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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85화 (285/705)

제286화

한강이 보이는 연미정 앞.

이준의 발걸음이 멈췄다.

‘여기서 흔적이 끊겼다.’

바닥에 그어진 칼날 자국을 따라왔다.

검왕의 흔적으로 보이는 게 끊기자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눈에 잡힌 하나의 검흔.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에 창궁무애검법의 흔적이 아주 얇게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찾지 못할 흔적.

하나 조사하고 있는 사람은 창제라 불리는 이준이었다.

특히 마신지체를 얻은 이후로는 시야가 굉장히 좋아졌다.

안 보이던 감각이 최대한 활성화 되었달까.

그 때문에 연미정 기둥에서 창궁무애겁법의 흔적을 찾은 거다.

물론 이게 끝이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연미정 기둥 옆에 누가 서 있던 흔적이 있었다.

창궁무애검법은 기둥 옆 사람을 목표로 했지만 닿지 못한 상황.

‘검왕께서 잡히셨어.’

땅의 자국으로 볼 때 검왕의 공격을 가뿐히 흘리고 제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도철을 깨우려는 수작이야.’

천외천은 방해꾼을 살려두지 않았다.

검왕이 이곳으로 온 건 정말 우연이었으니까.

그는 도망친 성화의 몬스터를 쫓아 강화도까지 온 거다.

이곳에 천외천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가 이끌고 온 각성자들만으로 공격하지 않았겠지.

‘그때의 일을 생각해 보자.’

이준은 연미정에 있었던 일을 기억에서 끄집어냈다.

이곳은 도철이 잠들어 있는 장소로 가는 곳의 게이트가 있었다.

이 안에서 퀘스트 같은 걸 진행해야 도철의 잠든 장소가 열린다.

아주 간단한 조건.

연미정의 일을 확실히 기억한 건 이때 천외천이 요란하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으니까.

세상은 천외천으로 인해 뒤집어진 상태였다.

그들을 제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때문에 연미정의 일은 또렷했다.

‘대한민국에 강력한 뇌기를 가진 각성자는 철혈검가뿐이야. 그중에서도 검제님과 검왕님은 당연 최고의 뇌기를 가졌지. 안 그래도 철혈검가를 노리고 있던 천외천은 제발로 찾아온 검왕을 좋다고 잡은 거야. 그러니 외부에도 이 사실이 안 알려진 거고. 이게 지금으로선 가장 근접한 추측이야.’

도철은 뇌기를 좋아했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속성.

청룡이 가진 뇌기를 언제나 탐하던 그는 인간들에게 강한 뇌기를 제물로 요구했다.

아니면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천외천도 뇌기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건 전체의 이야기.

인주 측에는 뇌 속성을 익힌 사람이 전무했다.

그래서 철혈검가의 검왕이 필요했던 거다.

‘이때 죽은 사람이 무적검대주였지?’

무적검대주는 검왕의 동생이었다.

6년 후에는 그가 검왕을 대신해서 죽는다.

검왕은 그 전에 고인이 되었다.

그런데 미래가 달라졌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죽는 시간이 더 빨리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일으킨 나비효과다.

성화의 몬스터가 밖으로 날뛴 건 모두 자신으로 인한 일.

그로 인해 검왕이 연미정에서 잡힌 거다.

‘나로 인해 미래에 일어났던 일이 굉장히 앞당겨졌어.’

천외천이 모습을 드러내고 세상을 뒤엎었을 때였다.

오랜 세월 암약하면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천외천.

그동안 엄청난 정보를 끌어모으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전생과는 달랐다.

그들의 끄나풀인 도왕과 패왕도가 귀살대가 죽었다.

이미 여기서 천외천의 계획이 틀어진 상태.

파멸겁도 회수를 하지 못했으며 혈불과 십선이 자신에게 죽었다.

계획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것.

생각했던 것보다 인주가 무림에서 빨리 넘어 온 것처럼.

6년 후의 일이 오늘 일어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게이트에 비가 안 내렸길 빌어야겠네.’

두 번째 조건은 비였다.

사흉수인 도철은 비를 좋아했다나.

이 간단한 조건만 맞추면 도철에게로 향하는 입구를 열 수 있었다.

물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지만.

이준이 생각하는 사이 검제의 눈이 떠졌다.

“깜깜하던 길이 이제야 보여. 허허.”

검제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수십 년간 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창제의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었다.

아직 깨달음을 수습할 게 많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

대충만 수습하고 눈을 뜬 것이다.

“주군 감축드립니다.”

“드디어 벽을 허무셨군요.”

“그리 보이는가? 아직 벽을 깨지도 못했네. 시작일뿐이야.”

“하지만 기도가…”

“시작도 안 한 게 이 정도네. 어쩌면 S급의 윗 단계로 갈 수 있는 길을 본 게야.”

“그런 일이!”

“하늘이 주군을 돕는가 봅니다.”

“하늘이 돕긴, 창제가 답을 준 거지.”

검제는 이준이 있는 연미정으로 갔다.

“단서가 있어 보이오?”

“벌써 깨셨네요.”

“시간이 많았다면 명상을 계속 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빨리 눈을 떴소.”

“최대한 빨리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으시겠네요.”

“그러지만 내겐 철없는 아들이 중요하오. 깨달음은 다음에 얻으면 될 일. 내 욕심 때문에 핏줄을 잃을 순 없지 않소.”

검제의 목소리엔 진심이 묻어났다.

아버지인 권왕과는 전혀 다른 인성을 가진 사람.

왜 사람들이 검제를 칭송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의 눈빛은 하나의 가식도 없었다.

이준이 검제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무극자가 슬며시 말했다.

[큼큼. 이 사부도 형편없는 제자를 손수 살려주기까지 하면서 키웠느니라. 널 내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자기도 칭찬을 받고 싶었나 보다.

안 해도 될 말을 꼭 꺼내서 분위기를 망치는 사부.

나이를 거꾸로 드셨는지, 고등학생인 자신보다 더 철이 없었다.

사부의 말을 무시하고 검제를 향해 말했다.

“제가 도와드리죠.”

이준이 몸을 돌렸다.

창궁무애검법의 흔적이 있는 기둥에 손을 가져다 댔다.

혼원신공을 끌어올려 손에 집중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드급 게이트 ‘칠흑의 군도’를 강제로 열겠습니까? (Y/N)]

‘응.’

이준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다시 메시지가 떴다.

[레드급 게이트 ‘칠흑의 군도’를 강제로 열었습니다.]

[타 게이트 주인의 무단침입으로 칠흑의 집행관 타오론’이 당황해합니다.]

연미정에 빨간색 포탈이 생겼다.

“어, 어떻게 한 건가?”

“숨어 있던 게이트를 찾아서 실체화시킨 것뿐이에요.”

이준은 말을 쉽게 했지만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열리지 않았던지, 숨어 있는 게이트를 찾아서 실체화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

무엇보다 그가 힘들이지 않고 해낸 게 너무 놀라웠다.

검제가 이럴진데 다른 이들은 어떤 표정이겠나.

“형님, 60평생 처음 본 일 아니오?”

“주군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일을 겪었지만 오늘 같은 일은 한 번도 없었어.”

“다들 창제가 대단하다고 귀가 따갑게 말하더니. 참말인 듯싶소.”

“오히려 소문이 더 못한 느낌이야.”

“이하동문이오.”

검제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들은 이준을 거의 별종처럼 보았다.

어린 나이에 무공도 강한데다 게이트를 찾아 실체화시키는 상식을 뛰어넘는 일을 했으니 이목이 집중 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준이 게이트를 실체화한 게 아닌.

숨어 있으며 닫힌 게이트를 강제로 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저런 눈빛으로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어떤 각성자도 게이트를 강제로 연 자는 없었으니까.

그걸 알기에 이준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바꾸어 말했다.

모두가 놀라운 얼굴을 하는데 오직 두 사람.

박정연과 박혁진만이 평온한 표정이었다.

“이보다 더 한 일도 하는 앤데.”

“쟤는 능력에 끝이 있나?”

“아무래도… 없을 것 같아. 양파같이 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면이 나올걸?”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자, 다들 먼저 들어가세요. 누나랑 혁진이도.”

이준이 모두를 게이트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금역의 문을 열어 안쪽을 향해 불렀다.

“황금아!”

[막내 공자님 부르셨어요?]

“너 비 멈추게 할 수 있지? 사부가 그러던데?”

[물론이죠.]

“그러면 네 애들은?”

[무림이었다면 못하겠지만,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가능해요.]

“그러면 황일이 좀 잠깐 빌려 가면 안 돼?”

[황일이를요?]

“비를 멈추게 할 애가 필요한데 넌 너무 등치가 크잖아. 널 들키면 안 된단 말이야.”

[그렇긴하죠… 좋아요. 대신 다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물론이지. 황일아. 가자.”

손바닥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 녀석.

가슴 주머니 쏙 들어 갔다.

“갔다 올게.”

[조심히 다녀오세요.]

황금이의 인사를 받은 이준은 금역을 나와 칠흑의 군도로 들어갔다.

* * *

칠흑의 군도는 말 그대로의 게이트였다.

사방이 검은 바다로 되어있는 섬이었다.

대지 또한 척박하고 검은 땅.

마치 언데드가 나올 것 같은 곳이었다.

지잉-

이준과 철혈검가의 인원이 게이트에서 나오자 얼마 안 있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입구 개방의 2단계를 달성했습니다.]

[곧바로 1단계를 확안하십시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뻔했다. 황일아 부탁해.’

이준은 가슴 주머니에 넣은 황일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황일이의 눈이 푸른색으로 번쩍였다.

[만년금구의 새끼 황일이가 ‘천변’을 사용했습니다.]

[칠흑의 군도 날씨가 변합니다.]

비가 내리던 날씨가 감쪽같이 바뀌었다.

‘고마워. 내가 돌아가면 맛있는 꿀 구해다 줄게.’

“끅.”

황일이가 좋다는 듯 대답하곤 등껍질 속으로 들어갔다.

제 할 일은 다 했으니 쉬고 있겠다는 신호였다.

[입구 개방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입구 개방 조건 2단계를 달성하십시오.]

“할아버지 메시지에 뜬 거 보셨어요?”

“봤다.”

“이게 뭔지 아실까요?”

“이 내용만 봐서는 모르겠구나.”

그럴 테지, 이건 도철이 잠든 게이트를 여는 메시지였으니깐.

자신과 천외천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이 당황하는 걸 뒤로하고 이준은 천외천의 기척을 찾았다.

쉽지 않게 발견한 기척.

방해꾼이 등장할 거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듯싶다.

“검제 님. 찾았습니다.”

“나도 찾았네. 어서 가세.”

검제가 뇌전을 일으키면서 튀어 나갔다.

누가 뇌속성의 무공을 익힌 사람 아니랄까 봐.

엄청난 속도였다.

“다들 잘 따라오세요.”

팟!

이준도 검제의 뒤를 따라 경공을 펼쳤다.

검제가 먼저 출발했으나 곧바로 이준이 옆으로 붙었다.

검제는 땅을 밟으며 비상하는 모습을 했지만, 이준은 뒷짐을 쥔 자세로 거의 나는 듯했다.

하나 검제의 눈엔 보였다.

이준의 발아래 공기가 한 번씩 터져나가는 것을.

‘천마 그 친구와 비슷한 자세의 경공이구나.’

천마의 자랑 천마군림보와 흡사했다.

압도적인 보법과 경신술.

그러면서도 공격 무공도 된 천마군림보는 천마가 주력 무공 중 하나였다.

이준을 보자 실종된 천마가 떠올렸다.

그조차도 이준과 같은 편한 자세로 운용하지 못했으니까.

천마군림보가 천마보다 이준이 더 잘 어울리는 게 아이러니했다.

검제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기척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상한 표식이 땅에 그려진 곳에는 검왕이 밧줄에 묶인 채 쓰러져 있었다.

“영섭아! 네이노오오옴!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검왕의 모습에 검제가 분노했다.

검왕의 기는 미약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곧 끊길 것같이 위태로웠다.

파직!

검제는 눈이 돌아가 자신의 독문무공인 천뢰기를 꺼냈다.

그의 애검에 뇌전이 번쩍였다.

눈도 푸른색으로 번쩍이며 하얀 머리를 풀풀 날리는 게 꼭 천공의 신 제우스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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