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7화
“더 이상은… 못 해…”
“나도…”
“제발… 그만…”
“이곳이 바로 지옥이야!”
무극대 전원이 연무장에 쓰러졌다.
보법을 수련한 지 5일.
“안 일어나? 그렇게 체력이 없어서야 어디에 써먹겠어.”
이준은 쓰러진 무극대를 갈궜다.
하나 그들은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동의각주 이의태가 만든 활력탕을 먹어도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으니까.
“가, 가주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저기 골로 간 애들 안 보이세요?”
무극대원이 가리킨 곳에는 신입 대원이 기절해 있었다.
보법 수련을 하다 정신을 잃은 거였다.
하긴 사형준도 거친 호흡을 토해내고 있는데 신입 대원들이 이 지옥의 훈련을 어떻게 견딜까.
지금까지 함께 훈련한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이준이 무극대를 닦달하는 걸 본 검제가 괴개에게 말했다.
“후욱… 창제는 매번 이런 지옥 후욱… 같은 훈련을… 했단 말인가…?”
“천재라 허억… 생각했는데 지독한 노력가 허억… 였어….”
두 사람은 이준을 괴물 보듯 했다.
신력권가가 어떻게 강해졌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이 같은 훈련을 하는데 강해지지 않을 각성자가 있을까.
“춘식아 허억… 계속 허억… 할 수 있냐…?”
“후욱… 너는…?”
“나야 당연히 가뿐하지. 허억….”
“나도 가능 후욱… 하다….”
괴개와 검제는 떨리는 다리로 객기를 부렸다.
친구보다 먼저 쓰러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두 사람의 경쟁을 불태웠다.
다시 보법 수련에 돌입하려는 그때였다.
“검제 님, 괴개 님.”
이준이 두 사람을 불렀다.
천만다행이라는 얼굴로 괴개가 냉큼 대답했다.
“부르셨소?”
“계속하시게요?”
“아니외다. 무슨 일로 부르셨소?”
“이제 보법 훈련을 끝낼까 해요.”
“혹,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건…?”
괴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훈련을 끝낼까 해요. 남은 이틀은 개인 훈련으로 대체할 겁니다.”
“듣던 중 반가운 아니, 크흠 창제께서 그만한다니 따르겠소이다.”
“더 하시려면 해도 돼요.”
“아니오!”
“수련은 충분히 한 것 같소.”
괴개와 검제가 격렬히 고개를 저었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반응.
그 모습에 이준이 피식 웃었다.
“힘드실 텐데 활력탕 좀 드세요.”
“화, 활력탕 말이오?”
“안… 먹으면 안 되겠소?”
“형님들. 제가 만든 활력탕이 그리 싫소?”
이의태가 직접 활력탕 두 개를 들고 오며 말했다.
괴개와 검제는 저 활력탕이 보고 싶지 않았다.
저 갈색 물만 보면 진저리가 날 정도였다.
“이젠 동생도 꼴 보기 싫어지네.”
“이하동문이야. 새로 생긴 동생이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싫어질지 누가 알았겠어.”
검제의 말에 괴개가 맞장구를 쳤다.
오랜만에 마음이 맞은 두 사람이었다.
이의태가 만든 활력탕으로 인해 지옥의 수련이 가능한 거다.
적어도 저 탕이 없었더라면 쉴 수 있는 시간이 더 있지 않았을까.
“먹기 싫으면 마시오.”
“누가 안 먹는다고 했는가. 전까지는 그랬단 말이지.”
훈련도 다 끝난 상태에서 이만큼 좋은 보약은 없었다.
검제와 괴개는 활력탕을 냉큼 받아 들곤 한 번에 쭉 들이켰다.
그럼에도 체력이 온전히 돌아오지는 못했다.
매일을 연속으로 마시니 효과도 떨어진 상태.
그리고 훈련으로 인해 늘어난 체력을 활력탕이 다 채우지 못했다.
“그러면 쉬고 계세요. 전 이것저것 준비할 게 있어서 잠시 외부에 다녀오겠습니다.”
이준이 몸을 돌려 연무장을 나갔다.
악마 같았던 사람이 사라지니 뒤늦게 피로가 쫙 몰려온 사람들이었다.
“이대로 자고 싶어.”
“에라 모르겠다. 난 한숨 때릴란다.”
김봉팔이 자리에 누운 채로 눈을 감았다.
정확히 30초가 지나가 웅장한 코골이를 시작했다.
김봉팔이 대놓고 자 버리니 다른 무극대원들도 덩달아 눈을 감았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모두 1분도 채 되지 않아 잠들었다.
“춘식아 너는 안 자냐? 나도 쟤들이랑 같이 잘란다.”
“수련 후에 자는 것만큼 좋은 휴식은 없지.”
검제도 괴개와 같이 바닥에 누워 잠들었다.
낙성각 앞 연무장에서 울리는 천둥 같은 소리가 신력권가를 떠나가라 울렸다.
* * *
지잉-
이준이 4대 성지의 금역으로 들어왔다.
그동안 사람들을 단련시키느라 정작 자신은 둘러보지 못했다.
오아시스 옆 나무에 앉아 홀로그램을 띄웠다.
[박춘식의 천뢰제왕신공(S)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250,000,000p를 획득했습니다.]
[정심호의 만류귀원신공(S)이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250,000,000p를 획득했습니다.]
……
……
……
[김봉팔의 수미천왕신공(S)이 6성에 도달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55,000,000p를 획득했습니다.]
테크트리 포인트가 미친 듯이 주어졌다.
수련을 안 해도 오르는 희귀한 현상.
만약 이 사실을 검제와 괴개가 알았다면 깜짝 놀랐을 터다.
이준은 메시지를 전부 닫고 상태창을 열었다. 인주를 만나기 전의 마지막 점검이다.
[기본 정보]
칭호: 은거자의 막내 제자, 창제 (외2)
이름: 이준
나이:18
잠재력: 등급 외(현재:S)
고유 스킬: 혼원신공(SSS), 무극기(SSS) 무극군림보(SS), 무극창법(SS), 무극장법(SS+)
일반 스킬: 흡성공(S), 천왕보(B), 수미천왕신공(S), 벽력신장(S), 패권(A) 십보신권(C), 비룡신법(C), 만독수(C), 칠절참흔(C), 연환창법(C), 백호연격진(B), 전륜마멸진(S)
특성: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4대 성지 금역의 주인(S), 흑염의 거처(SSS) 마신지체(SSS), 천살성(기본), 악마교관(S), 천의무봉(S)(외9)
테크트리 포인트 1,300,710,000
[능력치]
체력: 511(+150)/700
신체: 542(+150)/700
힘: 510(+150)/700
민첩: 500(+150)/700
-특수항목-
내공: 803(+150)/1000
정신력: 508(+150)/700
명성: 410,000(창제)
우호도: 사대성지(적대), 스케먼(복종), 페어리(복종), 샤크로아(복종), 오크(불신), 다크엘프(혐오) 등등.
-상태-
전투력 +720%, 모든 속성 친화력 +70%, 마기 저항력 +435%, 모든 속성 저항력 +100%, 내공 회복력 +265%, 무공이해도 +100%
*사대 기보 세트(3/4)
[주(朱) 각성 전]
흑염(S) 사용 가능
[현(玄) 각성]
모든 속성 저항력 +500%
[청(靑)]
흑뢰(S)[각성 전]
모든 속성 저항력 +500%
봉인(조건 미달성)
상태 창에 추가된 건 사대 기보 세트 효과였다.
나머지는 그대로.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쌓인 13억이라는 테크트리 포인트였다.
일선과 이선, 그리고 천외천의 AA급 각성자를 죽이고 얻은 보상이었다.
또한 레드, 블랙급 몬스터들을 꽤 죽이기도 했다.
뿐인가.
청룡무의와 파멸겁을 각성시켰고 검제와 괴개, 무극대를 굴려서 테크트리 포인트를 얻었다.
그 결과 13억이란 말도 안 되는 포인트가 쌓였다.
“흠 다 찍을 수 있겠는데?”
이준은 상태창을 놔두고 루트창을 띄웠다.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은거자(9/10) - 파천자(0/900,000,000)
무공(4/5) - 패천기공(0/999,999,999)[조건: 혼원신공 MAX][불가]
능력치(114/999) - 내공+15(0/30,000,000)
테크트리 포인트 1,300,710,000
“어? 패천기공은 갑자기 왜 조건이 붙은 거야?”
테크트리 포인트가 없을 때는 조건이 있지 않았다.
10억 포인트만 있으면 찍을 줄 알았건만, 조건이 생겨 버렸다.
이제 찍을 수 있는 건 은거자 루트와 능력치뿐.
둘 중 뭐로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제 능력치도 올릴 때가 됐는데 은거자 루트가 딱 하나 남아서 걸리네.”
9억 포인트 쓰면 남는 게 4억가량의 포인트였다.
이 4억으로 얼만큼의 능력치를 뽑을까.
과연 6개의 능력치를 찍으면 필요 포인트가 얼마나 올라갈지 고민이 많았다.
[쉽게 생각하면 될 것을.]
“쉽지 않아요.”
[쯧쯧. 테크트리 포인트는 언제든지 모을 수 있지 않느냐. 네놈이 숨만 쉬어도 포인트가 오를 때가 있을 것이니라. 그러니 쉽게 가거라.]
무극자 사부는 은거자 루트를 찍는 걸 권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은거자 루트를 끝내 놓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짦은 고민 끝에 파천자를 광클했다.
[칭호 파천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파천자]
등급: EX
분류: 칭호
설명: 고금제일인인 무극자가 인정한 제자를 뜻합니다. 혼원문을 계승한 문주이며 패배를 모르는 무의 화신이어야 합니다.
효과: 천살성과 완전한 동화, 사신수의 호감도 MAX
두근, 두근!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자신의 안에 있는 살기가 아득하리만치 커지면서 시야를 가렸다.
다시 앞이 보일 때는 저번에 봤던 그림자가 서 있었다.
자신을 보면서 웃고 있는 녀석.
모래처럼 부서지면서 사라진 순간!
녀석의 기운이 자신에게로 빨려 들어왔다.
* * *
다음 날.
이준이 신력권가로 돌아왔다.
“잘들 하고 계셨나요?”
“어디를 가셨소… 응?”
“춘식이 너도 느꼈냐?”
검제와 괴개는 이준을 뚫어지게 봤다.
‘심호야…’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안다. 동떨어지는 느낌은 들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위험하지?’
‘위험? 말이라고. 포식자도 이런 포식자가 없다.’
‘하루 사이에 어떻게 된 일인지.’
오직 두 사람만 이준의 몸에서 풍겨 나온 위험을 감지한 것 같았다.
무극대는 여전히 예전과 똑같이 이준을 대했다.
특히 저 김봉팔이라는 놈은 이준이 위험한지도 모르고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주구우운! 하루를 안 봤다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십니까?”
“봉팔아 그 입 좀 닫아라. 그러다 이상한 소문 난다.”
“수하가 주인을 따르는 게 뭐 이상합니까요. 헛소리를 지껄이면 제가 주둥이를 뭉개 버리겠습니다.”
“내가 안 보여서 살 만했나 보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보다 주군! 제 수미천왕신공이 6성에 이르렀습니다. 한 달 만에 무려 2성이 올랐지 뭐예요.”
“더 분발해. 6성이 뭐냐. 8성은 돼야지.”
“물론이죠. 흐흐. 제가 강해져서 사 대주를 제치고 오른팔이 되겠습니다.”
김봉팔은 입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6성을 달성해서 얼마나 좋은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녀석의 목소리에 기가 따가울 지경.
귀를 후벼 파며 김봉팔의 말을 흘려버리곤 검제와 괴개를 보았다.
“두 분은 왜 그렇게 보고 계세요?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 아니오.”
“크흠.”
두 사람이 당황하며 서로 다른 곳을 봤다.
이준은 저들의 행동이 왜 저런지 눈치챘다.
변한 자신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겠지.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천살성과의 완벽한 동화는 자신을 아예 딴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모습으로.
이전과는 달랐다.
성격적으로나 무공적으로나 말이다.
미묘하게 어색한 기류가 흐를 때쯤.
띠리리링-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이준이 전화를 받고 얼마 있지 않아 끊었다.
그리고 검제를 향해 말했다.
“신기학사께서 전화가 왔네요. 싸울 준비 하러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