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화
“휴. 다행이다.”
이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제의 합류로 인해 마음이 좀 놓였다.
이곳에 합류할 수 있는 사람은 그뿐.
다른 각성자는 괜히 아까운 목숨만 버리는 것뿐이다.
천외천의 수준이 그랬다.
최소 AA급 각성자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었다.
한국에 알려진 AA급 각성자는 고작 다섯.
실력을 숨기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다면 열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한국에서 이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검제밖에 없었다.
쿠릉-
파직!
하늘에서 뇌전이 쳤다.
검제의 천뢰기.
여타 뇌기를 기반으로 하는 무공과는 그 파괴력이 달랐다.
오직 윗줄에 서 있는 무공은 박씨 남매가 얻은 뇌신공뿐이다.
S급 무공인 천뢰기를 뿌리며 매화검진을 뒤흔들고 있는 검제.
이준을 압박하던 이들 중 일부가 검제를 상대하기 위해 방향을 바꿨다.
그것만으로도 이준은 숨통이 트였다.
“어쩌냐? 지원군이 왔는데?”
“고작 한 명 가지고 득의양양하는 것인가?”
“고작 한 명? S급 각성자를 그리 말하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이준은 계속 시간을 끌었다.
조금이라도 내공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루트창을 보고 있었다.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은거자(8) - 태양지체 or 마신지체(350,000,000)
무공(3) - 무극기(0/999,999,999)(-390,421,000)
능력치(108) - 내공+15(5,000,000)
테크트리 포인트 90,210,000
‘내공을 올린다면 적보다 우위에 설 수 있어. 문제는 두 포인트를 올린다면 100%로 필요 포인트가 증가할 거란 말이지.’
필요 포인트가 얼마나 오를지 몰랐다.
능력치를 찍을수록 급격히 상승하는 필요 포인트.
내공이 상승하는 건 좋지만 태양지체나 마신지체를 찍으려고 모아두고 있었다.
퀘스트도 안 나오는 지금 그나마 이 정도의 포인트를 모은 건 모두 특별반을 가르친 덕이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저 9천만 포인트도 모으기 굉장히 빡셌을 거다.
‘현재가 더 급하니 은거자 루트는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이준은 내공 능력치를 찍기로 결심했다.
[내공 +15를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항목이 개방됩니다.]
[내공 +15(5,000,000)가 생성되었습니다.]
[내공 +15를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항목이 개방됩니다.]
[내공 +15(30,000,000)가 생성되었습니다.]
내공 능력치 두 개를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필요 포인트가 상향되었다.
‘와, 미쳤네.’
이준은 루트 창을 닫고 상태창을 열었다.
[기본 정보]
칭호: 은거자의 막내 제자, 창제 (외2)
이름: 이준
나이:18
잠재력: 등급 외(현재:S)
고유 스킬: 혼원신공(SSS), 무극군림보(SS), 무극창법(SS), 무극장법(SS)
일반 스킬: 흡혈마공(A), 천왕보(B), 수미천왕신공(S), 벽력신장(S) 십보신권(C), 비룡신법(C), 만독수(C), 칠절참흔(C), 연환창법(C), 백호연격진(B), 전륜마멸진(S)
특성: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4대 성지 금역의 주인(S), 투신체(SS), 천무지체(S), 악마교관(S), 천의무봉(S)(외9)
테크트리 포인트 89,210,000
[능력치]
체력: 511/700
신체: 542/700
힘: 510/700
민첩: 500/700
-특수항목-
내공: 743/1000
정신력: 508/700
명성: 160,800(창제)
우호도: 사대성지(적대), 스케먼(복종), 페어리(복종), 샤크로아(복종), 오크(불신), 다크엘프(혐오)
-상태-
전투력 +220%, 모든 속성 친화력 +70%, 마기 저항력 +85%, 모든 속성 저항력 +100%, 내공 회복력 +65%, 무공이해도 +100%
혼원신공이 8성에 도달하려면 필요한 내공이 60.
현재 가지고 있는 테크트리 포인트가 89,210,000이니 능력치 두 개를 올리면 끝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30,000,000 테크트리 포인트를 모으면 혼원신공이 8성에 도달한다는 점.
필요 포인트가 높아진 건 아쉽지만 이걸로 위안을 삼을 순 있었다.
‘이왕 테크트리 포인트를 쓴 거 다 쓰자.’
어차피 8성의 혼원신공에 도달하려면 찍어야 하는 포인트다.
우선 8성의 혼원신공을 만들어 놓고 그다음 은거자 루트를 찍으면 된다.
마음을 정한 이준은 망설이지 않고 테크트리 포인트를 내공에 전부 투자했다.
[내공 +15를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항목이 개방됩니다.]
[내공 +15(30,000,000)가 생성되었습니다.]
[내공 +15를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항목이 개방됩니다.]
[내공 +15(30,000,000)가 생성되었습니다.]
743이던 내공이 773으로 올랐다.
사선과의 싸움으로 인해 바닥을 치던 내공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 * *
사선은 이준의 말을 받아치려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운이 더 올라?’
다 죽어 가던 이준의 기운이 차츰차츰 증폭되고 있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S급, 화경쯤 되는 절대 고수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바닥났던 내공이 회복되기도 했으니까.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싸움하다 말고 이준과 이야기를 나눴던 이유는 바로 비워진 내공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다.
잠시 소강상태가 되면 제일 이득 보는 사람은 바로 자신.
이준과 달리 자신은 많은 수하를 데리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AA급, 초절정 고수였다.
이준이 내공을 회복해 봤자 처지가 달라지진 않을 터.
점점 시간이 흐르고.
괜찮다고 여겼던 생각은 달라지게 됐다.
이준의 내공 회복 수준이 도를 넘어선 것.
“저 무슨 괴물 같은 회복력이냐!?”
사선이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놀라 했다.
바닥을 드러냈던 이준의 내공이 어느새 반 이상은 찬 느낌이었으니까.
이준의 안색은 좋아졌다.
그의 상처도 빠르게 아물어 갔다.
사선은 그제야 다급해졌다.
“지금이라도 공격해야 한다.”
“예?”
“놈이 벌써 내공의 절반을 회복했어!”
“마, 말도 안 됩니다!”
“지금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것이냐!”
“그건 아니지만 어떤 심법을 익혔길래 저렇게 빨리 회복하는지….”
수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사선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도 이준의 괴물 같은 회복력이 믿기지 않았으니까.
‘저 정도의 회복력을 지닌 심법은 세상에 없어!’
있더라도 사람이 지닐 수 없는 무공이었다.
천주조차 그 심법을 두려워하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사부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고.
천주는 그게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된다고 여겼다.
무림의 지배자가 경계한 무공.
‘혼원만이 저런 미친 회복력을 가질 수 있어!’
천외천 중에서도 고위층만 알고 있는 사실.
파천혈신이 파천신공보다 윗줄인 무공을 만들었던 것.
무림 이래 그 어떤 무공도 혼원신공이란 파멸의 무공은 넘볼 수 없었다.
하나 그 무공은 파천혈신과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
세상에 나올 수 없는 무공이 혼원인데.
“있을 수 없다! 어찌 너 같은 놈이 ‘그’의 진전을 잇는단 말이냐!”
사선은 격렬하게 부정했다.
파천혈신을 떠올린 그의 머릿속은 공포로 물들었다.
생각만으로도 뇌를 지배하는 파멸자.
파천혈신은 그런 존재였다.
천주조차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절대자가 파천혈신이었다.
사선은 머릿속에 자리 잡은 공포를 지우기 위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어서 검진을 재발동하라!”
사선의 외침에 매화검진을 이루고 있는 수하들이 다시 내공을 흩뿌렸다.
수많은 검기과 검강이 허공에 난무했다.
목표는 이준.
붉은 검기가 이준을 채찍처럼 강타했다.
사선의 검강은 그를 두 동강 내듯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졌다.
콰아아앙!
천지가 개벽할 진동이 울렸다.
사선 측 또한 내공을 조금이라도 회복한 덕에 이전의 파괴력을 내보일 수 있었다.
검진의 특징은 서로의 내공을 공유하는 것이니까.
작은 내공으로도 큰 효율을 내는 게 바로 검진이었다.
“계속 퍼부어라! 세상에서 깨끗이 지우란 말이다!”
사선은 검을 쉬지 않고 휘둘렀다.
만에 하나라도 이준이 혼원의 무공을 익혔다면 재앙이다.
자신에게만 포함된 게 아닌, 천외천 전체에게 말이다.
이준이 있는 자리에 뭉게구름이 피어나 하늘을 가득 덮은 순간!
먼지를 뚫고 나온 하나의 붉은 창.
파멸겁이 회색의 기운을 담아 앞으로 쏘아지고 있었다.
파멸겁이 향한 방향은 사선이 포함된 검진.
창을 발견한 사선은 곧바로 태세를 전환시켰다.
“검막!”
매화검진의 앞에 붉은 막이 여러 겹 맺혔다.
매화검진의 절대 방어식이었다.
쿵!
파멸겁이 매화검진의 방어막과 부딪혔다.
육중한 소리와 함께 충돌한 파멸겁은 아직 힘이 남았는지 방어막을 야금야금 깨부수고 있었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매화검진의 방어막이 한 겹 벗겨진 것.
그래도 그 안쪽의 방어막은 더 두껍고 단단했다.
하나 그마저도 깨지고 말았다.
쨍그랑!
아직 세 겹의 붉은 막이 더 남은 상태였다.
“크윽!”
“사, 사선!”
“나도… 안다.”
사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백영창법의 2초식 투경.
이준이 쓴 무공의 정체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얼굴이 질려 있는 게 아니었다.
백영창법인 줄 알았던 창법이 묘하게 달랐다.
마치 백영창법의 단점을 전부 보안한 것 같은 무공이랄까.
인주의 투경은 창두에만 창강이 담겨 있었는데 이준의 투경은 창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이것만이라면 신경을 안 썼을 테지만, 창강의 앞부분.
그러니까 창두에서 나온 여러 갈래의 기가 검막의 내부를 무자비하게 갈라놓은 것.
이런 자그마한 디테일까지 살린 사람은 파천혈신 그 괴물밖에 없었다.
사선은 이 사실을 너무 뒤늦게 알아 버렸다.
“…네놈이 정말로 혈신의 무공을 익혔더냐?”
“여태까지 날 상대했으면서 그걸 지금 안 거야?”
“허, 허허.”
“너흴 상대할 수 있는 무공이 사부의 무공 말고 또 있겠냐? 멍청한 거야 아니면 눈치가 없는 거야?”
손을 뻗고 있는 이준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자신이 파천혈신의 진전을 이었다는 걸 알아도 소용없다.
이제 곧 저승으로 갈 녀석들이었으니까.
“허, 허허허. 파천이 세상에 도래하다니. 멍청한 놈! 넌 그의 무공을 이으면 안 됐다.”
“뭔 개소리야?”
“그의 무공은 인간인 네가 감당할 수 없는 무공이다. 네 욕심으로 세상은 멸망하겠구나. 굳이 우리가 하지 않아도 알아서 끝장나겠어. 크크크.”
사선이 기괴한 웃음을 내었다.
사부를 능멸하는 것같이 보이자.
“지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나한테 파천멸기나 주고 뒤져.”
이준은 검막을 두드리고 있는 파멸겁에 전 내공을 집어넣었다.
지잉-
파멸겁이 드릴처럼 회전하면서 검막을 무참히 부숴 갔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마지막 남은 검막이 깨지자 파멸겁은 사선의 심장을 향해 진격했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