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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21화 (221/705)

제221화

‘차원의 문이 열리면 피해는 더 커지겠어. 그 전에 대항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 해.’

이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몇 가문.

철혈과 암상, 신기와 얼마 전에 추가된 진씨 가문까지.

네 곳과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에 만독암가도 추가될 터.

한국은 얼추 서로 등을 맞대고 천외천에게 대항할 수 있었다.

이준이란 구심점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준은 아직도 모자르다고 생각했다.

천외천은 굉장히 강한 집단이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그들은 전생에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 정확히 1년 만에 모든 땅을 점령했다.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고작 1년 만에 해낸 것이다.

수십 년간의 밑 작업이 있긴 했으나 세상을 지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천외천이라 가능했던 일.

이준이 평가하는 그들은 말 그대로 천외천의 실력을 가졌다.

아이들은 타국의 학생들을 상대로 찜 쪄먹는 무공 실력을 가졌지만 이준의 기준으론 아직 멀었다.

천외천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AA급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죽음.

이준이 아이들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였다.

“밥 다 먹으면 바로 수련실로 집합해.”

수련이라는 말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은 이준과 하는 훈련이 즐거웠다.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엄청난 실력 향상을 가져왔다.

성장이 눈에 보일 정도니까 더욱 열심히 하게 된 것.

훈련이라는 말은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였다.

그들이 밥을 우걱우걱 먹었다.

마치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것처럼 빠르게 밥을 먹어 치웠다.

“나 먼저 가서 몸 풀고 있을게.”

누구보다 빨리 박혁진이 밥을 다 먹고 한국 대표팀에 배정된 수련장으로 올라갔다.

“저도 먼저 가 있을게요.”

정예은도 얼굴에 밥알을 묻힌 채 사라졌다.

그 뒤를 줄줄이 따라 나가는 아이들.

이준의 주위가 텅 비어버렸다.

오직 진경수만이 경건하게 한 젓가락 한 젓가락 꼭꼭 씹어먹으며 밥을 음미하고 있었다.

“진경수 학생은 안 가요?”

“신성한 식사시간에 저리 허겁지겁 먹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도 점점 젓가락질이 빨라지는 게 아닌가.

밥 먹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 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났다.

이곳에 남은 사람은 이준과 진경수 뿐.

아이들은 올라가서 이미 수련에 돌입했다는 생각에 진경수가 불안에 떨었다.

“올라가도 됩니다.”

“아닙니다. 어른보다 먼저 숟가락을 놓으면 안 된다고 가문에서 배웠습니다.”

이준이 피식 웃었다.

호쾌한 인상과는 달리 행동은 꼰대 그 자체였다.

좋은 말로는 어른들에게 예의가 바른 청년이다.

진경수에게 이준은 스승이었다.

스승이 숟가락을 안 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디 버릇없이 제자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나.

그의 사상으로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 몸과 마음은 따로 놀았다.

이준이 밥을 늦게 먹을수록 진경수의 다리는 쉴새 없이 떨렸다.

손톱을 물어뜯기까지.

그럼에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드디어 이준이 밥을 다 먹자.

“제가 치우겠습니다.”

이준이 먹던 그릇과 자신의 그릇을 가지고 쏜살 같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이준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러면 안 피곤할까.”

진경수가 이준에게 달려왔다.

“이제 올라가시겠습니까?”

“그러죠.”

그는 이준의 뒤에서만 걸었다.

절대 이준의 앞을 넘지 않았다.

이준이 봤을 때 진경수는 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지만 어른이 봤을 때는 참 인성이 된 사람이었다.

[다시 보니 예의가 참 바른 아이구나.]

진경수는 꼰대의 극에 달한 무극자 사부가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전 저렇게 못 합니다.’

[누가 너더러 하라더냐. 에잉 쯧쯧. 하필 이리 망종인 놈이 걸려가지고.]

‘꼰대.’

[뭬야?!]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이준이 시치미를 떼곤 진경수와 함께 수련실로 갔다.

안에는 이미 아이들이 준비 운동을 다 끝내 놓고 이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무엇을 배울까 기대에 찬 눈빛과 함께 말이다.

“훈련할 준비는 마친 것 같네.”

이준이 품에서 파랑이를 꺼냈다.

하지만 녀석은 나오려 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왼쪽 주머니에 있어야 할 녀석이 마조의 알과 함께 있었다.

빵빵하게 들어찬 주머니.

마조의 알을 품고 있어서 나오려 하지 않은 것이다.

“저기 파랑아 나와볼래?”

“뀨우!”

파랑이가 싫다고 발버둥 쳤으나 이준의 손에 끌려 나왔다.

녀석을 바닥에 놓자 이준에게서 등을 돌렸다.

“파랑아.”

그의 말에도 전혀 듣지 않은 파랑이.

주머니에서 강제로 꺼내서 삐진 거다.

정확히는 마조의 알과 떼어 놓아서겠지만.

“어어? 말 안 들으면 아예 떼어 놓는다?”

“뀨우?”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던 파랑이가 고개를 돌렸다.

이준에게 다가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녀석.

누가 구미호를 넘어 십미호 아니랄까봐.

사람 홀리는 재주는 타고 났다.

이준은 파랑이를 가리키며 아이들에게 말을 했다.

“오늘 훈련은 파랑이를 잡는 거야.”

“오, 재밌겠다.”

“나부터 할래.”

박정연이 앞으로 폴짝 나왔지만,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혼자 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전부 다 할 거야.”

“전부? 너무 쉬울 텐데.”

그녀의 말에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파랑이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스피드 하나는 최고였다.

지금은 블랙급으로 올라온 상황

무려 SSS급 속도를 가지게 됐다.

이준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해도 파랑이를 털끝 하나 못 건드린다고 자부했다.

“해보면 알아. 파랑이 잡으면 오늘 훈련은 끝. 못 잡으면 잡을 때까지 할거야.”

훈련을 끝낸다는 말에 좋아해야 할 아이들이었지만 그들은 딱히 좋아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아쉽다는 표정.

이준과 훈련을 한다기에 잔뜩 기대했는데 김이 팍 샌 듯한 얼굴들이었다.

“지금과 같은 표정 싹 고쳐 줄 테니까 열심히 할 생각이나 해.”

“잡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아니면 공격도 가능해?”

“공격도 가능해.”

“더 쉽게 잡겠는데?”

아이들은 자신만만해했다.

파랑이의 공격력은 익히 알고 있지만, 녀석은 피하기만 하니 오늘은 쉬운 훈련이라 여겼다.

“파랑아 들었지? 쟤들 자존심 아주 뭉개 버려”

“뀨우!”

그렇게 파랑이와의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하나 그들은 아주 큰 실수를 했다.

파랑이를 무시하는 행동.

절대 하면 안 됐다.

그래도 안면 있는 사람이라고 봐주면서 할 생각이었던 파랑이.

아이들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절대 봐주지 않는 걸로.

그리고 그들은 지옥을 경험했다.

* * *

파랑이와 술래잡기를 한지 1시간.

“허억… 허억…”

“주, 죽을 것 같아…”

“뭐 이리… 허억… 빠르냐… 허어억.”

특별반 아이들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준의 훈련으로 인해 강철 체력을 가지게 된 아이들이지만 파랑이의 스피드는 따라잡진 못했다.

그 결과, 엄청난 체력 소모.

그 어떤 몬스터를 잡았을 때보다 힘들었다.

그런데도 파랑이의 털 끝도 잡지 못했다.

엄청난 격차.

특히 스피드에 특화된 특성, 뇌전검왕과 뇌후를 계승한 박혁진과 박정연도 파랑이를 잡는 건 무리였다.

두 사람도 번개 같은 속도를 자랑했으나 파랑이는 빛이었다.

괜히 태생이 블랙급 몬스터겠나.

“뀨우.”

차경진을 포함한 아이들을 상대했음에도 파랑이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뒷발로 귀를 긁었다.

표정은 따분해 보였다.

앙증맞은 주둥이를 활짝 열고 하품까지 했다.

파랑이의 무시하는 모습에 발끈할 만도 할 터. 하지만 아이들은 대꾸할 힘도 없었다.

“허억… 더는 못… 허억… 하겠어…”

“나, 나도.”

“서, 선생님… 하악… 다리가 후들 거립니다… 하악…”

모두 자리에 널부러졌다.

가쁜 숨을 몰라 쉬고 있었지만, 이준은 그들이 쉬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일어나.”

“후욱… 벌써?”

“다시 시작해야지. 파랑이가 심심해하잖아.”

어느샌가 이준의 다리 밑으로 온 파랑이가 다리에 뺨을 부비고 있었다.

그들의 눈엔 이준이 악마로 보였다.

파랑이가 심심하다고 자신들을 장난감처럼 굴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후욱… 더 쉬면… 후욱… 안됩니까? 너무 힘듭니다.”

진경수가 용기 내어 말했지만 부질없었다.

“전보다 숨소리가 나아진 걸 보니 다 쉰 것 같네요. 다들 일어나.”

이준의 얄짤없는 말에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때였다.

“뀨우?”

파랑이가 이준의 다리에 얼굴을 부비다 고개를 올렸다.

이준의 몸을 타고 올라가는 파랑이.

그의 주머니로 쏙 들어가더니 하나의 작은 알을 꺼내 바닥에 놓았다.

움찔.

작은 알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파랑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움찔.

또다시 움직이자 파랑이가 놀라서 펄쩍 뛰었다.

녀석이 몸을 웅크렸다.

최대한 몸을 낮추며 천천히 알에 다가갔다.

발을 앞으로 내밀며 알을 건드리자.

움찔!

알이 확실하게 움직였다.

파랑이의 행동에 반응한 것이다.

“뀨우!”

파랑이가 이준을 올려다보며 울었다.

파랑이와 눈이 마주친 이준.

녀석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눈치 챈 그가 알을 조심히 들었다.

그리곤 알을 향해 손가락을 내리긋자.

[마조의 알]

종류: 영물

등급: ???

설명: 혼원문의 수호 영물로 검은 불꽃을 뿌린다고 하여 ‘흑염마조’라고도 불립니다. ‘흑염마조’가 하늘에 뜨면 꼭 혈신이 나타났다 합니다.

부화 조건: 일정 수준의 파천멸기(99%)

알에 대한 정보가 나왔다.

부화 조건을 거의 달성한 상태였다.

은살대를 상대하면서 얻은 파천멸기.

그들이 뿌리는 기운은 파천멸기의 파편이었지만 마조의 알을 부화시키기에는 충분한 양인듯 싶었다.

은살대 모두 다 AA급 갓 초입에 해당하는 이들이라 파천멸기가 모인 것 같았다.

“준아 손에 든 알은 뭐야?”

박혁진이 마조의 알을 보며 물었다.

그는 이때다 싶어 말을 걸었다.

조금이라도 쉬기 위한 책략.

박혁진의 마음을 이해하기라도 한 박정연도 이에 동조했다.

“파랑이가 반응하는 걸 보면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박정연이 한지유의 옆구리를 찔렀다.

너도 쉬고 싶으면 이준에게 물어보라는 신호였다.

그녀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1초라도 더 쉬고 싶은 마음 아무말이나 했다.

“귀여운 것 같아.”

“응? 이게 귀여워? 그냥 타원형 알인데?”

이준이 되묻자 박혁진이 바로 나섰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다간 시선이 분산되고, 그러면 언제 훈련이 시작될지 몰랐다.

박혁진은 이준의 관심을 알에 집중시켰다.

하나 그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차라리 이준에게 안 물어봤으면 좋으련만.

괜히 물어봐서 배만 미친 듯이 아파오게 된다.

“준아. 그 알 뭐냐니까?”

박혁진의 물음에 이준은 그의 눈과 마조의 알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그러다 씩 미소를 지었다.

“아, 이거? 새알이야.”

“새알?”

“어.”

이준이 자랑하듯 작은 알을 박혁진에게 보여줬다.

박혁진은 화제를 잘 돌렸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동안의 훈련도 힘들었지만,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러나 요번 훈련은 어떤가.

쉬고 싶었다.

미친 듯 쉬고 싶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뛰고 또 뛰고.

다리가 쉬고 있으면 이준의 벼락같은 호통이 들려왔다.

심지어 파랑이에게 공격하라고까지 명령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어떤 때보다 힘들었던 훈련.

다시 하고 싶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혹시 몬스터의 알 같은 거다, 이런 건 아니지?”

못 보던 알이었다.

무엇보다 이준이 새알을 가지고 다닐 일이 있나?

여기가 게이트 안이라면 비상식량일 수 있겠다 여기겠지만, 그들이 있는 곳은 호텔 안.

굳이 새알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가정을 해본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게 몬스터의 알이었다.

‘얘는 또 몬스터 알은 어디서 주워왔데?’

박혁진이 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눈에 잡힌 건 알에서 흘러나오는 불길한 기운이었다.

귀여운 파랑이와는 달리, 찐 보스 몬스터에게서나 느껴지는 위험함이 물씬 묻어났다.

“오, 눈썰미 좋은데?”

“진짜야?”

박혁진이 놀라자 아이들의 눈도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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