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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96화 (296/705)

제297화

투존의 무공은 진씨가문의 무공인 철심각의 상위호환이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권법은 투왕연환살인가?’

주먹이 앞으로 뻗어질 때마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다.

허공에 뜬 주먹들은 모두 허상.

어떤 게 진짜 주먹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였다.

1성부터 환의 극치를 보여 주는 투왕의 권법이었다.

‘확실히 재능은 있단 말이야.’

괜히 철룡이란 이명으로 불린 게 아니었다.

엘리트만 다니는 무사고에서도 랭킹 10위 안에 들었던 진경수.

그 나이대에서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이번엔 유마환격.’

진경수가 주먹을 거두고 발을 움직였다.

펑펑-

허공의 공기가 터져 나가며 위력을 자랑했다.

발길질을 할수록 점점 강력해지는 각법.

투왕연환살처럼 연속으로 사용하면서 위력이 강해졌다.

마치 무극장법과 같은 원리였다.

무극장법도 연속성을 강하게 띤 무공이었으니까.

‘얼마나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지 봐 볼까?’

이준이 발에 힘을 주었다.

퍼석!

그가 밟고 있는 바닥의 돌이 쩍 갈라졌다.

허공으로 파편이 올라오며 이준의 앞에 멈췄다.

이내 앞으로 날아가는 돌의 파편들.

목표는 무공을 펼치고 있는 진경수였다.

파편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총알보다 더 빠르다고 할까.

아무튼 눈 깜짝할 사이에 진경수의 곁에 다다랐다.

무공 수련을 하고 있던 진경수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할 법도 하나.

파박팍팍-

몸을 회전시키며 발과 주먹으로 파편을 전부 부숴 갔다.

하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파편을 전부 막아 갈 즈음, 2차 공격이 가해졌다.

파편이 진경수의 주변을 회오리치듯 돌았다.

‘이 공격은 어떻게 막을 건가요.’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돌의 파편이 주위를 빙 도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진경수는 달랐다.

그가 느끼기에 평범한 회오리가 아니었다.

살을 에일 듯한 바람.

조금이라도 닿으면 모든 걸 찢어발길 듯한 힘이 있었다.

그러면서 감옥에 갇힌 것처럼 옥죄어오는 회오리.

진경수의 연환 공격이 끊기고 다시 권법을 처음부터 펼쳤다.

원래의 위력으로 돌아온 주먹.

연속으로 주먹을 강타했지만 좀처럼 공격이 이어지지 않았다.

진경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투존의 무공은 연환을 메인으로 두지 않아요.”

“선생님!”

이준의 목소리에 그제야 진경수가 그의 존재를 알아챘다.

“잘 생각해 보세요. 이명이 왜 투존인지, 투왕연환살과 유마환격과 달리 왜 심법의 이름이 투심공인지 떠올리세요.”

투심공.

투존은 이 심법으로 인해 이명을 얻게 됐다.

그의 무공이 빛을 발할 때는 전장에서였다.

목숨이 오가는 극한의 상황에서 투심공은 제힘을 발휘했다.

마치 어떤 사람의 무공을 따라 만든 것 처럼 특징이 비슷하달까.

“눈앞에 있는 회오리를 깨부수겠다는 의지. 그 너머에 있는 저에게 공격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세요. 그 회오리 하나 뚫지 못하면 특별반에서 퇴출할 겁니다.”

퇴출이란 단어가 진경수의 뇌리에 박혔다.

특별반에서 나가는 건 상관없었다.

다만 앞으로 이준에게 수업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진경수를 괴롭혔다.

S급 각성자인 창제에게 가르침을 받는 건 천운.

투존의 무공도 익혔겠다 이준에게 도움을 받으면 빠르게 강해질 거라고 확신했다.

쿵.

진경수가 육중하게 땅을 밟았다.

앞을 가로막은 회오리를 부수기 위해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의 몸에서 나온 내공이 주변으로 퍼졌다.

생사 대적을 만난 것처럼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었다.

“좋습니다. 그거예요.”

이준은 흐뭇하게 웃었다.

바로 저 모습이 투존의 진정한 힘이다.

투기.

목숨을 잃을지언정 상대를 끝까지 상대하겠다는 마음.

투심공은 그 마음가짐에 힘을 주는 무공이었다.

쿵!

진경수의 주먹이 회오리를 강타했다.

연환 공격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그 전부도 위력적이었다.

회오리는 일반적인 바람이 아닌, 무극기로 만들어진 바람.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없는데.

쿵!

진경수의 무지막지한 주먹질에 뚫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파편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고 결국에는 회오리가 사라졌다.

진경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는지, 바닥을 박차고 이준에게 쇄도했다.

“기세는 좋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이준.

진경수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했다.

이준은 손을 천천히 앞으로 뻗었다.

진경수의 주먹과 이준의 손바닥이 마주친 순간!

“억.”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반대편으로 처박힌 진경수였다.

무극기의 반탄력으로 그를 날려 버린 것이다.

* * *

“보셨습니까?”

“봤어.”

“별다른 움직임 없이 진 도련님을 가볍게 제압했습니다.”

“계승의 꽃을 먹고 투존의 심법을 익혀 AA급 각성자로 올라섰는데…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준의 뒤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진씨가문의 각성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

오왕은 상대도 되지 않고 오로지 검제밖에 상대할 자가 없다고 알려졌다.

어린 나이에 S등급에 오른 유례없는 각성자지만 그래도 이만큼 진경수와 차이가 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진경수도 천재에 속했으니까.

어디 가서 약하단 소린 못 들어 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준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몇 수 교환은 할 줄 알았어.”

“진 도련님이 새로운 무공을 얻게 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래도 투존의 무공은 S급이야. 저렇게 형편없이 나가떨어질만큼 약한 무공이 아닌데….”

그들은 이준을 괴물 보듯이 봤다.

어떻게 저런 무력을 얻게 되었을까.

소문이 축소된 느낌이다.

저래서 자신들의 가주가 창제에게 쩔쩔매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때였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이 선생님 아니십니까?”

이준이 있는 곳으로 헐레벌떡 달려오는 남자.

진씨가문의 가주인 진병철이었다.

“목욕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다 하셨나 보네요.”

“밖이 소란스러워서 급히 나왔는데 이 선생님이 오셨을 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미리 마중이라도 나갔을 것인데.”

“제가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게 문제죠.”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이 선생님께서는 아무 때나 찾아오셔도 됩니다. 이크. 귀한 손님을 모셔 놓고 안으로 들어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저기 진경수 학생부터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요.”

이준이 무너진 담벼락에 처박힌 진경수를 가리켰다.

“쟤는 왜 저기에 박혀 있답니까?”

“투존의 무공을 수련하고 있길래 잠시 봐줬는데 손에 힘이 들어갔네요.”

그의 말에 진병철이 이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바로 연락드릴 참이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선생님 덕분에 저희 가문도 드디어 S급 무공을 얻었습니다. 거기다가 이렇게 손수 찾아오셔서 아들의 무공까지 봐주시다니…”

“별말씀을요. 필요로 하는 곳에 정보를 넘겼을 뿐이에요.”

“그것도 무공이 세 개나 됩니다. 이것만 잘 익힌다면 오대 가문에 드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잘됐네요. 마침 그 문제로 여기에 왔거든요.”

“예?”

“대가문회의를 끝내고 이곳으로 오는 길이에요. 회의 내용은 바로 전달받으셨죠?”

“보고 받았습니다. 대구에서 봤던 놈들의 우두머리가 쳐들어온다는 것 아닙니까.”

“저를 포함해 검제 님과 몇몇 각성자만 빼고 전부 쉘터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으음….”

진병철이 본 천외천은 괴물들의 집합소였다.

각성자와는 격이 다른 존재들.

하나하나도 막강한데 자신이 봤던 놈들은 쫄따구들이란다.

우두머리는 얼마나 강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씨세가와 금룡황가, 대국건설 쪽 가문과 길드는 독자 활동을 하기로 했거든요. 아무래도 오대 가문에 드는 요건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씨세가라면… 세력은 충분하고 그렇담 실적이겠군요.”

“맞습니다.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려고 할 거예요. 진 가주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진병철도 이씨세가가 오대 가문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나 실적이 현저히 부족했다.

덩치는 큰 데 그들이 공략하는 게이트는 고작 블루존 게이트.

간간이 레드존 게이트를 공략했지만 아주 드문 일이었다.

“부끄럽지만 저희는 쉘터에 들어갈까 합니다.”

“아주 현명한 판단이세요. 쉘터에 들어가 계시면 이번 일이 끝나고 오대 가문에 들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이준은 확신했다.

어차피 이씨세가를 비롯한 그들을 따르는 가문은 모두 멸문할 터.

투존의 무공까지 얻은 진씨가문을 제치고 오대 가문에 올라설 단체는 없었다.

“전 선생님과 같이 싸우겠습니다!”

언제 일어나서 왔는지 진경수가 의욕적인 표정을 했다.

“AA급 절정에 들면 같이 싸우죠. 그전에는 안 됩니다.”

“제가 선생님의 발목을 잡는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선생님께 도움이 될 만큼 강해져 보겠습니다.”

“아주 좋은 자세입니다.”

이준이 진경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모습에 진병철은 흐뭇해했다.

창제가 아끼는 자신의 아들.

이준은 앞으로 전 세계에 우뚝 설 각성자였다.

그의 옆에 붙어 있으면 알아서 이득이 돌아올 터.

아들의 처신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강한 자의 편에 서는 건 현명한 선택이었으니까.

“들어가십시오. 바로 차를 내오라고 하겠습니다.”

진병철은 이준을 이끌고 안채로 가서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 * *

이준은 진씨가문에서 돌아왔다.

무사고에 도착하자.

“주인니이임!”

테구르가 이준을 불렀다.

테구르는 제25 지옥지대인 ‘흑염의 거처’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었다.

정확히는 흑염의 거처에서 4대 성지의 금역으로.

금역에서 학교나 허수의 집을 통해 나와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스케먼의 기술 덕분.

게이트 통로를 만드는 건 스케먼이 유일했다.

그 스케먼의 우두머리가 바로 테구르였으니 게이트 간에 넘나드는 건 녀석에게 너무도 쉬웠다.

“중요한 걸 까먹고 안 물어봤습니다요.”

“뭔데?”

“남쪽 지배자께 가는 통로를 안 만들어 놨습니다요.”

“아, 맞네.”

이준과 테구르는 4대 성지의 금역에서 흑염의 거처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일반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통로를 만들어야 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일주일은 족히 소요됩니다요.”

“촉박한데.”

“최선을 다해서 만든다면 시간을 더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요.”

“최대한 빨리 부탁해.”

“옙! 어디에 만들깝쇼?”

“따라와.”

이준은 테구르와 함께 특별반이 수업받는 운동장으로 왔다.

“이 건물 앞에 뚫어 줘.”

“분부 받들겠습니다요!”

테구르가 이준에게 경례하고 분주히 움직였다.

“이제 내가 싸워야 하는 전장을 만들어 볼까.”

이준은 이미 생각해 둔 곳이 있었다.

서울 숲.

그가 생각하는 함정을 설치하기 딱 알맞은 곳이다.

폰을 들어 누군가에게로 전화했다.

“회장님 일은 잘 되어 가고 있을까요?”

-창제 님이 말씀하셨던 대로 모든 자제를 이용해 신기지가와 함께 함정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제 쪽에도 물건을 가져다주셨으면 합니다.”

-어디로 무엇을 보내면 되겠습니까?

“서울 숲으로 나고쉬의 실과 독액을 최대한 많이 가져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상인이를 통해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용은 싸움이 끝나면 지불할게요.”

암상의 회장과 전화를 끊은 이준이 서울 숲으로 몸을 날렸다.

푸른 잎사귀가 피어 있으면 좋으련만, 추워서 그런지 잎은 전부 떨어진지 오래였다.

“이 나무에 나고쉬의 실을 걸어 놓으면 되겠어.”

나고쉬의 실은 철도 자르는 날카로움을 지녔다.

뿐인가.

굉장히 가늘어서 실이 걸려 있는지 분간이 안 됐다.

여기에 나고쉬의 독액까지 바르면 끝.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는 걸 인지 못 하면 AA급 각성자도 그냥 죽은 목숨이다.

“어디 너희가 했던 방법에 당해 봐라.”

전생에 이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각성자가 싸워 보지도 못하고 죽었는지.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치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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