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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89화 (289/705)

제290화

이준이 사라지고 철혈검가의 진영은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

“주군….”

“아네. 자네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제왕단의 얼굴에는 핏기 한 점 없었다.

적에게 공격당한 것도 아니고, 내상을 입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격전을 치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창제의 살기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살기였습니다.”

“20년 전에 봤던 블랙급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보다 무서웠어요.”

“이하동문이야.”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럴진데 상대는 어떻겠나.”

제왕단은 조금 전의 전투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옥도 이보단 못할 거라 생각했다.

사람의 심장을 도려내고 눈알을 파 버렸다.

뿐인가.

사람을 찢어 죽이기까지.

범죄자의 집단인 사마련도 저런 식으로 잔인하게 죽이진 못할 거다.

“창제는 마인에 속할까요?”

한 사람이 속마음에 있던 말을 끄집어냈다.

마인은 전 세계의 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람이 하면 안 되는 짓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자.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고도 태연히 웃을 수 있는 자를 말했다.

그 속에는 한국의 사마련도 속해 있었다.

“그전의 행보를 봤을 때는 마인보다는 패도를 추구한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오직 힘으로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길.

그것을 패도라 말했다.

“그런데 상대가 패왕도가와 도련, 사마련 소속 각성자였어요.”

“놈들은 게이트에서 금기된 짓을 해 창제가 대신 벌을 내린 것뿐입니다.”

“허, 옳은 일을 해도 손속이 잔인해 오해를 받는구나.”

검제가 탄식했다.

여태 이준이 해낸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한 것도 여러 번이지만 오늘 일로 인해 이준의 이미지는 시궁창에 처박혔다.

다행인 건 하나.

이 싸움을 제왕단만 봤다는 것.

일반인이 봤다면 이준을 아예 마인으로 취급했을 거다.

“아군에 있는 저희도 이런데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떻겠습니까?”

“오해하기 충분합니다.”

“창제의 손속은 잔인하다 못해 인륜을 저버리는…”

제왕단의 말에 검제가 말을 가로막았다.

“그만들 하게나. 우릴 도와주러 온 사람이네. 철혈검가가 언제부터 은인에 대해 왈가왈부했는가. 더 나갔다간 내 용서치 않겠어.”

검제의 으름장에 제왕단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박정연도 한 말 거들었다.

“그래요. 준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잔인한 장면도 보이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준을 보았다.

피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으나 꾹 참았다.

앞으로 이준이 걸을 길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 그녀.

자신까지 외면한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무엇보다 저렇게까지 잔인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겼다.

이준의 성격으로 보아 호구처럼 당하면 당했지 악마처럼 변하진 않았다.

“누나는… 준이가 안 무서워? 난 솔직히 무서웠어.”

“무섭지. 한동안은 오늘 일로 인해 잠을 못 잘 거야. 하지만 우리만큼은 준이를 이해해 줘야지 않겠어?”

“나도… 알아. 준이가 우릴 얼마나 생각하는지. 하지만 마음에 두려움이 자리잡힌 걸 어떡해.”

박정연은 박혁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얼굴에 분함이 가득했다.

친구에게 공포감을 느꼈다는 게 박혁진으로선 자괴감을 느꼈을 만했다.

이준이 유일하게 믿는 친구가 그였으니까.

모든 걸 보듬어 주진 못할 망정 친구에게 거리감을 느꼈으니.

그로선 자신이 한없이 소인배로 느껴졌을 거다.

“준이가 할아버지를 뛰어넘는 명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그저 친구야. 이것만 명심하면 돼.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알겠니?”

“준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해 볼게.”

“노력하려고 하지 마. 준이가 바로 알아차릴 거야. 네가 준이의 옆에 설 만큼 강해지면 그때 나타나. 나도 그럴 테니까.”

“알았어.”

두 남매는 결정했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보다 강해져서 돌아오는 걸로 말이다.

어색한 행동을 하면 이준이 바로 눈치를 챌 터.

그렇게 되면 관계는 더욱 벌어지게될 거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준의 옆에 설 수 있도록.

그가 왜 악마가 되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강해져서 돌아오기로 했다.

“할아버지. 저희 철혈검동에 가둬 주세요.”

철혈검동은 검제가 수련하는 곳이자 게이트였다.

블랙급을 포함한 모든 등급의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

몬스터가 접근하지 않는 안전지대가 있어서 실력을 쌓기 최적의 장소였다.

다만 들어가는 인원이 한 명이라도 늘어 날수록 난이도도 수직상승했다.

박정연은 이번 기회에 한 등급이 아닌, 두세 등급을 끌어올릴 작정이었다.

“참말이냐?”

“네. 더는 준이한테 쪽팔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알았다. 돌아가는 즉시 준비하마.”

* * *

우뚝.

[왜 그러지?]

호랑이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괴물이 물었다.

“나와 연결된 수하의 기가 사라졌다.”

[도철을 깨우러 간 여자를 말하는 건가.]

“그래.”

[널 배신한 거야.]

“그럴 리 없다.”

인주 사마영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삼선이 배신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제일 믿는 사람 중 한 명.

배신이란 단어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마음 한편에는 모두 악을 지니고 있지. 그 중에 탐욕은 도철이 가장 좋아하는 감정이다. 도철을 손에 넣었다면 그와 상응하는 힘을 얻는데 계속 네 밑에 있으란 법이 있나?]

인주와 삼선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괴물은 도올.

인간의 욕망을 가지고 놀길 좋아하는 사흉수였다.

특히 인주처럼 욕심이 많고 악에 찌들어 있는 자를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인주는 도올의 이간질에 당하지 않았다.

명색에 고금제일인의 제자 중 한 명.

사흉수 따위에 휘둘릴 만큼 정신력이 약하지 않았다.

만약 정신력이 약했다면 애초에 파천혈신의 제자가 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만. 더는 듣지 않겠다.”

[쯧. 재미없군.]

삼선의 실력이라면 어디 가서 목숨을 잃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인주였다.

화경의 끝자락에 있는 그녀를 누가 죽이겠는가.

심지어 불기에 파천멸기까지 지녔다.

화경 끝자락에 힘을 더 실어 주는 기운마저 있었으니.

어떻게 보면 현경 초입의 강함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철과 만나서 잠깐 기가 끊겼다는 게 제일 맞겠군.’

인주는 삼선이 죽었다는 생각은 꿈에도 모른 채 도철을 만났다고 단정지었다.

“길 안내는 잘하고 있나?”

[거의 다 왔다.]

인주는 도올과 함께 곤륜산의 게이트에 들어와 있었다.

그의 시야는 온통 뿌연 안개뿐.

앞이 안 보였다.

길은 어떤가.

구불구불한 길과 곳곳에 널려 있는 돌, 가파른 절벽.

발을 조금만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다.

[혼돈도 너를 느낀 모양이다. 아주 좋아하는 것 같군.]

살랑이는 바람이 인주의 귓가를 간질였다.

하얀 안개로 앞을 가렸던 시야가 점점 걷혔다.

그의 앞에 나타난 건 자신이 서 있는 곳보다 더 높은 산이었다.

“저 꼭대기에 혼돈이 있는 건가?”

산 주위에는 해골이 가득했다.

시체의 산이라 해도 옳을 정도.

그 꼭대기에는 사이한 기운의 정점이 있었다.

인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따라 올라갔다.

산 중앙을 넘을 때쯤.

위에서 해골이 우수수 떨어졌다.

침으로 보이는 액체가 해골에 묻어 나왔다.

[눈을 뜨자마자 먹을 것만 찾는 걸 보니 여전해. 보고 힘이 약하면 내가 잡아먹어 버려야겠어.]

도올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신수와 마찬가지로 사흉수 또한 서로 사이가 안 좋았다.

적어도 사신수는 각자의 영역을 지켰으나, 사흉수는 그딴 건 개나 줬다.

틈만 나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싸웠다.

누가 악의 정점에 있는 놈들 아닐까봐 서로 등에 칼을 꽂을 생각만 했다.

인주가 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

퍽!

그의 정면으로 바위만 한 뼈가 날아왔다.

그는 손에 장력을 모아 날아온 뼈를 가루로 만들었다.

[인간, 우걱우걱… 내게 무슨 볼일이냐?]

혼돈의 주위에는 몬스터의 시체로 가득했다.

강한 식탐을 가진 혼돈.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은 사람으로 하여금 역겹게 느껴질 정도였다.

“네게 제안을 하러 왔다.”

[제안? 저 머저리를 데리고?]

[돼지 새끼가 누구보고 머저리라 부르는 거지?]

[머저리와 한패인 네 제안은 딱히 안 끌려.]

“내가 어떤 제안을 할 줄 알고 거절하는 거냐.”

[안 봐도 뻔하지. 너 같은 인간이 한둘인 줄 알아? 날 꼬드겨 네 좋은 일만 하려는 것 아니야.]

혼돈은 도올처럼 바로 넘어오지 않았다.

원래라면 바로 넘어왔어야 했다.

인주의 몸에선 혼돈이 좋아하는 냄새가 풀풀 풍겼으니까.

하나 그의 옆엔 도올이 있었다.

악인이더라도 다른 흉수와 함께하는 인간은 믿지 못하는 게 혼돈이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인간들을 마음껏 포식하게 해 주겠다.”

[거봐. 내가 예상했던 대답을 그대로 하잖아. 그렇게 말해 놓고 제대로 날 만족해 준 인간은 단 한명도 없었다.]

“내가 네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놈으로 보이나?”

[그렇다면?]

“이래도?”

평범하던 인주의 몸에서 게이트를 완전히 덮을 만한 방대한 사기가 뿜어져 나왔다.

파천멸기의 진수.

파천멸기의 파편이 아닌, 완전한 힘이다.

오직 천주만 익혔던 그 기운을 인주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인주의 진정한 힘에 혼돈의 눈빛이 빛났다.

* * *

[저놈의 말에 넘어가지 말거라.]

‘예.’

이준은 운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도철은 집요하게 이준을 물고 늘어졌다.

[나는 탐욕을 먹고 자란다. 너와 난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지. 만약 내게 손을 내민다면 널 지상 최고로 강하게 만들어 주겠다.]

도철은 이준이 탐이 났다.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는 인간.

심성도 고약했다.

마지막에는 몬스터에게 먹이로 던져 주기까지.

자신이 원하던 인간상이었다.

말을 걸었음에도 돌아오지 않은 대답에 짜증이 났지만 참았다.

이 인간보다 나은 놈이 없다고 느꼈으니까.

[재물, 권력, 힘. 나라면 모든 걸 네게 줄 수 있다. 사신수라도 내 힘 앞에는 보잘 것 없을 거야.]

계속된 속삭임.

그 사이 이준은 불안정한 내기를 안정시켰다.

눈을 번쩍 뜨자 회안이 빛났다가 사라졌다.

멀리서 지켜보던 몬스터들이 이준의 눈빛에 겁을 먹고 도망쳤다.

“누굴 속이려고 그래. 사신수보다 약한 놈이 어디서 약을 팔아.”

[뭐, 뭐라고 했느냐!?]

도철이 당황해했다.

이 정도의 속삭임이라면 자신에게 넘어올 법도 하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거기다가 폭언까지.

악의 정점 중 하나인 자신이 인간에게 수모를 당한 것이다.

“아니지. 사신수는 너무 갔다. 넌 일본의 요괴보다 약하지 않냐? 뭔데 자신감 넘치게 말하지?”

[이, 인간! 미친 것 아닌가! 어디서 하급 요괴 따위를 흉수인 나와 비교한단 말이야!]

도철이 버럭 소리쳤다.

게이트에 사기가 풀풀 날렸다.

이준이 있는 곳은 고작 입구인데도 도철의 힘이 느껴졌다.

“사실이라 당황하셨어요? 탐욕을 먹고 자라지 못하면 하급 요괴만도 못하다는 걸 알거든. 뭐 탐욕을 최대한 먹어도 사흉수 중 가장 약한 것도 알고 있고. 사신수에는 발끝도 못 따라가면서 너무 약을 팔았다. 적당히 팔았으면 고민이라도 해 볼 텐데 큭.”

이준이 도철을 비웃었다.

녀석을 생각 안 해 본 것도 아니다.

자신은 게이트의 주인.

그것도 십미호의 주인이자 흑염마조의 주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흉수도 밑에 둘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NO!

괜히 흉수가 아니다.

녀석들의 힘을 강하게 키우려면 악한 짓을 해야 했다.

하지 않으면 사흉수를 키우나마나.

최대한 양보했다치고 데리고 있을 순 있었으나 악한 짓을 안하면 사흉수가 도리어 뒤통수를 친다.

확률은 100%.

이게 자신이 과거 정보 단체에서 조사했던 내용이다.

고로 사흉수는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몬스터였다.

악한 짓도 하지 않을 거고, 배신할 놈을 옆에 둘 만큼 도박을 하고 싶진 않았다.

[인간 따위가 감히!]

“부활도 못 했으면서 지랄은. 개소리 더 듣기 전에 네게로 통하는 문을 닫아야겠다.”

[뭐!?]

“넌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구나? 닫힌 게이트를 어떻게 열고 들어왔을까?”

[……너!]

“알아도 너무 늦게 알았다.”

이준은 다른 인간과 달리 게이트의 주인 중 하나.

문을 열 수 있으면 아예 닫는 것도 가능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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