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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14화 (214/705)

제214화

“얘는 경기 시작했는데 왜 안 오는 거야?”

시합이 시작된 지 한참이나 지났다.

화장실 갔다 온다는 이준이 소식이 없자 박정연이 그를 찾았다.

“똥통에 빠졌나 보지. 시합이나 집중해서 봐. 어?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박혁진이 무대를 보며 소리쳤다.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맹렬한 공격에 남선호는 오직 방어만 하고 있었다.

여태 잘 막고는 있었으나 두 개의 검 중 하나가 부서졌다.

남은 하나도 검날의 이가 많이 나간 상태.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나머지 검마저 부서질지 모른다.

우선 그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부서진 검으로 인해 오른쪽 옆구리가 빈 것.

미즈시마 요시오라는 그 빈 공간을 노리고 자신의 도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퍽-!

살갗이 베이고 치명상을 입은 듯한 파육음이 나야 정상.

하나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선호가 뒤편으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도에 맞은 부위는 옷만 찢어져 있을 뿐.

둔탁한 통증 외에는 없었다.

“아, 적색무의.”

박혁진은 이내 안심을 했다.

남선호가 옷 안에 입고 있은 건 적색무의였다.

무사고 박물관에서 얻은 아티팩트.

이준이 골라 준 물건이었다.

효과가 방어력 150% 상승이었나.아무튼 방어에 특화된 아티팩트라 다행히 남선호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띠링-

띠링-

그 사이 박혁진에게만 울리는 알림음.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렸다.

홀로그램에 화면 우측에 켜진 채팅에서 울리는 소리.

채팅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쟤는 또 뭐임?

-빙결장에 이어 적색쌍검까지?

-돌았다 진짜.

남선호가 시합에 들어가자 박혁진은 바로 방송을 다시 켰다.

TV 중계가 있으나 지금처럼 아무런 가감 없는 현장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

아시아 학원 대항전에서 구독자를 늘림 겸 꿀을 빨려고 켜 놓았다.

박은비에 이어, 남선호까지 일본을 이기면 그야말로 시청률 대박이 터질 테니까.

덕분에 박혁진은 지금 귀가 아플 지경이다.

엄청난 속도로 올라오는 채팅 알림음에 소리를 껐다.

그제야 귀가 편해졌다.

박혁진은 채팅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헤헤. 대박이다. 대박이야.’

남선호가 미즈시마 요시오라에게 밀리고 있으나 화면을 본 일반인들에겐 다른 느낌으로 전달될 거다.

그야말로 철벽.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공격을 모두 받아 내는 남선호에게 느끼는 감정은 벽 그 자체였다.

물론 수준이 같은 각성자가 보면 또 다르겠지만, 화면만 봐서는 남선호가 상대에게 꿀리지는 않았다.

-누가 먼저 뚫냐, 뚫리느냐. 창과 방패의 싸움이네.

-난 적색쌍검한테 건다.

-그래도 명왕도지.

-사독이 랭킹이 더 높긴 하지만 무력으로는 명왕도가 훨씬 위일걸. 개인전이라 적색쌍검이 불리함.

- 난 그래도 적생쌍검한테 올인한다. 이준 편이면 다 됨.

- 222222 모르겠으면 걍 이준 골라.

- 솔직히 이건 명왕도지. 국뽕 적당히 마셔라.

남선호가 분전을 하고 있는 건 안다.

그래도 불안은 했다.

남선호가 철벽같이 방어를 하고 있긴 하나 단 한 번도 반격을 가하지는 못하고 있었으니까.

시청자가 보기에는 남선호가 잘 버티고 있긴 하지만, 그게 다라고 여겼다.

-너무 자신했다.

-적어도 섬전도 허수나 암화 정예은만 내보냈어도 필승이었을 텐데.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일부 시청자는 남선호가 지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철벽같은 방어를 한다지만 공격을 하지 못하면 승리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시청자들이다.

그들은 오직 화면으로만 볼 뿐.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많았다.

내공에 대한 이해도가 없을 뿐더러 등급이 높은 각성자끼리 주고 받는 고도의 심리전 따윈 그들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

또한 이준에 대한 열등감과 부러움을 시기 질투하는 이들이 남선호의 패배를 입에 올렸다.

-대진표가 아쉽긴 하다.

-졌지만 잘 싸웠다. 다음 대진은 잘 좀 뽑자 이준아.

-이준 초심을 잃음. 메스컴에서 오냐오냐 띄워 주니까 더 관심받으려고 일부러 적색쌍검을 대진표에 넣었을 거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긴 하다.

-설계 지렸네. 지 무덤 판지도 모르고.

이준에 대한 비판이 보이자 박혁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 싸람들이! 준이를 뭘로 보고 이딴 말들을 하는 거야.’

순간 확 짜증이 났지만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채팅으로 한마디 했다.

[여러분 이길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졌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응원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맞말. 왜 벌써부터 졌다고 생각함?

-대표팀을 응원해도 모자랄 판국에 스파이냐?

-아주 X문가들 납셨네. 입 닥치고 응원만 하면 될 것이지. 으휴 방구석 여포들. 그렇게 잘 알면 너희들이 대표로 나가시던가.

이준에 대해 비난한 시청자들이 순식간에 매장당해 버렸다.

‘어디서 준이를 건드려. 내가 아니고 박정연이나 지유가 봤으면 너흰 뼈도 못 추렸어.’

시청자들이 이준을 비판하는 댓글에 대신 폭격을 해줘서 후련함을 느낀 박혁진이었다.

* * *

미즈시마 요시오라는 이를 뿌득 갈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내는 상대.

마지막 공격으로 승리를 자신했지만 승패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타격이었다.

“계속 막기만 할 생각이냐!”

그가 남선호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차라리 같이 공격을 주고 받으면 좋을 텐데 상대는 주구장창 방어만 하고 있었다.

공격도 안 통하니 미치고 팔짝뛸 노릇이다.

“버, 벌써 지친 거야?”

무엇보다 저 말투.

자신을 두려워해 말을 더듬는 저 말투가 성격을 살살 긁고 있었다.

차라리 자신감 넘치고 패기 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으리라.

“이익!”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발끈해서 쇄도하려는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시오라! 흥분을 가라앉혀!”

대표팀의 인솔자인 이토 준지로의 목소리였다.

그의 음성이 아니었다면 또 흥분해서 돌격했을 터.

덕분에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퍽-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도를 바닥에 박아 넣었다.

“우리 딱 한 번만 공격을 나눠 보는 것 어때?”

“시, 싫은데.”

“넌 계속 방어만 할 생각이냐. 검도 부러져서 이젠 쌍검도 아니지 않아? 쌍검류는 공격에 특화된 포지션으로 알고 있는데 나한테 공격을 해 보고 싶지 않은 거야?”

그가 남선호를 계속 회유했다.

남선호가 방어를 유지한다면 계속 시간은 흐를 터.

무명의 각성자를 상대로 시간을 오래 끈다는 건 그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갈 거다.

때문에 남선호를 살살 꼬드겼는데.

“나, 난 공격… 별로 안 좋아해.”

전혀 넘어오지 않았다.

남선호의 말에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비실비실해 보이는 놈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저 병신같은 놈 때문에 내 체면이 말이 아니야.’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따끔했다.

왜 저딴 놈도 빨리 이기고 돌아오지 못하냐는 핀잔 섞인 시선들.

그러니까 네가 사독보다 유망주 랭킹이 낮다 하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시간을 계속 끌면 나만 손해야. 저 무식한 방어를 단번에 뚫어 버릴 게 필요한데.’

미즈시마 요시오라에겐 숨겨진 힘이 있었다.

어느 은거 기인이 준 힘.

명왕도법과 굉장히 잘 맞으면서도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고작 2성의 경지로 배틀로얄에서 승자가 되게 해 준 도법이다.

그 무공의 이름은 명부도법.

명왕도법과 비슷하면서 공격력 면에선 압승을 했다.

하나 2성을 넘어 3성에 도달했을 때부터는 사용이 금지됐다.

은거 기인의 당부.

3성부터 5성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이 도법을 익히고 있다고 알리지 말라 했다.

만약 어길 시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1성의 명부도법이라면 괜찮겠지.’

여태껏 그 말을 잘 지켰지만, 오늘만큼은 어길 생각이었다.

설마 이 도법을 쓴다고 알아볼 사람이 있겠나.

있다 하더라도 잡아떼면 그만.

명왕도법과 명부도법은 이름만 다를 뿐이지, 같은 도법이라도 해도 될 만큼 비슷했다.

‘저 병신 자식을 빨리 죽여야겠어.’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기세가 단번에 바뀌었다.

그의 몸에서 스멀스멀 불길한 기운이 올라왔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 짜릿한 느낌. 너무 좋아.’

얼마나 참았던가.

수련할 때 말고는 사용할 수 없었다.

명부도법이 3성에 이른 시점부터는 지금과 같이 도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으니까.

내공을 고작 1성만 주입했을 뿐인데, 검은 아지랑이가 희미하게 보였다.

이것만으로도 자신이 마공을 익혔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물론 마공을 익힌다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

금지된 마공을 익힌다 할지라도 상관은 없었다. 그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뿐.

영웅에서 범죄자로의 변화.

강해도 범죄자보다는 영웅으로 사는 게 훨씬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어도 숨기고 있었던 것.

설마 이곳에서 눈앞의 병신을 상대로 명부도법을 꺼낼 줄 알았겠나.

명부도법을 꺼낸 이상 상대를 꼭 죽여야 했다.

* * *

‘이번엔 달라!’

한편 남선호는 침을 꼴깍 삼켰다.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도에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걸 보자 느꼈다.

여태껏 선보였던 공격은 에피타이저라는 걸.

지금이 메인이었다.

‘온다!’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도가 번쩍였다.

도기.

반월 모양의 기운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왔다.

남선호는 막기보단 보법을 펼쳐 도기를 옆으로 흘렸다.

쾅!

육중한 폭음과 함께 무대에 폭사한 도기.

단단하던 무대에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남선호는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공격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의 임무는 상대를 도발하는 것.

이준이 마지막에 귓속말로 부탁한 건 상대의 실력을 최대한 끄집어내라는 거였다.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바뀐 모습에 이준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것만 같았다.

아마도 저 불길한 기운을 이준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준은 자신이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저 기운을 끄집어내길 바랐을 테고 말이다.

‘미즈시마를 더 흥분하게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선 이제 공격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건 남선호의 패착.

이준의 부탁으로 인해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공략법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공격은 하지 말고 방어만 하라는 말.

이준의 당부였지만, 자신에게 큰 임무가 맡겨졌다는 생각에 무리를 한 거다.

팟!

남선호가 보법을 펼쳐 미즈시마 요시오라에게 접근을 했다.

날이 거의 나간 검으로 그를 찔렀다.

기습 공격.

도기를 날리는 큰 공격을 한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반격을 가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공격이 먼저였다.

푸욱-

아니나 다를까.

날이 다 빠진 검임에도 불구하고 미즈시마의 겨드랑이에 박혔다.

상처가 난 곳에서 피가 나오면 그의 옷을 잔뜩 적셨다.

남선호는 자신의 공격을 허용해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잔뜩 화가 났을 거라 예상했다.

이제 빠져서 그가 더욱 흥분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드디어 내 공격 범위에 제 발로 들어왔어. 크크.”

상처를 입은 미즈시마 요시오라가 웃고 있었다.

그의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다.

그 눈동자를 본 순간 남선호는 아차 싶었다.

‘일부러 공격을 허용한 거였어…’

날이 다 빠진 검을 놓고 뒤로 몸을 다급하게 뺐다.

하지만 상대와 너무 가까웠다.

퇴보를 밟는 사이 미즈시마 요시오라의 도가 위에서 아래로 그어졌다.

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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