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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86화 (384/705)

제382화

“이 호텔 사장과 아는 사이예요?”

“네. 돌아가신 아버지의 절친이세요.”

“풀네임을 알 수 있을까요?”

“후지시마 스즈키요. 그건 왜 물어보세요?”

“제 정보에 있는 사람일까 하고요.”

이준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후지시마 스즈키란 사람은 없었다.

정보 단체에 있을 적 중요 인물을 파악할 때 필수 사항.

바로 주변의 지인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어떤 관계인지.

천외천과 연관되었는지.

성격과 인적 사항을 철저하게 파악했다.

전생에 천외천은 전 세계에 뿌리 깊게 숨어 있었다.

믿었던 사촌이, 친구가 심지어 직계 가족이 천외천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그들에게 배신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 때문에 관계를 철저히 알아내는 게 정보 단체의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칸나의 목소리와 표정을 보면 꽤 믿는 사람인 것 같은데.’

호텔 사장들은 천외천과 관계가 없는 이들이지만 이로 인해 일본 사람들은 암사회에 더욱 기댔다.

자신들을 위해 싸우는 월령검 마츠모토 아카기.

몬스터에게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각성자가 그였다.

호텔로 이득을 챙기는 사장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구원자였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월령검이 속한 암사회를 전폭 지지했다.

암사회가 천외천의 끄나풀인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이게 일본이 천외천의 손에 쉽게 넘어간 이유였다.

“아마 모르실 거예요. 호텔 사장을 하고 계시지만 전면에 나서는 건 스즈키 아저씨의 비서거든요.”

“뒤가 구린건가?”

“그건 아니에요!”

칸나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자기도 당황했는지 곧장 이준에게 사과했다.

“죄, 죄송해요.”

“괜찮아요. 사람을 믿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그게 아니라… 음….”

칸나가 우물쭈물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준에게 얼굴을 바짝 가져갔다.

“사실 스즈키 아저씨가 경영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어요.”

칸나의 속삭임에 이준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주변에 기막을 쳤지만, 맞장구를 쳐 줬다.

“이유가 뭔데요?”

“준 사마에게만 특별히 말씀드리는 거예요.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요. 아시겠죠?”

“저 입 무거워요.”

“스즈키 아저씨의 신분은 호텔 사장 말고도 하나가 더 있어요. 일본에 알려진 이명은… 환락군자예요.”

“환락… 군자요?”

이준의 눈이 커졌다.

환락군자란 이명은 잘 안다.

요령요화의 든든한 지원군.

한국에 암상이 있다면 일본에는 환락상이 있었다.

일본 지하세계의 거물.

지하세계의 돈은 모두 환란군자에게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이 많았다.

이준도 환락군자에 대해서 알아봤지만 요령요화의 지원군이라는 것과 번 돈으로 굶주린 일본인들을 구제하는 것 이외에는 알 수 없었다.

천외천도 환락군자를 찾는 걸 포기할 정도면 몸을 숨기는데 도가 튼 사람이라는 거다.

“환락군자의 이름이 후지시마 스즈키였어요?”

“네. 아버지랑 어머니, 그리고 저밖에 몰라요.”

“이건 꽤 충격적이네요.”

어쩐지 일본 호텔들이 담합했을 때 후지시마 스즈키란 이름이 없던 게 이런 이유였나.

하나 정체를 숨기려면 나쁜 짓에도 동참해야 할 터.

그래야지만 주변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다.

겉으로는 나쁜 놈이 되고 뒤로는 착한 일을 행하는 의인이 바로 환락군자였다.

“이제 제 말을 믿으시겠죠?”

“네. 호텔을 봉쇄한 건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기 위한 행동이네요.”

후지시마 스즈키가 환락군자라면 확실히 믿을만 했다.

일본이 절망에 빠졌을 때 환락군자와 요령요화는 진정한 구원자였으니까.

이준이 호텔을 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잠깐만요.”

스마트폰 화면에는 한금만 회장의 이름이 나왔다.

“네 무슨 일인가요?”

[일본으로 넘어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말 안 했나요?”

[사령초와 마정석을 대량으로 구하는 이들을 알아본 후 연락이 없으셨습니다.]

“바빠서 연락을 못 드렸네요.”

[허허. 조금 섭섭하지만 창제께서 워낙 바쁘시니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전화하신 용건이 뭘까요?”

[일본에 가셨다 하니 제가 친구를 소개시켜 드릴까 합니다.]

“누구요?”

[정의감이 굉장히 투철한 친구입니다. 환락군자란 이명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환락군자요!? 한 회장님께서 그 사람을 알고 계세요?”

[같은 공통점을 지닌 사람으로서 친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한금만 회장의 인간관계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전생의 정보에는 한 회장과 환락군자의 교차점이 없었다.

그래서 친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교류하고 있었다니.

좀 충격적이었다.

‘내가 아는 정보가 다는 아니라는 말이네.’

너무 과거의 기억을 맹신했다.

다시 살아난 후에는 이 기억 때문에 이득을 많이 봤다.

특히 게이트의 경우, 독점하다시피 해서 좋은 무공과 아티팩트, 명성을 얻었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믿고 행동했는데 자신도 모르는 정보가 나왔다.

한금만 회장의 입에서.

‘앞으로는 과거의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자.’

자신의 행동으로 나비효과는 충분히 일어나고 있었다.

모르는 정보가 튀어나오는 건 당연한 일.

태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안 그래도 환락군자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제가 그 친구에게 미리 창제 님에 대해 말해 놓았습니다. 나고야의 ‘스미레’란 가라오케의 109번 방으로 가시면 그 친구가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일본에 계시는 동안 그 친구가 불편함 없이 지내게 해 드릴 겁니다.]

“한국에 가서 연락드릴게요.”

이준이 전화를 끊고 칸나를 향해 말했다.

“저랑 갈 데가 생겼어요.”

* * *

밤의 거리.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거리에는 진한 향수 냄새가 가득했다.

술 취한 사람.

가게 밖에서 담배를 태우는 점원.

어느 가게를 들어갈까 신중하게 고르는 손님.

여러 종류의 군상이 보였다.

근처에서는 몬스터가 출몰할까.

게이트가 열릴까 조마조마하면서 난리를 치는데, 이곳만은 평화로웠다.

게이트나 몬스터가 없는 것처럼 태연한 사람들이었다.

아니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즐기는 유흥인 걸까.

참 아이러니했다.

스미레 가라오케 앞.

“여기에요?”

“지도에 스미레 가라오케는 여기 한 곳뿐이에요.”

“너무 화려한데.”

이준의 눈에 들어온 가라오케는 이 주변에서 제일 크고 비싼 가게로 보였다.

‘정체를 숨기려면 허름한 곳이나 사람이 없는 장소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스미레’란 가라오케는 오가는 사람도 많았다.

이곳에서는 스미레 가라오케가 원탑.

가게를 고르던 손님들도 결국에는 스미레 가라오케로 발길을 돌릴 정도였다.

“들어가실래요?”

칸나의 말에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앞을 막는 사람이 있었다.

“잠깐 너 고등학생이지?”

덩치가 큰 남자가 이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준은 아차 싶었다.

‘고등학생인 걸 까먹었네.’

스미레 가라오케는 성인만 들어가는 술집.

고등학생은 들어갈 수 없었다.

이걸 어쩌나 하고 있을 때 칸나가 이준의 팔을 잡고 연기를 시작했다.

“죄송해요. 제 동생인데 같이 누구 좀 찾으러 왔어요.”

“누구?”

“집 나간 삼촌이 돈을 가지고 튀었거든요.”

“그런 미친 인간이 한두 명이어야지.”

“잠깐만 들어가면 안 될까요? 삼촌만 찾고 나올게요. 네?”

미야와키 칸나가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청순과 청초의 최고봉이라는 이지안과 쌍벽을 이루는 칸나였다.

그녀가 부탁하자 남자의 가슴에 파문이 일어났다.

“안 되는데….”

“한 번만요. 빨리 나올게요. 네?”

칸나의 간절한 표정은 그녀를 돕고 싶게 만들었다.

“아가씨가 부탁하니 매정하게 내쫓을 수도 없고… 빨리 찾고 나와야 해요.”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칸나가 고개를 숙이고는 이준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덩치 큰 남자는 입을 떡 벌리고 정신을 놓았다.

칸나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마력을 가졌다.

거기다가 은서단의 사기까지 지녔으니.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들이 칸나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에 푹 빠지는 건 당연했다.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109호 방을 찾아 들어갔다.

철컥.

문이 열리자 으리으리한 방이 나왔다.

기다란 테이블과 소파가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아저씨!?”

미야와키 칸나가 남자를 보고 반갑게 소리쳤다.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눈치였다.

“칸나!?”

“준 사마가 만나러 온 사람이 아저씨였어요?”

이준이 전화하면서 환락군자란 이명은 불렀지만 만나러 올 줄 누가 알았겠나.

환락군자는 만나고 싶다 해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나도 네가 창제와 같이 올 줄 상상이라도 했겠어?”

“오랜만에 봬서 너무 반가워요.”

“나도 칸나를 봐서 좋구나.”

“아차, 아저씨. 이분이 준 사마세요.”

“헛. 처음 뵙겠습니다. 후지시마 스즈키입니다. 한 회장님이 잘 모셔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준입니다.”

“앉으십시오.”

“환락군자가 이렇게 대놓고 유흥가에 나타나도 괜찮아요?”

“하하.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여기서 제일 큰 가라오케에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습니까.”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오면서 천외천의 인물로 보이는 이들을 봤거든요. 딱 봐도 당신을 찾는 움직임으로 보였습니다.”

“예전부터 저를 찾더군요.”

후지시마 스즈키는 이미 아는 눈치였다.

그러니 정체를 안 들키고 여태까지 숨어 있을 수 있었던 거지.

한편으로는 대단하다 생각했다.

평생 동안 정체를 들키지 않았다는 건 그가 얼마나 치밀한 사람인지 증명한 것이니까.

이준은 후지시마 스즈키의 몸을 훑어봤다.

“안 들킨 이유가 있었네요.”

“제가 경공은 좀 뛰어납니다.”

“공공문의 무공인가요?”

“기운만으로 제가 익힌 무공을 알아채시다니 놀랍습니다.”

“한 회장님과 공공문이란 공통점을 가졌다는 게 더 놀라워요.”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 주십시오.”

“물론이죠.”

“그리고 이건 창제께서 일본을 도와주러 오신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입니다.”

후지시마 스즈키가 이준에게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하나는 사신가와 환락상의 정기 거래 계약서였다.

“한 회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요정의 꿀은 명문가에서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귀중한 재료고, 각성자를 키우는 데는 활력탕만 한 게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 환락상에서도 사신가와 거래를 틀까 합니다.”

“이 서류는 환락상에 안 좋은 거래인데요. 거의 불공정 거래 계약서예요.”

“창제께서 일본을 구해 주는 대가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정상 금액의 3배로 구입하고 판매 수수료와 개런티를 각각 5% 10%만 받아 가시면 남는 게 있어요? 저야 개이득이긴 한데.”

“일본인들의 목숨값으로는 한없이 적으니 받아 주십시오. 대신 최선을 다해서 일본을 구해 주시면 그걸로 족합니다.”

“알겠습니다. 환락상과 계약하죠.”

이준의 입은 이미 귀에 걸려 있었다.

환락상은 일본 유흥가를 주름잡는 큰 손.

암상도 거대했지만 환락상은 그보다 더 컸다.

거래 고객이 되면 가문의 수입은 적어도 3~5배는 오를 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보다 더한 수입이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천외천에 대한 정보입니다.”

이준은 거래 계약서에 사인하고 다음 서류를 봤다.

“이건!”

이준이 든 서류가 흔들렸다.

그에게 굉장히 중요한 정보였다.

아니, 천외천에서도 극비.

대체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물어보려 할 때.

콰아아앙!

큰 굉음과 함께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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