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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40화 (338/705)

제336화

“지금 출발하면 늦진 않겠어.”

벽검 탁우진은 손목시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동생의 무사고 입학식.

원래라면 못 갔을 테지만 일이 빨리 끝났다.

검종의 포획.

그에겐 엄청난 성과였다.

무사고를 향해 경공을 펼치면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내 동생보다 어려 보였는데 무공은 엄청났어.’

그 아이가 사용했던 창법을 생각하자 전율이 일었다.

오대 가문은 어린아이도 그렇게 강하나?

아니면 유독 신력권가가 특출나나?

기존에 생각했던 상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탁우진은 무맹의 무공도 가문 연맹회의 무공만큼 강하다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직접 겪어 보니 넘사벽에 가까웠다.

‘걸리는 건 내가 검종을 잡았다고 기사를 냈다는 거야. 그 여자애가 혼자 다 한 일인데….’

무맹 측에 사실대로 이야기했지만 기사는 다르게 나갔다.

기사를 접하고 처음에는 항의를 했다.

정정 기사를 내야 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정치는 자기들이 할 테니 넌 현장만 뛰라고 말이다.

윗선의 지시였기에 더는 항의를 하지 못했다.

무맹은 자신을 키워 준 곳이었으니까.

대신 휴가를 받아 동생의 입학식이 열리는 무사고에 가는 길이었다.

‘중요한 건 내 동생이 그 괴물 같은 가문의 출신과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됐다는 거야. 이건 하늘이 준 큰 기회야. 녀석의 콧대가 한 번은 꺾였으면 좋겠어.’

형이기에 동생이 올바른 길로 갔으면 했다.

19살의 나이에 A급 초입.

동생은 뛰어난 각성자였다.

무사고의 학생들이라 한들 동생만큼 강한 자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동생 또한 그리 생각했는지 오만이 하늘을 찔렀다.

현시대는 힘이 강하다 해도 비명횡사하는 곳이다.

처신을 잘못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는 게 현시대.

동급생 중에 동생의 오만을 눌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무사고는 동생인 탁하늘에게 최고의 학교였다.

‘어쩌면… 아침에 만났던 여자아이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미치도록 예뻤던 여학생.

은발이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경공을 펼치던 탁우진이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자기와 마찬가지로 학부모로 보이는 이들이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이곳이 그 유명한 무사고….”

감격스러웠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에 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맹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탁우진도 무사고는 들어가지 못했으니까.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문을 넘었다.

끼이익-

그때 정문 앞에서 고급 외제 차가 급정차했다.

그 안에서 중년 남자 한 명이 황급히 내렸다.

“학교에서 이벤트를 한다고?”

“예. 10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합니다.”

“지금이 몇 시지?”

“10시 20분입니다.”

중년 남자의 비서로 보이는 여자가 그를 보좌하며 정문을 통과했다.

“지, 진씨 가주!?”

탁우진은 진병철을 보곤 화들짝 놀랐다.

패왕도가의 자리를 꿰찬 가문이 바로 진병철이 이끄는 진씨 가문이었다.

오대 가문에 속한 그조차 정문을 통과하지 않고 정문 앞에서 내렸다.

무사고의 규칙.

그 어떤 사람이라 할지라도 무사고 안으로 차를 타고 들어갈 순 없다.

S급인 검제라도 말이다.

탁우진은 새삼 무사고가 높게 보였다.

“나, 나도 빨리 가야겠다. 그런데 이벤트가 뭐지? 무사고는 입학식에 이벤트도 하나?”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입학식 장소는 체육관 강당.

수천 명은 가뿐히 수용할 만큼 커다랬다.

학부모들 뒤에 서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학부모의 자리는 강당 2층이었다.

그가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늘이가 어딨지?’

그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 채 동생을 찾았다.

반대편 구석에 탁하늘이 보였다.

‘저 녀석! 또 옷을 불량하게 입었어.’

넥타이를 풀어 헤친 채 셔츠의 단추 두어 개를 풀어 두었다.

게다가 소매 또한 걷어붙인 상태.

마이는 어디 다가 내버려 뒀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입학식이 끝나면 주의 줘야겠어.’

탁우진은 부모 없이 홀로 동생을 키웠다.

게이트 파동에 휩쓸려 부모를 잃은 고아였으니까.

다행히 무맹의 고위 인사가 두 형제의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을 한 것.

아니었으면 거리에 나 앉아 굶어 죽었을 테다.

그는 고아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행실을 똑바로 했다.

부모가 없어서 버릇없다는 소릴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다 흩어져 있는 거야?’

그가 보기에 강당 중앙이 횅하니 비어 있었다.

어떤 이벤트를 하기에 학생들 모두 벽 쪽으로 붙어 있는 건지.

마침 옆에서 이벤트에 관한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해인 엄마, 입학식에 이벤트라니? 아는 정보 있어?”

“어머, 가람 엄마는 학부모 톡방도 안 보는 거야? 톡방에 소식이 다 전해졌는데?”

“배터리가 나갔지 뭐야. 그래서 어떤 이벤튼데?”

“글쎄 특별반 학생하고 무맹 소속 전학생이 비무를 한다지 뭐야.”

“정말?”

“어어. 특별반에 못 들어서 이의를 제기했다나 봐. 그래서 한민성 이사장님이 특단의 조치로 비무를 제안했대.”

“그런 일이 있었어?”

“우린 아이들 실력 보고 좋지.”

“그런데 특별반도 여러 학급이 있잖아. 어떤 학급이래?”

“그게 무려 특별 1반에 이의를 제기했다지 뭐야.”

“뭐어? 특별 1반? 우리 애가 그 애들은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고 말했는데.”

“특별 1반은 재학생들도 논외로 둔다고 하던데 무맹 소속 아이가 이 사실을 몰라서 이의 제기를 한 것 같아.”

“무사고에 대해서 잘 모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학부모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탁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의를 제기할 만한 무맹 소속 학생은 자기 동생밖에 없었다.

불안감에 휩싸일 때, 동생의 반대편에서 학생 하나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저 여자아인!”

그의 눈에 은발의 여학생이 보였다.

아침에 봤던 그 여학생이 분명했다.

“비무 한다는 학생이 저 애야!?”

탁우진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은발의 여학생은 비무를 할 레벨이 아니었다.

무려 흑검장가의 적검을 죽인 아이다.

검종은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고.

A급 완숙에 있는 각성자 두 명과 B급 각성자 열 명을 제압한 학생이었다.

그 어떤 학생이 이런 대단한 일을 해낼까.

현역 각성자도 무리였다.

“상대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고개를 돌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네가 왜 나오는 거야!”

그의 동생인 탁하늘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당으로 내려갔다.

“탁하늘!”

“형이 학교에는 어떻게 왔어? 지금 한창 바빠야 하는 거 아니야? 검종을 잡았다며.”

뜬금없는 형의 등장에 탁하늘의 눈동자가 커졌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 형은 못 들었나? 나 저기에 있는 애랑 비무하기로 했어. 만약 저 애를 이기면 내가 특별반에….”

“X발.”

바른 사나이인 탁우진이 욕을 뱉었다.

“네가 어떤 미친 짓거리를 벌인지 알아?”

“형. 나 못 믿어? 저 애쯤은.”

짝!

탁우진의 손이 탁하늘의 뺨을 세게 때렸다.

“철없는 짓도 정도껏 해야지!”

“…뭐 하는 거야?”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얼굴 들고 무사고에 계속 다니고 싶으면.”

탁우진의 목소리는 굉장히 싸늘했다.

탁하늘에게 잔소리는 많이 했지만 모두 애정이 담겨 있었던 말.

지금과 같은 감정을 담은 적은 없었다.

두 형제에게 한민성 이사장이 다가왔다.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이 철없는 애의 형이에요.”

“그 유명한 벽검 님이시군요. 전 이 학교의 이사장인 한민성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동생이 학교에 결례를 범한 것 같아요.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테니 이사장님께서 비무를 멈춰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음… 그건 불가능할 것 같군요. 이미 학부모님들한테 통보한지라.”

“아.”

탁우진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동생은 무조건 저 여학생에게 질 터.

압도적인 차이로 질 게 뻔했다.

동생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저 여학생은 그냥 괴물이었다.

각성자에게 내공만큼 중요한 건 정신.

비무에 져서 정신에 큰 타격을 입는다면 폐인이 될지 모른다.

특히 탁하늘은 재능만 믿고 오만하게 행동해 온 아이.

자기가 최고다 라고 생각했던 애가 상대방에게 처참하게 발리면 정신을 못차릴 게 뻔했다.

탁우진은 형으로서 동생이 폐인이 되길 원치 않았다.

“이제 비무를 진행해야 하니 뒤로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한민성 이사장의 말은 죽음의 선고와 같았다.

‘이런 식으로 하늘이가 무너지는 건 원치 않아.’

탁우진이 이지안을 향해 걸어갔다.

“아침에 보고 또 보는 것 같아…요.”

“네. 안녕하세요.”

그는 이지안에게 말을 높였다.

현대 사회는 힘이 지배하는 세상.

자기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힘이 강하니 대우를 대야 했다.

그게 현시대의 예의였으니까.

“이 비무 물려 줄 수 없을까요?”

“전 상관없지만, 저 사람은 납득하지 못할 거예요.”

“제가 설득을….”

뒤에서 한민성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당신의 마음은 알겠으나 더 이상 진행을 방해하는 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께 무례를 범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이 와 있는지 아십니까?”

탁우진이 고개를 들어 2층을 봤다.

진씨 가주는 물론, 신기, 만독의 가주까지 다 자리하고 있었다.

뿐인가.

암독이자 괴개인 정심호까지 비무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제길!”

탁우진은 이만 포기를 해야 했다.

동생을 구할 방법은 없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이지안이 전음을 날렸다.

[어떤 우려를 하는지 알아요. 다치지 않게 적당히 할게요.]

[고마워요.]

탁우진은 여학생을 믿는 것밖에 없었다.

* * *

비무가 진행되었다.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사람.

탁하늘은 형인 탁우진에게 뺨을 맞아 독이 잔뜩 오른 상태였다.

“널 꼭 꺾어서 내 가치를 형에게 증명해 보이겠어!”

“……”

이지안은 입을 다문 채 등에서 꺼낸 기다란 헝겊을 풀었다.

그 안에서 새하얀 창신이 존재를 드러냈다.

테구르가 만든 백설.

황금이의 거처인 천중호수의 빙석을 채굴해서 만든 아티팩트였다.

등급은 S급.

불의 신봉자라 얼음 속성을 지닌 무기임에도 불 속성이 옵션에 추가되었다.

백설을 잡아 든 이지안이 창끝을 탁하늘에게 겨눴다.

“오세요.”

그녀의 말에 탁하늘이 쇄도했다.

“승리는 내 거야!”

그의 검에 희미안 검기가 맺혔다.

달려가면서 검을 흔들자 검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헌데 궤적이 이상했다.

이지안이 목표가 아니라 벽에 붙어 있는 학생들에게 향하는 것 같았다.

깡!

창과 검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쇳소리가 나며 순식간에 수합이 교차했다.

그때 탁하늘의 입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붙어 보니 별거 없어! 내 승리야.”

그의 외침에도 이지안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양옆 등 뒤에서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학생들에게 날아갔던 검기가 부메랑처럼 날아와 공격한 것.

탁하늘의 검을 쳐내고 창을 회전시켜 검기를 막았다.

그 모습에 2층에 있던 괴개가 중얼거렸다.

“창제가 가르친 창법 같은데… 창제의 것도 아니야. 무극창법과는 완전히 다른데 뭘까?”

“이젠 권가라 부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버지.”

“신력은 권가라 불리기 무색할 만큼 다양한 무공을 가지고 있긴 하구나.”

“저 아이의 무공을 어떻게 보십니까?”

“특이해. 무공에도 속성은 존재하지만 희미했지. 저 아이를 보거라. 내공을 사용할 때마다 창에서 한기가 엿보이는데 또 불꽃도 튀는구나. 두 개의 속성을 가진 창법을 보았느냐?”

“듣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요?”

“나도 듣지 못했다. 대체 저런 무공은 어디서 불쑥 나타나는 건지.”

“창제의 무공일까요?”

“모르겠구나. 워낙 가진 능력이 뛰어나니….”

괴개와 철왕은 이지안을 유심히 보았다.

그녀가 사용하는 창법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저 강력한 무공을 지니고도 계속 방어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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