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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43화 (243/705)

제243화

“겁먹을 것 없다! 곧 가문 연맹에서 지원군이 올 터, 버텨라! 무사중의 긍지를 지켜, 컥!”

선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학생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는데, 그의 머리를 붙잡은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으어억…!”

선생은 발버둥을 치며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콰직-

손아귀의 힘에 의해 머리가 터지고 말았다.

뇌수가 거대한 손을 타고 흘렀다.

손의 주인은 페어리였다.

사람을 죽이니 거대해졌던 팔이 원래의 작은 크기로 돌아왔다.

“꺄아아악!”

“11반 선생님이 몬스터의 손에 죽었어…”

선생을 죽인 페어리가 자신의 손톱을 핥았다.

흰자가 없는 검은 눈동자를 한 채, 다음으로 죽일 순서를 골랐다.

“크르르르.”

“어, 어떡해…”

무사중 학생들의 몸이 얼어붙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내노라 하는 가문의 자식들.

게이트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가문 소속 각성자의 보호를 받았다.

이렇게 홀로 노출된 적이 없었으니.

긴장되어 몸이 얼어붙은 건 당연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인근에 학생들의 호위조가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호위조는 자기의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속속 나타났다.

“도련님. 저희가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무사고도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있다 합니다. 여긴 그래도 형편이 나으니 빨리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뭐 하느냐! 아가씨를 보호하고 공격조는 몬스터를 처치하라.”

“예!”

각 가문의 호위조와 선생들.

연락을 받고 온 각성자까지.

그들은 페어리를 향해 각자의 무공을 펼쳤다.

“타앗! 분광일섬!”

“회룡격!”

“이거나 처먹어라!”

검기와 도기, 창기와 장법.

각양각색의 기운들이 몬스터를 향해 폭사했다.

쾅!

무사중 건물의 외벽이 터져 나갔다.

각종 기운에 맞은 몬스터들이 뒤로 튕겨져 나가면서 건물에 처박혔다.

몬스터에게 공격이 먹혀들자 자신감을 얻었는지.

“검산은 몬스터를 섬멸한다.”

계획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뒤로 물러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페어리가 생각보다 약한 것 같다. 이참에 저놈들을 쓸어버리고 주머니도 채워 넣어야지.”

페어리의 사체는 각성자에게 꽤 많은 이득을 주었다.

날개는 해체해서 가죽 비늘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날개의 뼈는 단단한 방패의 재료가 됐다.

또한 피는 각종 약재와 농작물로도 사용이 가능했으니.

오크와 뱀파이어의 사체보다 더욱 값졌다.

“상부에서 좋아하겠습니다.”

“우리의 지갑이 두둑해져야 열찬 도련님께도 도움이 되는 거다. 안 그렇습니까, 도련님?”

“지 대주의 말이 옳아요. 사체를 판 돈으로 경매장에서 아티팩트를 바꾸도록 해요.”

“감사합니다. 도련님 말씀 들었지? 페어리를 죽이고 사체를 수거한다.”

“예!”

검산그룹 소속 부대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들은 페어리를 향해 자신 있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윽!”

무사중이 있는 곳 아래에서 빛이 번쩍였다.

달려가던 검산그룹의 각성자가 멈추고 팔로 눈을 가렸다.

빛이 사라지고 이곳에 있는 각성자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숲의 미로 지배자인 ‘실조르’가 미로를 생성합니다.]

[숲의 미로 페어리들의 능력이 상승했습니다.]

[페어리 외 종족의 치유력을 -75% 낮춥니다.]

그와 동시에 땅을 뚫고 잎사귀와 덩굴이 올라왔다.

덩굴은 높다란 벽을 만들어 검산그룹 각성자의 앞길을 막았다.

“이깟 나뭇가지로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들은 검을 휘둘러 나무의 벽을 베었다.

“쉬워!”

검압에 의해 나무 벽이 종잇장처럼 갈렸다.

너무도 쉽게 만들어진 입구에 그들은 페어리의 행동을 비웃었다.

“페어리치곤 전투력이 형편없어.”

“페어리를 쉽게 죽일 수 있을 테니 저희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허약한 몬스터만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돈방석에 앉게 흐흐.”

하나 그들은 나무의 재생 능력을 너무 얕보았다.

검에 의해 갈렸던 덩굴이 자라나 비어진 공간을 삽시간에 채웠다.

“으아악!”

심지어 빈 공간을 지나가는 각성자를 통째로 감싸 버렸다.

“시국아! 보고만 있을 거야? 어서 시국이를 구해!”

검산그룹 각성자가 나무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어쩐 일인지 덩굴의 재생 능력은 점점 뛰어나졌다.

그러는 사이 각성자가 덩굴에 완전히 뒤덮였다.

잠시 후.

“우악!”

“시, 시국이?”

덩굴로 사라졌던 각성자의 얼굴과 상체가 그대로 덩굴 밖으로 나왔다.

마치 석상이 된 듯, 공포스러운 표정을 한 채 굳어 있었다.

“감히 더러운 수작을 부려? 우리 대 검산그룹의 복호검대를 뭐로 보고! 모두 전력을 다해 이 빌어먹을 미로를 뚫는다!”

* * *

다른 쪽 미로에선 이지안이 부상을 당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었다.

‘나무 덩굴이 주위를 감싼 후부터는 상처 치유가 더뎌. 아무래도 아까 메시지 때문이겠지?’

페어리 외 종족 치유력 -75%.

엄청난 페널티였다.

심지어 환하게 트인 곳에서도 불리했는데 이처럼 사방이 꽉 막힌 미로라면 죽을 확률이 확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우욱!”

쓰러져 있던 각성자의 입에서 피가 울컥울컥 나왔다.

“버티셔야 해요!”

이지안은 상대의 가슴에 얹은 손을 통해 내공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웅웅.

치료를 한다곤 하지만 전혀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치유력이 데미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내 손, 내 손 좀 치료해 줘…”

“허벅지에 상처가 나서 못 움직이겠어… 나부터 좀…”

“내가 먼저…”

어린 이지안은 패닉 상태가 됐다.

싸움은 몰라도 치료는 서툴렀던 그녀.

신력권가 동의각주인 할아버지의 치료를 어깨너머로만 봤지, 직접 치료한 경험은 적었다.

‘어쩌지?’

이대로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고 만다.

정해야 했다.

누굴 살리고 버려야 할지.

그러나 어린 이지안이 감당하기에는 상황이 많이 벅찼다.

“제발… 살려…줘어어.”

“살고 싶어….”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단 말이야…”

쓰러진 이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살고 싶은 마음이 눈에 가득 담겨 있었다.

저들의 눈을 보고 있자니 이지안도 내공이 흔들렸다.

“커헙!”

안 그래도 치유력이 절반의 반도 못 되는데, 그녀의 내공이 흩어지자.

치료를 받던 남자가 또 다시 피를 토했다.

“아, 죄송해요.”

이지안이 황급히 치료에 집중했으나 이것도 잠시였다.

“페, 페어리!”

“으으…”

페어리들만이 덩쿨 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머릿수가 많기도 했고 중학생들과 호위조, 지원 온 각성자들끼리는 페어리를 감당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페어리는 겉보기만 블루급이었다.

마기의 영향으로 강해진 상태니.

블루급 이상의 전투력을 가졌다.

이곳에서 살아만 나가도 큰 행운일 정도였다.

“크아악!”

한 페어리가 무기를 들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여자를 덮쳤다.

바짝 세운 손톱은 천근의 바위도 두부처럼 자를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 손톱의 날이 여자의 검을 자르고 목까지 스치려는 순간!

펑-

하얀 한기를 머금은 구체가 페어리에게 명중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피하세요!”

이지안이었다.

그녀가 부상자를 뒤로하고 페어리를 향해 벽력신장을 날린 것이다.

부상자 치료도 치료지만 공격하는 페어리를 막아야 했다.

부상자를 치료만 하고 있으며 뭐하나.

마지막에는 결국 저 페어리와 싸워야 했다.

어차피 전투를 하게 될 테니 차라리 지금 싸워 죽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이지안이었다.

‘S급 무공이라 그런지 벽력신장은 통해.’

그녀는 현재 C급 각성자였다.

하지만 가진 무공때문에 C급 각성자의 능력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수미천왕신공에 벽력신장.

S급 무공을 두 개나 지녔으며 신력권가의 최정예인 무극대와 함께 무공 수련을 했다.

그것도 실전에 가까울만큼 치열하게 말이다.

뿐인가.

특성이 구음절맥(치료)다.

내공은 거의 무한에 가까웠다.

내공이 고갈되기 전에 지쳐 쓰러지는 게 먼저 일터.

이지안의 능력은 c급에 해당된다고 하기에 어려웠다.

‘나라도 저 페어리를 막아야 해. 내가 도망치면 가주 오빠 얼굴을 볼 낯이 없을 거야… 제발 양기와 음기의 균형만 안 깨졌으면 좋겠어.’

신력권가의 각성자가 몬스터를 앞에 두고 도망친다?

가주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다.

가문 소속 각성자는 신력이란 이름 아래에 있었으니까.

이지안이 크게 호흡을 내쉬었다.

“후우우.”

주먹을 접었다 펼치길 반복한 후, 페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처음에는 기세가 좋았다.

S급 무공인 수미천왕신공과 벽력신장으로 인해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그러나 페어리는 일반 블루급 몬스터랑은 달랐다.

블루급 중에서도 공격력 면에서는 최상에 속한 녀석들.

마기로 인해 더 강해져 있었다.

이성을 잃어 살육을 자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전투를 까먹은 건 아니다.

지형을 활용할 줄 알았으며 정령이나 마법을 사용하여 이지안의 공격을 막고 도리어 공격까지 가했다.

그 결과 이지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밀렸다.

무공 등급으로도 커버할 수 없는 격차.

전투의 경험이었다.

페어리는 게이트에 침입한 각성자들로 인해 싸움에 대한 경험이 많았다.

이지안의 단순한 공격 루트를 가볍게 간파한 건 쉬운 일이었다.

“으음….”

페어리는 오직 이지안만을 목표로 했다.

이곳에 있는 다른 각성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녀를 둘러 싸고 있었다.

“크으으.”

녀석들은 이지안과의 거리를 좁혀 오면서 짐승 소리를 내었다.

“우와악!”

한 녀석이 버럭 소리치면서 마법을 쏘았다.

어른 주먹만 한 작은 구체 여러 개가 일제히 이지안을 향해 날아들었다.

펑펑-

이지안은 벽력신장을 사용하며 구체를 격파해 갔다.

안 되는 건 보법을 이용해 피하기도 하고, 틈틈이 반격을 가했지만.

퍽!

“윽.”

물로 만들어진 인간이 이지안의 등에 마법 화살을 적중시켰다.

이곳에는 페어리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에게 붙어 있는 페어리만 다섯 마리.

한 마리를 상대로 잘 싸운다 하더라도 남은 네 마리도 경계해야 했다.

이지안이 물의 화살을 뽑으려고 만지자 녹아 사라졌다.

화살이 박힌 자리에는 붉은 피가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쩌저적-

얼마 안 가 피가 난 곳에서 한기가 올라오더니 상처 주변이 얼어붙었다.

‘조금만 더 몸에 충격을 받으면 음양의 균형이… 깨지겠어.’

그녀의 구음절맥은 다 치료가 됐지만 문제는 아직 영약의 힘을 녹이고 있다는 거다.

영약으로 양기를 보충해 강력한 음기를 눌러놨는데, 몸이 충격을 받으니 숨어 있던 많은 음기가 튀어나왔다.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나 혼자서는 무리야.’

지원군이 필요했다.

고개를 돌려 다른 각성자를 보았지만 틀려 먹었다.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해.’

손과 발을 벌벌 떨고 있는 각성자들.

어떻게든 이 자리를 피해보겠다고 천천히 뒤로 빠지는 자들.

그 외에는 부상자 뿐이었다.

몬스터에게 겁을 집어먹은 각성자가 아닌, 새로운 지원군이 필요했다.

그때였다.

띠리링-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손으로 받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홀로그램에 뜬 상대의 이름 때문에 전화를 받았다.

-지안아. 너 어디에 있어?

이준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반가운 마음에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학교 본관 건물 앞이요!”

그 음성이 신호였을까.

페어리가 일제히 이지안을 향해 쇄도했다.

그녀가 폰을 내팽개치고 곧바로 내공을 손에 모았다.

‘음양의 기운이 깨졌다고 내공을 아끼면 내가 먼저 죽을지 몰라.’

그녀의 교복이 바람에 미친 듯이 펄럭였다.

열기와 한기가 번갈아 올라오더니, 이내 북풍한설 같은 차가운 바람이 주위로 몰아쳤다.

그럴수록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점점 없어졌다.

콰르릉!

벽력신장이 일정한 수준에 이를 때만 나는 천둥소리였다.

그녀의 두 손에 모인 강력한 기류.

손을 뻗어 벽력신장을 내뿜으려는 찰나.

쿵!

하늘에서 한 사람이 뚝 떨어졌다.

정확히 이지안의 앞이었다.

“가주 오…”

그녀가 나타난 사람의 얼굴을 보곤 입을 여는 순간, 이준이 먼저 이지안을 품으로 끌어안은 후, 창을 360도로 휘둘렀다.

후두두둑.

페어리의 몸이 상, 하로 분리되면서 일제히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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