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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12화 (212/705)

제212화

한국은 그야말로 영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일본 유망주 2순위를 가뿐히 제압한 사람은 검화도, 독화나 빙화도 아닌 빙결장.

대표팀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하는 박은비가 일본을 압살한 것이다.

[빙결장 박은비 VS 사독 사사키 유우. 빙결장 승!]

[빙결장의 압도적인 무력.]

[빙결장의 현재 등급은?]

한국에는 박은비에 관한 기사가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빙결장 뭐임?

-일반 각성자라며?

-가문 연맹의 무공도 아닌데 저게 가능한 거야?

커뮤니티에는 의문표가 잔뜩 붙은 댓글들이 달렸다.

박은비는 일반 각성자 출신.

가문 연맹 출신이 아니다.

일반 각성자로 엘리트 학교에 입학간 인재.

하나 딱 그뿐이다.

또한 그녀에 대해서 알려진 건 E급에서 성적이 좀 좋은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던가.

아직 많은 성장을 해야 하는 각성자 중 하나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녀가 일본 유망주 2위를 이긴 것이다.

일본 네티즌에게 갔어야 할 패닉이, 한국 네티즌에게 온 거다.

-……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

-난 다시 돌려보고 또 돌려봄.

-누가 저 상황 설명 좀.

-가문 연맹 출신이라면 이해는 해 보려고 노력해 보겠는데, 일반 각성자 출신이라 뇌 정지 왔다.

박은비의 활약 덕분인지.

그동안 가문 연맹 출신에 가려져 천대받았던 그들이 설움을 토해 냈다.

-ㅅㅂ. 일반 각성자라고 항상 가문 연맹 밑에 있으란 법 있냐.

-2222.

-3333.

-이젠 일반 각성자도 기 좀 펴자.

아시아 학원 대항전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변화.

박은비를 바라보던 시선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은 끝이 없었다.

그녀가 사사키 유우를 너무도 쉽게 이겨버렸으니까.

-그런데 영약이라도 빨았나. 저 실력 차이가 말이 됨?

-사독을 이겼다는 게 믿기지 않긴 함.

-안 믿기면 검룡 너튜브로 가서 물어보던가.

누군가의 댓글에.

-검룡 방송 켬?

-시합 시작 전부터 켜 놓음.

-지금은 끈 상태일걸?

-하긴 전략 짜는 타임이니깐.

-다시 켠데?

-시합 전에 다시 켜지 않을까.

모두가 검룡 박혁진이 방송을 켜기만을 기다렸다.

그곳에서 박은비가 대체 어떻게 사사키 유우를 이겼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들의 머리로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E급 각성자가, A급에 오른 것도 기겁할 노릇인데.

일본 최상위 유망주를 찜 쪄 먹었다는 건 커다란 충격이었다.

* * *

한편, 경기장 VVIP실에서 시합을 보고 있던 당소미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인상에 옆에 있던 진천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국이 이겨서 기분이 안 좋으신지…”

“저 여자아이가 쓴 진법 어떻게 봤어?”

“빙결장이 진법을 썼습니까?”

“설마 몰랐던 거야?”

“제… 눈엔 안 보였는데.”

진천우가 말을 흘렸다.

그의 눈엔 정말 아무것도 안 보였다.

진법?

그저 빙결장이 빙공으로 사독을 공격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법을 펼쳤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진천우의 반응에 당소미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은오 너는 봤어?”

“예.”

천장에서 뚝 떨어진 검은 무복을 입은 인영.

당소미의 최측근인 은오가 대답했다.

“어떤 진법 같아?”

“전륜살상진과 많은 부분이 비슷해 보입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비슷해 보이지만 달랐다.

전륜살상진은 파괴의 진법.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에 특화된 진법이다.

물론 혼자서는 방어가 도외시되지만, 전륜살상진을 펼치는 인원이 더 있다면 서로 보완이 되는 희귀한 진법이었다.

“전륜살상진보다 더 발전되어 보이는 진법 같단 말이야.”

“제 생각 또한 그렇습니다.”

마치 단점을 모두 보완한 듯 싶었다.

전륜살상진이면서도 아닌, 완전 새로운 진법.

혈마가 죽은 후 무림에서 사라졌던 게 나왔다.

각성자들이 가진 무공은 천외천에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무공이 퇴보했을 뿐만이 아니라, 모두 허접했다.

AA급 각성자라고 으스대는 놈들.

무림에선 최절정의 경지에 있지만, 막상 붙어보면 무공의 깊이가 얕아 상대하기 너무 쉬웠다.

그러나 전륜살상진을 익힌 저들은 좀 위험해 보였다.

정확히는 전륜살상진을 보완한 저 진법이 당소미의 불안감을 자극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진천우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저, 전륜살상진이라면… 그, 그 혈마와 12장로가 사용했다던 진법입니까?”

“전륜살상진을 알아? 강호인에게도 금기시된 진법인데.”

“헉!”

진천우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최근에야 발견된 정보였다.

혈마에 관한 고서를 보고 얼마나 소름이 끼쳤던가.

특히 무공보다는 그가 펼친 진법에 더 눈이 갔다.

1인 군단으로 만들어 주는 진법.

전륜살상진만 있다면, 천외천 말고는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던 진천우였다.

“무, 물론입니다. 혈교의 교주와 12장 혈장로가 펼친 전륜살상진으로 정파의 최정예가 깡그리 죽었…”

그가 흥분을 한 채 말하다가 입을 꾹 닫았다.

당소미의 눈빛이 살기로 번들거렸기 때문.

계속 입을 나불댔었다면 저 날카로운 손톱이 심장을 파고들었을지 모른다.

“조, 죄송합니다.”

진천우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빌었다.

그가 듣기론 당소미는 정파의 인물.

무림의 시대에 살았던 괴물이다.

“맞는 말이야. 혈마로 인해 정파에 암흑기가 찾아왔지.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무림은 사라졌을 거야.”

“그가 누굽니까?”

“입에 올리면 죽을 텐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살기가 전신을 찍어 누르고 왔다.

‘…그, 그가 누구길래 입에 올리지도 못하는 거지?’

그러다 전신을 압박하는 살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당소미의 음성이 들렸다.

“알려고 하지 마. 정말 궁금하면 이것 하나만 알아 둬. 우리가 모시는 인주도 ‘그’의 발끝도 못 따라간다는 걸.”

말하는 당소미의 음성이 살짝 떨려왔다.

그 속엔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을 공포.

그가 죽은 지 백 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녀의 머리에 각인된 공포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화경에 오른 순간 깨달았어. 그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었는지를.’

경지가 높아질수록 가늠할 수 있는 세상의 크기도 커진다.

화경은 무인들에게 꿈의 경지.

그 화경에 올랐음에도 두렵고 무서웠다.

신의 반열에 오른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지,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천, 지, 인주께서 그를 속여 죽이지 않았더라면….’

무림은 혈마가 이끈 암흑기보다 더한 안 좋은 상황에 처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무림이.

더 나아가 나라가 망했을 수도 있었다.

그 괴물은 혼자서 나라를 없애 버릴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괜히 신의 반열에 오른 인간이 아니었다.

‘저 아이가 사용하는 진법. 왠지 꺼림직해. 조사해 보는 게 좋겠어.’

그와 혈마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나.

저 진법에서 하필 그 노괴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 꺼림칙한 경고는 언제나 잘 들어맞아서 더 느낌이 안 좋았다.

“은오.”

그녀가 은오의 이름을 불렀을 때, 은오는 그녀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미 짐작했다.

“알아보겠습니다.”

쓱-

은오가 방에서 사라졌다.

진천우가 봐 왔던 그 어떤 은신술보다 은밀했다.

천외천의 인물들은 그가 보기에 모두가 대단한 자들이었다.

* * *

[큼큼. 어찌 이리 귀가 간지러울꼬.]

‘누가 사부님 욕하나 봅니다.’

[너는 아니고?]

‘제가요? 절 아주 배은망덕한 놈으로 만드시네요.’

[사부를 욕할 사람이 너밖에 없지 않느냐.]

‘사부한테 원한이 있는 사람이 욕했나 보죠. 아, 지금 바쁘니깐 말 걸지 말아 주세요.’

두 번째 시합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

밥을 먹고 생각하기 딱 좋은 화장실 타임.

대기실 안에 있는 화장실은 6성급 호텔 화장실의 럭셔리함을 자랑했다.

이준이 홀로그램을 열었다.

지금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세상에 회의를 느낀 무극의 길 루트(??)

은거자(7) - 마조의 알(110,000,000)

무공(3) - 무극기

(0/999,999,999)(-160,249,999)

능력치(108) - 정신력+15(5,000,000)

테크트리 포인트 116,980,000

마조의 알을 얻을 테크트리 포인트를 다 모은 것.

파랑이와 동급인 영물을 하나 더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숨을 마시고 들이 내쉬는 걸 반복한 끝에 마조의 알을 얻었다.

[마조의 알을 얻으셨습니다.]

허공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하나의 작은 알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이게 마조의 알이구나.”

[마조의 알]

종류: 영물

등급: ???

설명: 혼원문의 수호 영물로 검은 불꽃을 뿌린다고 하여 ‘흑염마조’라고도 불립니다. ‘흑염마조’가 하늘에 뜨면 꼭 혈신이 나타났다 합니다.

부화 조건: 일정 수준의 파천멸기(0%)

현재 상태: 태어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뀨우?”

바닥에 앉아 있던 파랑이가 고개를 들었다.

이준이 들고 있는 마조의 알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끙끙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네 친구가 생길 수 있게 이 형이 빨리 부화시켜 줄게.”

“뀨우!”

파랑이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파랑이는 오른쪽, 마조는 왼쪽 주머니에 넣으면 되겠다.”

파랑이와 마조의 알을 주머니에 함께 넣기에는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마조의 알은 얻었으니 이제 파천멸기만 모으면 되겠네.”

중국은 천외천의 본진.

아시아 학원 대항전을 무리하게 당긴 이유가 있을 터.

분명 천외천의 수작인 게 뻔했다.

가령 블랙존 게이트를 강제로 열기 위해 각성자의 목숨이 필요하든지 말이다.

천외천을 마주치면 정확한 이유를 알겠지.

그들을 잡다 보면 마조의 알도 부화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은거자 항목이 개방됩니다.]

[태양지체 OR 마신지체를 찍을 수 있습니다.]

이준은 마지막 메시지까지 확인을 끝냈다.

‘이번에는 특성이 둘로 갈리네요.’

[혼원은 천신도, 마신도 될 수 있는 신공이다. 네 선택에 따라 무공의 방향이 정해진다는 말이지.]

‘천신과 마신…’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둘 중 뭐가 좋아요?’

[어느 쪽이 좋다고 단정할 수 없느니라.]

‘그러면 다르게 질문해 볼게요. 사부님은 어느 쪽으로 치우치셨어요?’

태양지체와 마신지체의 선택이 나온 걸 보면…

무극자 사부는 두 가지 신체 모두를 지닌 것 같았다.

이 테크트리 루트는 무극자 사부가 생전에 지녔던 능력이었으니까.

[사부는… 마신지체를 선택했느니라.]

‘예상은 했어요. 무시무시한 별호랑 딱 맞는 게 마신지체뿐이죠.’

이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에겐 괴짜 사부.

자칭 고금제일인이라 외치며 성격을 종잡을 순 없으나 이것 하나만큼은 잘 안다.

사부의 말은 거짓이 하나 없다는 걸.

마신지체 루트를 탄다면 자신 또한 고금제일의 길을 걷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망설이지 않았다.

“저도 사부님 따라 마신지체를 선택해야겠네요.”

이준의 선택에 무극자 사부가 동요했다.

그 어떤 때보다 놀란 목소리였다.

무극자 사부가 처음으로 이준의 선택을 말렸다.

[… 잘 생각해야 하느니라. 태양지체도 마신지체만큼 강해질 수 있다. 노력에 따라 신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어. 하나 마신지체는… 잘못하다간 천살성을 깨울 수 있느니라.]

천살성.

무협지에서 많이 들어 보았다.

살기가 너무 짙어 세상을 피로 물들이게 하는 운명을 타고난 별자리.

천살성이 깨어나면 세상이 파멸한다는 설이라는 게 무협지의 설정이었다.

‘사부님이 옆에 계시는데 뭔 걱정이에요. 항상 제 옆에 계실 거잖아요.’

이준의 말에 무극자 사부가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고심하고 또 고심하거라. 이 사부만 믿지 말고. 언제까지 사부가 네 옆을 지킬 순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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