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75화 (373/705)

제371화

“오셨소?”

“일본에서 도움 요청이 왔다고요?”

“월령검이 직접 내게 연락을 취해 왔소.”

일본의 랭킹 1위 각성자가 한국의 검제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건, 정말로 급하다는 뜻.

한국의 도움은 일절 필요하지 않았던 일본이기에 가문 연맹회는 월령검의 요청을 크게 해석했다.

“차출 병력은 얼마를 원하고 있죠?”

“오대 가문에서 정예를 뽑아 달라고 하더이다. 특히 사신가는 꼭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오.”

너무 노골적이었다.

오대 가문의 정예를 전부 죽이려는 계략.

붙잡았던 천외천에게 지주의 동향을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큰코다칠 뻔했다.

검제는 월령검과 절친했으니.

어떻게든 병력을 차출하려고 했을 터다.

하나 월령검이 회주로 있는 암사회가 천외천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안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오대 가문의 정예를 차출하는 건 불가능해요. 아니, 가능해도 정예를 지원해선 안 돼요.”

“허.”

단호한 이준의 말에 검제가 탄식했다.

이준과 사신가는 일본에 병력을 차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가 일본의 도움을 거절한 것.

그가 일본을 돕는 걸 반대하는데 어떤 가문이 나서겠는가.

일본을 도와주다가 정예 각성자가 다 죽기라도 한다면 가문이 몰락하지 않을까.

대다수가 이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중에서도 이준의 의견에 반대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웃 나라가 위험합니다. 한국은 신의의 민족! 일본을 도와줘야 합니다.”

“일본이 균열에 지배된다면 다음은 가장 가까운 한국이 아니겠습니까!”

“당장 각성자를 파견해서 일본을 도와줘야 합니다.”

“어허! 창제께서 반대하시지 않소이까!”

“정 도와주고 싶다면 그대들 가문에서만 가시오. 우린 빠지겠소.”

“검제 님! 검제 님도 정녕 창제와 똑같은 생각이십니까?”

일본을 돕자는 이들은 검제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

월령검과 절친인 검제라면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을까?

그들은 검제의 입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다행히 검제는 일본에게 도움을 주자는 의견이었다.

“창제. 그리 매정하게 말해야겠소?”

“정예 병력을 차출하는 건 안 됩니다. 일본에 대량으로 게이트가 출몰했는데 한국이라고 게이트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만약 병력을 차출한 사이 한국에 대량의 게이트가 발생하면 누가 막나요.”

“창제의 말이 맞아 춘식아. 남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부터 살피는 게 옳다.”

“쉽게 생각할 게 아니다. 우리가 일본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주변 국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참담해질 거다. 대외 관계도 생각해야지.”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검제와 몇몇 가주들은 일본을 돕자는 의견을 꿋꿋이 밀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이준의 주머니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잠시 전화 좀.”

이준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사령초를 대량으로 매입한 이들을 찾았습니다.

상대는 암상의 회장 한금만이었다.

“어딘가요?”

-광주, 울산, 제주도의 클럽과 리조트, 호텔의 주인들입니다.

“어디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광주는 이씨 세가, 울산은 대국 건설, 제주는 금룡 황가와 관련이 있었던 이들입니다.

이준은 전화를 받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가주들.

모두가 조금 전까지 일본을 도와야 한다는 이들이었다.

저, 세 가문이 몰락하고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들은 죽어서도 골치 아프게 하네요.”

이씨 세가의 가주는 오대 가문에 들려다가 죽었다.

주제도 모르고 설쳤기에 목숨을 잃은 거다.

가주와 정예 병력이 모두 죽어서 가문은 해체됐지만 연관된 끈은 남아 있었다.

“물건을 산 다음은요?”

-일본으로 밀반출시킨 것 같습니다.

“증거가 있을까요?”

-이미 창제 님께 보냈습니다. 지금쯤이면 도착하겠군요.

똑똑.

누군가가 회의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한금만의 손자인 한상인이었다.

“덕분에 좋은 걸 알게 됐네요.”

-별말씀을.

이준이 한금만과 전화를 끊었다.

한상인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이준에게 전해 줬다.

“할아버지께서 전해 달라는 물건입니다.”

“고마워요. 이걸 바로 보일 수 있게 해 주시겠어요?”

“네.”

한상인이 USB를 다시 받아 컴퓨터에 연결했다.

이준은 회의실에 있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화면에는 USB에 담긴 폴더가 열려 있었다.

“우선 이것 좀 봐 주셔야겠어요.”

한상인이 하나의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어두운 밤, 컨테이너가 가득한 곳에서 여섯 명 정도 되는 인원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저, 저건!”

“최 가주께서 아시는 영상입니까?”

“아, 아닙니다.”

최 가주라는 사람은 말을 더듬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는 동영상이 재생될수록 안색이 창백해졌다.

컨테이너를 열어 안의 물건을 확인시켜 주고 돈을 받는 한 남자.

어두워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곳에 있는 누군가와 닮아 있었다.

“저건 최 가주님이 아닙니까?”

“그 영상이 무엇이기에 틀어 주시는 겁니까?”

가주들의 물음에 이준이 도리어 질문했다.

“최 가주가 거래하는 물건이 뭔지 알아요?”

“파란색으로 빛나는 물건은 마정석 같은데 다른 건 보이지 않습니다.”

“최상급 마정석과 사령초입니다.”

“그게 어떻다는 겁니까?”

“저 두 가지 물건은 천외천이 강시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예요.”

“아, 아닙니다!”

“뭐가 아닐까요?”

“저, 전 그냥 일본의 부호가 돈을 많이 준다길래 구입해서 되판 것뿐입니다!”

“사령초는 약재로도 쓰이는데 늦은 밤 중에 쥐새끼처럼 거래했을까요?”

이준의 추궁에 최 가주가 눈알을 굴렸다.

“저, 저들이 밤에 거래하자고 해서….”

“가문 연맹회의 일원이 그것도 직접 거래에 나섰다? 이상하지 않아요? 가솔들을 시켜서 거래해도 될 텐데요.”

“즈, 증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제가 거래한 이들이 천외천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최 가주가 버럭 소리쳤다.

동영상 하나 가지고 그를 매국노로 몰 수 없었다.

이에 한상인이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최 가주에게 이어, 반서 그룹 회장도 최상급 마정석과 사령초를 밀반출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최가주와 반서그룹 회장은 각각 이씨세가, 대국건설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또한 광주, 울산, 제주의 리조트 호텔, 클럽의 주인들이기도 했다.

“동영상의 공통점은 바로 가주들의 눈동자입니다.”

한상인이 동영상을 되돌려 다시 보여 줬다.

최 가주가 돈을 만지고 있을 때 아주 잠깐!

눈이 빨간색으로 빛났다.

나머지 동영상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영상을 멈춘 한상인이 말했다.

“이 부분입니다.”

“정말.”

“최 가주! 사기라도 익힌 것이오?”

“아, 아닙니다! 문회장, 말 좀 해 보시오.”

최 가주와 반서 그룹 회장이 당황해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오!”

“동영상에 보였다시피 저 사람들의 눈은 사기로 번들거렸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천외천에게 정신이 제압당한 거지요.”

“내, 내가?”

“그럴 리 없습니다!”

“난 이윤을 많이 남겨 준다길래 거래를 한 것뿐인데….”

범인으로 몰린 가주와 회장이 격렬히 부정하고 있는데 한상인이 끼어들었다.

“마지막 대화가 남았습니다.”

“또 있소?”

“놀랍지도 않소이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대화는 최 가주와 반서 그룹 회장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곧 일본에 큰일이 일어날 거다. 일본의 전 국민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거니 그때 우리를 돕겠다고 나서 주시면 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물건은 준비되는 대로 구해서 보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약속은 꼭 지켜 주겠다. 림의 이름을 걸고 너를 오대 가문의 주인으로 만들어주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떤 일이든 따르겠습니다.

‘림’이란 단어가 나왔다.

생소하게 들렸지만 이준은 림이란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혈림!

천외천의 지주가 이끄는 단체였다.

림이란 단어가 나왔으니 확인은 끝났다.

그리고 대화에서 이미 천외천의 수족이라고 자백한 것과 다름없었다.

“저 림은 천외천의 지주가 속한 사혈림이란 곳일 거예요. 최 가주와 반서 그룹 회장은 오대 가문의 자리를 놓고 천외천과 거래를 한 거지요.”

이준이 확인 사살을 하자, 나머지 가주들이 분개했다.

“버러지 같은 작자들을 보았나!”

“오대 가문에 들려고 나라를 팔려고 해?”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당장 잡아들여서 천외천과 내통하고 있는 가문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최 가주가 웬일로 일본을 적극적으로 돕나 했어요”

“저들을 전부 잡아들이게.”

검제의 명령이었다.

가주들은 최 가주를 비롯한 동영상에 나온 이들을 포박했다.

“어, 억울합니다!”

“전 저들이 천외천인지 몰랐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천외천과 내통한 이들이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저들의 생각대로 움직였다는 게 부끄럽소.”

“친분이 있는 월령검의 부탁 아닌가요. 저라도 검제 님처럼 행동했을 거예요. 다만, 월령검도 너무 믿지 마세요.”

“월령검을 말이오?”

“그도 천외천과 관련 있을 거예요. 사혈림이 숨어 있는 곳이 바로 암사회라는 정보를 입수했거든요.”

“정말이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제가 직접 확인할 생각이에요.”

“직접 확인한다면… 일본에 가려 하는 것이오?”

“일본에서는 제가 꼭 와 줬으면 하는 모양이니 응해야죠.”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검제와 괴개는 저 미소가 어떤 것인지 이제는 잘 안다.

그의 생각은 모르나, 분명 사고를 치려는 것 같았다.

* * *

다음 날.

이준은 가문 정문에서 가솔들의 배웅을 받았다.

“꼭 혼자 다녀오셔야겠습니까?”

“그게 편해. 대신 내가 파랑이를 데려가잖아.”

“뀨웃!”

파랑이가 이준의 어깨에서 작게 울었다.

“백호한테 훈련 잘 받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무극대가 죽는 일은 없었으면 해.”

“명심하겠습니다.”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땅바닥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애들을 부탁한다.”

[난 보모가 아니다. 네게 목숨 빚을 갚기 위해 행동할 뿐이다. 널 따라가고 싶지만 내 약속부터 이행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니 오해하지 말도록.]

백호는 현재 작은 강아지만 한 크기를 하고 있었다.

백호의 힘이 워낙 강해서 몸을 작게 하지 않으면 주변이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하는 수 없이 아기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앙증맞은 모습과는 달리 오만한 말투는 흑염마조와 닮았지만.

누가 사신수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똑같았다.

“지안이도 잘하고 있어. 애들한테 게으름 피우지 말라고 전해 주고.”

“네.”

이지안은 대답하면서도 이준의 옷깃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러면 나 못 가는데.”

“어허! 어디서 함부로 가주님의 옷깃을 만지는 것이냐.”

이의태가 손녀인 이지안을 나무랐다.

그녀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옷깃을 놨다.

그런 그녀를 향해 이준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기념품 사 올게.”

“네….”

모두와의 인사를 마친 이준이 손을 흔들곤 경공을 펼쳤다.

그의 처음 목적지는 오사카였다.

전생에 일어났던 오카사 게이트 폭발의 징후를 알아보려는 거다.

게이트가 일본 전역에 발생했다니, 오카사 게이트 폭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만약 폭발이 일어난다면 연쇄 작용을 할 터.

우선 이걸 막은 다음, 지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생각이었다.

‘그러는 김에 폭발로 죽은 요령도 찾아봐야지.’

이명은 요령요화.

일본의 각성자로 천외천에게 대항하던 여자였다.

그녀의 특기는 강시파괴술.

게이트 폭발로 죽지만 않았더라면 천외천에게 큰 타격을 줬을 만한 인물이었다.

지주를 쉽게 상대하려면 꼭 필요한 여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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