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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91화 (291/705)

제292화

이준은 오랜만에 기숙사 방으로 돌아왔다.

작은 침대에 몸을 뉘였다.

“후우우.”

포근했다.

최근 여러 사건이 터져서 그런지 쉴 틈이 없었다.

이 작은 침대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안락한지.

잠이 솔솔 몰려왔다.

지잉-

방에 포탈이 열리고 작은 생명체가 튀어나왔다.

“뀨우!”

“어이쿠. 파랑이 왔어?”

작은 생명체의 정체는 파랑이였다.

녀석이 금역에서 나와 품에 안겼다.

자신의 볼을 몸에 비비며 격한 반가움을 표시했다.

성화와 싸울 때의 1등 공신.

태생이 블랙급 몬스터답게 성화 측 몬스터를 가뿐히 짓밟았다.

파랑이가 없었다면 아군 측 피해도 컸을 터.

녀석이 있어서 사상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너도 여기서 잘래?”

“뀨웃!”

파랑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준의 품에 자리 잡은 녀석이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았다.

흐뭇한 표정으로 파랑이를 보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

이 평화가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다.

‘천외천이 있으면 평화는 없어. 평화로워 보일 뿐이야.’

천외천은 악마다.

지구를 자신들의 발아래에 꿇리고 파멸시키는 게 목적인 이들.

그들이 있는 한 세상은 평화로울 수 없었다.

‘삼선이 죽었으니까 천외천이 움직일 텐데… 인주는 혼돈을 얻기 전까지는 못 움직일 테고, 남은 십선이 대신 움직이겠지?’

삼선 위에 존재하는 두 명.

일선과 이선.

이 두 명이 인주의 진짜 힘이었다.

삼선도 각성자에 비하면 굉장히 강했다.

하나 일선과 이선은 그 삼선보다 더한 괴물이다.

삼선이 죽었다는 걸 일선과 이선도 알았을 터.

인주보다 더 분노할 게 뻔했다.

다른 십선이 죽었다면 그저 안타까워만 할 테지만 삼선은 그들과 같은 항렬에 있는 존재였다.

사매 뻘이 죽었기 때문에 위기감과 복수를 하려고 할 테다.

‘이젠 1:1로 덤비지 않을 거야. 한꺼번에 떼로 덤비겠지.’

일선과 이선에게 수치심 따위는 없었다.

자존심은 더더욱 없었고.

애초에 수치심과 자존심이 있었다면 신마회에 들어가서 십선의 자리에 앉지도 않았을 거다.

그렇기에 위험했다.

십선을 이길 자신은 있었으나 자신은 혼자.

제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머릿수로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금역의 몬스터도 있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녀석들은 최후의 보루.

못해도 지주의 세력과 싸울 때까지는 꽁꽁 숨겨둬야 한다.

자신의 뒤에 몬스터가 있다는 걸 지주의 세력이 알게 된다면 그들이 짜논 계획을 전면 수정하려 할 터.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지금도 충분히 과거가 변했다.

아직까진 옛 정보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먹힐지 모른다.

과거가 바뀌었으니, 현재도 계속 바뀔 터.

자신이 아는 정보와 다르면 대응도 힘들게 된다.

‘내가 먼저 쳐야 하나? 아니야. 그러면 국가 간의 전쟁이 되어버려.’

적에게 전쟁의 빌미를 주는 꼴이 된다.

어쩌면 주변국에게 한국과의 전쟁에 참전하라고 강요할 수도 있었다.

특히 일본은 월령검을 빼고는 혐한이 대부분이다.

이 기회에 중국의 힘을 빌려 한국을 점령하려 할 수 있을 터.

절대 주변국에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면 안 됐다.

‘천외천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적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을 때 무극자 사부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고민할 게 무에 있는고.]

‘또 힘으로 해결해라 이거 아닙니까?’

[제자야. 네가 힘으로 다 해결할만한 경지더냐? 사부는 네 수준에 맞게 말하고 있느니라.]

‘그러면 사부님은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계시는데요?’

[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느니라. 사부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가능한 반면 제자처럼 약한데 또 약점은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서두가 긴데요.’

[우선 그 약점을 없애거라.]

‘저 약점 없는데요?’

[약점이 없긴! 네가 가르친 아이들과 네 가문 아니냐.]

‘약점을 없애라 하심은 다 죽이라고요?’

[가아아알! 이 멍청한 제자 놈이. 이 사부가 살귀로 보이느냐! 목숨이 붙어 있는 사람을 어찌 죽이라 하겠느냐!]

사부의 호통이 머리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음성에는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노, 농담입니다.’

[크음. 멍청한 제자놈 때문에 목이 칼칼해 죽겠구나. 아무튼, 네 약점은 가문과 특별반 아이들이니 걔들을 숨겨 놓으라 이 말이다.]

‘어디로요?’

[쉘터라던지 4대 성지의 금역이라던지, 거 천외천의 눈에 보이지 않은 곳 있지 않느냐.]

‘그다음은 어떻게 합니까?’

이준은 계속 질문했다.

무극자 사부가 해답을 내려주는 것 같았다.

[네가 있는 곳으로 천외천을 불러들여야지.]

‘천외천이 저를 친 것으로 하게끔 보이시라 이 말씀이시죠?’

[그렇느니라. 네가 다른 나라로 가 있다가 기습을 당한 걸로 위장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나 여기에는 여러 단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네가 기습을 당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냐이다.]

‘타국에 협조를 요청할까요?’

[협조를 요청한 나라가 완전히 네 편이라는 걸 어찌 아느냐?]

‘없… 죠?’

[확실하지 않은 방법은 실행 안 하는 것만도 못하느니라. 그리고 단점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네 약점을 숨긴다 해도 천외천이 그 약점을 찾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애들을 구하려고 제가 다급하게 행동하겠네요.’

[만약 일선과 이선이 널 죽어라 막는다면?]

이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천외천에게 신력과 아이들이 공격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부의 말처럼 일선과 이선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진다면 큰일이다.

[너에게는 약점이 너무 많다. 그 점이 안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적이 있을 때는 아주 치명적이지. 천외천은 그 치명적인 부분을 굉장히 잘 노리는 녀석들이니라. 궁지에 몰릴수록 세월로 인해 무뎌졌던 발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천외천의 행보를 보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멍청 그 자체.

고등학생인 자신과 똑같이 오로지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귀살대는 물론 혈불, 십선, 구선, 사선.

그나마 삼선은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용하기라도 했지 나머지는 죄다 힘으로 자신을 상대했다.

[그러니 네 약점을 철저히 숨기거라. 그리고 네가 있는 곳으로 적을 끌어들여 섬멸하거라. 이게 현재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무극자 사부는 명쾌한 대답을 내려줬다.

자신이 있는 장소에 적을 초대한다.

그건 바로 한국.

한국이라면 언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곳.

이곳이라면 천외천이 기습을 한다해도 세계에 알리는 게 가능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약점인 가문과 특별반 아이들.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보호할 수도 있었으니 1석2조였다.

또한 한국은 자신의 영역.

천외천이 쳐들어오기 전에 함정을 깔아놓기도 좋았다.

“사부님 말씀대로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네요.”

게이트는 4대 성지의 금역뿐만 아니라 차고 넘쳤다.

여태까지 얻은 게이트는 금역과 합쳐서 한 개로 보일 뿐이지 지도로 보면 굉장히 넓었다.

뿐이랴.

이젠 흑염마조의 영역까지 있었다.

녀석의 아래에 있는 영역만 수십 개.

그중 하나를 빌리면 된다.

“어?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흐흐.”

[음흉한 미소를 보아하니, 또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이렸다?]

“엉뚱한 생각이라니요. 금역보다 더 안전한 곳을 떠올린 것뿐이라고요.”

금역보다 안전한 장소.

여태까지 드러난 게이트 중에 딱 한 곳밖에 없었다.

***

[제25 지옥지대 ‘흑염의 거처’에 입장하셨습니다.]

“주, 주인님. 여긴 어디입니까요?”

테구르가 눈알을 굴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산과 푸르른 들, 강이 보였다.

그 어떤 곳보다 평화로운 곳.

지옥지대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장소였다.

“조가 있는 보금자리. 내 예상이 맞았어. 녀석의 성격이라면 음습한 곳보다 깔끔한 곳을 선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네.”

오히려 성화의 성격이 더 음침했다.

그 반대로 마조는 오만했지만 성격 자체는 밝았다.

몬스터의 특징은 자기 성격에 맞게 게이트를 가지고 있었으니.

흑염마조는 밝은 곳으로 게이트를 정할 거라 생각했다.

“여기가… 그 위대하신 분의 거처입니까요?”

테구르는 겸손해졌다.

성화와 싸울 적 흑염마조의 본 모습을 봤기 때문일까.

스스로 몸을 낮추며 행동했다.

들판의 풀을 밟는 것조차 조심하며 움직였다.

그때.

[작은 주인? 여긴 어쩐 일이지?]

하늘을 뒤덮을 만큼 큰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화를 흡수한 흑염마조의 등장이었다.

“할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렸어. 이리 좀 와봐.”

이준의 말에 창공을 누비던 흑염마조가 지상으로 하강했다.

점점 크게 보여야 할 몸집이 작아지며 예전 흑염마조의 크기로 돌아왔다.

녀석의 하강 지점은 바로 이준의 머리였다.

[할 일? 그게 뭐지?]

“인주랑 본격적으로 싸우려고. 그래서 네가 있는 게이트가 필요해.”

[지금 내 영역을 전장으로 만들자는 말이냐?]

흑염마조의 눈이 번들거렸다.

“히에엑!”

그 눈빛에 테구르가 절로 무릎을 꿇었다.

블랙급 보스 몬스터.

그것도 최상위 중에 지배자의 등급에 있는 존재이다.

겁 많은 테구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릴 리 만무했다.

“에이 설마 여긴 네 영역이지만 내 것이기도 하거든?”

[작은 주인을 오해했군. 자세히 말해봐.]

자신의 영역을 아낀다는 말로 들은 흑염마조가 수긍했다.

“여기도 4대 성지의 금역처럼 만들거야.”

[호오. 마을을 만들자는 말인가?]

“마음에 들지? 이곳에 농사도 지을 수 있고 과일도 심어서 따 먹을 수 있게 할 거야.”

[난 찬성이다. 파랑이가 부러웠던 참인데 잘 됐어.]

“그래서 말인데…”

이준이 뜸을 들였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갈 차례.

과연 이 이야기를 들으면 흑염마조가 어떤 반응을 할까.

한 템포 쉬고 입을 열었다.

“여기에 마을을 만들어 줄 테니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

[무슨 부탁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지? 괜찮으니 마음속에 있는 걸 말해도 된다.]

이곳에 마을을 만들어 준다고 하니, 굉장히 너그러워진 흑염마조였다.

녀석이 파랑이의 금역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북적거리고 활기찬 모습.

금역은 몬스터들이 어울려 사는 인간의 마을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준이 마을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자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딱 하나가 있었다.

“이곳에 당분간만 내 사람들 좀 숨겨줘.”

[작은 주인의 사람?]

“응. 가문 사람들하고 특별반 애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에 인간들이 들어온다? 흐음…]

바로 자신의 영역에 인간을 들이는 일.

그 어떤 몬스터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사신수라면 더욱 영역 침범을 싫어했다.

금역의 북적거리고 활기찬 모습은 몬스터에게 한정된 것.

인간을 싫어하지 않은 흑염마조였으나 영역을 내주는 건 또 다른 의미였다.

[내 영역에 인간을 들이는 일이 어떤 뜻인지 아나?]

“신성한 사신수의 영역에 인간을 들이는 건 네 모든 걸 내어주는 의미라고 무극자 사부가 말하던데?”

[그렇다. 내 존재는…]

“그리고 네가 인간한테 존재를 과시하는 걸 좋아한다고도 말하시고.”

[큼. 큰 주인이 별말을 다 하는군.]

“널 보면 사람들이 기겁하고 신성시할 거라고 마지막에 말하셨어.”

[난 큰 주인과는 달리 남의 시선을 즐기지 않는데, 작은 주인이 특별히 한 부탁이니 들어주지.]

흑염마조는 마지못한 척했다.

파닥.

녀석이 날개를 펼치며 허공을 날았다.

[난 인간들이 오기 전에 털을 경건히 정리해야겠어.]

인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목욕재계를 하러 간 흑염마조.

녀석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사부님 말대로네요.”

[저 녀석이 괜히 내 옆에 붙어 있었겠느냐. 인간들이 자기를 안 봐준다고 어찌나 본모습을 드러내던지. 내가 그것 때문에 아주 골치였느니라. 성화를 흡수해서 이젠 옛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제 버릇이 나온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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