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15화 (215/705)

제215화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도에 의해 가슴에 기다란 상처가 생겼다.

상처 부위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분수처럼 하늘 위로 치솟았다.

“선호야!”

박혁진이 남선호를 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남선호가 아니었다.

“커헉…!”

엄청난 고통에도 뒤로 물러나는 건 잊지 않았다.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의 상처.

그러나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멀리 벗어나는 길만이 살길.

아픔도 잊고 뒤로 물러났다.

한 수에 남선호를 죽일 줄 알았던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표정이 굳었다.

“너… 꽤 좋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구나?”

명부도법에 의해 잘린 옷자락.

도를 그을 때 저항력이 꽤 심했다.

일격에 목숨을 끊을 수도 있었는데, 부상만으로 끝난 것은 저 옷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방어구도 없어서 어쩌냐.”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무대 위를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의 기세는 강렬했다.

명부도법 1식을 펼친 기운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과 남선호의 위중한 상태.

지켜보고 있던 심판이 시합을 중지시켰다.

삐이익-

“경기 중지! 상대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로 판단됩니다.”

그럼에도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손에 든 도에서는 이전과 같은 검은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었다.

그 모습에.

삐이이익-

심판은 호루라기를 불며 미즈시마 요시오라를 강력하게 제지했다.

“더 이상 접근하면 실격패로 처리하겠습니다.”

실격패.

여기서 지더라도 대장전이 남아 있다.

아시아 학원 대항전은 재미난 규칙이 있었다.

3번의 경기 중 두 번의 경기를 지더라도 회생할 수 있는 기회.

대장전에서 한 번만 이겨도 앞의 두 경기에서 얻는 포인트와 동일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대장전을 이기면 번외 경기 도 주어진다.

바로 대표팀 인솔자 간의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다른 세 경기를 다 이겨도 얻는 포인트보다 높았기에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위로 올라간다.

그러니 일본은 실격패를 당하더라도 마지막 목숨이 남아 있었다.

저벅저벅.

이 사실을 알기에 미즈시마 요시오라는 심판의 말을 무시했다.

그의 행동에 관중석이 웅성거렸다.

“왜 저러냐.”

“심판 말 안 들리는 건가?”

“우리한테도 똑똑히 들렸잖아.”

심판은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외쳤다.

관객들도 들은 소리를 각성자인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

“어어?”

“죽이려 하는 거 아니야?”

“한국이랑 일본이 서로 앙숙 관계라도 그 말은 너무 간 것 같은데.”

“아니야. 맞아! 저걸 봐!”

관객들은 미즈시마 요시오라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의 도에서.

이전과 같은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미즈시마 요시오라. 실격…”

심판이 더는 안 되겠단 판단에 그를 향해 실격패라고 외치려는데, 그의 도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도가 번쩍였다.

동시에 반월의 도기가 남선호를 향해 폭사했다.

아니, 폭사하려는 순간!

파지직-

푸른빛이 뇌전과 함께 반월의 도기를 갈랐다.

콰쾅!

반으로 갈린 도기는 힘을 잃고 양 갈래로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도기가 잘린 걸 본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데, 또다시 푸른빛이 번쩍였다.

바람이 불었다.

피부를 간질이는 바람이.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멈춘 순간!

척-

그의 목젖에 검이 겨누어져 있었다.

“……!”

미즈시마 요시오라는 눈을 부릅떴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박혁진이었다.

검룡이라 불린 각성자.

한국 유망주 서열 1위가 자신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평소의 서글서글한 모습은 어디에 갔는지.

지금 그가 내뿜는 기운만으로도 미즈시마 요시오라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우,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전혀 몰랐다.

그가 자신이 펼친 명부도법의 도기를 벤 것도.

그 이후에 움직여서 목에 검을 겨눈 것도.

움직임을 놓친 게 아닌, 그가 시합에 끼어들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어, 어떻게 이런 움직임이 가능한 거지? 나랑 같은 유망주 아니었어?’

미즈시마 요시오라는 떨리는 눈으로 박혁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 선을 너무 넘었다. 한국이 우습나 보지?”

박혁진의 전신에서 뇌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뇌기는 속성 중에서 마기와 더불어 가장 파괴력이 강한 속성.

천뢰제왕신공보다 등급이 높은 뇌신공이란 박혁진을 한층 강해 보이게 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손에는 천월이 있었다.

주인의 마음에 동조하고 있는 녀석.

날카로운 예기를 뿌리며 주인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일반 아티팩트가 아닌, 신병에 속한 천월을 든 박혁진이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목을 따는 건 굉장히 쉬웠다.

“이… 검 치워. 추, 출전자가 시합에 난입하는 건 규칙 위반인 거 몰라?”

“네가 먼저 규칙 위반을 했을 텐데.”

천월이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살갗을 파고 들어갔다.

겉만 살짝 닿았음에도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알았어. 내, 내가 잘못했어.”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쉽게 잘못을 인정했다.

죽기는 싫은 모양.

누가 일본 원숭이 새끼 아니랄까 봐.

자기 목숨은 굉장히 아꼈다.

박혁진의 난입에 멍을 때리고 있었던 이토 준지로가 소리쳤다.

“심판은 뭐 하고 있어!? 저 애 끌어내지 않고? 당신 한국에 로비 받았어?”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추태에 이토 준지로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빨리 상황을 끝내고 싶은 것 같았다.

정신을 놓고 있던 심판도 박혁진과 미즈시마 요시오라에게 경고를 했다.

“양국 대표팀에 페널티를 부과하겠습니다. 양국 단체전 포인트 -1,000 추가 합니다.”

“일본 원숭이 자식들. 떨어지려면 지들만 떨어질 것이지, 꼭 물귀신 작전을 펼쳐요.”

박혁진이 천월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미즈시마 요시오라 면전에 대놓고 말했지만, 그는 제대로 된 대꾸도 하지 못했다.

사실, 박혁진의 무위에 압도된 지 오래였다.

그는 박혁진에게서 간신히 떨어져 일본 대표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야.”

우뚝.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박혁진의 말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앞으로 목 간수 잘해라. 언제 내가 너 목 따 버릴지 모를 것 같거든.”

부르르.

그는 박혁진의 모욕적인 발언에도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기세에 밀려 버린 것.

그는 박혁진을 볼 때마다 비 맞은 생쥐 꼴이 될 거다.

그만큼 그에게 박혁진의 실력은 충격을 가져다 줬다.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후다닥 일본 대표팀에게 걸어가자, 박혁진도 몸을 돌렸다.

“선호가 다쳤는데 이 자식은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이준이 있었다면 남선호가 다치기 전에 막았을 터.

박혁진은 자신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가 남선호에게 갔다.

이미 서혜지가 나와서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들것과 함께 한국 대표팀도 무대에서 내려왔다.

순간의 정적.

싸늘할 만큼 조용하던 게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

박혁진의 너튜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현장 관객들과는 다른 시각.

박혁진의 입장에서 생중계되는 거라 3D 입체감이라 해야 하나.

시청하는 본인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나 지금 뭘 본 거임?

-2222!!!!!

-각성자들 원래 이렇게 빨라?

-ㄴㄴ. 절대 아님. 옆 동네 C급 각성자는 개 느림.

-검룡이 비정상적으로 X나 빠른 거임.

생방으로 본 시청자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화면이 어그러진 건 고작 2초.

정상적으로 송출이 되었을 때는 이미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앞에 있었다.

한 줄기 뇌전 같은 움직임에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홍대 핵주먹 님께서 10,000원 후원!!]

-잠깐 한눈판 사이에 못 봤습니다. 다시 보여 주세요!

[검룡검룡해 님께서 10,000원 후원!!]

-검하! 그런데 생방송 중에 뭔 일 있었음? 무슨 도네가 이렇게 쏟아지냐.

박혁진의 의도는 아니었으나 시청자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의 발전된 실력은 시청자로 하여금 기겁을 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더욱이 뇌속성 무공인지라 화려함은 덤.

박혁진의 팬이 아닌 사람들조차 그에게 매료되었다.

[존잘서생 님께서 1,000,000원 후원!!]

-다시 다시!

[단발유니 님께서 1,000,000원 후원!!]

-이준 님의 절친다워요.

탑 걸 그룹이 된 레드걸스의 리더인 단발좌 유니.

한민성 이사장의 비서인 남지우도 너튜브에 로그인해서 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들의 등장에 반가워할 법도 하나.

후원은 1초도 안 돼서 빠르게 묻혔다.

워낙 많은 후원이 쏟아졌기에 화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진짜 어떻게 된 거냐.

-검룡이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했어?

-나 무사고 학생임. 학교에서 레드 존 게이트 깨는 걸 생방으로 보여 줬는데 그때보다 몇 배는 강해진 상태임.

무사고의 학생이 나타나서 댓글을 달았지만 믿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어디서 구라를 까.

-강해지는 게 쉽냐?

-네 말대로라면 개나 소나 AA급을 달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병먹금이요.

그때 무사고 학생들이 등장했다.

-위에 애가 말한 말 맞음. 정확히 두 배 강해짐.

-아는 척 ㄴ. 세 배임.

-다 틀렸다. 최소 세 배야. 눈깔을 어디다가 두고 다니는지 그러고도 무사고 학생이라 할 수 있냐.

마지막 말은 굉장히 꼰대 같았다.

나이 많은 사람의 느낌이 물씬 풍기자 거부감이 들었을까.

번외 싸움이 시작됐다.

무사고 학생들이 나타나 박혁진에 대한 증명으로 인해 관심이 몰린 상황.

박혁진도 남선호의 일 때문에 바쁘겠다.

시청자는 무사고 학생끼리의 말싸움을 구경했다.

-너 몇 학년이냐. 뒤지려고 어디서 훈계질이야.

-네 선배다.

-지랄까지 마. 지금 3학년들 학교에서 X뺑이 치고 있는데. 어디서 사칭하냐.

-사칭한다고? 날 기만하는 거냐?

-틀 냄새 오지네. 졸업생이세요?

-너 누구냐.

-상대방 이름을 물어보기 전에 자기 이름부터 밝히는 게 예의 아니냐? 아니면 밝힐 이름도 없는 건가? ㅋㅋㅋ

하지만 번외 경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꼰대 냄새가 나는 무사고 학생이 정체를 밝힌 것.

그는 바로.

-그래? 나 철룡 진경순데 내 친구 누구냐?

철룡 진경수였다.

그는 박혁진의 꼬임에 넘어가 방송 매니저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주된 일은 댓글 창을 깨끗하게 하는 일.

그리고 이준과 특별반에 대한 비방은 얄짤없이 자르는 걸 맡고 있었다.

철룡 진경수가 이런 하찮은 일을 하는 건 오로지 이준 때문이다.

특별반 선생인 이준이.

자신에겐 하늘 같은 사람이 익명으로 가려진 놈들에게 까이게 할 순 없지 않나.

이로 인해 매니저 일을 하고 있었다.

남선호의 치료는 애들이 알아서 할 터.

진경수는 자신의 일을 하는 중이었다.

그가 당당히 이름을 밝히자 댓글을 써 대던 학생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

-……

-왜 아무도 대답이 없지? 너희들 내 후배인가?

진경수의 태도는 이준을 대할 때와는 180도 달랐다.

당당하고 위엄 넘쳤다.

댓글조차도 ‘나 딱딱해요’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진경수의 본래의 성격.

꼰대력이 엄청났다.

무사고 학생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자신들이 틀 냄새 난다고 썼던 걸 들키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학교생활은 지옥으로 변한다.

[매화향기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상산 조자룡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철룡이란 말을 듣고 상황 파악을 한 후, 바로 런을 했다.

하나 저들은 몰랐을 거다.

진경수가 닉네임을 곱씹으면서 머릿속에 저장시켰다는 걸.

매화와 조자룡.

두 닉네임만 유추해도 누군지 범위가 좁혀진다.

검산그룹과 신창조가.

무사고에 다니는 두 가문을 찾다 보면 자신을 꼰대라고 부른 놈이 누군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다.

‘내가 귀국하는 즉시, 반드시 너희를 찾아 주마.’

진경수의 뒤끝은 꼰대력과 맞먹는 정도.

매화향기와 상산 조자룡이란 닉네임을 쓴 무사고의 학생은 평생을 후회했다.

무사고에서 척지면 절대 안 되는 인물이 세 명 있었다

사실 무사고에서 척지면 절대 안 되는 인물은 이준과 한지유, 박정연 셋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진경수.

이준 앞에서만큼은 바닥을 기었지만, 남에게는 얄짤없었다.

진경수에게 정체가 탄로 난 그들은 이후로 지옥을 경험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