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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14화 (314/705)

제310화

이준의 태도에 이지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감정 없는 목소리를 처음 겪었다.

“내가 나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잊었어?”

“아니요….”

“그러면?”

“그게….”

이지안이 우물쭈물하자 옆에 있던 정심호가 나섰다.

“내 상처를 치료하느라 쉘터에서 나온 듯하다. 괜히 나 때문에 혼나는 것 같아 미안하군.”

“괴개께 묻지 않았습니다.”

이준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회안이 반짝이는데 등골이 오싹해진 정심호.

어느새 손과 등은 땀으로 축축해졌다.

‘무슨…!?’

그 어떤 기세나 압박도 해 오지 않았다.

오직 눈빛 하나만으로 자신을 위축하게 만든 이준이었다.

‘말도 안 된다. 그새 더 강해졌어. 아니면 실력을 더 숨기고 있었나?’

정심호가 침을 꼴깍 삼키며 혼란스러워했다.

창제란 이명으로 불리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지금의 이 압박감은 뭐란 말인가.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강했다.

어미 배 속에서부터 무공을 익혔다 해도 무리였다.

정심호가 뜨악하는 사이 이준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

“나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것 같네.”

“죄, 죄송….”

쾅-

콰광!

주변의 소리 때문에 이지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짜증이 나 있던 이준이 신경질적으로 발을 굴렸다.

쿵-

대지를 타고 전해지는 떨림.

육중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잔잔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고요하지 않았다.

펑 소리와 함께 천외천 도인 십여 명의 몸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내 기분 엿 같으니까 조용히 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얼음이 된 것처럼 동작을 멈췄다.

진각에 의해 싸움이 강제가 중단된 것.

이 일대의 공기가 무거워지기도 했다.

허수와 만천단은 물론 천외천의 도인들까지 눈을 크게 뜬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준의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닿을 때는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덜덜.

도인들의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부들거렸다.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난 내 말을 안 듣는 걸 싫어해. 안 그러냐 수야.”

이준은 이지안을 내려다보다가 허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호명에 허수가 화들짝 놀랐다.

“예? 예!”

“그런데 왜 너까지 이곳에 나와 있지?”

화살이 허수에게로 넘어갔다.

좀처럼 볼 수 없던 이준의 분노.

심상치 않음을 느낀 허수였다.

“죄송합니다.”

“사과하라고 묻는 게 아니었는데?”

항상 단순하게 말하던 이준이 아니었다.

말꼬리를 잡고 길게 늘어지니 더 무서웠다.

“이들과 싸움해 보고 싶어… 윽!”

“네까짓 게 천외천과 싸움을 하려 해?”

이준의 안광이 허수에게 쏘아졌다.

여태껏 느꼈던 기운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준의 몸에서 발출된 패기가 허수를 압박했다.

“이들이 누구라고 네가 함부로 나서?”

덜덜.

지금까지 느꼈던 압박은 어린애 장난이었다.

이준에게서 뿜어진 패기는 S급 각성자인 정심호조차 떨리게 하는 공포 그 자체였다.

“여기서 네가 죽을 수도 있단 생각은 안 해 봤어?”

허수는 바닥에 참마도를 떨어트리곤 몸을 떨기만 했다.

목구멍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죄송하다고 빌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이준의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었으니까.

아니, 본능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이준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허수를 보고 있을 때였다.

“주, 죽어라!”

이곳의 우두머리가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써 두려움을 감추고 공격했다.

허공에 뜬 채 검강을 내리긋는 도인.

이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은은한 분노가 담긴 시선을 한 그가 손을 뻗었다.

“흐업!”

그러자 도인의 몸이 이준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왔다.

오른쪽 손에는 도인의 목이.

왼쪽 손에는 도인의 검강이 잡혀 있었다.

이준이 손에 힘을 줬다.

검강이 펼쳐진 검이 힘없이 부러졌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 줄게.”

퍽-

검강을 동강 냈던 왼쪽 손이 도인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심상을 으깨 버리는 이준의 손.

도인이 죽자 옆으로 던져 버렸다.

“어차피 다 죽일 거야. 내가 목숨을 거둬 갈 때까지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어.”

이준의 목소리는 천외천에게 사신과도 같았다.

“이, 인간이 아니야.”

“악마…다….”

도인들은 대사형을 파리 죽이듯 죽여 버리는 이준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천천히 정신을 놓아가는 도인들.

이준은 그들을 무시한 채 허수를 보았다.

* * *

“왜 저래?”

“이기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게.”

쉘터에 있는 학생들은 이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군이 이기는 분위기였으니까.

“예은아. 허수 밖으로 나갈 때, 이준 선생님한테 허락 맡았다고 하지 않았어?”

“응. 분명 그랬는데….”

“그런데 왜 저렇게 화를 내시는 거지?”

정예나와 정예은은 이준이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준이 쉘터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허수가 거짓말하고 나와 버린 걸 몰랐으니까 말이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정예나가 뜨악했다.

“설마, 거짓말이었어!?”

“안 되는데.”

자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두 사람은 특별반 학생.

한 학기 동안 이준을 겪어서 그런지 대충은 그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화 많이 나신 것 같아….’

‘어떡해. 수 크게 혼나겠지?’

자매는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이준은 평소엔 장난기가 많았으나 화가 나면 악마에 가까웠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싫어했지만, 자신의 사람이 위험에 빠지는 건 더더욱 싫어했다.

그 때문에 밖으로 나가겠다고 하던 정예나가 이준의 이름이 나오자 뒤로 물러난 거였다.

하지만 지금 허수는 이준이 가장 싫어하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한 상황. 아무리 정심호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무모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어!?”

“와, 봐도 적응이 안 돼.”

“대박!”

“천외천이 저렇게 약했어?”

“창제라 가능한 듯.”

학생들은 이준의 허공섭물을 보고 감탄했다.

하나 곧이어 나온 행동에선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손속이….”

학생들은 잔인하다는 말을 목구멍으로 삼켜야만 했다.

밖으로 내뱉을 수 없을 만큼 화면에 보이는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정예나가 손톱을 물어뜯었다.

‘화 많이 나셨나 봐.’

그녀가 겪었던 이준은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렸다.

오죽하면 가문연맹이나 사마련의 눈치도 안 보고 패왕도가와 도련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까.

이준은 그런 인물이었다.

‘허수가 나 때문에 쉘터 밖으로 나갔다는 걸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건데.’

정예나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화면을 봤다.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할아버지도 마찬가지.

저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이준뿐이었다.

그가 허수에게로 갔다.

-컥!

허수의 몸이 서서히 허공으로 떴다.

회색 기운이 허수의 목을 감아 위로 들어 올린 것.

허공에서 대롱거렸다.

-너 혼자 나온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여기에 지안이까지 같이 있다니, 네가 내 말을 우습게 여기는 거네.

-크, 아닙…니다….

-수야. 네 역할이 뭐냐.

-혀- 니임의 말을 잘… 듣고 신력을 보호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내가 너를 키운 이유야. 그런데!

이준의 목소리와 함께

펑-

천외천의 몸이 폭죽처럼 터졌다.

이번엔 열 명이 아닌, 천외천 모두가 이준의 일갈에 죽어 버렸다.

-네 목숨을 버리려는 것도 모자라 지안이까지 위험에 빠트릴 뻔했어. 누구냐. 중학생인 지안이까지 밖으로 내보낸 새끼가.

이준의 목소리는 쉘터에 똑똑히 전달됐다.

목소리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쉘터에 있는 선생 중 이지안의 담임이 엉덩방아를 찍었다.

“으으.”

“음….”

“우리도 각오해야 할 듯싶소.”

청운을 비롯한 선생들의 낯빛이 안 좋아졌다.

* * *

“제가 잘못했어요. 다신 가주 오빠 말 어기지 않을게요.”

이지안이 달려와 이준의 팔을 붙잡고 빌었다.

“너희들을 안 믿을 거야. 멋대로 행동하는 게 한두 번이어야지.”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 테니까 허수 오빠를 놓아주세요.”

그녀가 간절히 부탁했다.

눈에는 눈물이 맺힌 상태.

이준의 행동이 무서웠는지, 손이 떨렸다.

그 모습을 보자 이준의 마음도 약해졌다.

두 사람이 걱정돼서 화를 냈다.

이번에는 운이 좋은 케이스.

혹여나 일선과 이선이 청룡무의를 노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처럼 허무하게 천외천이 밀리지 않았을 터다.

일선과 이선이 전쟁에 합류한 것과 안 한 것의 무력 차이는 상당했을 거니까.

“후우우.”

이준이 기운을 풀었다.

주변 일대를 압박하던 무거운 공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무극기로 인해 가려졌던 해도 모습을 보였다.

“허억… 허억….”

“파랑이 없었으면 너흰 다 죽은 목숨이었어.”

“뀨웃!”

파랑이가 이준의 주머니에서 고개를 삐죽 내밀곤 울었다.

그의 말에 동의했다.

허수와 이지안을 구해 준 것도 바로 파랑이였다.

천외천과의 싸움에서 전세가 역전된 것도 파랑이 때문.

이준과 파랑이가 없었다면 이곳은 천외천에게 전멸했을 것이다.

“봐주는 건 이번 한 번뿐이야.”

이준이 몸을 돌렸다.

그가 향한 곳은 쉘터였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

이준은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허수와 이지안을 밖에 내보냈는지 알아보기 위해 쉘터로 갔다.

지잉-

쉘터의 문이 열렸다.

선생들은 사색이 된 채 이준을 맞이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가 많….”

“제가 개고생하는 걸 알면 마음 편히 싸우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준이 선생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들은 이준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오. 괴개께서 심한 부상을 당해서 어쩔 수 없었소.”

“지안이는 중학생입니다. 치료계 각성자라고 전쟁터에 내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세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소.”

“누굽니까. 이 정신 나간 생각을 한 사람이.”

이준이 선생들을 천천히 훑었다.

“꼭 알아야겠습니다. 그 사람을 못 찾으면 이 전쟁에서 손을 뗄 겁니다.”

이준은 선생들에게 협박했다.

천외천이 다 죽은 건 아니었다.

아직도 서울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게 분할된 스크린 화면에 잡혔다.

철혈검가의 검제와 제왕단이 고군분투하는 모습.

신력권가의 무극대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모습.

수많은 몬스터가 서울 전역으로 흩어져 건물을 마구잡이로 부수는 장면이 스크린에 모두 담겼다.

여기서 핵심 인물인 이준이 빠지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미안하오. 내 생각이 짧아 저 어린아이를 밖으로 보냈소.”

신룡사 소속 청운이 나서서 대답했다.

“스님의 생각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아니오. 이곳의 최종 결정자는 소승이오. 그러니 내가 저 아이를 내보낸 게 맞소.”

“하아.”

이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사시나무 떨듯 떠는 한 선생이 눈에 들어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저 사람이 이지안을 밖으로 내보내자고 제안했겠지.

이미 얼굴을 눈에 각인시켜놨다.

‘두고두고 기억해 두겠어.’

중학생을 위험한 곳에 내보냈다면 적어도 선생이 따라갔어야 했다.

그런데 달랑 학생들만 보냈으니.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이준은 화를 삭이면서 말했다.

“다음부터 이런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명심하겠소.”

그가 이지안의 담임을 노려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화면 속 무극대가 보였기 때문.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고 있으나, 명백히 무력의 차이가 있었다.

무극대의 몸에 상처도 많이 난 상황.

거기다 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들도 간혹 보였다.

아깝게 키운 인재들을 저대로 죽게 둘 순 없었다.

이준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허수와 이지안을 향해 경고했다.

“들어가. 이번에도 내 약속을 어긴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개미처럼 작은 목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이준은 두 사람을 지나쳐 쉘터를 빠져 나와 서울 숲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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