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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71화 (369/705)

제367화

신기지가는 어수선한 상태였다.

그동안 식량을 훔친 범인을 발견한 것.

범인은 바로 웨어파드였다.

그림자도 밟지 못했는데 드디어 도둑놈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모두 합심해서 웨어파드를 잡으려는 그 순간!

웨어파드의 몸에서 갑자기 빛이 나더니 감쪽같이 사라진 게 아닌가.

혹여나 순간 이동이라도 했나 싶어서 주위를 삼엄하게 경계를 했지만 하늘로 솟은 건지, 땅으로 꺼진 건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다 잡은 범인을 놓친 신기지가의 각성자는 분해했다.

“젠장! 내 눈앞에서 놓치다니!”

“웨어파드가 빠르다는 건 들었지만 순간 이동까지 할 줄이야.”

“블루급 몬스터가 순간 이동이라는 고등급 스킬을 사용하는 건 처음 봤어….”

“순간 이동이 맞긴 한가요? 블링크 같지는 않아 보이던데 말입니다.”

“순간 이동이 뭐가 중요해. 우리가 웨어파드를 놓쳤다는 게 중요하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이준이 등장했다.

한민성 이사장이 이준을 향해 무언가 말하려는데 이준의 음성이 더 빨랐다.

“웨어파드는 제가 처리했어요.”

“정말입니까?”

“네. 앞으로 신기지가에는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웨어파드의 몸이 빛으로 감싸였던 이유가 이 선생님 때문이군요.”

블루급 몬스터가 순간 이동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은 한민성이었다.

이준이 손을 써서 웨어파드를 처리한 거라고 여겼다.

“이제 골칫거리는 사라졌으니, 제가 부탁한 일에 집중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신기지가의 일은 일단락됐다.

웨어파드의 부족한 식량으로 시작된 일이 나중에는 신기지가의 멸문으로 이어졌다.

전생과는 달리 현생은 웨어파드를 깔끔하게 처리했으니 전생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이 자잘한 사건 때문에 신기지가가 골로 갈 줄 누가 알았겠어.’

지주는 웨어파드가 벌였던 소동과 유사한 일을 꽤 많이 일으켰다.

작은 사건부터 시작해서 일을 키우는 게 지주의 작전.

자신이 전생의 일을 몰랐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터.

전생의 기억을 지녀서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인지했다.

‘지주는 앞으로 이런 일을 많이 만들어 낼 거야. 천외천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들. 하지만 이 모든 걸 지주가 계획한 거니 앞으로는 작은 사건도 눈여겨 봐야 해. 물론 그 전에 내가 먼저 흔들어 놔야지.’

백호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장소.

태안 신너루 해변에 백호가 봉인되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수호혼을 노리는 천외천이라면 반드시 나타날 테니 적을 흔드는 일은 그때부터다.

생각을 마친 이준은 한민성 이사장과 함께 무사고로 돌아갔다.

* * *

중간고사가 시작한 지 3주가 넘어서야 시험이 끝났다.

1등은 특별 1반.

이견이 없는 등수였다.

특별 1반 학생들은 무사고의 자랑답게 압도적인 무력을 뽐냈다.

누구 하나 떨어진 사람이 없었다.

진경수는 철룡이 아닌, 투룡.

적이라 판단하면 무작정 싸움을 걸며 박살을 냈다.

허수도 이에 지지 않았다.

섬전도에서 광마도로 변한 이명답게 진경수와 마찬가지로 광란의 춤사위를 벌였다.

정예은이 막지 않았다면 허수의 도에 학생들의 목이 죄다 잘려 나갔을 판.

모든 훈련을 실전처럼 하라는 이준의 말을 제일 잘 수행한 허수였다.

다른 학생들도 뒤떨어지지 않았으나, 진경수와 허수의 임팩트가 너무도 강렬했다.

“1등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한민성은 한지유에게 상을 주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그녀는 한민성의 조카.

신기지가의 자랑이었다.

진법에만 일가견이 있던 신기지가에 검귀가 출몰한 것.

한지유의 실력은 이번 중간고사로 다시 한번 증명됐다.

신기지가가 진법만이 아닌, 검법도 잘쓴다는 사실을.

“당연한 결과 가지고 그렇게 웃으시네요.”

한민성의 뒤에 서 있던 이준이 작게 말했다.

한민성은 복화술로 대답했다.

“좋은 걸 어떻게 합니까.”

“다 제 덕분인 거 아시죠?”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지유한테 신기지가의 일도 잘 말해 주세요.”

“이 선생님의 노고가 컸다고 이야기하겠습니다.”

특별 1반의 시상이 끝나고 다음 특별 2반의 대표가 올라왔다.

특별 2반의 대표는 탁하늘이었다.

입학식 때 이지안에게 된통 당한 그가 2반의 반장이 됐다.

그 또한 중간고사에서 큰 활약을 펼친 학생 중 한 명.

허나 그는 커다란 벽을 느끼고 말았다.

특별 1반이란 벽을.

특별 1반은 넘볼 수 없는 성역이었다.

괜히 천재 중의 천재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늘 학생도 고생했어요. 앞으로 더욱 노력해 주세요.”

“예! 이사장님!”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이준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는 몸을 돌려 폰을 확인했다.

사형준의 전화였다.

시상대에서 내려온 이준이 전화를 받았다.

“나타났어?”

[예. 천외천으로 보이는 자들입니다.]

“등급은 어때 보여?”

[AA급 완숙은 된 것 같습니다.]

“그 정도 경지면 정찰병치곤 꽤 직급이 높은 놈을 보냈네. 알았어. 내가 갈 테니까 기다려.”

[직접 오시는 겁니까?]

“사 대주가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태안에서 얻어야 할 아티팩트가 있어. 그러는 겸 녀석들의 정보도 캐 봐야지.”

[그러면 놈들의 뒤만 쫓겠습니다.]

“응. 곧 갈게.”

이준이 전화를 끊었다.

다시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지주의 측근들.

한국을 포기하지 않고 지겹게도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무극자 사부의 신물이 탐나겠지만, 너희들한테는 절대 넘겨줄 수 없어.’

천외천에게 사부의 신물이 넘어가면 큰 재앙이 일어날 터.

저들이 원하는 대로 놔둘 수 없었다.

[이사장님. 잠시 자리 좀 비워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일입니까?]

[충남 태안에 천외천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포기를 모르는군요. 저도 시상식이 끝나면 이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급한 건가요?]

[마정석과 사령초를 대량으로 구입하려는 단체를 찾았습니다.]

[어딥니까?]

[사련입니다.]

[사련이라면… 사사키 미나미가 련주로 있는 곳 말입니까?]

[네.]

전생에 사사키 가문은 천외천과 관련이 없었다.

천외천이 세상에 나왔을 때는 조용히 봉문하고 자신들의 안위를 지켰다.

그런데 한민성의 입에서 사사키 가문의 이름이 나왔다.

그 말은 즉.

‘나로 인해 미래가 또 변했다는 거네.’

아마도 사사키 유우의 죽음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지주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사령술의 대가였다.

그녀가 사사키 유우를 살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천마강시나, 활혼강시로 사사키 련주를 꼬셨을 터.

지주의 속삭임은 악마의 유혹과도 같았으리라.

자식을 살리기 위해 악마에게 목숨까지 팔 수 있는 게 바로 부모의 마음이었다.

일본은 대표하는 사사키 가문이 천외천 밑으로 들어갈 이유는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혹, 사사키 가문이 가문 연맹회에 접근해 오면 제게 꼭 말해 주세요.]

[그러겠습니다.]

이준이 고개를 숙이고 충남 태안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 * *

태안에 나타난 십여 명의 인물들.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었다.

그들은 마치 관광 온 사람들처럼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다녔다.

기념품도 사고, 밥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까지 떨었다.

수상한 낌새는 전혀 없는 일본인들.

수다를 다 떨었는지 카페에서 나왔다.

그들은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대주. 저들이 정말 천외천 놈입니까?”

“확실하다. 기운에서 음유한 느낌이나. 관광버스를 따라간다.”

무극대는 최대한 몸을 숨기며 뒤를 밟고 있었다.

관광버스가 멈춘 곳은 신너루 해변.

버스에서 사람들이 주르르 나왔다.

자유행동 시간인지 관광객들이 뿔뿔히 흩어졌다.

사형준이 찍은 열 명만이 게이트가 열린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게이트 관리자를 제압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대주. 우리도 진입할까요?”

“여기서 대기한다.”

“그러다 게이트가 닫히면요?”

김봉팔의 말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사형준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우린 천외천이 도망치지 못하게끔만 하면 돼.”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천외천으로 보이는 이들이 전부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런데 대주. 저놈들하고 우리랑 뜨면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막상막하다.”

“무식하게 강하네.”

“저런 괴물들은 대체 어디서 자꾸 튀어나오는 거야.”

현재 이곳에 와 있는 무극대는 백 명.

남은 인원은 가문에 있었다.

한데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낸 천외천은 고작 해 봐야 열 명 남짓이었다.

백 명의 무극대와 천외천이 막상막하라고 하니 괴물이 따로 없지 않나.

“열 명으로 보이지만, 우리보다 숫자가 많다.”

“그건 또 무슨 소리래요?”

“저놈들은 사령술사들이야.”

“아!”

“네크로맨서요?”

“그래. 열 명으로 보이지만, 소환술을 사용한다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를 보유할 거다.”

“너튜브에서 네크로맨서가 싸우는 거 봤는데 지리던데.”

“제일 상대하기 껄끄러운 직업 중 하나가 네크로맨서라는 소리가 있어요.”

“해외에서는 귀족직업이라고 난리예요.”

“싸우는 거 봤는데 허덜덜하기도 했거요.”

“물량으로 밀어버리니까 솔직히 무서웠어요.”

네크로맨서는 그야말로 일인 군단.

능력에 따라 수백의 해골을 소환할 수도 있고.

수천의 망자를 소환할 수도 있었다.

거기다가 소환수가 중무장하기까지 하면 위압감은 실로 엄청났다.

“막내들아, 우린 사신수호무를 익힌 각성자야. 네크로맨서든 마법사든. 적이면 그냥 다 때려 부숴야지.”

“부대주의 말이 맞다. 적이라면 그 어떤 놈이든 해치우는 게 우리의 일이다.”

앞으로 싸워야 할 천외천은 사령술사로 이루어진 이들.

서양의 네크로맨서들보다 훨씬 강한 적들이다.

벌써부터 기세에서 밀린다면 본격적인 싸움이 있을 때는 많이 위축된 상태로 싸우게 될 터.

그리된다면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지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시나.”

“주군!”

“주군을 뵙습니다.”

“가주를 뵈어요.”

이준이 나타나자 무극대가 예를 갖추었다.

무사고에 있었던 그가 태안에 나타났다.

“뭔데 얼굴들이 심각해?”

“네크로맨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무극대의 막내인 세호가 대답했다.

“이번에 나타난 놈들 꽤 강해 보이지?”

“강령술사란 말을 듣고 저렇게 쫄아 있습니다.”

“능력이 뛰어난 강령술사는 군단급이니까 이해해. 하지만 너희가 익힌 무공은 그 일인 군단도 찜 쪄 먹을 거니까 너무 겁먹지는 마.”

“들었냐 주군의 말씀을? 난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김봉팔은 이때다 싶어서 무극대원들을 갈궜다.

주군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둥.

그런 썩어 빠진 정신머리로 무극대에 있냐는 둥.

나 때는 허약한 생각 따윈 안 했다는 둥.

침까지 튀겨 가며 열변을 토했다.

“그만해.”

“아직 한참은 남았지만, 주군께서 그만하시라니 멈추겠습니다.”

“천외천은 게이트에 들어갔어?”

“예. 주군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게이트가 안 닫힌 걸 보니, 오픈 게이트인가?”

오픈 게이트는 몬스터를 공략해도 문이 닫히지 않는 걸 말했다.

다른 이름으로는 리젠 게이트.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픈 게이트가 아닌 리젠 게이트라 불렀다.

“들어가서 도망가지 못하게 닫아야겠다.”

이준은 움직이자 무극대가 뒤를 따랐다.

지잉-

[레드급 게이트인 ‘녹수림’에 입장하셨습니다.]

이준은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눈에 보이는 어이없는 광경.

먼저 게이트에 들어갔던 천외천이 전부 죽어있는 게 아닌가.

전투가 일어났는지, 주변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열 명의 시체는 짐승에게 살이 뜯긴 듯 보였다.

바닥에 널브러진 뼈 잔해들은 또 어떤가.

수백 구의 뼈가 부서져 있었다.

“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김봉팔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형준을 비롯한 무극대도 경계를 취했다.

천외천이 게이트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로 발견됐다.

이 말은 천외천을 죽인 몬스터가 근처에 있다는 뜻.

언제 어디서 공격해 올지 몰랐다.

이준이 눈살을 찌푸린 채 상황을 판악하려는 순간!

“아악!”

뒤에서 무극대원의 비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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