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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00화 (200/705)

제200화

박춘식 앞에 놓인 500ml 페트병.

상표에 구름 보리라고 쓰여 있었다.

“차가 다 떨어진 바람에 이거라도 드세요.”

이준은 정말 박춘식에게 구름 보리를 냉장고에서 꺼내 줬다.

“목만 축이면 되오.”

대련하면서 얼마나 목이 탔는지 박춘식은 구름 보리의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캬. 오랜만에 먹었더니 이것도 맛있군.”

손으로 입을 닦은 박춘식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내 손자와 손녀의 실력과 새로운 무공, 이준 선생의 작품이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두 남매의 실력을 키워 준 점 할아비가 된 입장에서 선생께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박춘식이 고개를 작게 숙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였다.

대한민국 각성자의 최고 어른.

그에게 인사를 받는 건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문의 무공을 함부로 손대는 건 특별반 선생이라도 월권과 같은 행위요. 알고 있소?”

감사의 인사를 끝낸 그가 문제점을 꼬집었다.

“알고 있습니다.”

“특히 혁진이는 가문의 후계자외다. 만약 가문의 가신들이 이 사실을 알기라도 하면 혁진이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오.”

“철혈검가가 방계에 휘둘릴 만큼 약하지 않을 건데요.”

가문은 직계와 방계로 나뉜다.

가주의 4촌까지는 직계 혈족으로 치고, 5촌부터는 방계라 불리었다.

“강하고 약하고를 논할 문제가 아니오.”

“상징성이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소이다.”

“그런 거라면 검제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근거로 말이오?”

“검제께선 두 남매의 새로운 무공을 제가 가르쳤다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렇죠?”

“…맞소.”

박정연은 그렇다 쳐도 후계자인 박혁진만은 철혈검가의 무공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남이 알려 준 무공.

특히 지금은 선생을 하곤 있으나, 이준의 원래 신분은 신력권가의 가주였다.

그가 가르쳐 준 무공을 배운 박혁진과 박정연은 결국 근본이 사라진 격.

이준이 나쁜 생각을 먹는다면 이 사실을 매스컴에 슬쩍 흘릴 거다.

철혈검가의 무공을 버리고 자신이 가르쳐 준 무공을 익혔다며 말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철혈검가가 아닌, 이준의 신력권가와 더 밀접한 관계가 된다.

이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방계가 아니었다.

이준도 박춘식의 걱정을 알기에 근심을 덜어 줬다.

“두 남매의 무공은 제가 가르쳐 준게 아니에요.”

“조금 전에 선생의 작품이라고 하지 않았소?”

“실력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굴렸고, 그 덕분에 특성을 개화해 실력이 단 번에 상승했으니까 제 작품이 맞죠.”

“두 아이가 특성을 개화했단 말이오? 어떤 특성을 얻었다 하오?”

박춘식의 얼굴이 흥분으로 가득했다.

후계자란 손자는 어릴 적 특성을 개화하긴 했으나 전투 계열이 아니었다.

스카우터로서 재능.

이 또한 좋은 특성이긴 하나 현 시대는 힘이 대변하는 시대였다.

전투 계열 특성을 개화하는 게 요즘 말로 황족 특성이었다.

“차근차근 말씀드릴 테니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잠시 이성을 잃었소. 우선 아이들이 어떤 특성을 얻었는지 말해 주시겠소?”

“뇌전검왕과 뇌후란 특성이라네요.”

박춘식은 아직 이준의 악마 교관이란 능력을 모른다.

잘못하면 귀찮아질 것 같아 대충 남매가 가르쳐 준 걸로 말했다.

“뇌전검왕과 뇌후…?”

박춘식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점점 눈이 커졌다.

일반적인 특성은 특정인물의 칭호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

정말 극소수의 각성자만이 특정 인물의 칭호를 얻었다.

예를 들어 천마라던지, 활불이라던지.

세계 랭킹에 든 각성자 중에서도 소수만이 지닌 초희귀 특성이었다.

“설마!”

박춘식의 놀람에 이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맞아요. 그 특성에 붙은 효과가 남매의 무공이에요. 이러면 가문도 문제가 없겠죠?”

“없다뿐이겠소?! 천뢰제왕신공보다 강한 S급 무공인데 방계에서 찍소리도 못 하지.”

이준에게 무공을 전수받은 게 아니라, 특성으로 새로운 무공을 배웠다고 하니.

박춘식이 걱정하는 문제가 깔끔하게 사라졌다.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소.”

“잠깐만요.”

“말씀하시오.”

“검제께선 남매의 무공 등급을 S급으로 알고 계세요?”

“S급이 아니었소? 천뢰제왕신공보다 강해 윗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검제는 S급 이상의 등급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시켜 줬다.

남매가 어떤 대단한 무공을 익히게 됐는지.

그래야지만 철혈검가와 검제에게 조금이라도 뜯어 먹을 게 있으니까 말이다.

“S급이라니요! 남매가 배운 무공의 등급은 SS급입니다.”

“뭐, 뭐요!?”

검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칠십 평생을 통틀어 가장 놀란 순간이었다.

* * *

“이준 선생. 실례가 많았소.”

“이야기 재밌었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철혈검가에 전화하시오. 내 가주에게 말해 놓으리다.”

“그 제가 알기론 철혈검가의 보물창고에 각종 희귀한 내단이 차고 넘친다는데… 예를 들어 화령초라든가, 적웅의 내단이라든가 말이죠.”

철혈검가가 타 가문 모르게 꽁꽁 숨겨 온 보물을 이준이 알자 박춘식이 너털 웃어 버렸다.

“허허. 대체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으셨소.”

“제가 좀 한 정보 합니다.”

“신기지가에서도 모르고 있던 사실인데, 이준 선생께 영약을 모두 털리게 생겼구려.”

“다 손자와 손녀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십시오.”

“허허. 알겠소이다. 한 11개 정도의 영약이면 되겠소이까?”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검제 어르신.”

또 한 명 낚았다.

진씨가문에 이어, 철혈검가까지.

이대로 많은 가문과의 관계를 잇기만 하면 된다.

천외천의 악마들이 준비가 끝나기 전.

아직 나중의 일이지만, 천외천에게 대항할 수 있게 결속을 다져야 했다.

그 첫 번째가 특별반 학생들을 통해 여러 가문과 다리를 만들어 놓는 거다.

철혈, 신기, 진씨.

세 가문과 아주우우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놨으니, 이제 차근차근 인맥을 넓혀 가면 됐다.

특별반 학생 가문과 전부 연결이 되면 재능 있는 아이들을 영입해서 키우고.

여기에 테크트리 포인트는 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얻는 게 일석이조를 가뿐히 넘는다.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건 천주 때문이야.’

무극자 사부는 강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하지만 이준은 생각이 달랐다.

사부가 말한 건 지킬 게 아무것도 없을 때의 이야기.

이준은 지키고 싶은 게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 가고 있는 신력과 박혁진을 비롯한 아이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평화로운 시대를 지키고 싶어졌다.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였다.

천외천 악마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했으며 머릿수 또한 많았다.

그러니 전생에 세계의 2/3를 먹었겠지.

이준은 힘이 없어 천외천에게 대항하지 못했던 전생의 일을 되풀이 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 생은 어떻게든 천외천을 막아 볼 거다.

전생과는 달리 자신은 무극자 사부가 준 힘까지 있었으니까.

“돌아가서 바로 보내 드리리다.”

이준이 넙죽 받자 박춘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생 처음으로 난제를 만났다.

무려 50살 이상이나 어린 이준이란 난제를.

풀면 풀수록 어려워 그냥 포기했다.

언젠간 그에 대해서 모든 게 알려지겠지.

억지로 까 봐야 관계만 흐트러질 뿐.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한 박춘식이었다.

“들어가세요.”

이준의 인사를 받은 박춘식이 두 남매를 보며 말했다.

“이준 선생 밑에서 열심히 배우거라.”

“저희가 가진 무공 익혀도 되요?”

“SS급 무공이라 들었다. 특성 덕분에 무공을 얻었다지?”

“네.”

“그러면 아무 상관없다. 가문에는 할아비가 말해 놓을 테니, 무공에 정진하거라. 너무 무공의 등급만 믿지 말고.”

“알았어요.”

박정연의 얼굴이 그제야 펴졌다.

박혁진도 마찬가지.

두 사람은 박춘식이 떠나는 걸 배웅하고 특별반 운동장으로 돌아왔다.

“자! 다시 수업을 시작해 볼까?”

박춘식의 난입으로 인해 수업이 중단되었던 상황.

그가 돌아가자 그를 보겠다고 나왔던 선생과 학생들이 돌아가 주위가 한산했다.

“차 선생님을 포함해서 모두 전륜마멸진을 배워.”

특별반 학생들이 책을 꺼내 들어 양쪽을 잡고 찢었다.

부욱 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몸이 반짝였다.

알림과 동시에 나타난 메시지.

[전륜마멸진(S)를 터득하셨습니다.]

특별반 학생들이 아시아 국가를 통틀어 처음으로 S급 진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전륜마멸진을 배워서 알겠지만, 혼자 펼치는 진법이야.”

그들은 여태껏 3인 1조를 이루어 백호연격진을 펼쳤다.

그러나 전륜마멸진은 1인 1조의 진법.

혼자서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무속성 진법이다.

“배우기 까다롭겠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나한테 엎드려 절할 테니까 열심히 연습해.”

“1인 진법이 세상에 존재했어?”

“역사 수업인 무림사에서도 전륜마멸진 같은 진법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는데.”

“내가 배우지 않았으면 구라까지 말라고 욕할 뻔했어….”

박정연과 정예나가 상태창을 보며 중얼거렸다.

둘뿐만이 아니라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 때.

“전 선생님이라면 1인 진법쯤은 가지고 계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철룡 진경수가 존경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준의 말이라면 똥을 된장이라고 여길 정도로 믿음이 강했다.

믿음과 충성에서 밀릴 수 없었던 허수가 한술을 더 떴다.

“전 철룡 선배님이 생각하기 훨씬 전부터 선생님이 저희에게 어마어마한 보물을 줄 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난 너보다 훠어어어얼씬 더…”

강적은 서로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두 사람이 딱 그 짝이었다.

이준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두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 없는 이준이 수업을 시작했다.

* * *

인천국제공항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늘은 아시아 학원 대항전에 참가하는 무사고 학생들이 출발하는 날이었다.

“저기! 무사고 차량이야!”

한 기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서 커다란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버스가 멈추고 무사고 학생들이 내렸다.

그런데 내리는 이들의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

잠을 못 잤는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었다.

어디 아픈 사람처럼 혈색도 창백했다.

몸은 어떤가.

힘이 하나도 없는지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으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시아 학원 대항전에 참가하는 최정예 인원이 맞나 싶을 만큼 기세가 형편없었다.

“어제 훈련을 빡세게 했나? 맥이 하나도 없잖아?”

“훈련을 빡세게 해도 그렇지. 거의 패잔병 수준 아닙니까?”

“괜찮을까…?”

기자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보며 걱정하는 사이.

마지막으로 이준이 내렸다.

“아, 쪽팔려. 안 타고 간다니까 기어코 타고 가라네.”

이준이 버스에 붙여진 스티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보란 듯이 버스에 붙여진 스티커.

‘아시아 학원 대항전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조용히 잘 갔다 왔으면 좋으련만.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비견되는 행사이니만큼, 꼭 단체 행동을 해 달라고 한민성 이사장이 부탁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온 거다.

이준과 특별반 학생들이 일렬로 서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통솔한 선생님도 비무에 참가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학생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저들의 컨디션을 관리해 주는 것도 통솔자의 책임인데 한마디 말씀 좀 해 주십시오.”

“빡센 수련으로 인한 일시적인 탈진 상태일 뿐. 아무 이상 없으니 염려 마세요.”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해 주었다.

이 또한 한민성 이사장의 신신당부였다.

그래서인지 그가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을 해 주고 있는데.

“이준 선생님. 요번 아시아 학원 대항전 자신 있습니까?”

자극적인 질문이 들어왔다.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익히 아는 기자.

자신의 팬클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게이트 정보 매거진의 김서아 기자였다.

이준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원숭이는 물론, 짱깨들까지 가뿐히 발라 버리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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