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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55화 (255/705)

제255화

신기지가의 가주전.

주위는 비각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신기가주 한지웅을 비롯한 무극대가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가주! 저희에게 왜 이러시오.”

“정녕 몰라서 묻습니까?”

“몰라서 묻소. 이유라도 알려 주고 저희를 압박해야 하지 않소!”

무극대에게 둘러싸인 채 소리를 높인 한 인물.

그는 신기지가에서 제일 오래된 식객인 원양지 홍선웅이었다.

한지웅의 아버지 대부터 가문에 머물렀던 원로 중 원로였다.

한지웅은 홍선웅을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기도 했다.

그런 그를 신기지가의 사람도 아닌, 신력의 무극대가 나타나 무릎을 꿇리게 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이다.

“로열바이오라고 말씀드려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천외천이라고 말해 드려야 하겠습니까?”

“로열바이오는 뭐고 천외천은 또 무엇이란 말이외까.”

“계속 시치미 뗀다 해도 소용없습니다. 비각에서 원로를 비롯한 학사검, 태명쌍장, 추극창까지 로열바이오에서 주기적으로 알약을 공급받았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한지웅이 겉옷 안에서 하나의 책자를 꺼냈다.

홍선웅을 비롯한 원로들이 로열바이오에서 무엇을 받았는지.

얼마만큼의 양을 받았는지.

모두 적혀 있었다.

한지웅과 진병철이 공장 안에 갇혀 있었던 동안 신기지가의 비선들이 찾아낸 증거였다.

그 장부엔 꽤 많은 유명 인사가 쓰여 있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검산 그룹의 회장.

한데 이준은 이 증거를 챙겨가지 않았다.

필요 없다나 뭐라나.

무턱대고 찾아가면 검산의 회장이 발뺌을 할 터인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준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그 아이가 자신 있게 처리한다고 했으니 그저 믿을 수밖에.’

그러나 얼마 있다가 뉴스를 보고 아연실색을 했다.

이준의 행동이 대문짝만하게 뉴스에 나왔기 때문이다.

한지웅으로는 절대 생각할 수 없었던 행동이었다.

아무튼 그는 이준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가문의 일을 먼저 해결했다.

“이래도 계속 모른 척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허. 이를 어찌할꼬.”

“원양지 영감. 아무래도 연기는 그만해야 할 것 같소.”

“나도 그러네.”

신기지가의 식객이자, 원로의 자격을 가진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전과 다른 기운을 뿜어냈다.

마기였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 겁니까.”

“정말 안타까워.”

“저희 가문은 당신들을 섭섭하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변심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주는 식객의 조건을 잘 아시지 않소.”

“그 이유 때문입니까?”

“그렇소. 힘이 생기니 욕심이 생기더이다.”

한지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신기지가의 식객, 특히 옛날부터 신기에 몸을 담았던 이들에겐 하나의 족쇄가 채워졌다.

자식을 갖지 않을 것.

분란이 될 요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족쇄였다.

식객들이 결혼하고 자식을 가지면 그 자식들도 무공을 이어받게 된다.

사람이란 욕심이 있기 마련.

더 높은 자리를 원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이 때문에 자식을 가지고 싶으면 신기지가를 나가야 했다.

물론 가문을 나가려면 각성자의 삶은 끝이다.

단전을 파괴해야했으니까.

대신 식객으로 충성심을 보이면 가문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원로의 자격을 가진 홍선웅도 마찬가지.

그는 모든 지원과 혜택을 받았다.

가주인 한지웅에게 집안사람으로 대우를 받기도 했다.

하나 그조차도 더는 족쇄를 차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약은 복용하면 안 됐습니다.”

“각성자들은 힘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걸 아시지 않소. 욕심을 못 이긴 것이지.”

“어찌 그런 어리석은 짓을!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들인데.”

“어차피 신기의 식객으로 있으나 그들의 꼭두각시로 있으나 똑같은 것 아니겠소. 이야기는 이만 합시다. 안 그래도 정을 떼려 하는데 더 힘들어지기 전에 그만해야겠소.”

홍선웅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난 이상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여야 했다.

조카 같은 한지웅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였다.

“대주. 저 개소리 계속 듣고 있어야 합니까?”

김봉팔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말했다.

“음….”

“뭘 음… 입니까. 딱 들어 보니까 지원받을 거 다 받고 대우받을 거 다 받았는데 힘이 생겼으니 그냥 자기 가문을 세우고 싶다는 거 아닙니까. 이건 완전 쌍놈 아니요.”

김봉팔의 막말을 들은 홍선웅이 버럭 소리쳤다.

“네놈이 뭐를 안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욕심 많은 노인네가 자기 합리화하고 있잖아. 나한테 소리치는 걸 보니 찔리나 보네.”

김봉팔의 말은 전부 맞았다.

이 모든 게 욕심에서부터 시작됐다.

신기지가에 입은 은혜도 무시할 만큼 사리사욕이 커져서 생긴 결과.

양심이 찔린 홍선웅이 부들부들거리다가 이내 폭발했다.

“네가 내 입장을 알기라도 한단 말이냐!”

홍선웅은 손가락에 내공을 집중시켰다.

그의 검지에 맺힌 검붉은 기운.

그가 김봉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면 먹은 거 전부 토해 내고 나가든지. 자기합리화 오집니다.”

김봉팔 또한 손에 쌍장을 두른 채 홍선웅을 향해 날렸다.

* * *

그 시각.

검산 그룹 회장은 이준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제 어떻게 할 테냐.’

그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로열바이오에서 만든 알약을 받았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에게서 받은 알약은 전부 검산그룹 각성자들에게 먹였으니까.

만약 증거가 있다면 로열바이오뿐이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증거는 만들어 놓지 않았을 터.

이준은 헛발질하러 이곳으로 온 것이다.

김환국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이준을 보는데 이준 또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웃… 어?’

김환국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강한 힘이 있으나 아직 고등학생.

어른의 노련함은 없다고 단정 지었다.

그런데 저 미소에서 보이는 여유는 뭐란 말인가.

현재는 분위기가 자신에게로 기울어 있는데도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귓가로 파공성이 들려왔다.

김환국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바람이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볼에 실선이 그어짐과 동시에 피가 튀었다.

콰앙!

김환국의 뒤에서 굉음이 들렸다.

몸을 돌려서 굉음이 난 곳을 보니 건물 벽에 선명한 주먹 자국이 생겼다.

고개를 옆으로 숙이지 않았다면 머리가 통째로 날아갈 뻔했다.

“이, 이 무슨 무례냐!”

“아깝네. 머리통을 부숴 버릴 수 있었는데, 약빨이 생각보다 잘 받는 건지 내가 패권을 오랜만에 사용해서 못 맞춘 건지 헷갈린단 말이야.”

이준의 행동에 김환국이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쳤지만, 이준은 개의치 않아 했다.

오히려 회안을 번쩍이면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

“도악과 도왕이 당신과 같이 행동하다가 나한테 당했다는 걸 모르는 건가? 검산 그룹의 회장이? 그러면 정말 멍청한데. 기업 총수씩이나 돼서 주제 파악을 못 해서야.”

이준의 몸에서 회색의 아지랑이가 뿜어져 나왔다.

6성의 혼원신공이었다.

그는 오직 김환국에게만 내력을 쏘아 보냈다.

“……!”

김환국이 주먹을 꽉 쥐었다.

짙은 살기가 목을 옥죄며 다가왔다.

살기가 점점 다가올 때마다 숨이 막혔다.

내공으로 대항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준의 살기가 더욱 비수처럼 목숨을 노렸다.

‘이럴 순 없다! 그들의 말로 난 도왕도 가뿐히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도왕도 이길 만큼 강해졌기에 배짱을 부린 것이다.

이제는 오대 가문의 눈치를 안 봐도 됐으니까.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이준에겐 자신의 기운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몇 달 전, 패왕도가에서 처음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포.

이준을 보고 있자니 두려움이 앞섰다.

오금이 저리고 손발이 저도 모르게 떨려 왔다.

지금처럼 말이다.

‘아니야. 내가 저놈에게 질 리가 없어. 그들이 준 힘이 있잖아!’

김환국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호? 조금 버티네. 그런데 말이야 김 회장. 당신이 한 가지 실수한 게 있어. 여기에 있는 기자들이 당신의 마기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당신은 내가 기자들 때문에 공격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야.”

“창제란 이명을 가지고 날 겁박하려는 것이냐!”

“창제? 그깟 이명 버리지 뭐. 이명이 밥 먹여 줘? 그리고 당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면 어차피 힘없는 사람을 겁박했다는 오명 따윈 벗겨지기 마련이거든.”

이준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준비했던 수가, 도리어 악수가 되어 자신을 노린 것.

김환국이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놈을 과소평가했어. 저리 무모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도왕이나 권왕도 이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여론의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움직였던 두 사람.

그들만 그런 게 아니고 전 가문의 가주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고 행동했다.

하나 이준은 아니었다.

그를 다른 가주들과 똑같이 생각한 게 오산.

김환국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이준은 그에게 시간을 줄 생각 따윈 없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없지?”

“……”

“그러면 그냥 뒤져.”

팟-

드디어 이준이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주변으로 기파가 몰아쳤다.

강력한 바람으로 인해 기자들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준이 일부러 일으킨 바람.

김환국과 부딪히는 여파로 인해 피해를 입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곧바로 허리춤에 찬 파멸겁을 꺼냈다.

창의 형태가 아닌, 기다란 봉의 형태로 무극창법을 펼쳤다.

* * *

파멸겁이 김환국의 전신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공을 최대한 뺀 채 펼쳤다.

내공을 넣는다면 김환국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기 때문.

이준은 그를 가볍게 쓰러트릴 생각이 없었다.

최대한 두들겨 팬 후에, 대화를 나눌 작정이다.

퍼벅퍽퍽!

“으윽!”

김환국은 이준의 파멸겁을 검으로 막았지만 그의 집요함에 고통은 점점 배가 됐다.

이준이 김환국의 전신을 타격하면서도 중점적으로 노리는 곳이 있었다.

그건 바로 김환국이 들고 있는 검 손잡이.

정확히는 검을 든 손을 때렸다.

“이, 비겁한!”

“당신이 피하면 될 거 아니야. 아니면 마기를 쓰던가.”

김환국은 이준의 파멸겁에 전신을 두들겨 맞는 동안 마기를 한 번도 내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오래 지녔던 화산의 내공으로만 상대했다.

그래서인지 이준에게 대항은커녕 연신 두들겨 맞았다.

퍼벅-!

“크윽!”

김환국의 입에서 선혈이 흘러나왔다.

계속 맞으니 내상을 입은 것이다.

이준은 고통스러운 부분만 가격했다.

종아리뼈, 복숭아뼈, 갈빗대, 머리, 쇄골.

지방이 있는 부위는 일부러 피했다.

“히야. 맷집 좋네. 나야 뭐 타격감도 키우고 좋구만. 그렇게 계속 버텨 줬으면 해.”

이준은 계속 김환국의 성질을 긁었다.

그가 터지기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결국에는 김환국이 폭발하고 말았다.

“오냐! 어디 한 번 해보거라.”

쿠웅.

그 전과는 다른 파괴적인 기운이 김환국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그의 모습을 본 이준이 피식 웃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괜히 나한테 뒤지도록 맞았잖아?”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 팔 한 짝은 거둬 갈 테다.”

“기대할게. 절대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이준은 계속해서 김환국을 도발했다. 김환국은 전신의 내력을 폭발시켰다.

그때 이준에게 뜻밖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파천멸기의 파편이 감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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