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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99화 (199/705)

제199화

‘몸에 가해진 충격을 내공이 그대로 흡수한 게야. 아직 2성밖에 안 된 내기가 어찌 내 천뢰제왕신공의 내력을 막는단 말이냐.’

당황해하며 급하게 펼쳤다곤 하나, 손바닥엔 6성의 공력이 담겨 있었다.

이 정도의 공력이면 내부의 장기가 조각조각 났을 터인데.

전혀 그런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손녀 주변의 내기가 불안정할 뿐.

그마저도 잠시 후엔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왔다.

‘허… 어떤 무공이기에.’

옛날에는 미발견된 무공이 종종 나왔지만 근래에 들어선 없다시피 했다.

거의 다 발견됐다고 여겼는데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저 귀한 걸 어디서 얻었을꼬.’

한 번 손속을 나눠 본 것만으로도 엄청난 무공인 걸 알았다.

아니, 확신했다.

손속을 나눠 보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함이 느껴졌으니까.

궁금증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원래라면 그만해야 했다.

손녀를 다치게 한 것도 박춘식으로선 엄청난 추태였으나 그러지 않았다.

아직 새로운 무공에 대한 궁금증이 남은 상황.

조금 더 손녀와 손속을 나눠 보고 싶었다.

“더 할 수 있겠느냐.”

“후욱… 네. 할 수 있어요.”

“좋아. 이번엔 혁진이도 같이 이 할아비를 공격하거라.”

“네? 저도요?”

안절부절 바라만 보던 박혁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할아버지는 자신들이 가문의 무공을 버려 불같이 화를 내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셨다.

“네 무공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한꺼번에 보자꾸나. 이준 선생. 검 한 자루만 빌려주시겠소?”

박춘식이 이준을 향해 묻자.

“네. 마음껏 가져다 쓰세요.”

이준이 흔쾌히 대답했다.

“고맙소이다.”

박춘식이 운동장에 비치된 연습용 무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까 전 나뭇가지가 허공에 떠서 날아왔던 것 같이, 연습용 칼 하나가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 제대로 해 보자꾸나.”

나뭇가지를 잡았을 때도 그에게서 흘러나온 위압감은 엄청났다.

한데 검을 잡으니 위압감이 한층 더 강해진 게 아닌가.

그의 반경에 있는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정연과 박혁진이 침을 꼴깍 삼켰다.

“너희들이 안 오면 할아비가 가마.”

쿵!

박춘식이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쏘아졌다.

박정연과 같은 번개의 움직임은 아니나 육중하면서도 태산 같았다.

“야! 멍하니 있지 말고 검 뽑아!”

“어? 어. 알았어.”

박혁진도 검을 뽑았다.

벽운과는 달리 청명한 소리를 내는 천월.

기분 좋다는 듯 검이 진동하며 공명음을 내었다.

“온다!”

박정연의 신호에 박혁진이 전뢰검법을 펼쳤다.

2식 은사격.

뇌의 검기였다.

일반적인 검기를 날린다면 SS급 검법이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터.

박혁진이 천월로 펼친 검기는 달랐다.

‘검기가 사라져?’

박춘식이 앞을 향해 달려가는 그때.

오른쪽 발밑에 살기를 감지했다.

그가 달려가는 걸음을 멈췄다.

검을 역수로 잡으며 오른쪽 발밑을 향해 검을 내려친 순간!

쾅!

폭음이 울리며 모래바람이 일었다.

모래바람 안에 있는 박춘식은 꽤 놀라워했다.

‘사라지는 검기라니.’

극쾌를 바탕으로 펼친 검기라도 각성자에 따라 공격이 눈에 보였다.

물론 박춘식도 자신이 보지 못한 검기는 이 세상에 없다고 자부했다.

일본의 원숭와 중국의 천마.

두 사람이 날린 검기도 직접 겪어봤던 게 자신이었다.

형체가 없는 심검류라면 몰라도, 자신이 검기를 놓칠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박춘식의 자신감은 여지없이 깨졌다.

박혁진이 쏘아 보낸 검기.

마치 은신 기능을 탑재한 듯, 날아오는 게 보이지 않았다.

오직 처음과 끝만이 존재하는 검기였다.

중간은 생략한 채 말이다.

‘이게 혁진이가 익힌 전뢰검법인가?’

내공은 똑같아도 서로 다른 검법을 익혔단다.

뇌신검법은 빠르고 강맹하며 정대했다.

허나 전뢰검법은 빠르고 강맹하나 뭔가 사이해 보였다.

느낌상 사파에서나 익히는 야비한 느낌이랄까.

이 야비한 게 강력한 힘에 의해 한껏 묻혔다.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롭구나.’

기감이 뛰어난 각성자가 아니면 필살.

검기가 날아오는지 알아차리지 못해 목숨을 내어 줄 게 뻔했다.

박춘식이 본 전뢰검법은 은신을 유지한 채 먹이를 향해 아가리를 활짝 편 독사와 같았으니까.

‘이번엔 옆구리.’

쾅!

모래 먼지 안에서 박혁진의 검기를 막는 박춘식.

막을 때마다 들고 있는 검날의 이가 날아갔다.

그러는 사이.

콰르르르-

번쩍!

하늘이 트림을 하더니 빛이 일시적으로 뿜어졌다.

그와 동시에 한 줄기 벼락이 박춘식을 향해 폭사했다.

콰앙!

손자인 박혁진만 있는 게 아니었다.

또 한 명의 공격자.

박정연이 뇌신검법 1식, 뇌격을 펼친 것이다.

“성공했나?”

그녀가 뒤로 빠지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의 공격이면 할아버지께 작은 상처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허. 내가 가장 아끼는 옷이 찢어졌구나.”

어림도 없었다.

두 남매의 공격은 고작 박춘식의 옷깃을 자른 게 다였다.

* * *

벌컥!

남 비서가 이사장실 문을 황급히 열었다.

“이사장님!”

“무슨 일인가요?”

“비선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일로요?”

“거, 검제께서 학교에 오셨답니다.”

“검제 님이요? 천무대전 때 말고는 학교에서 오시지 않았던 분인데…”

손자, 손녀의 입학식 때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 검제 박춘식이었다.

그가 움직이면 여러 사람이 피곤했다.

대한민국의 최고 각성자.

현 정부의 대통령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철혈검가 내에서만 지내기도 유명했다.

그런 양반이 천무대전이 끝난 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학교에 또 왔단다.

“비선쪽에서 검제 님이 움직인 이유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검제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시죠?”

“마지막 보고로는 이준 선생이 있는 특별반으로 향했다 합니다.”

“특별반이라… 박혁진, 박정연 남매를 보러 움직이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준 선생 때문일까요?”

“저도 모르겠군요. 직접 가 봐야 알 것 같아요.”

한민성이 이사장실을 나왔다.

엉덩이 무겁기로 소문난 검제가 천무대전 말고 학교에 온 건 이례적인 일.

필시 이유가 있었다.

콰르릉-

번쩍!

하늘에서 천둥이 치며 낙뢰가 아래로 떨어지는 게 한민성의 눈에 잡혔다.

“빨리 가 보죠.”

한민성과 남 비서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가 이준네 특별반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청운 스님과 나 선생님도 나오셨나요?”

특별반 선생들도 검제를 보겠다고 움직이고 있었다.

“이사장님도 이곳으로 오시는 걸 보니, 같은 목적이시겠군요.”

“맞습니다. 그보다 검제 님 때문에 학교가 순식간에 마비가 된 것 같아요.”

그가 주위로 고개를 돌렸다.

선생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경공을 써 가며 이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검제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열망이 그들의 눈에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콰앙!

이준네 특별반이 있는 곳에서 굉음이 일었다.

땅을 타고 전해져 오는 진동음에 선생들과 학생들의 표정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혹시나 검제가 무공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준네 특별반 쪽으로 몰려간 것이다.

“저희도 늦기 전에 빨리 가야겠네요.”

한민성과 선생들이 이준네 특별반이 자리한 곳에 도착했다.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검제가 두 남매와 겨루고 있었다.

천뢰제왕신공을 전력으로 사용하고 있진 않으나 그게 어딘가.

검제가 무공을 사용하는 걸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천운이었다.

“허…”

“어떻게 된 일일까요…?”

검제의 화려한 검법도 일품이었으지만, 특별반 선생들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영상으로는 봤는데 아이들의 실력이 저 정도였다니.”

청운의 눈동자가 좌우로 떨렸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한층 강해져 있는 학생들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풋내가 풀풀 풍긴 게 사실.

경험을 많이 쌓아야겠구나 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실력이 좋다한들 경험보다 뛰어난 건 없었으니까.

실제로 실력 있는 각성자가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을 뛰던 중 죽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났었다.

처음에는 운이 나빴다고 자부했지만 차후에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판명이 났다.

실력 좋은 각성자가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청운도 박혁진의 무공 실력에 놀라는 게 다였다.

“이젠 내 생각을 뒤집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리고 또 한 가지.

청운의 시선을 잡아끄는 게 있었으니.

“이사장님.”

“말씀… 하세요.”

“저 아이들이 쓰는 무공, 철혈검가의 무공 맞습니까?”

“……저도 사실 헷갈려요. 음… 뇌기를 지닌 걸로 봐선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다양한 무공의 종류를 알고 있는 한민성조차 정확히 말할 순 없었다.

철혈검가의 검법과 닮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무공.

보는 것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었다.

두 남매의 무공이 어떤지 관찰하기 위해 한민성은 움직임에 집중했다.

모두가 대련에 빠졌다.

학생들은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

눈을 깜빡이는 것도 최대한 자제했다.

“우와…”

“개쩔어.”

“천상계의 싸움을 조금이라도 엿보는 것 같아.”

“나름 나도 재능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걸 보니까 벽이 느껴진다.”

“현타 쎄게 오긴 해.”

학생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다시 집중했다.

한 10분이 지나서야 대련이 멈췄다.

검제가 검을 거두자 구경하는 모두가 아쉬워했다.

조금만 더.

조금 더 검제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보고 싶었다.

언제 S급 각성자가 무공을 쓰는 걸 직접 보겠는가.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영영 없을 거라 생각해서 아쉬웠다.

학생들의 탄식이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검제는 자신의 들고 있는 검을 내려다 보았다.

쩡-

기다렸다는 듯 들고 있던 검날이 조각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신병에 속한 천월과 벽운의 위력에 버티지 못한 거다.

검날은 애초에 이미 산산조각이 났어야 정상이었으나 검제가 내공으로 유지한 덕에 검의 모습을 겨우 유지했다.

아니었으면 진작 아작 났겠지.

“이제 되었다.”

“하악… 하악…”

“그러면… 하악… 저희 용… 하악… 서 해 주시는 거예요?”

박정연의 물음에 박춘식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너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박춘식이 몸을 돌려 이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대련이 끝나자 한민성과 선생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신룡사의 청운이라 합니다.”

“검제 님을 뵙습니다. 대정그룹의 나혜원이에요.”

……

……

이곳에 있는 모두가 자신을 소개했다.

천무대전 때는 오왕이 곁에 있어서 말을 못 걸었는데 오늘은 혼자.

어떻게든 검제에게 이름 한번 알리고 싶어서 안달 나 있었다.

“반갑네. 오, 이사장. 자네도 있었군그래.”

박춘식이 한민성을 발견했다.

“검제께서 학교에 오실 줄 미처 몰랐습니다. 손자와 손녀를 보러 오신 건가요?”

“원래는 다른 목적으로 왔는데 어쩌다 두 녀석과 대련을 하게 됐어.”

“일 끝나셨으면 이사장실에 차라도 한잔…”

“내가 아직 볼 일이 안 끝나서 말이지 다음에 하세. 이준 선생. 잠시 면담 좀 했으면 하오.”

한민성 이사장에게도 편하게 말을 놓던 박춘식이었는데 이준한테는 반존대를 했다.

이건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를 떠나서 이준을 선생으로서 인정한다는 말.

손자와 손녀를 맡길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지만, 모든 이들이 보는 자리에서 하는 말은 선언과도 같았다.

“그러시죠. 두 학생에 대해서 아주 긴밀한 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 가관은 이준의 행동이었다.

검제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학부모와 면담하려는 선생같았다.

그 모습에 입을 쫙 벌린 특별반 선생들.

이준의 대범한 행동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시죠. 제 교무실엔 구름 보리 밖에 없는데 그것도 괜찮죠?”

“차가 무에 중요하겠소. 같이 마시는 사람이 중요한 것을.”

“하하. 다른 학부모와는 달리 검제께선 참 소탈하세요.”

“그리 보아주다니 고맙소이다.”

대범함을 넘어섰다.

저런 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선생들의 머리에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마냥 부러웠다.

재력이나 권력 앞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만 같은 태도.

무려 검제의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은 본받아야 마땅했다.

또한 비굴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예의가 없지도 않았다.

딱 이상적인 선생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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