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63화 (361/705)

제359화

[개방의 돌이 힘을 발휘합니다.]

[게이트의 균열이 잠시 봉인됩니다.]

한지유와 이지안만이 새로 뜬 메시지를 봤다.

“어떻게 된 일이지?”

두 사람이 전방을 응시하고 있을 때 검은 옷을 입은 한 무리가 나타났다.

“멈추세요!”

한지유가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이에 심법을 돌리고 있던 학생들이 눈을 떴다.

“뭐야?”

“사람? 몬스터는 아닌데.”

“게이트가 안 닫혔나?”

“예감이 안 좋습니다.”

“나도 그래.”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다.

한지유의 외침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들.

서로 얼굴이 보이는 거리에 도달하고서야 자리에 멈춰 섰다.

한지유는 그들을 향해 경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죠? 게이트 밖에는 무사고에서 파견 나온 통제관이 지키고 있을 텐데요.”

“아, 그 통제관이라면 우리가 죽였지.”

챙-

학생들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꺼냈다.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이들이 분명했다.

“나가세요. 현재 무사고에서 진행하는 시험을 치르고 있어요.”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지?”

“야. 그냥 빨리 죽이자.”

“예쁜 아이가 물으니 대답을 해 줘야지. 어린아이들한테만 마음이 동했는데 오랜만에 짜릿하네. 역시 빙화인가?”

빙악이 복면 사이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눈에서 탐욕과 색욕이 이글거렸다.

누가 변태 아니랄까 봐 한지유를 보자 음심부터 품었다.

“난 저년이 마음에 들어. 여태까지 봤던 여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음악도 이지안을 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들은 원래의 임무도 잊은 채 욕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부터 끝내시오. 나중에 해도 늦지 않소.”

종을 든 남자가 빙악과 음악을 말렸다.

“일을 끝내면 저 아이를 데려가도 좋소?”

“마음대로 하시오. 싸움을 이기면 전리품은 응당 챙기는 게 권리 아니겠소?”

“화끈해서 좋소이다. 하하하.”

빙악이 호탕하게 웃었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저들의 이야기를 듣던 류가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빙악 어르신? 원찬아, 많이 들어 본 목소리 아니야?”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저 사람은 음악 님 목소리를 내던데….”

홍원찬은 안경을 끌어 올리면서 눈을 좁혔다.

저들의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피려는 모습이었다.

“우릴 바로 알아봤구나.”

“애초에 정 체를 숨길 생각은 없었으니, 그래 너희가 생각하던 사람이 맞다.”

빙악과 음악이 복면을 내려 순순히 정체를 밝혔다.

“당신들이 여긴 왜…?”

류가을과 홍원찬, 조용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악인 중 세 명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그뿐인가.

좋지 못한 의도로 나타난 게 분명했다.

“미안하지만 이곳에서 죽어 줘야겠다.”

“네!?”

류가을의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저들의 행실이 옳지 못했지만 그래도 같은 세력.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진 않았다.

“너희 부모를 자극할 생각이거든.”

“아버지가 알면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예요!”

“그 전에 네가 우리한테 먼저 잡혀 죽겠지. 크크.”

“이참에 이 삼촌이 널 귀여워해 주마.”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음악은 흥분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같은 세력이라 건드리지 못했던 류가을.

얼음의 꽃이란 이명을 지닌 한지유.

신비롭다 못해 성스러운 이지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여자가 세 명이나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거기다 그에 못지않은 독화와 암화까지.

꽃밭 그 자체였다.

음악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형님. 저 미친놈들 뭐라고 지껄이는 겁니까?”

“주제도 모르는 변태 잡종 새끼인 것 같은데?”

“음악이 추접하기론 손에 꼽는다더니 그 말이 딱 입니다.”

“저 불X을 확 때 버릴까?”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라. 손녀뻘을 보고 땅콩만 한 X이 선다는 게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싶다. 음귀가 죽었어도 정신을 못 차린다.”

진경수가 음악을 자극했다.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그의 아들, 음귀가 이준에게 골로 간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 주둥이를 찢어 버리겠다!”

쾅!

아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흥분한 음악이 땅을 박차며 진경수를 향해 쇄도했다.

진경수도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 나갔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싸움.

“존자께서 오시기 전에 빨리 끝내시오.”

“알겠소.”

빙악과 검악도 학생들을 향해 짓쳐 갔다.

몬스터보다 많은 숫자의 각성자들이 달려들자 한지유가 소리쳤다.

“은비네 조는 예은이랑 같이 전륜마멸진을 펼쳐. 너희 세 명은 결계 안에서 나오지 말고. 저들의 목표는 너희인 것 같아.”

그러고는 한지유도 곧장 싸움에 합류했다.

* * *

수백 명과 아홉 싸움.

보통은 숫자가 많은 쪽이 이겼다.

하나 특별 1반은 지옥의 훈련으로 단련된 몸.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뛰어난 무력을 가졌다.

특히 한지유는 이들 중에 유독 강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닌 재능.

명석한 두뇌.

강철같은 체력.

여기에 개화한 특성과 무공까지.

그녀를 무시무시한 각성자로 만들어 주었다.

“내 살검을 가볍게 쳐 내는 걸 보니 대단하구나.”

까강깡깡!

한지유는 검악과 손을 나누고 있었다.

허공에 부딪히는 두 개의 검.

보통 사람의 눈엔 안 보일 만큼 빠른 격돌이었다.

누구 하나 밀리지 않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검악이 조금씩 밀렸다.

한지유의 평온한 표정과는 달리, 검악의 이마는 점점 일그러졌으니까.

그녀가 검악에게 조금씩 앞서가는 사이.

진경수와 음악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펑!

음악이 날린 장력이 공중에서 터졌다.

“그것뿐이 안 돼? 더 나를 몰아쳐 보란 말이야!”

진경수의 손과 발은 쉬지 않고 음악의 공격을 받아쳤다.

입을 놀리는 건 덤.

음악을 계속 도발하며 자극했다.

“이 빌어먹을 애송이 새끼가!”

끼아아악!

게이트 안을 뒤흔드는 소리.

음악이 사용한 음공이었다.

그 소리는 내공을 흩어지게 했으며, 사람을 흥분시키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발정 난 개새끼답게 무공도 아주 거지 같구만.”

진경수는 이미 내공으로 귀를 보호한 상태였다.

다리에 힘을 주어 하늘 높이 뛴 그가 다리를 직각으로 올려 음악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억!”

음악은 재빨리 뒤로 몸을 뺐다.

거구인 것과 다르게 스피드가 빠른 진경수.

그의 발이 음악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쾅!

진경수의 각법이 땅을 강타했다.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대지였다.

“쥐새끼같이 잘도 피하네.”

“내가 오늘 네 입을 찢어 버리지 않으면 음악이란 이명을 버리마.”

두 사람이 다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정예나와 빙악도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조금 더 우세를 점하는 사람은 빙악이었다.

“넌 내 취향이 아니니 저리 꺼지거라!”

“윽! 나도 늙은이는 질색이거든!”

정예나의 비사장과 빙악의 장백신장이 부딪혔다.

독장과 빙장.

서로 상반된 기운을 지녔다.

독장은 양기, 빙장은 음기.

상반된 기운이라 그런가.

두 장력이 부딪힐 때마다 더 큰 폭발이 일어났다.

정예나의 주변은 독 지대가 됐고, 빙악의 주변은 얼음 지대가 됐다.

모두가 격렬히 싸웠다.

하나 문제는 상대의 숫자.

머릿수였다.

한지유, 정예나, 진경수가 선방을 한다지만 나머지 적은 이지안을 비롯한 나머지 학생들이 막아야 했다.

“지안아. 너도 전륜마멸진을 같이 펼치는 게 어때?”

“전 혼자가 편해요.”

“네가 그렇다면… 몸조심해.”

“언니도요.”

박은비네 조는 삼악이 끌고 온 각성자들을 상대했다.

AA급 초입 각성자 네 명이 펼치는 전륜마멸진.

그 위력은 상당했다.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보다 더한 공격력을 발휘했다.

원래부터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법이랄까.

적의 숫자는 많았지만 박은비네 조가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가 됐다.

남선호의 쌍검술, 서혜지의 침술, 박은비의 기공, 정예은의 암기.

전위에 있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적은 수십 명씩 나가떨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가 종을 흔들었다.

딸랑!

소리에 맞춰 박은비네 조를 향해 날아가는 인원들.

그들은 조법을 사용하는지 손톱을 바짝 세워 박은비네 조를 공격했다.

“다른 놈들이야!”

“나와! 내가 막을게.”

남선호가 전위로 이동해서 쌍검을 교차했다.

끼이이익!

손톱이 남선호의 검을 긁었다.

불꽃이 튀는 순간 목석같은 남자의 반대편 손이 검을 때렸다.

쾅!

“윽!”

남선호는 쌍검을 교차한 자세 그대로 밀려났다.

“괜찮아?”

“응. 손만 얼얼할 뿐이야.”

“삼악이 데려온 놈들하곤 다른데?”

삼악의 부하들은 모두 B에서 A급.

최정예만 뽑아서 데려온 이들이었다.

그들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지만 AA급 초입에는 비비지 못했다.

더군다나 전륜마멸진을 펼친 박은비네 조를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였다.

그런데 목석같은 이들은 달랐다.

한 번 충돌한 것만으로도 보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남선호.

그는 조원들에게 경고를 했다.

“강한 것 같아.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마.”

* * *

학생들 모두가 분전했다.

레드급 몬스터인 고스터웍이나 데스템플러의 물량도 버텨 냈다.

몬스터보다 약한 적들을 못 버텨 낼까.

고작해 봐야 삼악의 부하였다.

푸확!

이지안의 창이 목석같은 남자의 몸을 갈랐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그녀가 뒤를 돌았다.

지척까지 다가온 적과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에 감정이 없어.’

백설이 한기를 머금은 채 앞으로 찔러졌다.

적은 그녀와 가까이 있음에도 공격을 막아냈다.

창두가 남자의 손에 잡혔지만.

쩌어억!

극한의 냉기가 손을 타고 올라가며 몸을 얼려 버렸다.

‘이상해. 저 사람이 종을 흔들 때마다 남자들이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이지안은 곧장 목표를 변경했다.

종을 든 남자를 향해 보법을 밟으며 성큼 다가갔다.

그러자 목석같은 남자들이 옆에서 불쑥 나타나 그녀를 공격했다.

퍼벅!

“흑!”

이지안의 신형이 뒤로 날아갔다.

땅을 여러 번 구르고서야 자세를 바르게 잡을 수 있었다.

입에 고인 핏물.

“퉷!”

이지안은 피를 바닥에 뱉으며 일어났다.

‘종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면… 강시술?’

섭혼술도 있었지만, 사물을 통해 명령을 내리는 건 강시술뿐이었다.

무엇보다 적은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눈도 흐리멍덩했고 말이다.

‘강시술이 맞다면 시전자만 죽이면 끝나.’

생각을 마친 그녀가 박은비를 향해 외쳤다.

“은비 언니! 종을 든 남자가 이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어요! 저 남자를 공격하면 끝나요!”

이지안이 곧장 움직였다.

호보를 밟으며 남자에게 접근했다.

조금 전과 같이 남자를 보호하는 이들이 불쑥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시선을 잡아끌기 위한 어그로.

진짜는 박은비네 조였다.

“예은아!”

“네!”

남자에게 접근한 정예은의 손에서 여러 마리의 붉은색 나비가 날아갔다.

혈접.

무기는 물론 몸에 박히면 내부 기혈을 모두 끊어 놓는다는 암기였다.

한 마리만 해도 위력이 어마무시한데 무려 여러 마리가 허공을 날았다.

남자의 몸 근처까지 날아간 나비가 각자 경로를 바꿔 공격하는데.

딸랑!

종소리가 울리더니 혈접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말도 안 돼!”

강한 내공을 사용한 공격이었으면 몰라도 고작 종소리 한 번에 공격이 무력화된 것이다.

“위험한 공격이었다. 무사고의 학생들이 현역보다 강하다더니 맞는 말이구나. 하지만 우리에겐 안 된다.”

종소리가 다시 울리자.

“크아아악!”

“우워어억!”

괴상한 울음과 동시에 남자들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날카로워진 손톱과 이빨.

창백한 얼굴에는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 흉측함을 더했다.

쾅!

“컥!”

“선호야!”

“악!”

순식간에 변한 남자들의 기운에 박은비네 조가 나가떨어졌다.

이지안도 마찬가지였다.

손톱에 등이 긁히고 주먹과 발에 맞아 쓰러졌다.

그 무렵.

생명의 샘 게이트 앞에 사령존자가 도착했다.

“이제 우리가 영웅이 될 차례다. 차질없이 잘하도록.”

“일본에서도 잘해 온 일입니다. 맡겨 주십시오.”

“크크. 내 한국 데뷔가 잘 치러졌으면 좋겠군.”

그 말을 끝으로 사령존자와 아홉 명의 인원은 게이트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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