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41화 (339/705)

제337화

탁하늘은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냈다.

“언제까지 방어만 하고 있을 참이야!”

그 어떤 공격을 해도 전부 막혔다.

마치 철벽에 가로막힌 듯 앞이 뚫리지 않았다.

그 순간 탁하늘의 말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창날에서 빛이 뻔쩍였다.

쉬익-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시 모양의 창기였다.

상대가 공격해 오자 탁하늘도 검기를 뿌렸다.

드디어 자신이 활약할 수 있겠다 생각한 것이다.

하나 검을 횡으로 그어 창기를 파괴하려는데.

“어?”

검이 창기에 닿은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쩌어억!

창기는 탁하늘을 지나쳐 뒤편에 바닥을 얼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할 때 괴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격공류!?”

격공류 무공 중 제일 유명한 건 소림의 백보신권이었다.

목표물을 건너뛰고 뒤편에 있는 상대를 공격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

그 때문에 백보신권을 대성하는 이는 많이 없었다.

무협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말이다.

특별 2반 담임인 청운 스님도 대성하지 못한 무공이 백보신권이다.

“창제가… 괴물을 키워 냈어.”

“아버지. 저게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네가 비사장을 날린다면 저 아이처럼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시도는 안 해 봤지만 못 할 것도 없지요.”

“남자아이에게 상처 하나 안 주고?”

“그건… 어렵겠군요.”

“격공류의 최고 강점은 상대를 건너뛰고 대상을 격추시키는 것이다. 저 아이처럼 깔끔하게 상대를 건너뛴 건 엄청난 집중력과 내공 컨트롤이 필요하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가능하지. 고등학생이 흉내낼 수준이 아니야.”

괴개는 연신 감탄했다.

격공류는 거의 권법이나 장법밖에 없었다.

도검으로 격공 무공을 펼치건 그만큼 어려웠다.

상승의 무학에나 한두 개 있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이미 결과는 났구나.”

안 봐도 뻔했다.

승자는 여자아이였으니까.

그럼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건 아까 전부터 풀리지 않은 의문 때문이었다.

‘여자아이의 등급은 A급 초입, 남자아이의 등급과 같다. 무맹의 무공이 구파일방과 세가의 무공보다 질이 낮다고는 하나 어찌 이 정도로 실력 차이가 나는고….’

실력 차이는 여러 요인에서 생길 수 있었다.

우선 등급의 차이.

이건 같은 등급이니 패스.

다음은 경험의 차이였다.

여자아이가 경험에서는 확실히 앞서 보이긴 했다.

남자아이가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거라면 여자아이는 이미 대련을 제 방식대로 끼워 맞추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것만으로 지금과 같은 실력 차이를 내는 건 불가능했다.

괴개의 눈에는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었다.

남은 건 마지막 조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저 창법이 열쇠구나. 어디 문파나 세가의 무공이기에 상승의 무학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꼬.’

각성자 등급을 아예 무시하는 무공의 등급.

최소 AA급 무공일 게 분명했다.

아니, 창제를 생각해 봤을 때 최소 S급 무공이지 않을까.

‘정말 모를 일투성이구나.’

그 말을 속으로 되뇌면서 비무를 보는 괴개였다.

탁하늘은 격공류 무공을 보고 격분했다.

자기를 농락하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이지안이 쓴 무공이 얼마나 상승의 무학인지 모른 채 화만 냈다.

“이년이 보자 보자 하니깐!”

탁하늘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순간 또 다시 창기가 날아와 바닥을 얼렸다.

쩌어억!

“날 우습게 여긴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어!”

탁하늘이 보법을 펼치며 이지안에게 접근했다.

이지안은 여전히 창기를 날리고 있었다.

그는 창기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전부 환영에 불과했으니까.

“내가 대가를 치르게 해 준다고 했지? 날 원망하지 마.”

탁하늘이 이지안의 지척에 다다라 검을 사선으로 그으려는 찰나.

“당신은 제게 다다를 수 없어요.”

이지안의 목소리가 끝나자 강당 바닥에서 빛의 기둥이 솟았다.

탁하늘의 검이 기둥을 강타했다.

쩌엉!

반탄력에 뒤로 튕겨 나가는 탁하늘이었다.

“결…계?”

“끝났어요. 포기하세요.”

이지안이 날린 창기는 일반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공격과 결계를 동시에 행하는 무공.

사신수호무 중 현무의 벽이었다.

현무의 벽을 발전시키고 또 발전시켜 만든 무공이 바로 무극창법의 3초식인 흑룡벽.

그 뿌리가 이지안의 손에서 재현되었다.

“이딴 결계를 내가 못 부술 줄 알아!”

탁하늘은 검으로 결계를 마구 쳐댔다.

검기를 날려 벽을 깨부수려 했지만 흠집도 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이럴 리… 없 허억… 는데.”

탁하늘이 제풀에 쓰러졌다.

과도한 내공 낭비와 기혈이 꼬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로까지 몰리니 의식을 잃은 거다.

재학생은 말할 것도 없이 특별반 학생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제 결계를 친 거지?”

“나도 못 봤어. 공격진과는 다르게 결계는 생문과 사문을 만들어야지만 결계가 생기는 거지 않나?”

“그러니까 신기지가에서 결계진을 펼칠 때 바닥에 생과 사문을 만드는 거지.”

“혹시, 창기로?”

“에이. 그런 무공이 어딨다고.”

“선생님이 가르쳤다면 가능해. 그렇지, 허수야?”

“물론입니다. 형님. 그분에겐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특별반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전교생들도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웅성거린 끝에 들려오는 환호 소리.

모두 이지안을 칭찬하는 말밖에 없었다.

* * *

그 무렵.

이준은 새로 올라온 메시지를 클릭했다.

[메인 퀘스트1 - 혼원의 자격.]

난이도: SS

설명: 혼원이란 무를 뜻합니다. 어느 때는 불이 될 수 있으며 어느 때는 물이 될 수 있고 어느 때는 자연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속성도 다룰 줄 알아야지만 진정한 혼원을 계승했다는 걸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전 속성을 다뤄 혼원의 계승자라는 걸 증명하십시오.

완료 조건: 1차 관문을 통과하십시오.

보상: 2차 관문의 자격, 사신의 숨결(택1)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는 건가요?”

[죽고 싶지 않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니라.]

“어디로 가면 1차 관문에 들 수 있어요?”

[이곳을 나가 왼쪽으로 가면 사신전이 나온다. 그곳으로 가거라.]

“네.”

이준은 조사전을 나와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사신전 앞에 도착하자 커다란 석상이 눈을 사로잡았다.

동쪽은 청룡, 서쪽은 백호, 북쪽은 현무, 남쪽은 주작.

석상은 각자의 방위에서 사신전을 지켰다.

석상을 지나 전각 안으로 들어가자.

쿵!

문이 거세가 닫히며 깜깜하던 안이 밝아졌다.

[사신전 제1 관문에 들었습니다.]

“와. 바깥하고 완전 다르네요.”

전각 안은 커다란 공동이었다.

건물 안이라고 부르기 민망했다.

마치 환영진이 설치되어 주변의 환경이 변했달까.

“사부님?”

관문에 들어서 그런가.

사부님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 혼자 해야 하나 보네.”

좀 아쉬웠다.

무극자 사부가 옆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에 안정이 왔다.

평소에는 티격태격해도 이준에게 무극자는 정신적 지주였으니까.

“관문이 시작된 건가? 여기서 뭘 하라는 말이지?”

퀘스트의 내용은 단 하나.

혼원신공으로 속성을 다루는 것이다.

이준이 예상하기로는 극양이나 극음을 버티는 시험이 아닐까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것 같았다.

이 동공 안에는 극양이나 극음을 버틸 만한 곳이 없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며 걸음을 옮길 때였다.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몸을 휙 돌리자 검을 든 중년인이 나타났다.

다시 등 뒤에 느껴진 기척.

자신의 키만 한 도를 든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양옆으로 창을 든 노인과 한복을 입은 단아한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신의 맹약이 드디어 지켜지는 건가.”

검을 든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에 한복 여성이 대답했다.

“오랜 세월을 기다렸어요. 이제야 그가 우리와 한 약조를 지키는군요.”

“약조가 지켜질지는 아직 모르지.”

“그러네요. 그보다 더 뛰어난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이 아이에겐 기대하고 싶어요.”

그들의 말을 들은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에요.”

“때가 되면 알 것이다.”

“지금은 모르는 게 좋아요. 순리에 따라 스스로 알게 되어 있어요.”

“자, 어서 시작하지.”

소개도 없었다.

자기들끼리 말하고 대뜸 시작하자고 한다.

설명이라도 해 주면 좋으련만.

저들은 이미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제가 당신들을 쓰러트리면 되는 건가요?”

창을 든 노인이 대답했다.

“오냐. 네가 우리를 쓰러트리면 된다. 자신 있겠지?”

“물론이죠.”

“자신감이 넘쳐나는구나. 하지만 말이다. 이래도 지금과 똑같은지 볼까?”

노인의 눈이 적안으로 번쩍였다.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동시에 이준의 홀로그램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혼원신공(SSS)과 진천무(SSS)외의 무공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특성의 모든 효과가 해제되었습니다.]

[사대 기보 세트의 효과가 해제되었습니다.]

[내면에 잠들어 있던 천살성이 일시적으로 봉인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본 직후 강성했던 힘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기본 능력치 외에는 그 어떤 효과도 부여받지 못했다.

오로지 기본 능력치만으로 이 네 명과 싸우는 것.

‘가능할까?’

부여받은 능력치가 해제되니 확신이 서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한 명, 한 명이 자신과 같은 SS급 초입.

현경 초입에 있었으니까.

이준의 변화를 눈치챈 노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괴물이 전인을 잘못 선택했구나. 혼원을 가지고 있으면서 부가적인 것에 기대고 있으니 쯧.”

“공자님을 너무 몰아가지 마.”

“그래요. 자신감 없어도 우릴 이기면 그만 아니에요?”

“저런 상태로 본좌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어림도 없다.”

노인이 짜증이 섞인 채 말했다.

이준은 노인을 지그시 보았다.

귀에 익은 말투였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들어 봤던 말투였는데….

잠자코 생각하다가 이내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흑염마조?’

마조의 말투와 노인의 오만한 말투가 굉장히 비슷했다.

한복을 입은 여자의 말투 또한 어디서 들어 봤지만 그건 생각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네 사람에게 물었다.

“혹시 사신수?”

“눈치는 인정해 주지.”

“어떻게 알았어요?”

“그도 우리를 처음 봤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사신수가 맞아?”

이준의 눈이 커졌다.

판타지 소설에서 봤던 드래곤이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한 걸까.

왜 인간의 모습을 한 채 관문 안에 있을까.

궁금한 게 한 트럭이었다.

“맞다. 정확히는 이 사신전의 관문을 담당하는 환영이지. 완전한 모습인 우리를 인간 따위가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중년 남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이준은 거만한 그의 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궁금증이 너무 많아 물어보기도 바빴으니까.

“사신수가 왜 환영으로 혼원문의 시험을 담당해?”

“네 사부와의 약조 때문이지?”

“무슨 약조인데?”

“그건 알 것 없다.”

“야박하기는. 그냥 대답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계속 잡담을 할 건가?”

“마지막 하나만 더.”

“말해보라.”

“너 주작의 환영 맞지?”

“보면 모르나?”

“주작은 날 작은 주인이라고 부르고 무극자 사부를 큰 사부라 부르거든. 그런데 넌 말투가 왜 그 모양이야? 흑염마조랑 넌 다른 존재인 건가?”

“굳이 설명해줘야 하냐?”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네가 그 괴물의 제자라 말해주지.”

창을 든 노인은 주작의 환영.

마조의 의지가 아닌, 성화의 의지가 깃들어 있어서였다.

마조와는 달리 성화는 인간을 싫어했으니.

성화의 의지를 이은 노인의 목소리가 공격적인 건 당연했다.

“그렇게 된 거구나. 네가 성화의 의지를 이었단 말이지?”

싸울 의지가 치솟았다.

전에 봤던 성화는 싸가지가 굉장히 없었다.

교만, 오만, 편협 등.

한 대 처버리고 싶을 만큼 성격이 못됐었다.

흑염마조로 앞전에 못 갚아줬던 빚을 받을 생각에 흔들렸던 마음이 다 잡혔다.

어차피 관문을 깨려면 저 넷을 이겨야할 터.

지금부턴 마음 가짐을 달리해야 했다.

무극자 사부가 말하길 까딱하다간 죽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

네 명을 이기지 못하면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내겐 혼원신공이 있다. 할 수 있을 거야.’

이준이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혼원신공이 내부에서 움직였다.

그의 눈이 회색으로 번들거리자 무극기가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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