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13화 (313/705)

제5화

-외전-

맹주가 머무는 전각, 연못에서 백무생이 금붕어에게 고기밥을 주고 있었다.

“매, 맹주 니임!”

그에게로 한 남자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쯧쯧. 금붕어가 다 도망갔어.”

“지, 지금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인가.”

“마, 마교 교주가 쓰러졌다 합니다.”

백무생이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눈이 커진 채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 뭐라고 그랬나. 교주가 쓰러져?”

“예! 무, 무신이 그를 쓰러트렸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정말 해낼지 몰랐군.”

“무신이 곧 당도한다는데 그를 맞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지.”

백무생의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음계를 꾸미려는 사람의 표정이랄까.

“운익단주. 우선 무신이 귀환하기 전까지 함구하고 있게.”

“예?”

“교주가 쓰러졌어. 우리가 좋다고 축제를 벌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교 측에서 가만히 있겠나.”

“아, 알겠습니다.”

“나머진 군사에게 일임한다고 전하게.”

“예.”

운익단주란 남자가 돌아갔다.

“계획대로 되는구나. 하하.”

백무생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호탕하게 웃었다.

손에든 고기밥을 연못에 던지고는 어딘가로 향하는 그.

그가 도착한 곳은 주경아가 있는 별원이었다.

“크흠.”

백무생이 기침 소리를 내었다.

안에서 옥난향이 나왔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옥난향의 음성은 꽤나 날카로웠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듯한 목소리였다.

“마중화를 보러 왔소.”

“언제까지 이러실 건가요? 군룡검과 혼례를 계속 연기하는 속셈이 뭐죠?”

“아직 무림행이 안 끝났다 하지 않았소.”

“무림행을 중단하고 돌아오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무림맹에 와서 약혼자보다 시아버지 될 자의 얼굴을 더 많이 본 것 봤어요.”

마음 같아선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싶었던 옥난향이었다.

아가씨께 추악한 음심을 품지 말라.

역겨운 눈으로 아가씨의 몸을 훑는다면 눈을 뽑아 버리겠다. 이런 말을 말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여긴 적진.

저 늙은 뱀이 언제 태도를 바꿀지 모르기에 최대한 화를 참았다.

“아들 대신 며늘아기를 챙긴다고 생각해 주시오.”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무섭습니다. 이만 돌아가 주시겠어요?”

옥난향은 백무생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안 가시나요?”

백무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옥난향이 인상을 찌푸린 채 그의 얼굴을 노려보는데 입가에 걸린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마중화한테 직접 할 이야기가 있소.”

“말했을 텐데요. 만날 수 없다고.”

그녀의 태도는 강경했다.

저 더러운 미소를 보니 더욱 주경아와 만나지 못하게 해야겠다 여겼다.

그녀가 단호하게 해서 그런가.

아니면 더러운 것을 본 사람의 눈빛을 읽어서 그런가.

그도 아니면 교주가 쓰러져서 그런가.

백무생 또한 쓰던 가면을 벗어 던졌다.

“유모 따위가 주인보다 설치는 꼴이라니. 쯧.”

“뭐, 뭐라고요?”

그가 폭언을 했다.

그러면서 전각에 가까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채쟁챙챙!

마화단이 검집에서 검을 꺼내 백무생을 향해 겨눴다.

“제 처지가 어떻게 된 줄도 모르고 쯧쯧..”

백무생이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악!”

“꺄악!”

그 손짓 한 번에 마화단 일부가 전각에 처박혔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내가 왜 이 별채에 너희를 둔지 아나? 크크. 이곳은 나 이외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여기서 소리가 새어 나가는 일은 없단 말이지.”

“이, 이 악적.”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이뻐해 준다는데 악적이라니.”

백무생은 능글맞은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

벌컥!

전각에서 주경아가 나타나 소리쳤다.

“이게 무슨 행패죠?”

“오오, 드디어 마중화의 얼굴을 보는군.”

“당신의 이런 행동, 제 아버지가 아시면 크게 노하실 거예요.”

주경아의 말에 백무생은 더욱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크크. 그 잘난 네 아버지가 죽었다더군.”

“아.”

“건강하시던 교주께서 죽다니, 개소리 하지 마!”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가련한 게 아주 마음에 들어.”

백무생이 입맛을 다시며 재차 말했다.

“누가 네 아버지를 죽였는지 아나?”

“누구…죠?”

“무신 설극. 네 아버지를 죽인 놈의 이름이다.”

“거짓말….”

“곧 이곳에 당도한다고 하니, 직접 물어보거라.”

주경아가 무너져 내렸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그녀가 공허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가가께서 그럴 리가 없어.”

“아가씨! 정신 차리세요.”

그때였다.

쾅!

무림맹 내부에서 굉음이 터졌다.

그와 함께 제갈영이 달려왔다.

“맹주님! 큰일 났습니다!”

“이 소란은 뭔가?”

“무신이 맹에 들어오자마자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설마 우리의 계책을 눈치챈 겐가?”

“그런 듯합니다.”

“잘됐군. 안 그래도 처리하려던 참이었어.”

백무생은 넋을 잃고 앉아 있는 주경아를 보며 말했다.

“맹의 모든 인원을 집결시켜 무신을 추살하라 명하게.”

“맹주!”

제갈영이 소리쳤다.

이 이상 손쓴다면 정파의 탈을 뒤집어쓴 쓰레기 집단과 다름없었다.

“자네가 못한다면 내가 하지. 태진은 맹주의 이름으로 전 인원에게 명을 내려라. 목표는 무신, 추살이다.”

“존명.”

허공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그는 맹주의 그림자로 뒤처리를 도맡아 하는 자였다.

그가 별채 전각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나머진 이곳에 쥐새끼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맹주의 명을 받듭니다.”

태진과 같이 허공에서 들리는 이들의 목소리.

맹주의 그림자 부대가 모습을 드러내며 별채를 꽁꽁 감쌌다.

“이젠 내 세상이….”

콰아앙-

걸레가 된 시체가 담을 뚫고 날아왔다.

“괴, 괴물!”

“맹주님께 가지 못하게 막아야 돼!”

무림맹 소속 무인들이 속속 나타났다.

그들은 산발한 머리에 야수 같은 눈빛을 한 사내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어서 잡아!”

낭패한 얼굴로 무인들이 동시에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 * *

설극은 십만대산에서 무림맹으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는 무림맹의 정문이 보이자 다짜고짜 창을 날렸다.

쾅!

성벽을 강타한 창은 거대한 굉음을 일으키면서 장애물을 허물었다.

성벽 위에 사람이 있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극아. 만약 네 힘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나타나거든 그들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잘근잘근 밟거라. 그래야지만 다신 너를 이용하려 들지 않을 게야.

존경하는 사부의 말씀이었다.

‘날 이용한 대가로 네가 있을 집을 아예 뿌리 뽑아 주겠다.’

설극은 경공을 펼쳐 무림맹 안으로 들어갔다.

종소리가 울렸다.

“치, 침입자다!”

“대낮에 미친 거 아니야?”

“맹 내부로 들어갔다. 사신단 전부를 불러!”

설극은 그들을 뒤로한 채 달렸다.

‘우선 경아를 빼 온다.’

무림맹을 나서기 전 주경아의 기척을 느꼈다.

1년 동안 같이 있었는데 주경아의 기를 못 느낄 리 없었다.

십만대산에 다녀온 후 그녀를 만나려고 모른 척한 것이다.

‘맹주전과 가까운 곳에서 경아의 기척을 읽었어.’

그녀에게 가려면 맹 깊은 곳까지 가야 했다.

푸확!

‘가로막은 자는 전부 죽인다.’

설극의 창은 자비가 없었다.

창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무인들이 족족 쓰러졌다.

“대체 어떤 간 큰 놈이 무림맹에 침입한단 말인가!”

설극의 앞을 막아서며 나타난 자는 전에 봤던 현무단의 단장이었다.

설극은 속도를 줄이고 자리에 섰다.

“흑룡벽.”

나직이 중얼거리며 들고 있던 창으로 바닥을 후려쳤다.

크아아악-

용의 형상이 포효와 함께 현무단을 덮쳤다.

“악!”

“컥!”

“켁!”

비명을 지르며 사라진 현무단 무인들.

흑룡이 사라짐에 따라 그들의 시체 또한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무인들이 입을 떡 벌렸다.

“세, 세상에.”

“제게 무슨 무공이야….”

흑룡벽으로 깔끔히 상대를 해치운 설극은 다시 경공을 펼쳤다.

“적이 도망친다!”

“잡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 무인들이 설극의 뒤를 쫓았다.

주작단, 백호단, 청룡단.

모두 설극의 상대가 아니었다.

단주들은 창질 한 번에 목이 날아갔다.

사신단은 전멸.

무림맹 외전 소속 무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설극에게 당했다.

결국 내전 무인들이 나섰다.

당주급 인사들이 나서고 나서야 설극의 정체를 인지했다.

“무신?”

“무신이 왜 우리를 공격하지?”

웅성웅성.

무인들은 혼란스러웠다.

보름 전만 해도 맹주와 차를 마시던 이였으니까.

무인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 한 사람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맹주의 명이다. 맹의 무인은 무신 설극을 추살하라!”

하늘에서 뚝 떨어진 태진이 맹주의 직인이 찍힌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그제야 당주급 인사들이 설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나 그는 천마신교의 교주까지 이긴 사람이다.

그깟 당주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푹!

푹푹!

사신단의 단주와 마찬가지로 당주급 인사들 또한 한 합에 목숨을 거뒀다.

“워, 원로원! 그분들을 불러야 돼!”

“어서 원로분들을 모셔 와!”

설극은 당주까지 죽이고 다시 움직였다.

‘경아가 저기 있다.’

“이노오오옴! 여기가 어디라고 설친단 말이냐!”

머리가 하얀 도인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설극을 막았다.

그의 검에선 한줄기 검강이 맺혀 있었다.

지잉 소리와 함께 설극을 두 동강 내려는 검강.

그는 몸을 최대한 숙였다.

검강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찰나의 순간 도인의 품으로 파고든 설극이 도인의 복부에 장력을 박아 넣었다.

쾅!

실 끊긴 연처럼 날아가 벽을 부수고 처박힌 도인.

살을 갈기갈기 찢으며 내장까지 부숴 버리는 파괴력.

사람의 형체라곤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엉망으로 만들었다.

“무림맹주….”

설극이 별채에 도착했다.

그의 눈에 무림맹주가 들어왔다.

“괴, 괴물!”

“맹주님께 가지 못하게 막아야 돼!”

“어서 잡아!”

무인들이 설극에게 달려들었지만.

쿵.

그의 진각에 고막이 터지고 코피가 흘렀다.

내력이 약한 무인들은 혈관이 터져 피투성이가 됐다.

“날 속인 대가로 네 모든 것 앗아 가 주마.”

설극이 백무생에게 쇄도하려는데.

“가가?”

옆에서 주경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아.”

“가가 그 말이 사실이에요? 가가께서 제 아버지를 죽였다는 게… 정말인가요?”

“경아 오해야. 다 설명해 줄게.”

쌔액-

설극의 팔을 훑고 지나가는 한줄기 검기.

방심한 틈을 타 공격한 백무생이었다.

상처가 깊게 베었음에도 설극은 주경아에게 해명하기 바빴다.

“조금만 기다려. 맹주를 쓰러트리고 어떻게 된 이유인지 다 말해 줄게.”

“아아, 사실이었어….”

주경아는 망연자실했다.

맹주가 거짓말했을 거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걸 어떻게 믿겠나.

“경아….”

설극이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자.

“오지 마세요!”

주경아는 마화단원의 검을 뺏어서 자신의 목에 겨누었다.

“안 돼 경아!”

“제가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이세요.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 버릴 거예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 검 내려놔.”

“어서요!”

주경아가 뾰족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러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그 사실을 설극도 알기에 애써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설극의 살육이 시작되었다.

* * *

설극의 춤사위가 멈췄다.

데구르르.

그의 발에 머리가 굴러다녔다.

죽고 죽이는 살육전.

아니, 살육전이란 말이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그 많던 무림맹의 무인들이 전부 죽었다.

원로원도 뒤늦게 합류했지만 소용없었다.

“으으으으.”

오직 두 명.

무림맹 소속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백무생과 제갈영 뿐이었다.

무림맹주라는 지위를 가진 백무생이 주저앉은 채 뒤로 물러났다.

바지에는 소피를 지리기까지.

얼마나 두려우면 저항도 못 하고 저럴까.

“다 너 때문이다.”

설극은 백무생에게 걸어갔다.

“오, 오지 마.”

“네가 날 이용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사, 살려 주게. 내가 다 잘못했네.”

“맹주! 추태는 그만 부리고 사내답게 죽으시오.”

제갈영이 버럭 소리쳤다.

설극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도 곧 죽일 거니까 입 다물어.”

“미안하네. 이 모든 게 내가 맹주의 탐욕을 못 막은 죄야. 정말 미안하이.”

제갈영은 연신 사과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백무생뿐.

설극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푸확!

주경아가 백무생의 목을 잘라 버렸다.

그것으로 모자라.

푹-

“아가씨!”

“안 돼애애!”

자신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쓰러지는 주경아를 설극이 받아 품속에 안았다.

“흐윽… 경아 왜 그랬어….”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안 돼… 제발!”

설극은 주경아의 몸에 내기를 주입했다.

어떻게든 생명의 끈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불씨는 꺼져만 갔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날… 떠나지 마.”

“미안… 쿨럭쿨럭… 해요. 억지를 부려서….”

“아니야. 경아는 내게 억지를 부려도 돼.”

“가가와 있는… 일 년 동안 정말 즐거웠… 윽….”

“경아 말하지 마!”

“…어요. 가가의 고향… 으로 가서 애를 낳아 키우고 싶었는데….”

“흐윽!”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가가를 용서하지 못한 절… 원망하….”

“경아! 경아아아!”

주경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숨이 끊겼다.

서서히 몸이 굳고 차가워지는 건 덤이었다.

“안… 돼애애!”

설극은 교주에게 받은 손수건을 그녀의 손에 쥐여 주며 목놓아 울었다.

슬픔에 잠긴 건 옥난향과 마화단도 마찬가지.

졸지에 두 주인을 잃어 버린 그녀들이었다.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가 옥난향에게서 흘러나왔다.

“아가씨께서 당신의 아이를 회임하셨어요.”

“아아….”

설극의 손이 주경아의 배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하필.

두근-

두근-

미약한 소리가 그에게 들렸다.

그런데 그 소리가 차츰 잦아들더니 이내 멈추는 게 아닌가.

“으아아아!”

설극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

해가 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은 기운으로 인해 주변은 어둡게 변하고 말았다.

파멸의 별을 띤 기운.

파천멸기.

훗날 파천혈신이란 이명을 만들고 무림을 절망의 암흑기로 빠트리게 된 무공의 탄생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