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6화
‘어?’
이준의 눈이 살짝 커졌다.
뜻밖의 메시지였다.
김환국은 분명 로열바이오에서 만든 알약을 먹었을 터.
쓰러진 소요검대와 똑같은 마기를 지니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파천멸기의 파편이라니.
‘어떻게 된 거지? 김환국은 검산의 회장이라 더 강한 힘을 줬나?’
김환국의 힘이 더 강해졌다.
이 정도면 AA급.
하나 힘이 증폭되는 건 멈추지 않았다.
AA급 초입을 넘어, 완숙에 도달했다.
그그그그.
마기의 태풍으로 인해 건물 바닥이 부서졌다.
천장이 쩍 갈라지면서 벽이 아래로 떨어졌다.
이준은 자신의 기로 마기의 태풍을 감쌌다.
이준이 아니었으면 건물이 붕괴가 되고도 남았을 기세.
마기의 힘은 끝없이 강해졌다.
완숙을 넘어 끝자락에 도달한 건 한순간.
A급에 있던 각성자가 AA급 끝자락으로 강해졌으며 이젠 벽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약빨 개사기잖아? 밸런스 붕괴야.’
이준은 김환국이 로열바이오에서 지급된 약을 먹었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김환국은 다른 종류의 약을 먹었다.
메인 메뉴로 도왕이 꽁꽁 감춰 두었던 환약을 먹은 것.
그가 A급에서 이만큼 강해진 것도 도왕이 복용했던 환약 덕분이었다.
로열바이오에서 만든 알약과는 차원이 다른 종류.
천주의 마기가 담긴 환약이었다.
혈불과 당소미가 균열의 문을 열고 나왔을 때 가져왔던 약이다.
로열바이오에서 만든 건 짭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김환국에게 로열바이오의 알약은 그저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다.
하나 패왕도가에서 얻은 환약을 먹고 생각 이상으로 강해지니 더 욕심이 나서 알약까지 복용한 것.
이런 사실을 모른 이준은 로열바이오의 공장을 없앤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이 약이 전국적으로 퍼졌다면 생각보다 더 큰 공황에 빠졌을 테니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골치 꽤나 쓰였겠어.’
이준이 파멸겁을 든 오른쪽 팔을 들어 올렸다.
김환국이 뿌리는 마기가 파멸겁의 봉 앞부분에서 흩어졌다.
확실히 파천멸기의 파편은 파멸겁과 상성 관계에 있었다.
이러니 천주가 파멸겁을 얻으려 했겠지.
이준은 파멸겁을 창의 형태로 바꾸지 않았다.
기다란 봉 형태를 유지한 채로 자리에서 서 있었다.
‘파멸겁이 파천멸기와 상성 관계라면 이것도 되려나?’
이준은 파멸겁을 통해 흡혈마공을 펼쳤다.
흡자결.
상대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기술이다.
원래라면 상대의 기운을 완전히 제압한 상태에서 흡자결을 사용하는 게 좋았다.
그게 아니라면 도리어 당할 수 있는 게 흡자결이다.
이준의 행동은 굉장히 무모한 짓.
아무리 김환국과 실력에서 차이가 난다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저항을 해 버리면 내상을 입는 건 이준이었다.
‘흡공.’
이준은 리스크를 아는지 모르는지.
흡자결을 운용했다.
파멸겁이 이준의 뜻에 따랐다.
파천멸기를 흩어지게 했던 파멸겁이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파멸겁(기본)이 파천멸기의 기운을 머금었습니다.]
[파멸겁(기본)이 파천멸기의 기운을 머금었습니다.]
[파멸겁(기본) - 제2단계 형태까지 남은 경험치: 16.0%(100)]
[파천멸기의 기운에 파멸겁(기본)이 좋아합니다.]
조잡한 마기를 먹었을 때와는 다르게 반응하는 파멸겁.
기분이 좋은지 봉 대에서 손으로 진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파멸겁만 좋은 게 아니었다.
[파천멸기의 파편을 흡수했습니다.]
[보상으로 파천멸기 테크트리 획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250,000p 감소 되었습니다.]
[파천멸기의 파편을 흡수했습니다.]
[보상으로 파천멸기 테크트리 획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250,000p 감소 되었습니다.]
이준 또한 파천멸기의 파편을 흡수하게 됐다.
검산 그룹 회장을 잡는 것치고는 굉장히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유지만 한다면 손도 안 대고 김환국을 쓰러트릴 수 있었으나.
그는 파천멸기를 적당히 취했다.
[흡혈마공의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파멸겁(기본)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십니다.]
[파멸겁(기본)이 눈앞에 있는 파천멸기를 갈망합니다.]
흡자결을 중단한 그가 파멸겁을 어깨에 걸쳤다.
“걱정 마. 파천멸기는 놓칠 생각 없으니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면 아쉽잖아. 손맛을 봐야지.”
이준이 혼자 중얼거렸다.
파멸겁을 통해 흡자결이 되는 걸 확인했다.
다음에 천외천을 만난다면 지금과 같이 흡자결을 사용할 예정.
확인도 끝냈으니 이젠 손맛을 볼 차례였다.
* * *
그그그극!
검산 그룹의 높고 높은 빌딩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 원인은 이준과 김환국 때문.
아니, 정확히는 이준의 무자비한 봉 타작 때문이었다.
빌딩 외벽.
파멸겁에 의해 어깨가 눌린 김환국이 외벽의 유리창과 구조물을 부수면서 밑으로 떨어졌다.
쿵.
검산 그룹에서 싸움이 났다 하여 시민들은 이미 대피한 상태.
이 근처에는 각성자밖에 없었다.
이준이 도심 한복판에서 맘 편히 깽판을 치는 이유기도 했다.
“회, 회장님을 보호해!”
검산 그룹의 전 각성자가 움직였다.
새로 나타난 소요검대는 물론, 매화검대에 자하검대까지.
김환국을 보호하려고 나섰다.
이준은 그들이 약하든 강하든 알약을 먹은 각성자라는 이유로 봐주지 않았다.
파멸겁이 그들의 몸에 닿을 때마다.
“으아악!”
“내, 내공이 빨려 들어간다!”
“괴, 괴물!”
알약으로 인해 생긴 마기를 흡수했다.
꽤 오랜 시간 복용했던 각성자는 내공도 덩달아 따라왔다.
이미 마기와 내기가 하나로 합쳐진 상태.
알약으로 생긴 마기를 없애려면 내기 또한 같이 흡수해야 했다.
“적은 한 명이야! 검진을 펼쳐서 상대해!”
김환국이 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이, 각 부대의 수장들이 쉴 틈 없이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원래였다면 이준의 무력에 무서워서 벌벌 떨었을 터.
마기로 인해 이성을 잃어서인지.
불나방처럼 이준에게 덤벼들었다.
검산 그룹에 속한 각성자 전부가 있다 해도 믿을 만큼 많은 인원.
하나하나 상대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에 이준은 무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태까진 초식과 흡공만 했다면 이제는 혼원신공까지 끌어 올렸다.
‘많은 적을 상대하기에는 이만한 무공이 없지.’
이준이 파멸겁을 들어 땅을 향해 찍었다.
그 순간 땅 주위가 갈리며 흙과 함께 용머리 형상이 떠올랐다.
무극창법 전 3식, 흑룡벽이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에 최적의 무공.
흑룡이 입을 쩍 벌리며 검산 그룹 각성자를 집어삼켰다.
원래라면 기괴한 파육음과 함께 흑룡벽이 머문 자리에 피 냄새가 진동하겠지만.
내공을 최대한 적게 주입해 펼쳤다.
대신 흡자결을 최대한으로 운용했다.
이준은 저들의 목숨이 아닌, 마기를 원했다.
마기가 골수까지 퍼진 각성자라면 모를까, 아직 마기에 잠식되지 않은 각성자의 목숨까지 거둘 순 없었으니까.
“큭.”
“으으으.”
“놈을 죽… 여야 해….”
3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일거에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S급 각성자만이 선보일 수 있는 무력이다.
이것도 이준이 최대한 봐준 결과였다.
그럼에도 이준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들.
그들의 눈은 이미 광기로 가득했다.
“얼마나 은밀하게 오랜 시간 먹었으면 이미 마기가 골수까지 차오른 각성자가 절반이 넘어.”
이준은 파멸겁을 휘두르면서 짜증을 내었다.
오늘 많은 각성자의 목숨을 거둬야만 할 것 같았다.
그가 무극창법을 펼치며 검산 그룹 각성자를 쓸어 갔다.
그의 무력을 본 김환국이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어째서냐! 어찌하여 네놈의 옷자락도 건드릴 수 없단 말이야!”
분노가 김환국의 뇌를 지배했다.
이준이 무공을 펼친 건 자신 때문이 아니었다.
검산의 각성자가 많아서 한꺼번에 쓸어버리려고 무공을 사용한 것.
자신은 이준에 의해 봉으로 처맞기만 했다.
AA급 끝자락임에도 이준을 상대하긴 버거웠다.
아니, 상대하는 것만으로 감격해야 했다.
자신은 그와 초식도 교환해 보지 못했으니까.
“왜애애애!”
김환국이 이준을 향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토해 냈다.
김환국은 자신이 가진 전 내공을 검에 담았다.
검의 길이가 늘어났다.
검강.
검기보다 뛰어난 공부로 초고수들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는 검강을 지닌 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검법을 사용했다.
검산 그룹이 자랑하는 검법.
이십사수매화검법이었다.
사용하면 매화향이 짙게 나는 게 특징.
김환국의 검에서도 똑같은 매화향이 뿌려졌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검은 매화가 피었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총 여섯 송이 반까지 피어 낸 그가 이준을 향해 검을 일자로 그었다.
* * *
“사선! 저놈이 매화를 여섯 송이 넘게 피웠습니다.”
“보고 있다. 그것도 흑매화다.”
중국에서 넘어온 매화의 주인인 사선이 멀리 떨어진 빌딩에서 김환국을 보고 있었다.
매화를 여섯 송이나 피웠다는 건 초절정 끝자락.
현시대의 등급으로는 AA급 끝자락이었다.
거기다 반 송이를 더 피웠다는 건 곧 화경, S급에 접어든다는 증거였다.
이건 딱히 놀랍지 않았다.
자신의 부하는 전부 매화를 다섯 송이 이상 피울 수 있었으니까.
그보다 놀라운 건 매화의 색깔이었다.
“흑매화가 이 오랑캐의 땅이 필 줄이야.”
매화 검수들은 보통 백매화를 피웠다.
재능이 있는 이들은 청매화를 피웠고, 화산을 대표하는 무력 화산제일검만이 적매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사선 또한 적매화를 피울 수 있는 사람 중 하나.
하지만 흑매화는 달랐다.
그조차도 100년은 지나서야 간신히 피울 수 있었던 흑매화였다.
그런데 타국에서 흑매화를 피우는 놈을 발견한 것이다.
“제가 보호하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나서겠다.
“따르겠습니다.”
사선은 수하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싸우는 곳으로 접근했다.
곧이어 들려오는 충격음.
콰앙!
여섯 번의 폭음이 들렸다.
크게 일어났던 먼지가 가라앉고 두 개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준의 손에 잡힌 김환국이었다.
“흡자결인가? 인주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다른 무공도 가지고 있군. 재밌어.”
사선이 경공을 펼치면서 검을 횡으로 그었다.
일반적인 검기처럼 보였지만 작은 흑매화가 가득 차 있는 검기였다.
검은 검기는 주변의 빌딩을 두부처럼 가볍게 베어 버리며 날아갔다.
빠르고 육중한 검은 검기.
김환국에게서 마기를 흡수하고 있었던 이준은 자신을 위협하는 검기를 파멸겁으로 막았다.
파멸겁이 회전하면서 일으킨 보호막.
검막과 비슷한 원리인 창막이었다.
검은 검기가 창막에 가로막혀 터졌다.
콰앙!
이준은 김환국을 옆으로 패대기쳤다.
누군가가 다시금 공격해 왔기 때문.
이번에는 검강이었다.
김환국이 사용했던 검강과는 선명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마치 광선 검을 연상케 할 만큼 아주 선명했다.
길이는 어떤가.
3M는 넘게 길어져 있었다.
이 무지막지한 검강을 무턱대고 막는다면 내상을 입을 터.
이준은 무극창법 후1식인 광극을 펼쳤다.
극한의 쾌를 바탕으로 펼치는 창법.
허공에 대고 파멸겁을 미친 듯 휘둘렀다.
잔상과 실제의 움직임이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파멸겁에서 나온 수십 가닥의 경력이 검강과 부딪힌 순간.
그 여파로 인해 위태로웠던 검산 그룹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