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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62화 (262/705)

제262화

무극자의 이름은 설극.

그가 처음 요녕에 나타났을 때는 30살(이립)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산골에만 처박혀 있던 촌놈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그는 다짜고짜 한 지역의 패주를 찾아가 비무를 신청했다.

풋내기의 도전을 받아들일 고수가 어디 있겠나.

바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설극이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하나.

무림인이 얼마나 강한지,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 통할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끈기 있게 도전했고 결국 대결을 성사시켰다.

막상 비무가 시작되자 경기는 너무도 허무하게 끝났다.

이길 줄 알았던 한 지역의 고수는 단 5초 만에 나가떨어져 버린 것.

상대방도 어이가 없는 나머지 재대결을 요청했지만 하나 마나였다.

결과는 똑같았다.

전 시합보다 더 빠르게 제압당한 상대.

설극은 자신의 무공이 먹히자 굉장히 좋아했지만 무림인들은 사술이라며 그를 쫓아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산동.

이번 상대는 천하에서 제일 도를 잘 쓴다는 하북팽가였다.

창과 도의 대결.

뜨내기 촌놈의 끈질긴 도전에 흥미를 갖고 비무를 받아 준 하북팽가의 가주 또한 처참하게 패배를 했다.

요녕의 모용세가의 가주보다 몇 분은 더 버텼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그 이후에 자신감이 생긴 설극은 무림을 돌아다니면서 지역의 패주를 차례차례 격파했다.

“소설에서 많이 본 스토리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부님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데?”

[큰 주인의 성격이 원래부터 지랄 맞지는 않았다. 주변 환경이 큰 주인을 변하게 만든 거지.]

“사부님이 변하신 내용은 언제 나와?”

[이제 나온다.]

흑염마조는 무극자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

설극이 중원의 패자를 차례차례 이겨 나갈 때쯤이었다.

동정호에 위치한 악양루에서 술을 홀짝이고 있던 그가 쫓기고 있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주경아.

그녀로 인해 설극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추격한 이들을 따돌리고는 같이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쫓기는 이유는 단순했다.

가출해서 가문의 사람들이 그녀를 잡으러 왔다는 이야기.

그녀는 그들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고 했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설극은 술김에 자기랑 대륙을 돌아다니자고 제안을 했는데.

그녀가 덥석 잡아 버렸다.

그녀 또한 잘생긴 설극에게 한눈에 반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이상형은 자신의 아버지보다 강한 사람.

그녀도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었기에 설극이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강하고 잘생기고 거기다가 매너 있는 남자.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가진 사람은 무림에 없었다.

아니, 강하고 잘생긴 남자들은 많으나 하나같이 똥 매너를 자랑했다.

명문가에서 자란 도련님의 공통점.

남에 대한 배려는 쥐똥만 했으며 싸가지가 없었다.

그런 이들과 설극은 달라 보여서 그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이후 설극과 주경아는 함께 대륙을 돌아다녔다.

여행한 지 1년이 되었을 때 일이 일어났다.

잠시 자리를 비운 설극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달랑 쪽지 한 장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황.

그 쪽지의 내용은 집으로 돌아갈 테니 자신을 찾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나 그녀가 찾지 말란다고 가만히 있을 설극이겠는가.

대륙을 돌아다녔던 1년 동안 서로 사랑의 싹을 피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졌으니, 세상을 미친 듯이 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설극은 3개월이 지나서야 간신히 그녀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

그녀의 집은 하남에 위치한 무림맹이었다.

[여기서부터 굉장히 큰 오해가 생긴다. 큰 주인은 인생 최악의 실수를 해 버려.]

“깽판을 치기라도 한 거야?

[그 반대지. 아주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 버렸어.]

“그게 왜?”

[큰 주인이 정파의 가주들을 차례차례 이긴 신진 고수라는 걸 맹주가 알아 버린 거다.]

“사부 같은 고수를 사위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

[좋지. 어떤 부모가 30살의 나이에 현경의 경지를 밟은 무인을 안 좋아하겠냐.]

“그런데? 대체 왜?”

[무림맹주는 주경아의 부친이 아니었다.]

“뭐? 무림맹이 집이라며? 맹 안에 살 수 있는 사람은 맹주의 자식밖에 없지 않아? 맹주가 아버지가 아니면 누군데?”

[주경아의 아버지는… 천마신교의 교주였다. 그녀는 1년 전에 맹주와 혼인을 치르러 가는 중 사라진 거였다.]

“와씨 대박!”

설극의 실수.

무림맹주의 나이가 주경아보다 한참이나 많아서 그를 그녀의 아버지로 착각한 것이다.

주경아 또한 설극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무엇보다 설극은 무림에 출도하기 전에 산골에서 수련만 해온 상황.

무공은 고강했으나 순박한 설극에겐 무림이란 정글을 간과해버렸다.

“그러면 왜 주경아는 거짓말을 한 거야?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으면 좋았잖아.”

[신교는 마도에 속한다. 정파인은 그들을 마인 취급했지. 그리고 큰 주인과 주경아과 만난 장소가 호남이다. 정파의 텃밭인 곳이야. 그곳에서 신교의 딸이라고 밝힌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으냐.]

“아.”

이준은 그제야 이해했다.

정파와 마교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존재.

주경아가 거짓말을 친 건 당연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어?”

[파국을 맞이했다. 천마신교의 교주를 꺾고 돌아와서 무신이란 이명을 얻었지만 이 소식을 들은 주경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렸다. 큰 주인을 저주하면서 말이야. 더군다나 더 충격인 건 주경아의 뱃속에 큰 주인의 아기가 자라나고 있었다는 거지.]

“주경아와 같이 죽었겠구나…”

[그래. 이 때문에 큰 주인은 눈이 돌아갔다. 무신이란 이명을 얻은 지 단 사흘 만에 파천혈신이란 이명을 얻게 된 것이 이 때문이다. 큰 주인은 정파인이라면 이유를 막론하고 다 죽여버렸으니까.]

“사부님의 무공과 성격이라면 그럴 만해…”

[그러니 작은 주인 너라도 큰 주인에게 잘해. 이 비극이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을 테지만 비극은 다시 한번 반복돼서 큰 주인을 외로움에 가둬 버렸다.]

“뒤통수친 사형들 때문에?”

[그래. 작은 주인은 꼭 큰 주인을 대신해 놈들에게 죗값을 달게 받아 내야 한다.]

“당연하지! 사부님의 뒤통수를 쳤는데.”

[단순히 배신으로 인해 비극이 반복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더는 말하진 못하지만 작은 주인은 놈들을 살려 둬선 안 돼.]

“알았어.”

그 뒤로 침묵이 이어졌다.

자신의 오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을 죽이고, 사랑하는 이가 자살까지 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죽고 싶어도 못 죽는 목숨.

가진 무공이 워낙 대단해 죽으려 해도 몸 안의 내공이 스스로 움직여서 자신을 보호했다.

아래가 보이지 않은 절벽에 떨어져도.

전신 내공을 폭발시켜도.

기혈을 망가뜨려도.

정파인들을 향해 방어도 하지 않은 채 목을 들이밀어도.

설극의 몸에 해를 입히지 못했다.

극강한 무공을 가진 대신 수명이 다하지 않으면 절대 죽지 않은 벌을 받아 버린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작은 주인에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극자 사부에 대해서 더 알게 해 준 흑염마조가 고마웠다.

녀석이 없었다면 평생을 사부에 대해서 몰랐을 거다.

무극자 사부는 자기 입으로 과거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

‘앞으로 내가 잘 모시면 돼.’

사부의 꼬장?

받아 줄 수 있다.

괴짜 같은 성격?

이제는 굉장히 익숙했다.

사부가 고독을 느끼지 못하게 옆에서 틈만 나면 말을 걸어주면 될 일.

사부와 단짝인 흑염마조도 있겠다 부모한테 효도 못 한 거 사부한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형과의 악연이 어떻게 되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내가 그들을 상대해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어.’

* * *

[화륜의 신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입구를 개방하시겠습니까? 개방하시면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전에는 귀환이 불가합니다.]

“입구 개방.”

신전의 문 앞에 서 있는 이준이 개방을 외쳤다.

그르릉-

거대한 석문이 열렸다.

어두컴컴한 안.

이준의 눈으로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오자.

쿠웅 소리와 함께 입구의 문이 닫혔다.

암전이던 공간이 밝아졌다.

거대한 신전, 그 안의 위압감은 엄청났다.

새 모양의 석상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

걸음을 옮기자 석상의 눈동자가 따라 움직이는 걸 캐치했다.

‘첫 번째 스테이지는 저 석상처럼 생긴 익룡 몬스터인 테노용을 격파하는 거야.’

공략법을 알면 쉬운 편에 속하지만 모르면 극악의 난이도를 가졌다.

이준이 움직일 때마다 눈깔이 돌아가는 테노용.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그를 보기만 했다.

이준은 신전 중앙에 있는 사각형의 제단으로 왔다.

제단 모서리에 놓인 머리통만 한 구슬은 각기 빨간색과 파란색, 하늘색,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조야. 내가 신호를 주면 저 구슬에 가서 앉아.”

[본좌는 구경만 하면 되는 것이냐?]

“첫 번째 스테이지에선 네가 할 일은 없어.”

[알았다.]

이준은 흑염마조를 놔두고 파멸겁을 꺼냈다.

창의 형태로 변한 파멸겁이 공명음을 울렸다.

테노용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파멸겁을 자극한 모양이다.

구미가 당기는 힘.

화륜의 신전 게이트에 있는 몬스터는 주작과 관련된 몬스터.

녀석들에게도 아주 작게나마 주작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간다.”

이준이 땅을 박찼다.

하늘 높이 뛴 그가 파멸겁에 내기를 가득 담았다.

처음부터 무극창법 2초식인 투경을 사용했다.

파멸겁이 회색으로 물들자 앞으로 힘껏 날렸다.

파멸겁의 목표는 테노용의 석상.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가는 파멸겁이 테노용에게 적중했다.

하나 석상은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때 테노용의 석상이 일제히 이준을 향해 몸을 돌렸다.

석상의 눈에서 광선 뿜어지자.

이준은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쿠웅 소리와 함께 붉은색 광선이 호신강기에 부딪혔다.

그 순간 한 석상이 하늘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테노용의 석상이 하늘색이 되었을 때.

“조야. 빨간색 구슬로 가!”

[알았다.]

흑염마조가 날갯짓을 하며 빨간색을 띠는 구슬로 가서 앉았다.

이렇게만 하면 자신의 역할은 끝날 줄 알았던 흑염마조에게 예상 못 할 일이 일어났다.

빨간색 구슬에 담겨 있던 힘이 흑염마조에게 옮겨진 게 아닌가.

[이게… 뭐냐?]

“이제 나를 향해 불의 기운을 뿜어내!”

이준의 외침에 흑염마조는 주둥아리를 활짝 벌렸다.

그러자 녀석의 입에서 화염이 뿜어졌다.

화염은 이준을 향해 맹렬히 날아갔다.

그가 화염을 향해 파멸겁을 내밀자.

화염이 파멸겁에 흡수가 됐다.

그리고 화염을 흡수한 파멸겁을 하늘색 석상을 향해 휘둘렀다.

콰앙!

“끼에에엑!”

화염에 맞은 하늘색 석상에 금이 갔다.

투경을 맞고도 멀쩡했던 석상이 말이다.

하늘색 석상은 공격을 당하자 원래의 색인 하얀색으로 돌아갔다.

이게 바로 첫 번째 스테이지의 공략법.

이준 혼자였다면 투경을 날린 후 제단으로 돌아와 속성을 흡수한 채 공격을 가해야 하는 번거스러움이 있었을 터.

영물인 흑염마조로 인해 왔다 갔다하는 반복을 하지 않아도 됐다.

[불 속성이 통하면 그냥 내 흑염을 뿜어내도 되지 않나?]

“네 불은 여기서 안 통해.”

[내 흑염이 몬스터 따위에게 통하지 않을 리 없다.]

“이 스테이지만의 규칙인 걸 어쩌냐.”

바람은 불에 약한 속성.

흑염마조의 화염이 통했다면 하늘색 석상을 바로 부쉈을 터.

이 스테이지에서는 녀석의 화염이라도 불가능했다.

석상이 게이트 바깥에 있다면 모르지만 여긴 놈들의 구역이었으니까.

쿵!

이준은 금이 간 석상을 재차 공격했다.

이번엔 파란색으로 물든 석상.

“노란색 구슬로 가!”

흑염마조가 대지 속성인 노란색으로 가서 앉았다.

이준은 전과 같이 석상을 공격했다.

여기에 더해 혼원신공으로 속성을 증폭.

파멸겁의 창날이 샛노랗게 물들자 석상을 향해 과감히 찔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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