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71화 (271/705)

제272화

“아쉽다. 아쉬워. 테구르를 잘만 써먹는다면 사신수의 수좌에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신수의 수좌!?]

흑염마조가 격하게 반응했다.

사신수는 한 지역을 지배하는 영물.

그들에게 서열은 없었다.

다만 자신들이 다른 녀석보다 더 낫다고 하는 정도였다.

모두 동등한 존재.

여기서 누가 더 강하거나 약하고를 따질 수 없었다.

그렇기에 사신수의 수좌란 말이 굉장히 끌렸다.

그 콧대 높은 녀석들의 위에 선다면 얼마나 기쁠까.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에이, 좋다 말았네.”

[거기서 끊으면 어떡해! 더 자세히 말해봐.]

“관심도 없으면서 더 말할 필요가 있어? 힘 빼기 싫으니까 없던 일로 하자.”

[큰 주인을 봐서 내가 특별히 작은 주인의 이야기를 들어 보지.]

“아니야. 됐어.”

[내가 들어준다니깐!]

졸지에 전세가 역전됐다.

이준은 계속 거부하고 흑염마조가 보챘다.

계속된 줄다리기에 흑염마조가 폭발하려는 그때.

“듣고 싶다니깐 말해줄게. 그렇다고 너무 신경 쓰진 마.”

이준이 드디어 마음을 돌렸다.

[알았으니 빨리 말해봐. 저놈을 어떻게 써먹으면 사신수의 수좌에 오를 수가 있지?]

흑염마조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 전에 하나 물어볼 게 있어.”

[뭐냐?]

“플레임 오크의 공격력은 무지막지하게 강한데 왜 이렇게 방어력이 형편없는 거야? 일반 오크보다 더 방어력이 약하던데?”

[불을 신봉하는 녀석들의 특징이다. 방어력을 도외시한 대신 공격력이 강하지.]

“그 말은 공격력에 모든 걸 몰빵했다는 소리네?”

[그렇다. 그 단점을 커버할 만큼 공격력이 강하니 문제는 없다.]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임 오크를 상대할 때 느꼈다.

같은 수준이거나 상대가 무력이 낮다면 무조건 플레임 오크가 이긴다.

대신 상대가 강했을 때가 문제.

자신이 플레임 오크를 도륙했을 때처럼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

방어력을 등한시한 결과였다.

“답은 나왔구만.”

[뭐가 말이냐.]

“엄청 좋은 방어구만 두르면 되는 거 아니야?”

[말이야 쉽지, 사신수끼리 전쟁이 난다면 그깟 일반적인 방어구는 종잇장같이 찢겨 나간다.]

“사대종의 신분으로 만든 방어구도? 네 흑염의 의지가 담겨도 쉽게 뚫린단 말이야?”

[그건….]

흑염마조가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어느 사신수도 대장장이를 사대종에 두지 않았다.

다 고고한 존재들만 사대종으로 삼았으니 모를 테지.

“자, 생각을 해 보자. 네 밑에 있는 몬스터들은 전부 공격에 특화되어 있어. 사대종은 말할 필요도 없지. 그렇지?”

[그렇다.]

“네 마리 중 한 마리가 사대종에서 빠진다고 전력에 공백이 생겨?”

[생길지도 모른다.]

“하긴 사대종의 전력은 막강할 테니까. 하지만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런대로 좋은 거 아닌가?”

[그게 저 덜떨어진 놈이다?]

“딩동댕!”

흑염마조가 테구르에게 눈을 돌렸다.

영문도 모른 채 허리를 굽신거리는 녀석.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급히 얼굴을 내리깔았다.

자존심이라곤 쥐뿔도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격이 떨어진다.]

“얘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그 격 떨어진 테구르가 사대종에 들었어. 다른 삼신수가 널 비웃겠지?”

[개망신을 당할 것이다.]

“테구르가 만든 장비로 무장해 삼신수를 이겨 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가능성이….]

“있어. 테구르는 네 흑염을 얻어 방어력이 쥐약인 단점을 보호해 줄 만한 방어구를 만들어 낼 거니까. 그 장비로 네가 삼신수를 이겨 낸다면? 하찮은 존재한테 당한 다른 녀석들은?”

[자존심이 땅바닥에 처박히겠군.]

“이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도 아니야. 너희 사신수의 자존심 때문에 못한 쉬운 생각인 거지.”

사신수는 그 누구보다 오만했다.

항상 측근을 고결한 이들로 정했으며 능력이 하찮다면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사신수가 동등했을지도 몰랐다.

[음….]

흑염마조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서로 동등한 존재로 있을까.

세상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물들 위주로 측근을 형성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세상에 나타난 이종족을 측근으로 삼았다.

과거와는 점점 달라지는 사신수의 입장.

어쩌면 녀석 중 한 명은 이미 앞으로 치고 나갔을지 모른다.

[저놈으로 인해 내 콧대가 더 올라갈지 모르겠군.]

“그렇다니까 넌 전력이 깎였으면서도 삼신수를 이기게 되는 거야.”

[좋다. 작은 주인의 말에 따르지.]

“현명한 판단이야. 정말 후회 안 할걸? 테구르.”

“옙! 주인님.”

“너한테 좋은 일이 생겼어.”

“저한테 말입니까요? 어떤 좋은 일입니까요? 또 건설할 목재가 대량으로 오는 겁니까요?”

천성이 뭘 만드는 걸 좋아하는 테구르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하니 바로 건설 쪽으로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니. 조가 널 사대종에 삼겠대.”

“사대종? 그게 무슨 말입니까요?”

테구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눈만 깜빡였다.

“너 혹시 사대종에 대해서 몰라?”

“죄송합니다요. 주인님.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요.”

[생각을 다시 해 보는 게 좋겠다.]

흑염마조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녀석을 정말로 사대종에 둬야 하는지 다시 의문이 찾아왔다.

이준은 테구르의 편을 들어주면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차차 알아가면 돼. 넌 조의 직속 부하가 되는 거야.”

“파랑 님에게서 버림받은 겁니까요!?”

테구르가 화들짝 놀랐다.

왕방울만 한 눈에서 물기가 맺혔다.

덩치와는 달리 아주 감정적이었다.

“소속만 옮기는 거야. 이거 손에 쥐고 있어.”

이준은 테구르에게 사대종의 표식을 줬다.

“휴우우. 다행입니다요.”

“조야. 시작해.”

테구르가 안심을 하자 이준이 고개를 돌려 흑염마조에게 신호를 보냈다.

흑염마조가 날개를 펄럭이면서 공중에 떴다.

흑염이 불타오르며 눈이 번쩍였다.

[흑염마조가 사대종에 스케먼의 테구르를 봉하려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

게이트 전체에 흑염마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의 주인이자 남쪽의 수호자가 묻겠다. 앞으로 영원히 불을 섬기고 받들겠느냐.]

그의 물음에 테구르가 덜덜 떨었다.

마조의 흑염은 이곳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압도했다.

지저에서 기어 나온 음성으로 인해 공포에 잠긴 테구르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앞으로 영원히 불을 섬기겠느냐고 묻지 않느냐.]

“서, 섬기겠습니다요.”

[시원찮은 대답이지만 본좌가 너그러이 봐주겠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흑염마조의 눈이 검은색으로 다시 반짝이다 사라졌다.

[테구르가 사대종의 직위를 받아들였습니다.]

[사대종의 직위에 걸맞게 변화를 시작합니다.]

화르륵!

테구르의 몸에 흑염이 타올랐다.

“끼에에엑!”

흑염은 테구르의 살을 녹여 버렸다.

얼굴부터 시작해서 어깨 팔, 몸통 다리까지.

앙상한 뼈만 남긴 채 살을 도려낸 순간!

살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 * *

[테구르의 태생을 상승시킵니다.]

[레드급 중간 보스 몬스터의 태생이 블랙급 보스 몬스터로 격상되었습니다.]

[테구르의 등급을 강제로 상승시킵니다.]

[레드급 일반 몬스터가 블랙급 일반 몬스터로 격상되었습니다.]

[특성을 얻었습니다.]

[동일한 특성이 존재해 4대 대장장이 특성을 지웁니다.]

[특성 흑염의 신봉자를 얻었습니다.]

이준은 테구르가 새로 얻은 특성을 열었다.

[흑염의 신봉자]

그는 태초의 불꽃을 피우는 자에게 선택을 받았습니다. 검은 불꽃이 그를 수호할 것입니다. 대장장이 기술에 지옥의 불꽃 속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최소 네 가지의 마법 부여 효과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좋구만.”

테구르가 흑염을 다루게 되었다.

최소한의 조건을 갖췄다.

이제 실험할 차례였는데.

[경고! 성화의 반쪽이 대노합니다.]

[경고! 자신의 허락도 없이 사대종의 지위를 준 흑염에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냅니다.]

[경고! 성화가 전 병력을 결집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성화의 반쪽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마지막으로 최후통첩까지 했다.

[성화의 반쪽이 4대 성지의 금역에 쳐들어올 시간 - 7일]

시간이 급격하게 줄었다.

흑염마조가 사대종까지 얻으니 급해진 모양이다.

“그래도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네.”

남은 시간은 일주일.

그전까지 마조의 성장을 적어도 50%는 끝내야 했다.

또한 테구르가 어떤 무기를 만들지, 확인도 해야 하고.

“테구르.”

이준이 테구르를 불렀다.

변화를 한 것 같으면서도 이전과 똑같은 생김새를 지닌 녀석.

그냥 새로운 피부만 돋아난 느낌이었다.

이준이 불렀는데 아무 말도 없는 테구르였다.

“야. 대답 안 하냐.”

테구르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태생의 한계도 높아지고 현재의 등급도 상승하니 눈에 뵈는 게 없는 걸까.

이준의 말을 무시했다.

눈은 명백한 무시가 담겨 있었다.

“어쭈? 눈에 힘 풀지?”

하지만 테구르는 도리어 눈에 힘을 주며 인상을 썼다.

하극상이 분명했다.

“어디 개길만큼 강해졌나 볼까?”

말을 무시하던 테구르를 향해 이준의 주먹이 움직였다.

전에는 전혀 반응하지 못하던 공격을 등급이 올랐다고 테구르가 반응을 한 것이다.

방어 자세를 취한 녀석.

테구르의 팔에 이준의 주먹이 닫자.

“꾸에에엑!”

테구르가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사대종의 지위를 얻으면 간혹 착각하는 게 있지. 하찮은 것들이 등급 좀 올랐다고 자신이 강해졌다는 착각을 말이야. 저 녀석도 똑같군.]

흑염마조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말은 이준을 굉장히 자극하는 것이었다.

조금 강해졌다고 바로 돌변하는 태도.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배신도 때릴 수 있단 소리 아닌가.

키워 줬더니 뒤통수를 친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이놈 정신 교육 똑바로 시켜야겠는데?”

이준은 쓰러져 있는 테구르를 향해 달려가 무자비하게 주먹을 날렸다.

강해진 줄 알았던 테구르는.

“꾸에엑!”

목이 찢어지는 비명을 지른 채 구타를 당해야만 했다.

잠시 후.

눈탱이가 잔뜩 부어오른 테구르가 허리를 숙이며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소인이 잠시 회까닥 돌았던 것 같습니다요. 헤헤.”

“웃지 마라. 이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아.”

“아이고 주인님. 제가 진짜 죽일 놈입니다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요?”

더욱 뻔뻔스럽고 능글맞아진 테구르였다.

등급은 상승했으나 싸움 실력은 여전했기에.

이 괴물 같은 곳에서 살아가려면 더 비굴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가 시간만 있으면 넌 진즉 죽었어.”

“압니다요. 헤헤.”

“하루 줄 테니까 무기든 방어구든 하나 제대로 만들어 와. 너희 스케먼이 쓸 수 있는 걸로 말이야.”

“알겠습니다요.”

테구르가 급히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집 안에 있는 대장간.

그 안에는 각종 도구나 무기들이 가득했다.

“내가 만족할 만한 장비가 안 나오면 너 진짜 파랑이 밥이 될 줄 알아.”

“예? 예, 예!”

테구르가 식은땀을 흘리며 작업에 들어갔다.

이준은 팔짱을 끼곤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뭔가 초조해 보였다.

‘능력 상승은 개뿔. 아무 변화도 없잖아. 이거 X되는 거 아니야?’

적어도 블랙급 일반 몬스터가 됐으면 어느 정도 강해야 했다.

하지만 테구르의 전투력은 어땠나.

똑같았다.

레드급 일반 몬스터와 다를 게 없으니 초조했다.

메시지와 달리 예상했던 것과는 전투력이 형편없으니, 혹여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테구르가 제대로 된 무기를 못 뽑으면 조가 지랄할 텐데…’

얼마나 어렵게 설득한 흑염마조였던가.

그런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녀석이 정말 깽판을 칠지 모른다.

4대 성지의 금역을 불바다가 되는 상상을 하자.

‘젠장! 끔찍해. 제발 잘해라 테구르야.’

몸이 살짝 떨렸다.

장비의 결과에 따라 뒷감당을 책임져야 했으니.

테구르가 장비를 잘 뽑길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