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95화 (295/705)

제296화

신기가주가 딱 잘라 말하자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저 말이 사실일까요?”

“신기가주님이 언제 거짓말한 적 있소?”

“그래도 패왕대와 신력권가의 안주인이었던 패도나찰이 이세계에서 넘어온 자들의 앞잡이였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그럽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100번 양보해서 그랬다 치자.

창고 같은 곳에서 신권 사형준과 싸우는 여자가 고작 끄나풀밖에 안 된다는 건 꽤 충격이었다.

금룡황가의 가주도 단번에 제압한 신권을 몰아붙인 여자의 나이는 많아 봐야 20대 후반.

저 나이에 저 정도의 무력을 가진 건 흔한 게 아니다.

신기가주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신권과 여자에 비하면 자신들은 한없이 작아 보였으니까.

그때 황룡금가의 가주와 친한 이 가주가 반문을 했다.

“저 두 영상만으로는 신기가주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기 힘듭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두 개의 영상을 더 준비했습니다. 보시죠.”

한지웅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영상을 재생시켰다.

화면에 나온 장면은 바로 검산 그룹 회장과 이준의 싸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준이 검산 그룹 회장을 제압하고 죽이려는 순간!

제3 자가 끼어들었다.

하얀색 도포를 입은 20대에서 30대의 나이로 보이는 남자였다.

곧 싸움이 시작되었다.

“저, 저건!”

“매화?”

“화산의 검법을 검산의 회장보다 더 잘 쓰고 있어…”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화산 특유의 특징이었다.

매화의 색깔과 숫자, 그리고 크기에 따라 강함이 정해졌다.

화면에서 남자가 선보인 매화의 숫자는 여섯 개.

크기도 컸다.

매화에 닿은 건물과 바닥은 가루가 되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영상만 봐도 위력이 엄청난 무공이었다.

하나 상대는 이준.

저 거대한 매화를 향해 창을 던지는 게 보였다.

“헉!”

“매화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가주들은 제 눈을 손으로 비비며 현실을 부정했다.

창과 매화의 충돌.

창에 의해 강력하던 매화의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창제와 남자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내공이 뿜어져 나왔다.

내공 싸움으로 돌입.

어느 한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공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길래 두 사람의 몸에선 끊임없이 기세가기어 올랐다.

인간이 어떻게 저 정도의 내공을 지니는지 의문이 갔다.

자신들의 수준으로 따라갈 수 없는 격돌.

인간의 싸움이 맞나 싶었다.

가주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화면에 집중했지만.

“아….”

“저기서 왜 끊기는 거야!”

“조금만 더 봤으면 좋을 텐데.”

동영상이 끊겼다.

가주들은 모두 탄식했다.

싸우는 장면만 봐도 깨달음을 얻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수준 높은 싸움이었다.

“다음 영상입니다.”

그들이 탄식하고 있는 사이 다음으로 화면이 넘어갔다.

이번에는 검왕과 무복을 입은 여자들의 싸움이었다.

앞서 충격이 큰 영상을 봐서 그런가.

지금 보는 장면 또한 대단했지만, 감흥이 크게 없었다.

검왕이 고군분투하며 싸웠으나 결국에는 여자들에게 사로잡힌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여기까지 보시면서 어떤 공통점을 찾으셨습니까?”

한지웅이 가주들에게 물었다.

영상의 공통점.

만약 머릿속에 위험을 인지하고 봤다면 보였을 것이다.

적들로 보이는 자들이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 말이다.

“그냥 감탄만 하고 볼 영상이 아니었습니다.”

“크흠.”

“공통점이….”

한지웅의 핀잔에 가주들이 민망한 얼굴을 했다.

그들은 동영상의 싸움을 감탄만 하고 봤다.

적들이 얼마나 강한지,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후우우.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영상의 공통점은 천외천이란 자들이 쓰는 무공에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구파일방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억!”

“맞아, 창제 님과 싸우던 남자는 분명 매화를 사용하고 있었어.”

“검왕 님과 싸우는 여자들도 익숙한 무공인데….”

“생각났소. 아미! 아미파의 무공 아니오?”

철혈검가의 제왕단도 모르던 아미파의 무공이었다.

한지웅이 말하길 동영상에 나온 자들이 사용하는 무공이 구파일방의 것이라고 하자 가주들이 때려 맞춘 것이다.

“옳게 보셨습니다. 적들은 구파일방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저희가 갖지 못한 S급 무공을 사용하고 있지요.”

“허, 그럴 수가.”

“구파일방의 무공을 사용하는 자들이라…”

“짐작 가는 단체가 어디 있지?”

가주들은 각자 생각했다.

적들의 정체가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백날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을 거다.

한국에 숨어 있던 천외천은 거의 다 잡혔으니까.

가주들이 생각한다 해서 무언가 나올 게 아니었다.

그때 한지웅의 입에서 폭탄 같은 발언이 나왔다.

“전 저들이 무림에서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림!”

“그건 너무 과한 생각 아닙니까?”

“무림은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니오.”

무림에서 온 자들이라니.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무림은 그저 무협 소설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였다.

하지만 한지웅의 생각은 달랐다.

“그러면 저희가 가진 무공은 다 가짜입니까? 저희가 몬스터를 처치하고 마정석을 얻는 건 판타지 소설 아닙니까?”

그의 말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몬스터는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했다.

이미 현실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기현상이 발생한 상태.

자신들이 각성자가 되고 게임처럼 손을 그으면 홀로그램이 뜨는 것도 미쳐 돌아간 거다.

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현재의 세상이었다.

“신기가주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애초에 게임같이 세상이 변한 것도 말이 안 되는 거요.”

“이 세계에 무림이 없다는 법이 있소이까?”

“동감입니다. 무림이란 곳이 있다면 판타지 세상의 대륙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가주의 말에 한지웅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또한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림이란 곳도 있는데 판타지에서 나오는 대륙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요. 허나 지금은 무림만 생각할 때입니다. 그 무림인들이 저희에게 발톱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그의 말에 모두가 넘어갔다.

그제야 가주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림인들은 애초부터 우리와 경험이 다르지 않겠어요?”

“죽고 죽이는 살얼음판을 걸어왔을 것인데… 큰일이오.”

“몬스터도 아니고 구파일방의 무인이라니.”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입니까.”

계속 부정했던 가주들이 적의 정체가 무림인이라고 하자 이제는 회의적으로 변했다.

어찌 보면 자신들은 경험도 무림인보다 적을뿐더러 가짜에 가까웠다.

아니, 진짜라 하더라도 역사의 시간이 달랐다.

무림의 역사는 무공과 함께 커왔을 터.

가주들이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제안한 게 쉘터입니다. 여러분들은 천외천과 싸울 수 없습니다. 객기를 부리다간 목숨만 허무하게 잃게 될 거라는 게 여기 검제 님과 창제의 의견입니다.”

가주들이 수긍했다.

동영상의 적만 봐도 오금이 저릴 지경.

직접 마주친다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못할 거다.

만약 겁을 먹고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 추태를 보인다면?

이후에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터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쉘터로 가서 몸을 숨기는 게 나았다.

“저희 부동명가는 쉘터로 가겠습니다.”

“추선당 또한 신기가주님의 말씀을 따를게요.”

“부끄럽지만 신룡사도 몸을 숨기겠소이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가주들이 설득되었다.

자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림인.

신기가주의 말처럼 객기는 죽음만 앞당길 뿐이었다.

다만 걱정해 줘도 꼭 목숨을 버리는 이들도 존재했다.

“저희 이씨세가는 독자 활동을 하려고 해요. 그래도 될까요?”

“강제는 아니지만 독자 활동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여기 금룡황가, 대국건설과 같이 움직일 거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이 가주가 독자 활동을 선언했다.

이씨세가, 황룡금가, 대국건설.

이 세 곳과 친한 몇몇 가문을 제외하곤 전부 몸을 숨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준은 이씨세가를 이끄는 여가주를 보고 있었다.

‘제 주제도 모르고 또 목숨을 버리려고 하네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 특히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권력이 눈에 보이면 사리 분별을 잃게 되느니라.]

이씨세가는 오대 가문의 자리를 노리는 가문 중 한 곳.

지방을 거점으로 잡아 유명세가 서울의 가문보다 떨어질 뿐.

세력은 충분히 컸다.

현재 오대 가문의 자리는 하나였고, 진씨가문이 제일 유력했다.

하지만 이씨세가도 강력한 후보 중 하나.

그들에게 부족한 건 실적이었다.

15가문 연맹회에 인정받을 만한 성과가 있다면 판을 뒤집는 게 가능했다.

‘이씨세가가 오대 가문의 자리를 노린다고 진 가주님께 귀띔해 줘야겠네요.’

저 이 가주와는 달리 진 가주는 아주 현명한 사람.

귀띔만 해주면 처신은 알아서 할 거라 믿었다.

이준이 이 가주에게 시선을 거둔 후 얼마 있지 않아 대가문회의는 끝이 났다.

참석한 이들의 분주한 움직임.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빠르게 대회의장을 빠져나갔다.

* * *

여의도 호텔에서 나온 이준이 진씨가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씨가문이 위치한 곳은 대전.

유성구 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경공을 펼치자 30분도 채 걸리지 않고 도착했다.

진씨가문이라 현판이 걸려 있는 문 앞에 섰다.

“게이트에서 돌아왔으려나.”

원래라면 진 가주도 대가문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레드급 게이트를 공략 중이었다.

거의 막바지거나, 아니면 이제 막 끝마치고 귀환했을 터.

그 때문에 대가문회의에서는 제외됐다.

이참에 진경수 얼굴도 잠깐 볼 겸 직접 대전으로 내려온 거다.

이준이 경비를 호출하는 벨을 눌렀다.

띠디디디!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

문 안쪽에서 움직임 느껴졌다.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나왔다.

이준을 보자 화들짝 놀란 남자.

선글라스를 위로 들추며 좀 더 자세히 살폈다.

“차, 창제 님?”

황룡금가의 가주처럼 산속에만 처박혀 있는 가문이 아니면 전 국민이 아는 이준의 얼굴이었다.

진씨가문의 각성자도 이준의 얼굴은 당연히 안다.

“혹시 진 가주님이 돌아오셨을까요?”

이준의 등장에 당황한 진씨가문 소속 각성자들.

무려 창제의 왕림이다.

그가 손수 가문에 찾아왔다는 건 경사에 가까운 일이었다.

“마, 마침 복귀하시고 샤워하시는 주, 중입니다.”

“타이밍 좋았네요. 진 가주님을 뵙고 싶은데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경비를 담당하는 각성자가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그들의 안내에 안쪽으로 들어가는 이준.

한옥으로 된 곳답게 안채로 가려면 돌담길을 지나서 가야 했다.

들어가도 끝이 없을 정도의 넓이.

‘진경수 학생이 부자라서 흐뭇하구만.’

[아주 훌륭한 학생을 뒀구나. 좀 더 뽑아 먹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뽑아 먹은 건 전혀 타격이 안 갔겠어요.’

실제로 진씨가문에 와보니 재력이 상당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돈이 많은 집안.

굴러다니는 돌멩이며, 흙까지 죄다 비싸 보이는 것들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때였다.

펑펑-

돌담 너머에서 공기가 터지는 육중한 소리가 들렸다.

기감을 펼친 결과 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만 같았다.

‘일처리 참 빠르네. 벌써 계승의 꽃을 먹고 투존의 무공을 연습하고 있는 건가?’

이준의 걸음이 빨라졌다.

돌담을 다섯 개 정도 더 넘어서야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진경수의 모습이 보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