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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12화 (312/705)

제4화

-외전-

무림맹 내부 별원.

주경아는 별원 내에 있는 작은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마화단의 단주.

옥난향이 세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주경아를 보필했다.

주경아의 걸음이 빨라지자, 옥난향의 얼굴에 다급함이 엿보였다.

돌이나 치마에 밟혀 넘어지려고 할 때는 결국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가씨!”

그럼에도 주경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몸을 바로 잡고 다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아시잖아요.”

“그러면 이대로 다른 남자의 아녀자가 되라는 말인가요?”

주경아가 그제서야 몸을 돌렸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옥난향을 보았다.

“맹주께 혼례를 최대한 빨리 올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진정하세요. 그러다 몸이 상할까 염려됩니다.”

“혼례도 전에 제가 회임한 사실을 저들이 알기라도 하는 날엔….”

“아가씨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손을 써 보겠습니다.”

주경아는 무림맹에 갇히고서야 알게 되었다.

자신이 설극의 아이를 잉태했다는 것을.

왜 하필 무림맹에 들어오고서야 알게 됐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적어도 무림맹 밖에서 회임한 사실을 알게 됐더라면 옥난향을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가씨는 마음 단단히 드셔야 합니다.”

군룡검과 혼례 전 회임한 사실을 알게 되면 큰 혼란이 야기 될 것이다.

아이는 맹주의 핏줄이 아니라 온전히 신교 교주의 핏줄이나 다름없었다.

맹주와 교주 두 피가 이어졌다면 모를까, 교주의 피만 이어졌음이 밝혀지면 무림맹 입장에선 인질이 두 명이나 생긴 셈이다.

화친을 맺으려고 딸을 보냈다가 맹주를 능욕한 꼴이 되는 것.

“맹주는 단주와 다른 생각인 것 같아요.”

“맹주가 아가씨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절대 그렇게 두진 않을 거예요.”

“차라리 가가께 가는 게….”

“아무리 무신이라도 혼자서 무림맹을 이기진 못합니다. 오히려 아가씨로 인해 그가 다칠 수도 있어요.”

옥난향은 설극을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무림은 도산검림.

매우 험난하고 힘든 곳이 바로 강호였다.

설극이 강하다곤 하나 혼자.

무림맹 전부를 감당하기란 어려웠다.

가능했으면 신교가 천하일통이란 대업을 이뤘을 테니까.

그게 불가능하니, 정파가 존재했고, 사파와 신교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그는 한족이 아니었다.

주경아에게 들은 바로는 고려인.

한족이 아닌 사실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진다면 난리가 날 게 자명했다.

무신이란 칭호를 한족이 아닌 오랑캐에게 붙여 줬으니까.

“그래도 이곳에 있기에는 너무 불안… 어?”

주경아가 중얼거리다가 별원 너머에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왜 그러세요?”

옥난향의 물음에 주경아가 눈을 비비며 별원 너머를 보았다.

아까 보았던 남자의 뒷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분명 가가였는데….’

주경아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고개를 푹 숙였다.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경아의 모습을 본 옥난향의 마음도 찢어졌다.

자신이 키우다시피한 그녀였기에 가슴이 아픈 건 옥난향도 마찬가지였다.

* * *

신강, 십만대산.

천마신교의 총타가 위치한 곳으로 무수히 많은 봉우리가 전각을 감싸고 있었다.

“교주란 자가 저 자입니까?”

설극의 앞에 나타난 잘생긴 중년인.

그의 몸에는 마교 교주만 입는다는 흑룡포가 걸쳐져 있었다.

설극의 물음에 안내자가 대답했다.

“저네 맞습니다.”

“제가 처리할 테니 이만 물러나십시오.”

설극이 교주를 향해 걸어갔다.

교주의 뒤에 있던 이들이 앞으로 나오려는데 그가 손을 들었다.

“그대들의 상대가 아니다.”

그래도 신교의 교주답게 설극의 무위를 꿰뚫어 봤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멈춰선 두 사람.

“무림맹주가 손을 나누자고 하여 나왔는데 이름 모를 사람이 대신 나왔군.”

“교주님! 이건 명백한 정파의 도발입니다.”

“후기지수를 보내다니요!”

“신교를 능욕한 것과 진배없습니다. 아가씨를 불러들여 정파와 전쟁을 하셔야 합니다!”

신교 내 전쟁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마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전쟁을 반대하는 온건파의 마두들도 소리를 내었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야기라도 들어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전쟁을 일으켰다간 무림맹에 있는 아가씨께서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만.”

나지막한 음성이 십만대산에 울려 퍼졌다.

엄청난 내력.

말 한마디로 그 거친 마인들을 모두 잠재웠다.

교주는 설극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가 말해 보겠나.”

“당신과 담판을 지으러 왔소.”

“본좌와 말인가? 맹주 대신?”

“그렇소.”

“크하하하.”

“읏!”

“교, 교주님….”

교주의 웃음에 모두가 귀를 막아야만 했다.

마소.

천마신공의 내력을 바탕으로 한 음공이었다.

천마신교 교주나 소교주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공.

하나 설극은 눈 하나 깜빡이지도 않았다.

“자신만만하군. 그자가 어떻게 자네 같은 사내를 찾아 보냈는지는 모르네만, 날이 좋지 않아. 본좌의 기분이 썩 좋지 않거든.”

쾅-

교주가 땅을 박차며 설극에게 쇄도했다.

천마군림보.

패도의 보법이다.

거리를 좁힌 교주의 한쪽 발이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설극의 머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발꿈치.

설극은 두 손으로 창대를 잡고 그대로 발꿈치를 막았다.

쿠웅-

대지가 진동했다.

설극이 있던 땅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다.

발차기 한 번의 위력이 이 정도였다.

탓-

교주는 창대를 박차곤 아래로 내려와 설극의 뒤를 점했다.

교주이 주먹이 설극의 등에 박혔다.

천마신공의 장점은 온몸을 무기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무기에 관통당하지 않아도 그만한 고통을 주는 게 특징이었다.

쾅!

설극은 교주의 주먹질에 연이 끊긴 것처럼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교주는 재차 땅을 박차며 설극에게 쇄도했다.

교주의 다리에 검은 마기가 몰렸다.

다시 한번 펼쳐지는 천마군림보.

이 일보에 모든 걸 끝내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간과한 건 상대가 설극이라는 것.

뒹굴었던 몸을 바로 잡으며 교주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교주의 다리와 창이 교차했다.

쿵, 쿵쿵-

설극과 교주가 부딪힐 때마다 파공성이 났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여유로웠던 교주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설극은 오히려 이 싸움에 적응한 듯 활력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설극에게 점점 밀리게 된 교주.

몸에 난 상처도 많아졌다.

덩달아 숨소리는 거칠었다.

“후욱… 후욱….”

설극은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였다.

교주가 숨을 고르며 그에게 물었다.

“자네… 후욱… 이름이 무언가…?”

“설극.”

“후욱… 그 유명한 무신의 이름이 설극이었군 그래….”

교주는 설극와 손을 나누면서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창술과 장법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

이 두 개만으로도 무림의 거두를 쓰러트리고는 1년 전에 감쪽같이 사라진 사람.

그가 무림맹주 대신 나온 것이다.

“안타깝군. 지금과 같은 일만 없었더라면 서로 친구가 되었을 터인… 쿨럭쿠럭!”

교주가 피를 토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힘겹게 입을 열었다.

“…후욱… 내가 졌어….”

교주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쓰러졌다.

설극이 교주에게 다가갔다.

“교주님!”

“어서 교주님을 보호하라!”

그러자 교주가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리며 휘휘 저었다.

“…허억 돼… 허억… 다….”

설극이 교주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이제 약속을 지키시오.”

“무슨 약속?”

“경아를 놓아주기로 맹주와 한 약속 말이오.”

“무슨 그런…!?”

그때였다.

설극의 길 안내자로 온 자들이 갑자기 나타나 교주를 공격하는 게 아닌가.

푹- 푸욱-

길 안내자의 검이 교주의 몸을 찔렀다.

그는 명색에 천마신교의 교주란 사람이었다.

기습 공격을 몸으로 막은 대신.

퍼석!

검을 모두 동강 내곤 기습자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허억… 허억….”

교주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상태.

치명상을 입은 듯 얼굴이 파리했다.

“괜찮소?”

“허억… 맹주가… 그대와 한 약속을… 허억… 내게 말해 보게….”

교주의 음성이 떨려 왔다.

가물가물한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으려는 건지, 아니면 조금 전 설극에게 들었던 말 때문인지.

불안함에 휩싸여 있었다.

“당신이 맹주의 딸인 경아를 원한다고 들었소. 아니오?”

“멍청한… 쿨럭쿨럭!”

교주의 입에선 죽은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경아는 맹주의 딸이 허억… 아니고 내… 딸… 허억… 이네….”

“거짓말 마시오! 맹주는 분명 내게 경아는 자신의 딸이라고 했소. 그리고 마교의 교주가 무림의 평화를 인질로 삼아 경아를 뺏으려 한다 말했소.”

“맹주의 간계에… 우리가 놀아난 거네… 허억….”

“교주가 정말… 경아의 부모가 맞소?”

교주가 품에서 하나의 손수건을 꺼냈다.

손수건에는 초승달 모양의 자수가 박혀 있었다.

“그건!?”

설극 또한 같은 자수가 박힌 손수건을 꺼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교주가 꺼낸 손수건이 더 정교하다는 것이다.

“…부인이 만든… 손수건이네 후욱….”

“아아.”

설극이 교주를 품에 안고 몸에 내공을 주입했다.

“멍청한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그의 눈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자신이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사랑하는 여자의 부모를 죽인 것과 다름없었다.

아니, 죽어 가고 있으니 제 손으로 죽인 거다.

“소용 없… 네… 이미 죽은 목숨이야.”

“크윽… 죄송합니다.”

설극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떻게든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교주의 몸에 내공을 밀어 넣었으나 교주의 안색은 더욱 거무튀튀해져 갔다.

“…경아가 사라졌을 때 자… 네를 만난 겐가?”

“말하지 마십시오.”

“…이대로 나를 보낼… 것인가? 물음에 답해 주게나.”

“그렇습니다. 경아와 1년 동안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때의… 우리 경아의 얼굴은 어땠는가?”

“행복했습니다.”

“그러면 됐네. 쿨럭쿨럭!”

연신 피를 토하는 교주.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 회광반조 현상이 일어났다.

고통은 잊고 잠시 온전한 상태로 돌아온 교주가 설극의 손을 잡았다.

“잠시 날 일으켜 주겠는가.”

“안 됩니다.”

“시간이 없네.”

설극은 하는 수 없이 교주를 일으켜 세웠다.

교주는 몸을 돌려 교인들에게 외쳤다.

“오늘의 비무는 정정당당한 대결이었다. 그러니 나로 인해 괜한 분란을 만들지 말…라.”

교주는 자신이 죽은 후의 일을 걱정했다.

내력이 많이 소모된 설극을 배려한 처사였다.

교인들 모두가 설극을 공격한다면 그라도 살아남긴 힘들었으니까.

교주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설극이 그를 부축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치료를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괜찮… 으음… 네. 그보다 돌아가게나. 맹주가 경아를 노리고 있네. 자네가 딸 아이를 구해 주게.”

“그러겠습니다.”

“후우우… 힘들군.”

교주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걸 경아에게 전해 주게. 항상 탐내던 손수건이네.”

그가 설극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원래대로 돌아왔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는 자네가 나 대신 경아의 보호자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겠… 습니다.”

“자네와 술 한잔을 못 나누는 게 아쉽군.”

“죄송합니다. 크윽.”

설극은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참사.

미련한 행동의 결과였다.

“비무… 즐거웠…네….”

그 말을 끝으로 교주의 고개가 아래로 떨궈졌다.

설극은 북받치는 감정을 꾹 참고 교주에게 절을 했다.

그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였다.

“경아를 꼭 맹주의 손에서 구해 내고 사죄하러 다시 오겠습니다.”

설극이 바닥에 꽂힌 창을 뽑아 몸을 돌렸다.

그 사이 교인들이 그를 둘러쌌다.

“악적!”

“교주님은 정당하게 싸웠다고 하셨지만 인정할 수 없다!”

“교주님을 따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만은 꼭 죽이고 말 테다.”

교인들이 설극을 향해 살기를 피웠지만.

“미안합니다. 죄는 경아를 구하고 달게 받겠습니다.”

그의 경건한 사과에 교인들은 행동을 옮길 수 없었다.

또한 말과는 달리 몸을 옥죄어오는 살기에 잠시 주춤한 것.

그 패도적인 힘에 마두들조차 흠칫했다.

설극은 그렇게 무림맹으로 떠났다.

왔던 속도보다 더 빠른 경공으로 말이다.

뿌득-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설극은 무림맹주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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