 죽인 인간이니 안심하긴 이르오.”

“그가 얼마나 강한지 빨리 보고 싶어요.”

색안존자는 잔뜩 기대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강한 남자는 몇 없었다.

혈신과 천지인의 주인을 제외하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새로운 강자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녀가 한참 기대하는 사이 이준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으음….”

“탈령께서 조심하라고 한 이유를 알겠군.”

“지옥도가 펼쳐져 있네요…. 이거 좀 위험한 것 같은데.”

세 존자의 눈에는 시체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혈향으로 얼마나 많은 목숨이 날아갔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인주를 죽일 만한 힘을 가졌다는 걸 인정하겠소.”

“하나 여기서 우리들에게 죽는 건 변함이 없소.”

“창제의 약점을 안 잡아 놓았으면 어쩔 뻔했어요.”

인주를 죽인 창제의 앞에 나타날 수 있었던 건 머릿수도 있었으나.

그들에게는 보험이 있었다.

지금쯤 한국에 도착했을 인주.

만약 여기서 창제가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인주께 바로 연락이 갈 것이다.

“약점이 있는 건 굉장히 치명적이지.”

“탈령의 혜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소.”

“가십시다. 내기가 불안정한 걸 보니 큰 힘을 사용한 것 같소.”

“흐응. 재밌겠어요.”

세 사람은 숨을 고르고 있는 이준 앞에 내려앉았다.

이준은 그런 세 사람을 봤다.

이미 예상했다는 얼굴이었다.

서로 믿을 구석이 있는 표정들.

하나 세 존자는 모를 것이다.

이준에게는 약점이 없다는 것을.

약점이 있다면 그걸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게 지금의 그였다.

현재는 구원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게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위한 일.

만약 그들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천외천도 이 세상에서 같이 사라질 터다.

이준이 지키고 싶어 하는 이들은 약점이 아니라 역린이었고, 폭주를 막는 제어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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