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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45화 (245/705)

제245화

“허억… 허억…”

“끝이 없어…”

페어리들과 격렬하게 싸우던 이준네 특별반 학생들은 운동장에 쳐진 방어진 안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그들은 숨을 돌리고 있었다.

지금은 방어진이 견고하게 버텨 주고 있지만, 페어리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곧 무너질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차륜전.

페어리와 싸우다가 정말 힘이 들면 방어진 안으로 들어왔다.

숨도 돌리고, 목마르면 물도 먹었다.

쉬는 시간은 딱 5분.

그 이상을 넘기면 방어진이 위험하기 때문에 길게 쉬지는 못했다.

또한 전부 한꺼번에 방어진으로 들어와 쉴 수도 없었다.

제일 잘 싸우는 이준네 특별반들이 모두 방어진 안으로 들어온다면 싸움에 공백이 생길 터.

두, 세 명은 밖에서 페어리를 상대로 어그로를 끌어 줘야 했다.

“선생님께는 연락했어?”

진경수가 박은비에게 물었다.

“네.”

“뭐라셔?”

“수련할 좋은 기회라고 저희보고 알아서 하래요.”

“음… 선생님다우시군.”

“그래도 저 페어리들은 다크 엘프보다 더 위험한 몬스터 같은데… 저희만으로는 인명의 피해가 커질지 몰라요.”

“하긴, 선생님께서 계셨다면 저 보스 몬스터 따윈 한 방에 보내 버리셨을 텐데.”

“준이의 생각을 모르겠어요. 어떨 때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다가도 어떨 때는 무신경하기도 하고….”

진경수와 박은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허수가 일어나며 말했다.

“선생님은 저희가 재단할 인물이 아닙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키는 게 아닐까 합니다.”

“더 자세히 말해 봐.”

진경수가 허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차경진을 비롯한 서혜지와 남선호도 숨을 헉헉거리면서 허수가 대답하기만을 기다렸다.

“나타나는 몬스터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각성자는 어떻습니까? 과거보다 퇴보됐으면 퇴보됐지, 발전이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근 10년 동안 새로운 AA급 각성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말 다 했지.”

“선생님께서는 이 기회에 저희를 강도 높게 굴리시는 것 같습니다. 조건도 너무 좋지 않습니까?”

베이스캠프 격인 운동장.

방어진이 펼쳐져 있어서 목숨이 간당간당하면 도망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아도 알아서 나타나 준 몬스터.

블루급 몬스터라고 알려진 페어리들은 죄다 레드급 몬스터처럼 강했다.

다크 엘프보다 강하다는 건 적어도 레드급에서 중상급 정도는 된다는 말이었다.

“선생님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시지.”

“그리고 제가 그렇게 확신한 건 파랑이 님이 저희 곁에 있다는 겁니다.”

허수가 방어진 밖에 앉아 있는 파랑이를 가리켰다.

뒷발로 귀를 긁으면서 하품까지 하는 파랑이의 모습이 특별반 학생들의 눈에 보였다.

그들이 위험한 곳에 있을 때면 항상 파랑이가 따라붙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공격이 들어오면 죄다 파랑이가 커버를 쳐 줬으니.

그들도 이제는 파랑이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하나 물어볼 게 있다. 허수 너는 왜 파랑이에게 님자를 붙이지?”

“파랑이 님은 일반 몬스터와는 다릅니다.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파랑이가 강하다는 건 그들도 안다.

다크 엘프의 공격도 쉽게 차단한 몬스터였으니까.

최소 레드급 몬스터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몬스터를 윗사람 취급하는 건 이해가 안 간 특별반 학생들이었다.

허수의 대답에 더욱 파랑이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그때!

방어진을 나가려던 한지유가 박정연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언니, 뒤 조심하세요!”

한지유의 목소리를 뒤늦게 들은 박정연이 황급하게 몸을 돌렸다.

박정연의 눈에 들어온 하나의 거대한 꽃.

꽃이 흔들리자 좌우로 가시가 잔뜩 돋은 덩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아니, 감싸려는 찰나.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파랑이가 박정연의 앞에 나타났다.

“크앙!”

여태껏 귀여운 울음만을 지었던 파랑이가 포효했다.

녀석의 눈이 검게 번들거렸다.

화르륵!

파랑이의 몸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죽음의 불꽃이 뿜어지며 가시덩굴을 순식간에 태워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박정연을 위협하는 주변의 꽃들까지 전부 소멸시켰다.

단, 꽃을 조종하는 페어리는 남겨 두었다.

“뀨.”

파랑이가 박정연의 어깨에 올라 앞발로 방어진을 가리켰다.

“후욱…나 이제… 허어억… 쉬어…?”

“뀨우!”

파랑이가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의 어깨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화르륵-

검은 불꽃의 잔재를 남기며 날아가는 녀석.

그다음 목표는 박혁진을 위협하는 페어리였다.

***

무사고에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소리에 기자들이 죄다 몰려왔다.

역사상 단 한 번도 몬스터의 침입을 받지 않았던 청정 구역.

무사고는 거의 성역이란 말이 있었는데 그 기록이 오늘 깨지고 말았다.

청정 구역에 몬스터들이 쳐들어오자,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바글바글했다.

물론 너무도 위험한 현장이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돌리고 있을 뿐이지만.

“어때? 괜찮은 장면 건질 것 같아?”

“…….”

선배 기자의 말에도 카메라맨은 묵묵부답이었다.

“여만아.”

“아, 네?”

재차 이름이 불리고서야 카메라맨이 대답할 수 있었다.

“잘 찍고 있냐고.”

“…대박입니다.”

“대박?”

“이것 좀 보십시오.”

카메라맨은 자신이 찍은 영상을 되돌려 선배 기자에게 보여 주었다.

영상이 재생되자 카메라맨처럼 선배 기자도 숨을 죽이고 봤다.

심지어 영상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듯 카메라에 얼굴을 바짝 가져갔다.

녹화한 영상이 끝나고.

“대박이죠?”

“이 조그만 건 대체 뭐냐?”

“강아지?”

“장난쳐? 몸에서 불을 뿜어내는데 넌 이게 강아지로 보이냐?”

“농담입니다. 페어리와 같은 몬스터 아닐까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선배 기자가 생각에 잠기려는 그때 옆에서 소리치는 게 들렸다.

“그래! 청호였어!”

“나랑 같은 걸 떠올렸나 보다. 저 몬스터는 청호야.”

“청호는 그린급 몬스터 아닙니까? 청호치고는 너무 강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영상에 나온 청호는 너무 어리기도 한데요.”

“그러니까 새끼 청호가 페어리를 어떻게 죽일 수 있냐는 말이지?”

“네.”

“그걸 내가 알면 여기서 기자 짓 하겠냐, 무사고에 취업하지?”

선배 기자가 소리치다가 다시 작게 말했다.

“여만아.”

“저 안 합니다.”

“아니, 내 이야기 들어봐.”

“또 돌발 행동하려고 하시죠? 이번에도 그러면 정말 징계 먹습니다.”

“야. 이건 기회야. 인간을 보호하는 몬스터라니. 페어리를 가뿐히 죽일 몬스터를 키우는 건 엄청 어려운, 아니 여태 불가능했던 일이었잖아.”

몬스터를 키우는 야수공이란 무공이 존재했다.

그러나 야수공을 배운 각성자는 죄다 화이트급 몬스터를 데리고 다녔다.

몬스터를 키우면 사냥에 도움이 되긴 한데, 그뿐이다.

그린급 이상의 몬스터를 해치우는 건 불가.

몬스터를 키우는 건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죄다 등급이 화이트급 몬스터들 뿐이었다.

“이건 기회야. 야수공으로 키운 몬스터가 블루급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려야 하지 않겠어?”

“선배! 엠바고 떨어졌어요. 다른 기자들도 저희처럼 녹화만 뜨고 있잖아요.”

“어차피 알게 될 거 숨긴다고 되겠냐? 저 청호를 목격한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닌데?”

무사고와 관련된 일은 모두 사전에 학교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번 몬스터의 습격도 마찬가지.

취재를 하는 건 승인이 떨어졌지만, 동시에 기사나 영상을 올리는 걸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선배 기자는 엠바고를 무시하고 생방송을 찍자는 입장이었다.

“저 잘리기 싫어요.”

“그래. 넌 잘리지 마, 이건 내가 강제로 시킨 거야.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넌 집중적으로 청호만 찍어.”

“하. 진짜…”

“내가 책임진다니까!”

“전 진짜 몰라요.”

카메라맨은 녹화에서 생방송으로 변경하고 영상을 찍었다.

선배 기자의 말대로 청호를 집중적으로 촬영을 했다.

‘이건 엄청난 특종이야. 창제가 가르친 특별반 학생들은 이미 아시아 학원 대항전에서 실력을 입증받았어. 검룡도 잠깐이지만 방송에 나와서 기겁할 실력을 보였고, 그 정도면 현역은 찜 쪄 먹는다는 걸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단 말이야.’

하나 저 청호는 어떨까.

굉장히 새로웠다.

인간의 편에서 싸우는 몬스터가 화이트급 말고 또 있을까.

절대 없었다.

블루급 몬스터 정도를 사냥하는 건 저 청호가 유일한 존재였다.

‘누가 저런 대단한 몬스터를 키우는지는 모르지만, 방송이 나가고 나서는 관심은 청호가 다 받게 될 거야.’

그는 확신했다.

사람들은 궁금한 걸 못 참는다.

특히 새로운 주제에 대해서는 더욱더.

청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얼마나 강한지.

어떻게 키우게 됐는지.

그 사실을 알기 위해 사람들이 들썩일 것이다.

‘나도 저 몬스터의 주인은 누구일지 궁금하단 말이야.’

기자는 무사고를 내려다보면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

이준네 특별반 학생들은 방어진 바깥에서 등을 맞대고 있었다.

“허억… 허억… 미치겠군.”

“전혀 숫자가 줄… 허억… 기미가 안 보여… 허억…”

“…전 이제 내공이 없어요… 후욱…”

그들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혈인이라 할 정도로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진짜… 악질이야…”

“…인정. 우리가 당하고 있는 걸 지켜보면서 웃고 있을지 몰라.”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세우며 한마디씩 했다.

궁지에 몰리니 생각나는 건 가문도 아닌, 이준뿐이었다.

“진 선배님. 후욱.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딱 위험할 때만 파랑 님이 저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허억… 대꾸할… 허억… 기운도 없다…”

특별반은 굉장한 활약을 펼쳤다.

이 많은 몬스터를 상대로 선전한 각성자는 그들뿐이었다.

현역도 못 한 일을 학생이 해냈다.

물론 그마저도 불씨가 꺼졌다.

그들은 현재 탈진 직전의 상태.

누구 하나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를 휘둘렀다.

공격은 가하진 못 하지만 반격은 가할 수 있었다.

서걱!

박혁진이 천월을 그으며 소리쳤다.

“이준 이 자식은 대체 어디 간 거야!”

그의 큰 목소리에.

“나 불렀냐?”

그들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준 이 자식! 어디 갔다가 이제…와. 어? 지안이?”

박혁진은 힘들어 죽을 것 같아 하면서도 이지안을 보자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자신의 꼴을 인지하자.

“왜 지안이를 여기에 데리고 오고 지랄이야!”

이준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박혁진은 현재 꼴이 말이 아니었다.

피를 뒤집어쓰고 있어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풍겨 나왔다.

암내보다 못한 냄새.

이지안이 안 맡았으면 했다.

“그러면 위험한 곳에 혼자 두냐?”

“그건 절대 안 되지!”

“그래서 데려왔다 자식아.”

“아, 그런 거야? 잘했다. 준아.”

“뭔데 갑자기 목소리가 상냥해지지?”

이준이 눈을 좁히며 박혁진을 노려보았다.

그의 시선에 박혁진은 괜히 말을 돌리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덩굴 채찍이 이준을 공격해 왔다.

퍽!

그러나 상대는 이준.

호신강기를 일으켜 덩굴 채찍을 가뿐히 막았다.

“너희 아직 말할 힘이 있구나?”

그가 특별반 학생들을 향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에 특별반 학생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파랑아. 여기에 얼음 감옥 칠 수 있을까?”

“뀨우?”

파랑이가 그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페어리들을 전부 가둘 만한 크기면 돼.”

“뀨!”

“오, 된다고? 그러면 빨리 해 봐.”

“뀨뀨!”

파랑이가 고개를 끄덕인 후, 암화를 집어넣었다.

대신 녀석이 앉은 자리에서부터 냉기가 올라오더니.

쿵쿵쿵쿵.

바닥에서 수십 개의 얼음 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생성된 직사각형 모양의 얼음 감옥이었다.

“필드는 생성됐고 자, 많이 쉬었으니까 다시 훈련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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