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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23화 (223/705)

제223화

[흑염]

등급: S(성장형)

설명: 세상을 파멸로 몰아가는 검은 불꽃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흑염에 닿으면 그 어떤 기운으로도 불꽃을 꺼트릴 수 없습니다. 단, 현무의 스킬인 물의 축복과 성스러운 불꽃만이 흑염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효과: 흑염 생성

‘파랑이보다 기본 능력, 성장 능력 면에서 훨씬 앞서.’

파랑이의 패시브 스킬인 마기는 처음부터 S급이 아니었다.

이것보다 좀 더 아래 등급.

하나 흑염은 애초에 S급이며 성장형 스킬이다.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다.

‘파랑이한테는 미안하지만 늦게 태어난 마조가 성장을 더 빨리 하겠어.’

상태창과 스킬만 봐도 감이 왔다.

파랑이는 애초에 스킬도 없었을 뿐더러 처음 키우는 몬스터.

파랑이를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있어서 마조는 좀 더 쉽게 키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음… 우선, 뭐부터 할지 정해야겠어.’

현재 벌여 놓은 일이 많았다.

큼지막한 건 천외천을 상대하는 일.

다음 상대 국가가 인도였다.

천외천의 흔적을 가진 인도의 스님들이 눈앞에 닥친 첫 번째 일이다.

중국에 온 김에 천외천의 뿌리를 뽑아 버리고 싶으나, 인주를 보지 못했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눈으로 확인해야 앞으로의 계획을 짤 수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자신이 중국에서 해야 할 일이 정해진다.

다음은 한국에서 해야 할 일.

만약 중국에서 한 달을 채운다면 바로 4대 성지의 금역으로 가야한다.

로티틸이 레드급 최종 보스로 격상을 하자, 페어리 로드 밑에 있는 3대 페어리가 동요했다.

심지어 달빛의 지배자는 4대 성지의 금역으로 귀속 신청을 한 상태.

한국에 도착할 시기와 달빛의 지배자가 4대 성지의 금역으로 오는 시기와 딱 들어맞았다.

이걸 끝내 놓으면 곧바로 마조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몬스터의 영약인 계승의 꽃이 있긴 하나 딱 한 번만 먹일 수 있다.

영약을 여러 번 먹인다고 계속 강해지는 게 아니기에, 수용할 그릇을 키워야 했다.

그 그릇이 커진 상태라면 몰라도 작은 그릇에 영약만 잔뜩 들이부으면 강해질 리 만무하다.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아무튼 주작이 4대 성지의 금역을 공격하기 전에 흑염의 등급을 높여 놔야 한다.

마조의 성장을 도우면서 자신도 성장을 해야 하니, 할 게 산더미였다.

‘마조에게만 매달리는 것도 불안해. 녀석이 주작을 혼자 상대할 수 있다 해도 그 아래에 있는 나머지 몬스터는 내가 상대해야해.’

샥쿠나 로티틸, 테구르가 있긴 하나 특별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전투로 사용할 수 없었다.

같은 등급이라면 몰라도 최상위 블랙급 몬스터를 상대한다?

굉장히 많은 피해가 일어날 것이다.

차라리 혼자서 몬스터를 상대하는게 낫지.

4대 성지의 금역에서 농사와 밭일, 그리고 건물을 짓고 쉴 터를 만들고 있는 녀석들을 소모시킬 순 없었다.

몬스터지만 이준에겐 필요한 존재.

같이 생활하다보니까 정도 많이 들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다 외우진 못하나 금역에 있는 몬스터가 한 마리라도 죽는다면 슬플 거다.

또한 최상위 블랙존 게이트의 강함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블랙존 게이트는 최하위 등급만 열려 있었다.

그 최하위 등급이라도 S급이 혼자 들어가는 건 무리.

그런데 그 윗줄의 게이트라니, 어떤 수준일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만큼 블랙존 게이트는 위험한 곳이었다.

괜히 몬스터를 희생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 혼자 블랙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나았다.

혼자라면 놈들에게 도망칠 수도 있었으니까.

‘골치 아프다.’

이준이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마조의 스킬 창을 닫았다.

그가 지끈 거리는 머리를 만지는 사이.

아이들은 새로운 몬스터의 탄생에 관심이 쏟아져 있었다.

박정연과 한지유는 마조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얘도 파랑이만큼 귀엽다 그치?”

“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응? 뭔데?”

“원래 몬스터는 태어날 때부터 털이 있어요?”

한지유의 물음에 박정연이 마조를 뻔히 보았다.

보통 새끼로 태어나면 조류나 포유류나 몸이 젖어 있던지 털이 듬성듬성 나 있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하나 마조는 꼭 2, 3개월 차에 들어선 강아지 같았다.

첫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의 모습이랄까.

탐스러운 털이 파랑이와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몬스터라 특별해서 그런가?”

“일리 있는 말이에요.”

한지유가 마조를 빤히 보았다.

마조의 눈동자는 굉장히 까맸다.

흑진주 같은 눈빛.

보고 있자니 눈동자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정신을 지배하는 마력에 한지유가 저도 모르게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때였다.

[제자야, 막아라.]

무극자 사부의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네?’

[마조는 주인 말고 모두를 거부하느니라. 저 아이가 마조를 만졌다간 흑염이 몸에 붙을지 몰라. 혼원신공의 내공 말고는 그 어떤 내공으로도 흑염을 막지 못해!]

사부의 말에 이준도 덩달아 급해졌다.

조금만 늦어도 흑염이 한지유의 손에 붙는 상황.

그 전에 이준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지유야 멈춰!”

이준의 목소리엔 내공이 담겨 있었다.

마조의 눈빛에 정신을 빼앗겼던 한지유가 손을 멈췄다.

“나… 불렀어?”

“만지면 안 돼. 거기서 물러나!”

이준의 외침에 두 사람이 뒤로 몸을 뺐다.

그 순간!

화르륵-

박정연과 한지유가 있던 자리에 검은 화염이 타올랐다.

“뀨우!”

굉장히 위험한 불꽃에 파랑이가 마조를 향해 울었다.

그만 하라는 울음소리.

그러나 마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가 내 주인이라는 놈이냐?]

동시에 마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박하면서 아주 오만한 목소리가.

* * *

한국과 인도 대표 팀이 붙는 당일.

이준은 팔짱을 낀 채 출전 팀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똥 씹은 표정을 했다.

그 모습을 본 박혁진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푸하하하. 개웃겨.”

박혁진은 의자를 탕탕 치며 이준을 향해 폭소를 했다.

“웃지 마라. 뒤진다.”

“네 얼굴을 보고 안 웃게 생겼냐. 푸하하하.”

이준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박혁진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박혁진처럼 대놓고 웃을 수 없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심지어 허수와 진경수는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려고 제 몸을 꼬집었으나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너 임자 제대로 만났다. 크크크.”

박혁진이 이준의 머리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들이 웃는 이유는 이준의 머리 위에 있었다.

마치 이준의 머리가 둥지라도 된 듯 고고한 자태로 앉아 있는 마조였다.

간혹 파랑이도 머리 위로 올라갔지만 마조 때문에 이젠 아예 올라가지 못했다.

이제 파랑이의 전용 좌석은 이준의 어깨.

몸을 숨길 때 말고는 어깨로 정해졌다.

“야. 내려오지?”

[지금 내게 명령하는 거냐. 작은 주인 놈아?]

그랬다.

마조는 파랑이와는 달리 말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이들이 다 들리게끔 말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대화라면 다행.

마조의 어투는 가관이었다.

이준을 자기 밑으로 보았다.

마치 네가 나보다 서열 아래니깐 알아서 받들어라 하는 듯한 그런 느낌?

이 때문에 아이들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과거와는 달리 이준의 입지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그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없을 정도.

그런데 고작 태어난 지 2,3일밖에 안 된 새끼 새가 이준의 자존심을 팍팍 뭉개고 있었다.

얼마나 웃긴 상황인가.

“그래. 너! 이 까마귀 자식아.”

[감히. 작은 주인 따위가 내게 그깟 미물인 까마귀라 부른 거냐?]

화르륵-

“하지 마라.”

이준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머리 위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황급히 혼원신공으로 몸을 보호했다.

[네가 먼저 시작한 일이야.]

마조가 말한 흑염은 이준의 머리를 모조리 불태워 버릴 기세로 타올랐다.

“이 빌어먹을 까마귀가!”

이준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터는 데 흑염이 방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뜨거워져만 갔다.

아직 대성을 이루지 못한 혼원신공이기에 흑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까마귀? 오냐. 내가 오늘 작은 주인 놈을 잿밥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테다.]

이준과 마조의 싸움에 아이들이 멀찍이 떨어졌다.

마조가 태어난 시점에서 오늘까지 저랬다.

한시도 쉬지 않고 싸우는 이준과 마조.

원수라도 진 것처럼 잠잘 때 외에는 틈만 나면 투닥거렸다.

결국 항복한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그, 그만!”

[벌써 201번째다. 작은 주인 놈아.]

“아, 알았어. 휴전! 이러다 내 머리 탄다고!”

이준이 버럭 소리치자 그제야 마조가 흑염을 거뒀다.

마조는 머리라는 말에 반응했다.

큰 주인이 머리에 굉장히 민감했다는 걸 알기에 선을 지켰다.

[홀홀. 녀석 여전히 심술이 고약하구나.]

[다 주인 닮아서 그렇지.]

[너무 그러지 말거라. 저러다 진짜 삐지면 어찌하려고 그러느냐.]

[삐져? 주인처럼 말이야?]

[내가 언제 삐진 적이 있다고. 나는 굉장히 마음이 너그러운 초월자라 삐진다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느니라.]

[동정호에서 신교의 신녀 천소희에게 차였던…]

마조가 옛 기억을 떠올리자.

[가아아알!]

이준이 듣지 못하게 마조의 말을 막아 버렸다.

무극자로선 꼭 숨기고 싶은 비밀.

절대 이준이 몰랐으면 하는 기억이었다.

하지만 무극자는 가만히 있질 못했다.

여기서 끝냈으면 좋으련만.

자기 입으로 자세히 부정을 해 버린 거다.

[뭇 여인들의 심금을 울린 내가 차이다니. 네가 오래 눈을 감고 있어서 기억이 잘못 된 듯싶구나. 신녀는 내가 차 버렸느니라!]

[어라? 내 기억으론 그게 아닌데.]

[맞느니라!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니 이제부터 제대로 알고 있어!]

‘사부님 여자한테 차였어요?’

이미 들어 버린 이준이 아픈 구석을 찔렀다.

[제자야.]

‘말씀하세요.’

[사부가 누구더냐.]

‘고금제일인이요.’

[넌 고금제일인이 차인 걸 봤느냐?]

‘못 봤죠.’

[이 사부의 능력은 어떠하냐.]

‘얼굴을 보면 왕년에 꽤나 여자를 울렸을 것 같은 외모에 무공도 강해, 매너도 좋아 단점인 성격이 좀 걸리지만 능력자라 단점은 감춰지죠.’

칭찬인 듯 칭찬 아닌 말에 무극자가 살짝 기분이 언짢았으나 그냥 넘겼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제자가 사부를 우러러 볼 수 있게 다시 정신 교육을 해야 했다.

[이런 사람을 찰 수 있다고 보느냐?]

이준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미친 짓이죠. 자기 복을 발로 뻥 찬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래. 나를 거부할 여자는 없었지. 암 그렇고 말고.]

‘마조의 기억이 잘못된 거였네요.’

[너만 잘 알고 있으면 되느니라. 크흠.]

이준이 수긍을 하자, 무극자가 재빨리 말을 마무리 지었다.

더 이상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준과 마조가 싸우다가 이상하게 흘러간 상황.

무극자 사부로 인해 휴전하게 되어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 * *

[한국 대표 팀의 첫 번째 출전자는 독화 정예은입니다. 무대로 나와 주십시오.]

“후우우우.”

정예은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훈련은 열심히 했으나 중국에 와서 첫 시합이다.

국제 경기인 만큼 긴장을 한 모습이었다.

“예은아 너라면 이길 수 있어!”

그녀의 언니인 정예나가 용기를 북돋아 줬다.

하지만 정예나의 응원보다 그녀의 귀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파이팅이다.”

허수가 얼굴 높이로 주먹을 올리고 응원을 해 줬다.

그의 어색한 모습에 정예은이 피식 웃었다.

잔뜩 긴장한 몸이 그로 인해 조금은 풀렸다.

정예은이 힘차게 무대로 올라오자.

그녀의 상대가 맞은편에 섰다.

‘선생님이 처음부터 전륜마멸진을 펼치라고 했지?’

그녀는 이준의 말을 안 듣고 행동한 결과가 어떤지 이미 앞의 경기에서 잘 봤다.

심지어 이준이 경고까지 했다.

특별반에서 배제.

이 벌은 특별반 학생들에게 최악의 벌이었다.

이준과의 훈련에서 배제가 된 순간 괴물같이 성장하던 실력이 멈출 거다.

특별반 아이들은 이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서웠다.

실력에 도취해 이준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자폭.

그녀는 가슴속에 이준의 경고를 새겼다.

그리고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곧바로 전륜마멸진을 펼쳤다.

지잉-

그녀의 발밑에 진법이 그려졌다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

삐이익-

싸움을 시작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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