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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98화 (298/705)

제299화

“그러는 그쪽은 이 늦은 시간에 많은 각성자를 데리고 여기에 왜 온 거죠?”

“잠시 신력의 가주님과 이야기를 하러 왔어요.”

이씨세가의 가주, 이소원은 가주란 단어에 힘을 주며 말했다.

창제와 이야기를 나누러 온 게 아닌 같은 가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러 왔다고 강조하는 거다.

“흠… 대화를 나누러 온 사람이 저 많은 인원을 이끌고 왔다는 건 저만 이해 안 되나요?”

이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 얼굴만 보면 순수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오기 전에 미리 연락하고 약속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예의가 없으시네.”

그의 비꼬는 말에 이소원의 웃는 얼굴이 조금은 구겨졌다.

그녀는 이 진흙탕 같은 가문 사이에서도 수십 년간 정치하며 버텨온 사람이다.

그런데 고등학생인 이준에게 한 방 먹었다는 생각에 평정심이 흔들렸다.

“그 점은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전투 구역 관할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왔어요.”

“그걸 왜 저한테요? 검제님도 계시고 신기지가의 가주님도 계시잖아요.”

“철혈쪽에선 신력의 가주와 대화를 나눠보라고 연락이 왔어요.”

“신기지가는요?”

“그들은….”

“신기지가에는 연락을 안 하셨나 보네요. 제가 더 상대하기 편하긴 하죠. 그렇죠?”

이준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그전에도 비꼬긴 했는데, 지금은 냉기가 풀풀 날렸다.

이준의 성격을 잘 아는 무극대는 슬며시 그에게서 떨어졌다.

안전거리 유지.

그것만이 피해를 덜 받는 길이었다.

김봉팔은 무극대원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전음을 했다.

‘어째 일 터질 것 같냐?’

‘가주께선 예의를 아주 중시하는 젊은 꼰대인 걸 모르는 모양이오.’

‘모르면 지옥행인데?’

무극대가 몸을 치 떨었다.

자신들의 가주는 중간이라는 게 없다.

수틀리면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은 인간.

한 번씩은 가주를 볼 때마다 섬뜩했다.

대체 저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모를 만큼 막무가내로 나가니까.

예상이라도 할 수 있으면 이 정도로 무섭진 않았을 것이다.

‘멍청한 작자들 같으니라고. 머릿수가 많으니까 용기가 났나?’

‘제 무덤을 파는 거지.’

‘부대주는 어떻게 보오?’

‘보면 모르냐? 쟤들 저딴 고자세로 나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닐걸?’

오대 가문의 가주도 아니면서 목이 굉장히 뻣뻣했다.

마치 신력의 가주와 같은 서열인 마냥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앞서 말했듯 가주는 젊은 꼰대.

꼰대 중에서도 사고가 엄청 딱딱했다.

그때 한 대원이 문득 궁금증을 토해냈다.

‘난 말이오. 이번에는 가주께서 저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오.’

‘너도? 야 나도.’

‘가주의 처리 방식이 일관되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건 인정합니다.’

‘그래서 호기심을 자극한단 말이야.’

무극대원들은 눈을 빛내며 이준과 이소원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가주를 능멸한 저들의 죄를 물을 생각은 안 하고 떨어져서 재미난 구경을 하려는 모습이었다.

무극대의 행태에 뜨악한 한 사람.

한상인은 그들을 외계인 보듯 했다.

‘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니야. 재밌다는 눈빛을 하고 있어.’

이준과 이소원의 주변에 긴장감이 흘렀다.

언제 터져도 문제될 것 없는 시한폭탄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미리 막을 생각은 안 하고 팔짱을 낀 채 구경하고 있으니.

한상인으로선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저들의 대주인 사형준까지 가만히 있는 게 아닌가.

‘사람을 많이 만나봤지만, 신력의 각성자는 죄다 별종들 같아.’

그러면서 그 또한 기대라는 걸 했다.

한상인은 항상 파천자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파천자는 아주 인자하고, 이성적인 사람.

그리고 실속을 중요시했다.

파천자란 코드네임으로 활동할 때는 딱 장사꾼의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신력의 가주, 창제였을 때의 이준은 소문만 들었지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

과연 파천자일 때의 이준과 신력의 가주일 때의 이준은 어떻게 다를까.

직접 눈으로 볼 좋은 기회였다.

‘별일이야 있겠어? 나도 저들처럼 뒤에서 구경이나 해야지.’

한상인도 무극대처럼 이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 * *

‘주도권을 뺏겼어. 어린 것이 대화를 이끌어 갈 줄이야.’

이소원은 모르는 게 있었다.

이준이 눈을 뜨고 처음 상대한 사람이 바로 무사고의 이사장인 한민성이다.

신기가주인 한지웅과도 쌍벽을 이루는 입담을 가진 위인.

그런 사람을 여러 번 엿 먹인 게 바로 이준이었다.

그런데 이씨세가의 가주인 이소원 따위가 이준을 상대할 입담이 되겠는가.

어림도 없었다.

여기서 더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허나 사람 일이라는 게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말도 못 꺼낼 거야.’

이준에게 계속 휘둘릴 순 없었기에 본론 쪽으로 말을 돌렸다.

“전 철혈검가에서 신력의 가주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곳에 온 것뿐이에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저희는 신력의 구역을 탐하지 않을 게요. 대신 용산 쪽은 저희가 담당하게 해주세요.”

용산은 서울 숲 옆이었다.

특히 무사고가 자리한 곳.

대놓고 제일 노른자 땅을 자기들의 전투 구역으로 달라하는 거다.

“당신들로는 무리예요.”

이준의 무시에 뒤에 있던 대국건설의 오 회장이 앞으로 나왔다.

“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용산은 그 어떤 세력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 지역 아닙니까. 저희에게 양보해줄 수 있지 않습니까.”

“양보, 해줄 수 있어요. 그런데 당신들의 무력으로는 용산이 위험합니다. 저 외곽지역이면 몰라도.”

이준이 그들을 계속 무시하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오 회장은 조폭 출신.

말투와 행동거지가 거칠었다.

물론 이준의 앞에선 최대한 자제했다.

그도 그리 사리분별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딱 선을 아슬아슬하게 밟는 정도였다.

“신력의 가주 양반. 지금 우리가 오대 가문에 들지 못한 집단이라고 무시하는 거요?”

“무시가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당신들이 뚫리면 무사고가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아직 싸워보지도 않았는데 바로 단정지어 버리시구만. 꼴에 선생이라 이건가.”

오 회장이 선을 세게 넘어버렸다.

그동안 가만히 있던 사형준이 움직이려 했지만.

“대화중입니다. 끼어들지 마세요.”

이준이 손을 들어 막았다.

사형준은 험악한 눈빛을 오 회장에게 쏘아 보내기만 했다.

“누가 조폭 출신 아니랄까봐 참, 더러운 수를 쓰네. 거기, 숨어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요.”

이준은 저 멀리 어둠 속을 가리켰다.

달 한 점 없는 날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 잡아오세요.”

이준의 명령에 사형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잠시 후.

사형준의 손에 잡힌 두 명의 인물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의 손엔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셋 셀 동안 전부 나와요. 아니면 저도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이준의 경고에 어둠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기자들이었다.

오 회장이 선을 넘을 수 있었던 건 이들 때문.

오대 가문에 있는 신력이 기자들이 보는 앞에선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 할 터.

이 점을 이용한 거다.

만약 힘을 사용한다면 기자들을 시켜 언론에 보도하면 그것대로 이득이었으니까.

아무리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대중의 평판은 무시 못 했다.

이 늦은 시간에 기자들까지 대동시킨 게 지금은 계획대로 되고 있었다.

오 회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스럽게 말했다.

“우린 그저 보험을 만들어 놓은 겁니다. 신력은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집단 아닙니까?”

“하긴 약하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죠. 이해해요.”

각성자에게 힘이 약하다는 건 그 어떠한 말보다 치욕스러운 것이다.

“카메라가 있다 하더라도 당신들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습니다.”

“이 자가…!”

오 회장이 기자들만 믿고 발끈하려는데 이소원이 대신 말했다.

“저희는 독자 활동을 선언했습니다. 우리가 굳이 당신들의 허락을 맡고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경고를 했건만, 주제도 모르고 설치고 있네. 후우우우.”

이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갑작스러운 폭언에 이소원이 당황해 했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좋습니다. 까짓 거 용산 구역 맡으세요.”

이준의 폭탄선언에 더 따져야 했지만 이소원은 그러지 않았다.

괜히 이준이 마음을 바꿀지 모르기에 바로 대답했다.

“다른 말 하기 없어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간단한 테스트 같은 건데 하실래요? 이것만 통과하면 용산이든 여의도든 당신들이 원하는 전투 구역을 배정하죠.”

갑작스러운 파격 제안이었지만 이소원은 냉큼 수락해 버렸다.

자기들을 파멸로 몰아넣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테스트할게요.”

* * *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길에 서 있는 이준은 앞을 가리키며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나무 사이에 나고쉬의 실이 설치되어 있어요. 제가 실에 독액을 뿌린 후에 이 사이를 지나가면 됩니다. 무사히 통과하면 테스트는 끝입니다.”

“너무 쉬운 테스트 아닌가요?”

“여길 쉽게 통과하면 천외천도 상대할 수 있어요. 한 번 가보세요.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그의 목소리엔 지독히도 짙은 살기가 묻어 나왔다.

그걸 느끼지 못한 이소원은 황가주와 오 회장에게 말했다.

“나고쉬의 실이 촘촘히 엮여 있지만 못 지나갈 정도는 아니에요.”

“경공은 형님과 누님보다 제가 더 잘하니 먼저 가겠습니다.”

“그럴래?”

“황 형님이 중간에서 누님이 맨 뒤에서 인원을 통솔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길이는 꽤 기니까 오 회장이 속도를 조절해줘.”

“저만 믿으십시오.”

사신혈맹 측은 몸을 풀었다.

이준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한상인에게 말했다.

“드론 띄워주세요.”

“네.”

한상인은 손에 든 태블릿으로 조작을 시작했다.

위잉-

드론이 움직이며 독액이 담긴 통을 들어 올렸다.

그러더니 하늘로 쪽 올라가서 나고쉬의 실이 설치된 나무 길에 독액을 살포했다.

독액이 나고쉬의 실에 닿았다.

“실이 사라졌어!”

김봉팔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이준이 말한 대로 실의 껍질이 벗겨지며 모습을 감췄다.

이준이 말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실이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눈에 내공을 온전히 집중시키면 보일 정도랄까?

“주군. 저걸로 될까요? 아까 전에 봤던 것과는 좀 다른데.”

“기다려봐. 곧 저 안은 아수라장이 될 거니까.”

천외천을 상대로 준비한 무기다.

눈에 보이지 않고 날카롭기만 한 정도로는 그 괴물 같은 천외천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나고쉬의 성능은 저 두 개로 끝이 아니었다.

곧 알게 되겠지.

나고쉬의 실에 독액이 닿으면 어떻게 될지.

이준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섬뜩하게 차가운 미소였다.

저 웃음을 지을 때마다 몰아친 피바람.

무극대는 이번에도 짙은 피 냄새가 날 거라 예상했다.

“이제 가도 될까요?”

“무운을 빕니다.”

“약속 꼭 지키세요.”

“여기 기자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거짓말을 할까요.”

“믿겠어요.”

이소원이 오 회장과 눈을 마주쳤다.

팟-

오 회장은 자신 있게 나고쉬의 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를 따라 사신연맹의 각성자들 또한 경공을 펼쳤다.

열을 맞추어 가는 이들.

마지막으로 이소원까지 몸을 날렸다.

‘지옥에 들어간 걸 환영해.’

이준은 몸을 숙이며 한 가닥의 실을 잡았다.

나무들과 연결된 실의 끝부분.

왜 이 실을 부비트랩이라 말했는지 이제 증명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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