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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46화 (344/705)

제342화

모든 학부모가 돌아갔다.

그 흉폭한 사마련의 총 우두머리인 혈마악의 비굴한 태도를 봤다.

그 모습을 보고도 이사장실에 남아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객기도 정도껏 부려야지.

이준은 상식이 통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곳에 버티고 있어 봐야 그에게 찍힐 터.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는 게 상책이었다.

이사장실에 남은 사람은 단 세 명.

혈마악과 살악, 그리고 마뇌악만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이준을 힐끔 쳐다보며 서로 전음을 했다.

[혈마악. 자세히 보니 어때 보입니까?]

[모르겠어….]

[강함의 정도라는 게 있을 게 아닙니까. 가령 S급 완숙이라든지, 아니면 끝자락이라든지.]

[전혀 보이지 않아.]

세간에 알려진 혈마악의 등급은 AA급.

그러나 봉문하고 미친 듯 수련을 한 덕분에 S급 초입에 들어설 수 있었다.

사마련의 수뇌부 중 극소수만 아는 내용.

그런 혈마악조차 이준의 경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살악과 마뇌악이 이준을 극도로 조심하는 이유였다.

[네놈들은 어떤데?]

[나도 모르겠소. 다만 한 가지 사실은 창제의 몸에서 자연스레 흐르는 살기는 건드려선 아니 되오.]

[그건 나도 안다. 피를 많이 본 우리보다 창제의 살기가 더 짙고 강렬해.]

세 사람 중 경지가 제일 낮은 마뇌악이 의문을 표했다.

[그 정도입니까?]

[이사장실로 들어올 때의 살기와는 전혀 다른 압박감이다.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실례야.]

[헉! 혈마악께서 창제를 그리 높이 평가하시다니.]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부터 내가 무사고로 올 걸 그랬어. 괜히 여편네한테 일을 다 맡겨서는.]

혈마악의 얼굴은 굳은 채 펴지지 않았다.

엄청나게 큰 실수였다.

설마 봉문을 한 신력의 가주가 밖으로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선생직도 내려놓을 거라 여겼다.

그래서 아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저흰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마뇌악의 물음에 혈마악이 버럭 소리쳤다.

[그건 네가 생각해야 할 것 아니야. 명색에 사마련의 총군사라는 놈이 대가리는 안 굴리고 왜 나한테 물어보고 지랄이야!]

[창제의 경지를 알아야 그에 맞는 플랜을 짜지 않습니까.]

[저걸 총군사라고 으휴. 내가 이래서 사마련에서 탈출하고 싶은 거다.]

[혈마악이 정 그러시다면 저도 같이 탈출하겠습니다.]

[닥치고 그냥 엎드려. 그 방법만이 살길이니까.]

[난 이미 엎드리고 있소.]

전음을 나누던 살악의 몸이 이준을 향해 엎드려져 있었다.

자기 혼자 살겠다고 먼저 액션을 취한 것이다.

“창제께 크나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에 혈마악과 마뇌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살악은 예전에 날 봤지?”

“제가 말입니까? 전 창제를 처음 봅…니다.”

“생각났나 보네.”

“아, 아닙니다.”

살악은 이준을 최초로 스카우트하려 했던 자였다.

이준의 재능을 진작부터 알아본 사람.

하나 스카우트를 실패하자 으름장을 놓고 돌아간 인물이기도 했다.

“무사고 밖으로 나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

“하, 하. 그때는 제 체면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뭐, 넘어가 줄게. 실제로 살수를 보낸 건 딱 한 번밖에 없으니 말이야. 그리고 당신이 직접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니잖아? 밑에 있는 수하를 어떻게 다 관리해.”

“가,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수하 관리를 조금 더 철저히 하겠습니다.”

살악이 비굴하게 나왔다.

과묵하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상황 파악이 빠른 자였다.

눈치, 판단, 결단력.

뭐 하나 빠지지 않으니 위험한 집단을 이끄는 수장 노릇을 하는 거겠지.

이준은 세 사람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사마련이 범죄자 프레임이 쓰여서 그렇지 다 나쁜 놈만 있는 건 아니란 말이야.’

이준은 과거에 정보원으로 활동했다.

그래서 사마련에 대한 것도 많이 알고 있었다.

그중 혈마련과 살막, 뇌전홍가는 그나마 선을 지키는 사파에 속했다.

‘혈마악은 도전해 오는 사람을 족족 죽이면서 그들의 피로 아수라파천공의 성취를 올려 악명을 높였지.’

이 때문에 혈마악을 악독한 범죄자로 지명했다.

살악은 어떤가.

게이트가 생기고 유명무실해진 각성자 정부를 아예 폭삭 망하게 한 원흉이 살막이었다.

돈만 주면 누구든 죽여 준다는 살인청부업자.

15가문연맹이나 사마련, 누구도 가라지 않고 의뢰를 받아 악명을 날렸다.

대신 저항하지 못하는 일반인과 어린 애는 건드리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참 이상한 집단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뇌악의 뇌전홍가는 동두천을 사마련의 근거지로 만든 인물이야. 부모가 무능한 정부로 인해 목숨을 잃어 사마련에 투신한 것뿐. 죄가 있다면 일반인들이 있는 장소를 전쟁 지역으로 삼아 이득을 취한 거란 말이야.’

살인, 강간, 방화를 일삼는 사마련의 범죄자.

특히 악인이라 불리는 이들 치곤 전과가 깨끗했다.

이 세 사람 빼면 모두 진짜 악인.

빙악은 어린 애를 좋아하는 변태였으며.

음악은 여자라면 환장하는 색마였다.

도악과 검악은 사이코패스 살인자.

자기 심기를 건드리면 노약자, 임산부 가리지 않고 죽이는 놈들이었다.

그에 반해 혈마악과 살악, 마뇌악은 양반에 불과했다.

“왜, 왜 그렇게 보십니까?”

“저희가 또 무슨 잘못이라도…?”

“너희 머리 돌아가는 소리 다 들려서.”

“아, 아닙니다.”

“창제 앞에서 그런 무례를…”

“전 원래부터 생각이란 게 없습니다.”

세 사람이 격하게 부정했다.

그 모습에 이준이 피식 웃었다.

자신의 무력으로 인해 자존심을 굽히고 있는 게 보였다.

또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들에 대한 정보가 얼추 맞았다.

“패왕도가에 비하면 괜찮네.”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야.”

패왕도가는 정파를 표방하면서도 천외천과 손을 잡은 놈들이었다.

패왕도가에 비해 세 사람은 어떤가.

회귀 전을 생각해 보면 혈마악은 천외천의 움직임을 보고 해외로 튀었다.

살악과 마뇌악은 독자적으로 움직여 천외천에 대항하다가 괴멸됐고.

‘아군으로 끌어들이면 상당한 전력이 되겠어.’

생각을 정리한 이준이 입을 열었다.

“특별 1반 건을 말하려고 하는데.”

“제가 집으로 가서 아내에게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무사고의 결정에 그 어떤 토도 안 달 터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특별 1반이 아쉽긴 하지만, 주제를 알아야지요. 특별 2반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세 사람 모두 이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준의 입에서 나온 건 뜻밖의 말이었다.

* * *

혈마악은 돌아가는 내내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좋은 일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좋지! 내 딸이 특별 1반에 들어가게 됐는데 말이야.”

“가을 아가씨가 창제의 밑에서 수련하게 된 겁니까?”

“하하하. 맞아.”

“축하드립니다!”

창제에서 그분이란 호칭으로 바꾸어 부르는 혈마악이었다.

그는 이준을 처음 본 순간 소원이 생겼다.

그의 밑에서 딸이 수련했으면 하는 바람.

이준은 자신조차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경지에 발을 디딘 각성자였다.

그런 자 밑에서 무공을 배운다는 건 기연이었다.

무엇보다 이준을 본 후로 들었던 소문이 확실해졌다.

창제 밑에서 배운 학생들의 등급이 최소 A급이라는 사실이.

강한 학생은 오왕의 등급인 AA급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이준을 직접 보니 확신이 섰다.

이준 정도의 각성자면 학생들의 경지를 위로 확 끌어올려 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그분의 밑에서 무공을 배운다면 가을이도 얼마 가지 않아 AA급에 오를 거야.”

“당연합니다. 단숨에 학교 랭킹 1위에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사마고의 혈희가 무사고의 애들을 짓밟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허. 이제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됐는데, 친구를 짓밟다니. 넌 단어 선택이 어째 그 모양이냐.”

혈마악이 운전기사에게 핀잔을 줬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무사고에 대해 적대적인 말은 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그분을 등에 업기만 하면 우리 혈마련도 양지로 갈 수 있어. 그 시작이 바로 특별 1반이다.”

혈마악이 부푼 꿈을 꾸었다.

그 시각 이준과 한민성이 교정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이 선생님의 생각을 알 수 있을까요?”

“사마련도 제 편으로 만들면 어떨까 해요.”

“그 조건이 저들의 자식들을 특별 1반으로 받아들이는 겁니까?”

“네.”

“조금 위험한 생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들의 뒤에 천외천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차차 검증해 나가면 되죠. 저희 가문이라고 천외천이 아예 없을 순 없잖아요? 숨어들려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잠입하려는 게 천외천인데 말이죠.”

“컨트롤이 될까요? 악인의 자식을 가르치는 것과 단체를 아예 데려오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혈마악과 살악, 마뇌악은 상황 판단이 빠른 자예요. 빙악이나 검악과는 다르죠. 그리고 이를 통해서 사마련에 내분을 일으킬 거예요.”

“예에!?”

한민성의 눈이 커졌다.

이준의 말은 이렇게 쉽게 던질 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사마련의 악인들에겐 모두 자식이 있다는 건 이사장님도 아시죠?”

“예. 나이대가 다 비슷하다고 알고 있어요.”

“사마련은 경쟁이 굉장히 심해요. 지금의 시대가 힘이 대변되는 세상이지만 사마련은 그중에서도 특히 강자존의 법칙이 철저한 곳이에요. 그들의 자식 중 누군가가 제 밑에서 배워 강해진다면 다른 악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불평을 토해 내겠군요.”

“어쩌면 불안해할 거예요. 제가 본 혈마악과 살악, 마뇌악은 지하세계가 아닌 바깥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이들이니까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빙악이나 검악, 음악은 그들을 경계하려고 하겠죠.”

이준의 말에 한민성이 대답했다.

“혈마련과 살막, 뇌전홍가가 사마련에서 나온다는 말씀인가요?”

“잘만 구슬리면 가능하죠. 아니, 확실해요.”

“그들이 나오면 어디로…?”

“가문 연맹회에 들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가문 연맹회에서 반대가 심할 겁니다. 사마련은 애초에 사파의 무공을 익혀 가문 연맹회와의 양립은 불가능할 텐데.”

“상관없어요. 반대가 심하면 아예 새로운 단체를 만들면 되죠. 가문 연맹회도 썩 좋은 곳은 아니잖아요?”

이준은 엄청난 말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단체를 구성한다는 것.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건 언제나 피와 함께했으니까.

오히려 각지의 분쟁이 더 심해질지 모른다.

“우려되는 부분이 많군요.”

“제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천외천을 상대하려면 강한 전력이 필요해요. 약한 심지나 무공 가지고는 천외천을 상대할 수 없어요.”

“이 선생님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반발이 클 겁니다.”

“여태까지 다 제가 감당해 온 일이에요. 이것도 감당 못 할 건 아니죠.”

“이 선생님은 언제나 사람을 놀라게 만드십니다.”

“제 특기잖아요.”

이준이 해맑게 웃었다.

저 미소에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걸 안 한민성.

눈에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의지였다.

뜻을 꺾지 않겠다는 의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준은 자신의 뜻을 밀고 나갈 것이다.

한민성이 여태껏 겪었던 이준은 실패란 걸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신기지가는 언제나 이 선생님의 뜻과 함께할 테니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준이 한민성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제 돌아가십니까?”

“무맹의 맹주는 안 오나 보네요.”

“요새 국민의 신임을 얻어 기고만장해져 있습니다.”

“제가 따로 선물을 보내야겠네요.”

“또 어떤 일을 벌이시려고.”

“무맹이 저희 가문을 상대로 정치질을 했더라고요.”

“설마 그랬겠습니까?”

“검종을 자기네가 잡았다고 기사를 냈는데, 경고는 해줘야죠. 한 번은 봐줘도 두 번은 어림 없거든요.”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해맑았던 미소는 굉장히 싸늘했다.

웃음에 내공이라도 담긴 듯 주변의 공기가 요동쳤다.

‘마소!’

한민성은 그의 측근들이 이를 보며 붙인 말이 생각났다.

-주군이 마소를 보이면 도망가라. 그것만이 지옥을 벗어나는 길이다.

무극대의 부대주인 김봉팔이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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