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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49화 (347/705)

제345화

그날 저녁.

이준은 학교를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거리에 설치된 CCTV에 안 걸리게끔 조용히 움직였다.

경공을 펼쳐 도착한 곳은 은평구에 위치한 높은 빌딩 앞이었다.

“누, 억!”

이준은 빌딩 앞을 지키고 있던 각성자 두 명을 기절시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CCTV부터 불능으로 만들어야겠지?”

CCTV는 길거리에만 설치되어 있는 게 아니고 건물 안에도 CCTV는 많았다.

CCTV를 피해 왔건만 건물 안에서 들키면 여태 헛수고를 한 게 아닌가.

이준이 발을 굴렀다.

그의 몸에서 방출된 기가 빌딩 전체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건물에 설치된 CCTV가 모두 터졌다.

“증거 수집할 수단은 없어졌으니까 이제 무맹의 맹주님을 만나러 가 볼까?”

이준이 느긋하게 움직였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올라갔다.

CCTV가 먹통이 되자 무맹의 각성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왜 CCTV가 안 나와?”

“통신 장비는 어때?”

“정상입니다.”

“전파는?”

“정상입니다.”

“CCTV만 고장 났어?”

“그런 것 같습니다. 침입자일까요?”

“사마련이 움직였다는 보고는 못 받았는데… 우선 무슨 일인지 확인해 봐.”

보안실 각성자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파괴된 CCTV를 일일이 확인하러 다녔다.

그때였다.

-통신 보안! 여긴 비둘기. 적이 나타…

보안실의 무전기에 무맹 각성자의 목소리가 끊겼다.

“적!?”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비상을 때려야지!”

보안실 각성자가 뚜껑이 닫혀 있는 버튼을 열어 눌렀다.

에에에엥!

빌딩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건물 안에 있는 무맹의 각성자들이 각자의 무기를 챙겨 나왔다.

“무, 무슨 일이지!?”

“X발. 자다가 뭔 난리래.”

“뭔데?”

-긴급상황! 빌딩 내 침입자 발생! 전 각성자는 즉시 침입자를 소탕하기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한다.

건물 스피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침입자라는 소리에 무맹의 각성자들이 분노했다.

“미친 새끼 아니야?”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와!”

“사마련 놈들일 게 분명해.”

“다 죽었어!”

무맹의 각성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침입자를 찾아 나섰다.

현재 무맹은 사마련과 분쟁할 정도로 커진 상태.

그들의 어깨가 한껏 높아져 있을 때였다.

옛날이었다면 사마련 각성자만 봐도 도망쳤을 테지만 지금은 기세가 등등했다.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무맹의 각성자와는 달리 이준은 여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상계단에서 마주친 각성자를 단번에 기절시키는 이준.

손짓 한 번에 세, 네 명씩 떨어져 나가는 이들.

그들은 이준의 얼굴을 보고 놀란 즉시 기절하고 말았다.

각성자의 등을 밟으며 사뿐히 위로 올라가며 중얼거렸다.

“이런 실력 가지고 선을 넘었다 이거지? 내가 물로 보였던 거야.”

혼잣말을 하는데 살기가 진동했다.

이준의 수준은 심즉살.

상대방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는 경지에 있었다.

C와 B등급 천지인 무맹의 각성자는 이준에겐 밟으면 죽일 수 있는 벌레와 같았다.

“사부님이 옆에 계셨다면 난리 쳤겠네. 자신의 뒤를 이었으면서 수준 이하의 놈한테 얕보였다고 말이야.”

이준이 피식 웃었다.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천하제이인이 될 놈이 개나 소한테 얕보이면 되겠느냐. 내 때는 눈도 쳐다보지 못했느니라.

“알았다고요. 그래서 응징하러 가잖아요.”

이준의 얼굴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고 싶은지.

고운 정, 미운 정 다 쌓였나 보다.

“파랑이도 사부님 보고 싶지?”

“뀨우!”

파랑이가 주머니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어 고개를 끄덕였다.

“형도 그래. 잔소리하는 사부가 없으니까 혼자 다니기 심심하네.”

“뀨뀨!”

파랑이는 자기가 있다고 걱정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 너밖에 없다.”

이준이 파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 올라갔다.

비상계단 문이 한꺼번에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많은 인원이 몰려오는 느낌.

“이래도 수뇌부들은 안 나와? 무능하기 짝이 없네.”

자신의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

그러니 수하들만 주야장천 보내는 거다.

무맹의 맹주씩이나 되는 작자가 정치질만 하지 실력은 형편없었다.

“새로 뽑힌 맹주라더니. 기선 제압은 제대로 해 줘야겠구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준의 몸에서 회색 아지랑이가 뿜어졌다.

그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기운.

털썩!

건물 내에 있는 무맹의 각성자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이준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한 거다.

* * *

무맹의 본부 맨 꼭대기 층.

맹주실은 굉장히 컸다.

오대 가문의 가주실보다 더 넓고 화려한 가구들로 가득했다.

돈으로 처바른 느낌이랄까.

그곳에서 젊은 남자가 유리창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보이는 저 불빛은 봐도 봐도 예쁘단 말이지. 안 그래 김 비서?”

“동의합니다.”

“내가 저녁을 좋아하는 이유야. 저 불빛이 내 현재의 위치를 알려 주거든.”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가실 겁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 무맹은 오대 가문 위에 설 거니까.”

“맹주의 옆에서 함께하겠습니다.”

“하하. 날 믿어 줘서 고마워.”

무맹의 맹주가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굉장히 젊었다.

30대 중반 정도로 젠틀한 이미지를 지녔다.

이름은 서도원.

최근 풍운왕이란 이명이 붙은 신진 각성자였다.

왕의 칭호를 가진 자답게 등급은 AA급 초입.

새로운 왕의 등장에 국민들이 엄청난 성원을 보냈다.

이를 기반으로 무맹의 영역을 확장한 결과 지금의 거대한 단체로 거듭났다.

그가 소파로 와서 앉았다.

“사마련과의 분쟁은 어때?”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거예요.”

“아주 좋아! 그래야 국민들이 우리 무맹을 더욱 찾지.”

“문제가 있다면 가문연맹 산하에 있는 지방의 중소 가문에서 반발이 심하다는 겁니다.”

“우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하면 되잖아. 무시해.”

“그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또한 몇몇 장로들이 더는 세력을 넓히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비서의 말에 서도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친 늙은이들이 입만 살아가지고는.”

“전 맹주의 사람들이기도 하고 오대 가문을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 적 오대 가문을 말하고 있어! 이젠 이빨 빠진 호랑이일 뿐인데.”

“저도 맹주님과 같은….”

풀썩.

비서가 말을 하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응? 김 비서 왜 그래. 정신 차려 봐.”

서도원은 쓰러진 김 비서를 흔들어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테이블에 있는 전화기를 눌러 비서실에 연락했다.

계속 연결음만 울릴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서도원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몸을 일으켜 맹주실 문을 열었다.

밖에 있던 비서들도 쓰러진 상황.

걸음을 옮기면서 기감을 넓게 퍼트렸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침입자한테 전부 죽었을 리 없잖아?”

무맹에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건 이미 보고를 받았다.

무맹 내 사이렌도 울렸으니 모르는 게 바보였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아 했다.

이 건물의 층수는 85층.

건물 내에 각성자만 수천 명.

거기다가 본부 근처에 건물의 각성자까지 합치면 만 명은 넘었다.

물론 빠르게 치고 빠지면 인원이 몰리기 전에 기습이 통하겠지만 여긴 무맹의 본부다.

무맹 측에서도 최정예만 모여 있는 곳.

그런 곳을 빠르게 치고 빠지기란 어려웠다.

자신과 같은 AA급 각성자면 몰라도.

저벅저벅.

“이쪽으로 오고 있어.”

서도원이 걸음을 멈췄다.

그의 귀에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복도 중간 비상계단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서도원의 눈이 커졌다.

“창제!?”

이준이 멀리 있어도 한눈에 알아본 그였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

서도원이 놀라하는 사이 이준의 입이 열렸다.

“네가 풍운왕이냐?”

“그… 렇다.”

“내가 부르지 않았던가? 연락 안 갔어? 분명 갔을 텐데.”

이준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장난기 가득한 음성.

허나 서도원은 이준이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이, 이게 아니야.’

대화를 나누는 게 고작이었다.

창제가 기운을 뿌려 대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자신을 짓눌러 오는 압박감은 뭐란 말인지.

이가 자동으로 떨려 왔다.

“내가 묻잖아.”

저벅.

이준이 한 걸음 걸어오자 서도원이 뒤로 물러났다.

“날 상대할 자신이 있어서 도발을 한 거 아닌가?”

“나, 난…”

“하긴, 요즘은 개나소나 AA급 초입이니 깝칠만 하지.”

서도원이 덜덜 떨어 댔다.

이준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저 혼자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네가 겁먹은 강아지 꼴을 하고 있다고 해도 봐줄 생각은 없어. 주제를 알고 덤볐어야지. 네 밑에 있는 장로가 말을 안 해 주던? 오대 가문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으으….”

서도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준의 존재감에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무맹의 맹주치고는 아주 형편없었다.

기개라도 있어야지 조금만 압박했다고 바로 꼬리를 마는 꼴이라니.

이준은 큰 실망을 했다.

“난 무턱대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아니야. 그런데 네가 날 먼저 건드렸잖아. 그치?”

“으으… 으아아악!”

이준의 협박스러운 말에 서도원이 이성을 잃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

그러나 상대는 이준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도망치지 못한다.

“맞고 시작하자.”

* * *

퍼벅퍽퍽!

정말 오랜만에 이준의 매타작이 시작되었다.

이기홍이나 이신을 반 죽여 놓았을 때 말고는 잘 사용하지 않은 신공.

사실 그의 기억 속에만 없을 뿐 꽤 여럿을 골로 보냈다.

“커헉!”

서도원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바닥에 누워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이준이 무릎을 굽히며 서도원을 내려봤다.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신력을 건드려. 우리가 봉문을 했다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아닙… 니….”

“검종을 잡은 것도 너희가 했다고 기사를 냈더라. 네 아이디어지?”

“그…건 악!”

그가 서도원의 멍든 부분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다.

이미 뼈가 아작 난 갈비뼈.

이준의 손가락 힘에 서도원이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냈다.

“이딴 실력으로 객기를 부린 게 이해가 안 가네. 너 천외천이랑 손잡았냐?”

“으으… 절대 아…닙니다…!”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반응을 보니까 더 의심되잖아.”

서도원이 고개를 격렬하게 저었다.

천외천 때문에 큰 사상자가 나오고 그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극도로 높아졌다.

천외천은 그야말로 꼭 없애야 할 적으로 인식됐다.

그 때문에 천외천과 연관이 됐다고 소문이 나기라도 한다면 모든 게 박살이 난다.

‘그것만은 안 돼!’

부정을 해야 했다.

까딱했다가는 무맹이 천외천과 엮여 무너져 버릴지 모르니까.

창제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가 무맹이 천외천과 손을 잡았다 라고 한마디만 하면 무맹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처박힐 터.

그 일만은 막아야 했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창제께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서도원이 이준에게 빌고 또 빌었다.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땅만 쳐다보며 목놓아 외쳤다.

그 모습에 용서도 해 줄 법하나 이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 성격이 세상에 많이 안 전해졌나 봐. 패왕도가나 도련만으로는 부족하나. 무맹도 없애 버려야 소문이 나려나?”

“멍청한 제 욕심 때문입니다. 다신 당신의 뜻에 거역하지 않을 테니 이번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퍽퍽퍽!

서도원이 바닥에 머리를 찧어 댔다.

이마를 타고 내려오는 피.

그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었다.

“흠…”

서도원은 이준이 생각에 잠기자 이때다 싶어서 계속 액션을 취했다.

그의 행동에 하늘이 감복했을까.

이준이 한 발 뒤로 뺐다.

“대신 내가 널 봐줄 이유를 만들어. 네 행동을 보고 봐줄지 말지 정할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이준이 몸을 돌렸다.

걸음을 옮기다가 우뚝 선 이준.

서도원에게 경고의 말을 전했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만약 도망쳤다가 잡히면 그때는 이렇게 안 끝나.”

이준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하아.”

서도원은 긴장감이 풀렸는지 벽에 몸을 기댔다.

창제의 소문?

“들었던 것보다 더한 괴물이야… 다신… 마주하고 싶지 않아.”

직접 본 것보다 훨씬 축소되었다.

패왕도가의 각성자가 전멸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게 용할 지경.

서도원이 본 이준은 무자비하고 잔인한 폭군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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