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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03화 (303/705)

제304화

쉘터에 있는 사람들은 스크린에서 나오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창제와 천외천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건물이며, 스카이 타워며, 전신주며 가리지 않고 첨단 영상 출력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각성자 홀로그램의 송출이 승인된 상태라 1인칭 시점으로 관전도 가능했다.

원래라면 송출을 막았을 터.

하지만 전 국민이 천외천의 정체를 알아야 했기에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인간이 게이트를 소환했어.”

“그러면 저들도 몬스터란 말이야?”

“그럴 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균열 지식에는 인간이 게이트를 소환한다는 그 어떤 지문도 없었다.

책에도 언급되지 않았던 그 엄청난 장면을 오늘 직접 보고 말았다.

쉘터에 숨은 사람들이 화면을 보고 놀라는 사이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준의 선빵.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며 적에게 공격을 가했지만 막혔다.

“다… 막았어….”

“저게… 가능해?”

“말도 안 돼….”

천외천이란 놈들.

가문연맹회가 말한 것처럼 괴물이었다.

설마 했다.

아무리 강해도 한국에는 창제와 검제가 있는데 적에게 질까.

그런데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적은 훨씬 강했다.

천외천은 고작 방어만 했을 뿐.

반격은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격이 막힌 창제는 고민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1차 저지선에서 만난 창제와 검제.

이번 공격은 검제가 하려는 듯 보였지만, 새로운 인물로 인해 뒤로 빠졌다.

“괴개다!”

“암독이라고?”

“그 사람이 왜 저기서 나와?”

“만독암가에서 나오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괴개의 등장.

그리고 이어진 엄청난 신위.

수천 개의 구체를 허공으로 올려 쏘아 보낸 무위는 경이롭다 못해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와….”

“괴개가 저렇게 강했어?”

“가문에 짱박혀서 폐관 수련한 결과인가?”

사람들의 눈에 활력이 돌았다.

천외천의 절망적인 무력에 힘이 빠졌으나 괴개의 등장으로 힘을 얻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먼지가 사라지고 보이는 시야는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괴개의 굉폭뢰를 막았어!”

“그 악마의 물건이라는 굉폭뢰가….”

“적들은 얼마나 강한 거야!”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이대로 괜찮을까.”

“숫자로는 절대 당해 내지 못해.”

천외천만 해도 천 명이 넘었다.

거기에 그들이 소환한 몬스터까지 하면 배는 넘었다.

군단 단위는 아니지만 그에 상응하는 머리 수였다.

몬스터의 등급도 최소 레드급.

딱봐도 아군의 열세였다.

아군은 많이 쳐줘 봐야 500에서 700명 사이였으니까.

“창제가 해결해 줘야 해.”

“제발 해 줘!”

사람들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군을 응원하는 것뿐.

그것도 검제가 아닌 창제가 해 주길 바랐다.

그동안 보여 줬던 이준의 퍼포먼스가 있었으니까.

그라면 천외천도 충분히 없애는 게 가능할 거라 여겼다.

2차 저지선에서 한 번.

3차 저지선에서 한 번.

천외천에게 공격을 가하고 뒤로 뺐다.

아군의 피해는 미비했다.

그 때문일까.

화면에 보이는 아군의 행동에 사람들은 고구마를 수백 개 처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 X발. 답답해 미치겠다. 왜 계속 도망치는 거냐! 화끈하게 치고받으라고!”

한 남자가 버럭 소리치자.

“닥치지 못할까!”

남자를 향해 꾸짖는 한 중년인.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눈을 부라린 남자는 진씨 가주인 진병철이었다.

그도 이준의 말에 따라, 가문 모두를 데리고 쉘터로 온 것이다.

“넌 저게 단순한 게임으로 보이는가!”

“가주님 진정하십시오.”

“내 진정하게 생겼소? 저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이 지껄이는 소릴 총관도 들지 않았소.”

진병철은 남자를 한 대 칠 기세였다.

옆에 있던 총관과 진씨 가문의 각성자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남자는 그의 주먹에 떡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가문들이 땅따먹기나 해서 불만을 품은 자들이 있는 건 알고 있으나, 저기 나가 있는 분들은 그것과 상관없는 분들이다. 우리까지 쉘터로 보내놓고 천 명도 안 된 인원으로 적을 상대하려는 분들을 어찌 욕하고 있단 말이냐!”

진병철의 외침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밖으로 나가 도와주지 못하는 울분도 함께였다.

밖에 나가 있는 창제와 검제, 괴개는 오로지 한국이 위험에 빠질까 봐 목숨을 내놓은 이들이었다.

“닥치고 너희 눈에 담아놓거라. 저분들이 너희를 위해 어떤 희생을 하는지 말이다.”

저들이 진다 해도 욕을 해선 안 된다.

사람들은 아직도 천외천의 무서움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 같았다.

영상을 본 각성자들은 천외천이 괴물을 넘어 악마라 불리는지 알았다.

동료가 죽을수록, 광기가 가득 찰수록 강해지는 게 화면에서도 느껴진 것.

진병철만이 아니고 이곳에 있는 각성자들 모두가 느꼈다.

“앞으로 저분들을 모욕한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입을 찢어 버리겠다.”

그가 남자에게 으름장을 놓곤 스크린에 집중했다.

* * *

시흥, 광명을 넘어 드디어 서울에 진입했다.

곳곳에 설치된 함정이 발동됐다.

“으악!”

“함정이다 피해!”

“몬스터를 척후병으로 보내라.”

독질려를 밟아 쓰러졌다.

마법 화살에 의해 꼬치구이가 되고, 바닥에서 불기둥이 올라왔다.

서울 중심가로 갈수록 첨단 장비의 함정이 펼쳐졌다.

모두 테구르가 만든 작품.

신기지가와 만독암가에서도 한몫 거들었다.

“시체를 방패 삼아!”

천외천과 몬스터는 시체를 들어 올려 앞을 막고 전진했다.

‘정파인이 맞아요?’

[정파라고 다 좋은 놈이 아니니라.]

‘그래도 승려와 도인이잖아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다를바 없다. 예전에도 그랬지…]

무극자의 말투에서 은은한 분노가 일어났다.

‘싸움 방식이 역겹네요.’

[어떤 방법을 쓰든 이기면 모든 게 용서가 된다는 걸 잘 아는 게지.]

맞는 말이었다.

싸움에서 이기면 보상은 승자가 독식한다.

역사의 기록도 마찬가지.

천외천이 이긴다면 후세에 전해질 이야기에 저 잔인한 모습이 전해질까.

다 삭제되고 영광스러운 이야기만 쓰일 거다.

그게 승자에게 주어진 권리니까.

‘참 더럽네요.’

[그러니 네가 이기면 된다.]

‘이기는 건 당연히 저죠.’

이준은 전장을 응시했다.

함정을 파훼하며 다가오는 적들.

아군 측은 검기와 암기, 유격대를 이용해 치고 빠지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선과 이선은 아직도 모습을 안 드러내네?”

한 번쯤은 모습을 보일 때도 됐지 않나.

아군 측은 천외천을 귀찮게 괴롭히는 중이다.

짜증나서 앞으로 나설 법도 한데 일선과 이선은 꾹 참고 있는 듯했다.

“안 나오면 제 발로 나오게 해 줘야지. 파랑아.”

이준은 파랑이를 나직하게 불렀다.

그러자 작은 구멍의 포탈이 열리더니 파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뀨우!”

녀석이 이준의 품에 뛰어들었다.

여전히 어리광쟁이였다.

“네가 쟤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줘.”

“뀨!”

파랑이의 몸에서 검은 불꽃이 일어났다.

암화.

흑염마조와 같은 지옥의 불꽃이다.

녀석의 앙증맞은 입이 활짝 벌려졌다.

주변의 공기와 마기가 녀석의 입으로 모이자.

[파랑이가 죽음의 불꽃(S)을 사용합니다.]

검은 광선이 쏘아졌다.

곧이어 폭음이 들려왔다.

끝이 아니었다.

파랑이의 몸에서 지독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쩌어억-

그 냉기는 주위를 순식간에 얼려 버리며 얼음 대지를 만들었다.

[파랑이가 빙옥의 가시(S)를 사용했습니다.]

파랑이의 작은 다리가 바닥을 두드렸다.

쩍!

얼음 바닥에서 수십 줄기의 가시가 나와 몬스터를 격살했다.

“저… 동물은 뭐냐?”

정심호가 파랑이를 가리키며 박춘식에게 물었다.

“정연이한테 듣기론 창제가 키우는 몬스터라던데….”

“야수공도 익혔단 말이냐?”

“나부터 하나 물어보자. 넌 창제의 무공이 어디 문파에 속한 무공인지 아나?”

“모르…지.”

“그렇담 궁금증은 그냥 넣어 둬라. 미치고 싶지 않으면.”

박춘식은 친구인 정심호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도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준의 무공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는 점점 미쳐 갔다.

궁금해서.

이준의 무공이 알고 싶어서.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이준이 익힌 무공은 무림사에서 나온 무공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세외의 무공일까.

그것도 아니다.

세외의 무공 중 이준과 같은 특징을 가진 무공은 전무했다.

이준이 말하지 않는 이상 그의 무공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궁금해서 화병이 났기 때문.

자신과 같은 절차를 밟을까 봐 걱정해서 하는 조언이었다.

“우리 만독암가는 몬스터를 키울 수 있는 야수공에 아주 관심이 많은데.”

그러나 늦었다.

정심호는 이준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아니, 정확히는 파랑이에 대해서랄까.

그의 눈은 뒷발로 머리를 긁는 파랑이에게 꽂혀 있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준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래도 안 나와?”

[제자야. 아무래도 이곳에 일선과 이선이 없는 듯싶구나.]

그 소릴 듣자 이준의 신형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파멸겁을 든 채 천외천의 정중앙에 떨어졌다.

쾅!

낙하한 지점의 바닥에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다.

그 자리에 있던 천외천은 모두 나뒹굴었다.

이준이 주변을 살폈다.

기감을 최대한 펼친 그.

하나 그 어디에도 일선과 이선의 기감은 잡히지 않았다.

“젠장!”

여태까지 헛짓거리를 했다.

일선과 이선 때문에 유격을 했는데, 그들이 없다니 낭패였다.

“일선과 이선은 어디에 있지?”

“우리가 알려 줄 것 같으냐!”

“마겁을 뺏어라!”

“쿠오오오!”

천외천과 몬스터가 이준에게 달려들었다.

“어디로 사라진… 아, 그 방법이 있네?”

찾을 방법을 생각해낸 이준이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어딜 도망가느냐!”

“사지로 들어오다니 아주 멍청한 놈이군.”

“사백 대신 우리가 상대해 주겠다.”

무극군림보와 무극장법을 막은 무승들.

백팔나한이었다.

그들은 이준이 깊숙하게 들어왔을 때 백팔나한진을 펼쳤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술수였다.

저들의 말을 듣고는 있는지, 이준은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장님. 사람 좀 찾아 주세요. 아마 천외천 중 인천항에서 갈라진 자들이 있을 거예요. 아니면 1, 2, 3차 저지선에서 흩어진 인원이 있는지 다 뒤져봐 주세요.”

-알겠네. 조금만 기다려 주게.

그의 여유로운 행동에 백팔나한들은 격분했다.

감히 자신들을 눈앞에 두고 딴짓을 한 게 아닌가.

참을 수 없었다.

“무요.”

“예. 사형.”

백팔나한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들이 백팔나한진을 통해 내공을 공유했다.

화아악-

이준을 압박하는 기세가 커졌다.

진을 이룬 이들의 경지는 초절정.현실의 등급으로 치면 AA급이었다.

108명의 AA급이 이준 하나를 압박하는 것이다.

쌔애액-

백팔나한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공은 나한금강봉법.

항마의 무공이었다.

백팔나한의 공격이 이준의 지척에 다가왔을 때 한민성 이사장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찾았네. 인천항에서 갈라졌어. 천외천과는 반대 방향이네.

“어디로요?”

-도중에 이동 경로가 끊기긴 했지만 제부도 쪽이네.

“제부도요?”

무요란 무승의 봉이 이준의 팔을 가격하기 위해 휘둘러졌다.

퍽-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청룡무의를 노리고 있었어?”

이준은 무요의 봉을 손으로 잡은 채 눈을 번들거렸다.

제부도에 위치한 하나의 게이트.

폭풍의 언덕은 청룡무의가 잠들어 있는 장소였다.

꼭 얻어야 하는 아티팩트.

무극자 사부의 물건을 천외천이 노리고 있었다.

“감히 내 사부님의 물건을 노려?”

퍼석!

이준의 손에 잡힌 봉 앞부분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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