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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24화 (224/705)

제224화

팟-

정예은은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녀의 특기는 암기술.

상대와의 거리가 벌어져 있어야만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발을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암기를 날렸다.

그녀의 손에서 빠져나온 비접이 허공을 날았다.

쉬익-

귀를 찢는 듯한 파공성 소리와 함께 비접이 상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녀의 상대인 소승 마르우란은 태연했다.

눈동자로 정예은의 움직임을 쫓았다.

허공을 가르는 비접은 어느새 두 사람의 중앙을 지나쳤다.

드디어 몸을 움직이는 마르우란.

암기가 날아오고 있으며 다급할 법도 한데 그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움직였다.

그의 특기는 소림의 권법이었다.

두 다리를 무대 바닥에 지탱하며 마보를 취했다.

왼쪽 주먹을 허리로.

마지막으로 오른쪽 주먹이 앞으로 뻗어진 순간.

펑!

공기를 격한 권경이 정확히 비접을 강타했다.

일정거리의 물체를 부수는 격공류.

소림의 절기인 백보신권이었다.

빠르게 펼치지 않았음에도 속도와 위력이 엄청났다.

얼핏 눈으로 봐선 마르우란이 손을 뻗기도 전에 비접이 무언가에 부딪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뿐인가.

퍼엉!

비접을 격파하고도 모자라 힘이 남은 모양인지 좀 더 나아가서 허공에 터졌다.

한국에서 봤던 백보신권과는 전혀 다른 위력에 정예은의 눈이 커졌다.

하나 그녀는 놀랄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느리게 행동하던 마르우란의 왼쪽 주먹이 움직인 게 아닌가.

그의 팔이 앞으로 쭉 뻗기 전부터 위험한 기운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낀 정예은이 반대편으로 몸을 틀었다.

암기를 주로 쓰는 각성자라 그런지 보법이 굉장히 유연했다.

그녀가 몸을 반대로 틀지 않았다면.

펑!

공기가 터져 나간 것처럼 그녀의 몸도 터져 나갔을 것이다.

‘위험해. 전륜마멸진을 바꿔야겠어.’

단 두 번의 공격을 받고 느꼈다.

마르우란이란 인도 스님.

지금까지 봐 왔던 참가자의 실력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말이다.

‘선생님의 말대로 전륜마멸진을 바로 안 펼쳤으면 낭패를 봤을 거야.’

그녀가 펼친 전륜마멸진은 공격식.

주에 독 속성을.

부에 화 속성을 가미했다.

독과 화는 서로 상반된 속성.

하지만 두 개를 한 번에 다룬다면 공격력은 배로 상승했다.

하나 두 배의 공격력에도 백보신권에는 형편없이 막혔다.

암기술의 한계였다.

여타 무공과는 다르게 현저히 떨어지는 공격력.

대신 속도를 생명으로 했다.

여기에 더해 암기에 독을 바른다면 상대에게 아주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이게 암기술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만약 전륜마멸진을 펼치고도 공격이 안 통한다면 속성을 바꾸라 하셨지?’

정예은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주 속성을 ‘광’으로 선택하셨습니다.]

[전륜마멸진의 속성이 광속성으로 전환됩니다.]

[부 속성을 선택하십시오.]

‘속 속성.’

[부 속성을 ‘속’으로 선택하셨습니다.]

[전륜마멸진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광 속성의 공격력 +250%]

[속 속성의 스피드 +100%]

[광 속성과 암 속성을 제외한 모든 속성 공격력 -50%]

전륜마멸진은 4대 속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속성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중에 정예은은 스피드를 선택했다.

패널티로는 공격력이 다운됐다.

‘선생님 말씀대로 속 속성을 부 속성으로 쓰는 이유가 있었어.’

너무 리스크가 컸다.

부 속성임에도 전 속성 공격력 -50%.

안 그래도 공격력이 떨어지는 암기술이다.

그보다 더 떨어진 공격력으로 상대를 맞춘다 한들 타격이 있을까.

유일하게 믿을 건 암기에 발라진 독뿐.

이마저도 상대가 버티면 말짱 꽝이었다.

그래서 주 속성에 스피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스피드의 리스크를 커버하는 속성이 전륜마멸진에 있었다.

광과 암 속성.

둘은 속성 외 속성이라 이 중 하나를 선택한다 해도 능력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스피드와 함께 사용하기에 아주 적합한 했다.

‘어쩐지 이준 선생님께서 두 번째 방법도 가르쳐 주시더니 이미 내 약점을 알고 계셨던 거야.’

그런데 아직 의문은 남아 있었다.

암 속성도 아닌 하필 광 속성을 선택하라는 것.

둘은 서로 카운터 속성이었다.

어느 하나가 잡아먹을 수 있는 게 아닌 비등비등한 관계.

마르우란이 소림의 무공을 익혔으니 광이 아닌 암 속성으로 싸워야 하는 게 맞았다.

‘우선 해 보자. 아니면 도중에 진법의 속성을 바꾸면 돼.’

정예은은 떠오른 의문을 곧바로 집어넣어 버렸다.

우선은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해야 했다.

잡생각이 많으면 패배로 직결되는 게 1:1 비무였다.

그녀는 이준을 믿기로 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예선전과 다른 16강이라 그런가.

정예은과 마르우란은 오래도록 싸웠다.

그렇다고 비무가 지루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손에 땀을 쥘 정도.

관객은 숨을 죽인 채 경기를 지켜봤다.

이준네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정예은이 이기기만을 바랐다.

[전륜마멸진을 잘 다루고 있구나.]

[전륜마멸진? 그건 뭐야?]

[전륜살상진을 손 본 진법이다.]

[큰 주인이?]

마조가 눈을 끔뻑였다.

전혀 안 믿긴다는 표정이었다.

마조가 알기로 큰 주인은 절대 저런 자잘한 것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가 누구인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의 머리 위에는 단 한 명도 존재할 수 없었다.

그 철혈의 황제조차 주인이 무서워 대궐의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게 만든 인간이었다.

그런 존재가 고작 진법을 손댄다?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저 오만한 인간이.

소림의 오백나한진도 형편없다고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혈교의 진법인 전륜살상진을 만졌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제자들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놀라 자빠질 것이다.

아니, 아주 서운하다고 지랄 발광을 하겠지.

자신의 제자에게는 굉장히 무심한 무극자였다.

차갑고 냉정했으며 단 한 번의 실수에도 가차 없이 벌을 주었다.

제자들이 얼마나 그를 무서웠으면 눈 한 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을까.

심지어 막내 제자는 주인을 만날 때마다 오금을 저릴 정도였다.

그만큼 제자에 무섭고 무정했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주인이 만든 천살뢰진법을 고쳐 준 것도 아닌.

고작 전륜살상진을 고쳐줬으니까.

세상이 멸망할 일이었다.

[거짓말하지 말고.]

[내가 아니면 누가 저런 진법을 대단하게 만들겠느냐.]

[미친!]

마조는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일이 벌어진 거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지? 너 누구야! 우리 큰 주인 어딨어!]

[홀홀. 조야. 사람은 다 바뀌느니라.]

[X까. 주인이 바뀌었으면 말년에 그렇게 꼬이지 않았겠지. 난 인간들이 다 바뀐다고 해도 주인은 절대 안 바뀔 거라고 생각한 놈이야.]

[큼큼. 조야. 어찌 언행이 그리 방정맞느냐. 너도 나같이 진중해지거라.]

[주인님아. 제발 정신 차리세요. 내 말투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허. 누구 때문일꼬. 혹 둘째 때문이냐?]

[지랄. 다 주인 때문이잖아. 내가 주인 곁에 있는 동안 얼마나 욕을 들었는데 내 말투가 이렇게 된 건 전적으로 주인 때문이거든?]

[그… 그만하자꾸나.]

무극자는 최대한 점잖게 말했다.

제자인 이준이 다 듣고 있는 상황.

마조로 인해 사부의 체면이 여지없이 수직 하락하고 있었다.

더는 체통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조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체통은 똥통에 처박아 놓은 주인이 행동을 단정하게 하는 걸 보면 작은 주인 놈 때문이구나?]

마조는 무극자의 단짝이라 그의 생각을 꿰뚫어 봤다.

이 상황이 재밌는지 마조는 계속 조잘댔다.

[작은 주인 어디가 마음에 든 거지? 내가 봤을 때는 그닥 생김새 빼곤 없는데.]

[오호! 드디어 공격이 통하는구나.]

무극자가 일부러 말을 돌렸다.

그러나 쉽게 넘어갈 마조가 아니었다.

[어? 말 돌린다. 주인 왜 말 돌려?]

마조는 며칠 지나자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토록 오만하고 까칠하던 녀석이 무극자 사부와 말하니깐 한껏 경박해졌다.

아니지.

오만한 태도와는 달리 말투가 애초에 경박하긴 했다.

무극자 사부와 이야기를 나누니 그 경박함이 한도를 초과한 거다.

누가 옛날부터 같이 붙어 다녔던 단짝 아니랄까 봐 굉장히 많이 닮았다.

[조야… 후우우. 제발 닥치고 경기나 보자꾸나.]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부들거리기까지 했다.

육신이 있다면 저 검은 모가지를 비틀어 뽑아 버리고 싶은 게 무극자의 심경이었다.

* * *

정예은이 날린 이화정이 터지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침이 쏟아져 나왔다.

퍼벅퍽퍽!

“크헉!”

마르우란의 몸이 벌집이 되었다.

갑자기 올라간 스피드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로선 상관없었다.

손을 나눠 봤는데 자신의 압승이 분명했다.

비무를 계속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자신은 해야 할 일만 하면 그만.

상대의 힘을 끌어 올린 후 목숨을 끊어 버리면 됐다.

하지만 오만은 패배를 부르는 법.

마르우란의 오만함이 정예은에게는 기회가 됐다.

마르우란이 주먹질을 하며 날아오는 암기를 모두 부쉈다.

그 어떤 암기도 몸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한 건만.

오만함으로 인해 방심을 해버렸다.

그로인해 암기를 전부 처리하지 못했다.

아뿔싸란 생각이 들었으나 바로 대응했다.

철포삼.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도검이 살을 파고들지 못하게끔 하는 외공을 펼쳤다.

소림의 무공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이 철포삼을 믿고 암기를 받아 냈는데 생각과는 달랐다.

자신의 철포삼을 절대 뚫지 못할 것만 같은 암기가 전신에 모두 꽂힌 게 아닌가.

그 결과 암기로 인해 독에 중독되고 말았다.

“그만 항복하세요.”

“으아아앗!”

마르우란이 고개를 들어 기합을 토해 냈다.

전신에 박힌 침이 그의 기합에 따라 살에서 뽑혀 나왔다.

얼마나 많이 박혔는지.

침이 아래로 우수수 떨어졌다.

“계속하면 목숨을 잃을지 몰라요.”

정예은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암기가 통했다.

스피드로 인해 암기가 마르우란의 사정거리 안에 든 게 첫 번째.

두 번째는 광 속성 공격력의 상승으로 인해 상대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의문은 있었다.

광 속성의 공격력이 상승했는데 왜 상대방에게 통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마르우란이 익힌 무공은 불공.

광 속성에 해당했다.

아무리 광 속성 공격력을 올렸다곤 하나 같은 속성이다.

같은 속성을 공격할 때는 그만큼 공격력이 급감한다.

이론을 완벽히 알고 있는데 결과가 다르게 나오니 혼란스러운 것.

‘싸움을 끝내고 선생님께 물어봐야지.’

동요보단 경기를 끝내는 게 먼저였다.

정예은이 다시 한번 마르우란을 향해 말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독이 몸으로 퍼지는 게 빠를 거예요. 목숨을 잃고 싶지 않다면….”

그녀가 말을 하는데 마르우란이 땅을 박차고 날아왔다.

그는 백보신권 말고도 여러 무공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용조수.

용의 발톱이라는 조법인데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무공이다.

한 번 용조수에 찍히면 살점이 통째로 뜯겨 나갈 정도였다.

마르우란의 용조수를 본 정예은이 몸을 뒤로 뺐다.

마르우란은 호흡이 가빠진 상태.

무공을 무리하게 끌어 올려 몸속의 독이 더 빠르게 퍼져 나간지라 그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정예은이 재차 공격하려는 그때 이준의 전음이 들려왔다.

[공격진에서 방어진으로 바꿔. 주 속성은 광, 부 속성은 목. 그리고 상대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을 때 내공으로 최대한 몸을 보호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마르우란을 상대하면서 이준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졌다.

그의 말이면 뭐든 들어야겠다는.

허수와 같이 점점 이준 추종자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녀가 전륜마멸진을 방어식으로 다 바꾸자.

상대는 기다렸다는 듯, 이준의 말처럼 몸에서 거대한 힘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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