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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97화 (197/705)

제197화

무극자 사부의 말은 항상 옳았다.

자신만 믿으라고.

왜 그토록 자신감을 내보이셨는지 이해가 됐다.

[살상진을 재정립합니다.]

[경고! 완성된 진법 구결을 잘못 건드리면 진법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경고는 무시했다.

오로지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대로 행동했다.

[‘피의 대가는 곧 파멸을 불러올 것이니.’ 이 부분을 지우거라.]

“네.”

[‘상대를 죽이고 그 피를 진법에 적셔 힘을 증폭시킨다.’ 여기도 지우거라.]

“넵!”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게…]

[공격하고 또 공격만이 살상진…]

이후로도 진법 구결 중간중간의 내용들을 다 빼 버렸다.

텅 비어 버린 내용들.

알맹이가 쏙 빠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읽다 보면 피 냄새가 잔뜩 났던 것과는 달리 이젠 피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졸지에 평범한 진법으로 전락해 버렸다.

띠링-

그와 함께 경고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살상진의 중요 구결이 날아갔습니다.]

[경고! 파기된 진법을 폐기 처분합니다.]

[폐기 처분까지 남은 시간: 01:00:00]

[어디 보자 어떤 것부터 손을 대 볼까.]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마치 재밌는 놀이를 하는 사람처럼 들떠 보였다.

[옳지. 속성부터 바꾸자꾸나. 받아 적거라. 밝은색이 점점 짙어지면 어둠이 내려앉는다.]

“밝은색이 점점 짙어지면….”

이준은 삭제했던 구절 공간에 무극자 사부가 불러 주는 대로 적었다.

[심연과 같은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찾아오니.]

“어? 어디서 들어봤더라?”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 전 불러 준 구결을 떠올렸다.

여러 번 곱씹으니 생각났다.

무극자 사부가 불러 준 내용이 뭔지 말이다.

“아, 이 구결 혼원신공에도 쓰여 있죠?”

그것도 혼원신공의 구결 중 맨 끝에 있는 내용이었다.

[이 중요한 걸 그리 늦게 알아채서 어찌할꼬. 쯧쯧.]

무극자 사부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목소리엔 한심함이 가득 묻어 나왔다.

[시간 없으니 집중하거라.]

괜한 말을 했다가 핀잔을 받은 이준.

그도 시간이 없다는 걸 알기에 별말 안 하고 넘어갔다.

[심연의 어둠을 서광이 자비를 베풀어 그 어떠한 잘못도 감싼다.]

‘지금 불러주신 부분은 딱 봐도 불가의 구결 같은데.’

맞다.

소림의 최고 무학이라 불리는 달마역근경이었다.

어둠 속성을 띄고 있는 살상진에 빛 속성을 추가했다.

여기에 더해, 화, 수, 목, 풍.

기본 4대 속성까지 넣어 버리자 무극자가 원하던 속성이 나왔다.

살상진의 진본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아닌 회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른바 무속성.

어떤 속성으로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는 색으로 변했다.

“바쁜 와중에 물어볼 게 있는데요.”

[시간 없으니 나중에 하거라.]

“중요한 거예요.”

[그러면 빨리 말하거라.]

“혼원신공의 구결을 이 진법에 넣어도 되는 거예요?”

[호오오원신공의 구결? 이 사부가 미쳤다고 이딴 진법에 혼원신공 같은 희대의 신공 구결을 넣는단 말이냐.]

“맨 마지막 구결 무속성을 만드는 제일 중요한 내용 아니었어요?”

이준은 혼원신공의 구결이 다른 사람에게 흘러갈까 걱정됐다.

특별반 학생들에게 줄 진법이지만, 본신 무공의 구결은 알려주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밝히면 안 되는 것.

굉장히 큰 실례였다.

한데 아무렇지 않게 혼원신공의 구결을 진법에 넣는다고 하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끌끌. 이곳 말로 페이크니라.]

“페이크요?”

[혼원신공의 제일 중요한 구결은 맨 앞에 나와 있다. 맨 뒷줄이 아니고. 그리고 무속성도 파괴, 관용, 포용, 지배.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진법에는 포용의 종류밖에 들어가지 않으니 쓸데없는 걱정이니라.]

“밖에 알려져도 상관없는 구결이라는 거네요.”

[그렇지. 애초에 저 구결은 마공과 불공에서 기인했느니라. 끌끌.]

결론은 자기 거 아니니까 상관없다는 소리 아닌가.

무극자 사부의 저 웃음…

왠지 소름이 끼쳤다.

자기 건 꽁꽁 숨기고 남의 패만 까 버리는 악마.

이 세상에 악마가 있다면 분명 사부일 것이다.

* * *

[전륜살상진(S)을 완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15,000,000p를 지급합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진법을 개량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15,000,000p를 지급합니다.]

[명성 15,000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직 전륜살상진밖에 완성하지 못했는데 보상이 쏟아지고 있었다.

메시지를 보니 더욱 의욕이 솟았다.

“사부님. 바로 천강마멸진하고 합칠 거죠?”

[큼큼. 아이고 삭신이 쑤시는구나.]

이준이 무극자 사부의 어깨를 주무르는 시늉을 했다.

[목이 칼칼한데.]

오아시스로 가서 물을 떠 왔다.

행동이 아주 빠릿했다.

[평소에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위대하신 사부님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엿봐서 이럽니다.”

[크흠. 그러느냐. 하긴 그동안 이 사부가 고금제일인의 면모를 실질적으로 보여 주진 않았구나.]

“이제서라도 보여 주셨으니 됐죠.”

[어디 다시 시작해 보자꾸나.]

이준의 아부에 힘입어 무극자가 팔을 걷었다.

전륜살상진과 천강마멸진을 합치는 건 이전보다 더 힘든 작업이다.

시간을 최소한으로 소비하면서 만드는 건 더 어려운 일이고.

하나 이준은 해내야만 했다.

앞으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특별반 학생들과 중국으로 가기 전 하루라도 새로 만든 진법 수련을 해야 했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진법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백호연격진보다 못한 위력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런 일은 없어야만 했다.

[바퀴처럼 맞물리며…]

처음에는 전륜살상진의 구결을 뺐다.

[전륜살상진의 구결이 날아갔습니다.]

[경고! 날려 버린 내용을 완성하십시오.]

그다음은 천강마멸진 차례.

[천강마멸진의 구결이 날아갔습니다.]

[경고! 파기된 진법을 폐기 처분합니다.]

[폐기 처분까지 남은 시간: 00:50:00]

천강마멸진은 중요 구결만 빼곤 거의 해체 수준에 달했다.

쓸모없는 것들이 가득 담겨 있다나 뭐라나.

전생의 신기학사 한지웅이 이 소리를 들었다면 대성통곡할 일이었다.

그가 피를 토해 가면서 이룬 업적을 한순간에 시궁창으로 박아 버리는 말이었으니까.

이준의 작업은 계속됐다.

무극자 사부가 불러 준 구결을 전륜살상진에 밀어 넣고, 천강마멸진을 아예 분해해 버렸다.

[천강마멸진의 구결이 파괴되었습니다.]

[천강마멸진이 사라졌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전륜살상진을 만들었던 시간보다 배로 흘렀다.

1시간.

2시간.

4시간.

무려 5시간째 진법 개량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

현재 이준의 손에 있었다.

붓을 잡은 손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던 것.

그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구결을 적는데 힘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방탄강기처럼 글귀를 쓰지 못하게 진법서가 거부하고 있었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새겨야 하느니라. 혼원신공의 내기도 운용하는 걸 잊지 말거라.]

내기를 운용한 지 벌써 다섯 시간째.

무지막지한 내공을 사용하는 혼원신공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건 이준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큭!”

역시나 무리가 왔다.

이준의 입에서 신음이 토해졌다.

입술을 비집고 나온 한 줄기의 피.

무리하게 내공을 운용해서 내상을 입은 거다.

[거의 끝났다. 조금만 참거라.]

마지막 구절이었다.

고지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그래도 안간힘을 썼다.

필사적으로 마지막 구결을 쓴 순간!

[전륜살상진이 완전히 새로운 진법이 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진법을 개량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20,000,000p를 지급합니다.]

[명성 30,000을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이 100,000을 넘었습니다.]

[아시아 전역에 당신의 소식이 알려집니다.]

[세상에 창제의 명성이 진동합니다.]

진법을 완성시켰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모든 힘을 쏟아부어 새로운 진법을 만들어 냈지만 희열할 시간이 없었다.

기진맥진한 상황.

긴장이 풀려서 전신이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아… 하아… 이러는 건 한 번으로 하아… 충분해…”

두 번 다신 진법 개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차리라 몬스터와 싸우는 게 나았다.

몬스터와의 싸움은 육체만 힘들지만, 진법 개량은 육체와 정신 두 가지가 힘들었으니까.

* * *

[검제와 더불어 제의 칭호를 가진 각성자, 창제! 그는 누구인가?]

[국적 나이 성별 미상.]

무공을 계승한 각성자에게 뜬금없이 날아온 메시지.

이로 인해 매스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이 성별 국적,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는 신비에 감춰진 자였다.

일반 각성자는 세계 랭킹 시스템을 알 리 없으니 창제가 이준인 걸 모르는 게 당연했다.

하나 세계 랭킹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준의 정체를 알기 힘들었다.

랭킹에 등록된 각성자가 서로 만나야 정보가 등록되기 때문.

창제란 이명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아는 사람은 오직 한 명.

검제 박춘식뿐이었다.

“이 아이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

박춘식이 손에 든 호미로 땅을 파면서 중얼거렸다.

세계 랭킹 100위.

최근 들렸던 소식은 이준이 특별반 학생들과 함께 레드존 게이트를 클리어했던 일이었다.

언제나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줬지만 이번처럼 놀란 건 또 처음.

무공과 진법을 만드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자신 또한 S급 각성자이지만 무공과 진법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런데 손자뻘 되는 아이가 진법을 만들었단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

“흐흐. 아버님이 세계 랭킹에 있으셔서 저희 철혈검가만 창제의 정체를 알고 있어서 좋습니다.”

박춘식의 옆에서 같이 밭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검왕 박영섭이었다.

“넌 일 안 하느냐?”

“하고 있는데요?”

“놀고 있는 게 아니고?”

“아버님에게 정보를 얻는 것도 제 일인걸요.”

박영섭도 50대의 나이지만 박춘식 앞에서는 항상 어린 자식이었다.

그래서일까.

박춘식 앞에서는 하는 짓도 꼭 어렸다.

“내가 어찌 이런 덜떨어진 놈을 믿고 눈을 감을꼬.”

“아들을 폄하하는 건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하는 겁니다만.”

“닥치고 가문의 대소사나 봐라!”

“그래서 이준은 어떤 진법을 만들었대요?”

“내가 어떻게 알아.”

“아버지는 아실 거 아니에요?”

“나도 모른다니까.”

“그러지 말고 가르쳐 주세요.”

“이걸 확! 호미로 찍기 전에 저리 썩 꺼져!”

박춘식이 호미를 들어 올렸다.

호미 날에 어린 날카로운 기운.

강기였다.

강기의 위협에 박영섭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러지 말고 정보 좀 주시라니깐요.”

“이젠 아비 말도 안 듣는구나. 오늘 날 잡아서 자식 교육 제대로…”

박춘식이 박영섭을 향해 날아가려는 찰나!

저 멀리서 하얀 머리를 한 40대로 보이는 여자가 나타났다.

“부인께선 여긴 어인 일로 오셨소? 아니, 그보다 뭘 먹었길래 더 젊어지셨소? 꽃다운 처녀가 따로 없구려.”

검제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사람.

그의 부인이자 한때 철혈여검이라 불린 김혜연이었다.

“여기서 또 영섭이를 잡고 계셨어요?”

“그게 아니라 가라고 해도 저 녀석이 안 가는 바람에…”

박춘식이 호다닥 강기가 서린 호미를 뒤로 숨겼다.

“한가하게 계실 땐가요?”

“무슨 말씀이오.”

“학교에 손자와 손녀를 맡겨 놓았으면 할아버지 된 입장에서 한 번 선생님을 만나 보셔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말이오?”

그가 멀뚱멀뚱 눈만 끔뻑였다.

아이들의 부모는 여기 아들 녀석이다.

학교에 가야 한다면 자식이 가야 할 터.

할아버지인 자신이 갈 필요는 없다.

학부모 면담이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요. 아버지. 저 대신 학교에 다녀와 주세요.”

“얼씨구? 가문에서 놀고먹는 놈이 이젠 아비인 나한테 손자와 손녀도 맡긴단 말이냐?”

“하, 하. 제가 가문에 일 있는 걸 깜빡했습니다. 그럼 전 이만.”

박영섭이 고개를 숙이곤 잽싸게 자리를 떴다.

떠나면서도 당부는 잊지 않았다.

“아버지. 저 대신 가서 애들 기 좀 살려 주세요. 부탁드려요.”

“들으셨죠? 가서 애들도 만나 보고 ‘이준’이란 선생도 잘 살펴보세요.”

김혜연은 손자와 손녀보다 이준이란 이름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챈 박춘식이 호미를 바닥에 던졌다.

“알았소. 내 얼른 갔다 오리다.”

그가 뒷짐을 쥔 채 김혜연을 스쳐 지나가는 그때였다.

“그 복장으로 가시려고요?”

“응?”

박춘식이 고개를 내려 입고 있던 옷을 봤다.

밭을 돌보느라 이곳저곳이 흙과 먼지로 가득했다.

“내 정신 좀 보게. 갈아입고 가야겠군.”

그는 깔끔한 한복으로 갈아입고 무사고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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