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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93화 (193/705)

제193화

진병철이 가문으로 돌아간 후, 이준은 4대 성지의 금역에 들었다.

“샥쿠, 로티틸, 테구르!”

세 몬스터를 부르자.

“부르셨습니까요 주인님.”

역시나 테구르가 가장 먼저 나타나 경례를 했다.

다음으로는 로티틸이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을 날아왔다.

마지막으로 샥쿠.

쿵.

천중호수의 물속에서 튀어나온 녀석이 땅에 착지했다.

“주인님 무슨 일이셔요?”

“부름에 응답했습니다.”

녀석들을 보자 하나같이 듬직했다.

아, 테구르만 빼고.

이준이 테구르를 보며 슬쩍 웃었다.

그의 시선을 받은 테구르가 손을 비비며 헤헤거렸다.

“따라와, 할 일 있어.”

이준이 세 몬스터를 데리고 이동했다.

그가 향한 곳은 게이트 남쪽.

풀밭을 지나 모래사막 영역에 도착했다.

내려갈수록 점점 강력한 마기가 코끝을 찔렀다.

“엄청나네.”

농도가 짙은 마기가 뿜어져 나온 곳은 바로 계승의 꽃이 자리한 곳.

4대 성지의 금역의 핵심인 파랑이의 보금자리였다.

모래사막을 벗어나 다시 푸르른 풀밭이 가득한 지점에 들었다.

저 멀리서 폴짝폴짝 튀어 오는 작은 생명체.

이준의 냄새를 맡은 파랑이였다.

“뀨우!”

녀석이 달려와 어깨에 앉았다.

파랑이의 전용 좌석.

이준이 털을 쓰다듬자, 녀석이 기분이 좋은 듯 귀를 팔랑였다.

‘블랙급 몬스터인 파랑 형님을 저렇게 대할 수 있는 인간은 주인님뿐일 거야.’

‘대단하셔. 어떻게 저런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거지?’

‘역시! 금구 님이 인정하신 분. 주인님은 신이시다.’

테구르와 로티틸, 샥쿠가 매번 감탄하는 장면이었다.

인간과 몬스터의 관계.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애초에 함께 있는 것조차 불가한 두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아주 신뢰가 깊은 관계로.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이곳에 지내면서 알았다.

인간과 몬스터가 서로 공생할 수 있다고.

서로 죽고 죽이는 게 아닌, 보살펴 주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세 몬스터가 이준과 파랑이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계승의 꽃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지천에 깔려 있는 검은색 꽃들.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래서 파랑이가 보금자리를 이곳으로 택한 거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마기를 마실 수 있으니, 저절로 강해질 수가 있었다.

“어떤 게 좋을까?”

이준이 여기에 온 목적은 하나.

세 몬스터에게 계승의 꽃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계승의 꽃은 사람의 심법을 초기화하는 아티팩트였지만, 몬스터에게는 천고의 영약이었다.

몬스터가 먹는다면 대번에 레드급 몬스터로 만들어 주는 미친 효능.

계승의 꽃이 없어서 못 먹을 뿐, 몬스터가 아주 환장했다.

“이게 좋겠다.”

완전히 피어난 꽃에서 엄청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이준은 그 옆에 덜 자란 계승의 꽃을 꺾었다.

완전히 핀 것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것이었다.

농도가 짙은 마기를 지니고 있으나 마기의 양은 현저히 적었으니까.

“이건 테구르 거.”

“헉!”

“받아.”

테구르는 로티틸, 샥쿠와는 달리 약한 몬스터였다.

강력한 마기가 담긴 계승의 꽃을 자칫 잘못 먹기라도 하면 몸이 터져 죽고 만다.

계승의 꽃은 축복이기 전에 폭탄.

마기의 힘을 견딘다면 강력한 힘을 주지만은, 그러지 못한다면 생명을 앗아가는 독이었다.

그래서 이준은 테구르의 수준에 맞는 마기를 지닌 꽃을 골라 주었다.

“저, 정말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

“계승의 꽃을 주기로 약속했잖아. 거짓말인 줄 알았냐?”

“그, 그건 아니지만…”

“싫으면 말든가.”

“아, 아닙니다요!”

이준이 활짝 편 팔을 접으려고 하자 테구르가 그의 손에 든 계승의 꽃을 잽싸게 받았다.

녀석의 시선은 계승의 꽃에 꽂혀 있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꽃.

몬스터라면 탐욕에 찌들게 할 만큼 혼을 쏙 빼놓는 마력이 있었다.

“이건 로티틸 거, 저건 샥쿠 거.”

로티틸과 샥쿠에게도 각자 계승의 꽃을 쥐어 줬다.

“저희에게도 주시는 거예요?”

“이 보물을 왜…?”

“시킬 일이 꽤 위험해. 지금 너희의 실력으로는 해내지 못해서 주는 거야. 먹고 강해지라고. 일에 실패해서 죽으면 안 되잖아?”

“주인님…”

로티틸과 샥쿠가 감격에 빠졌다.

아무리 계승의 꽃이 많다지만 보물을 아무렇지 않게 주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이 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오히려 절대 주지 않으려고 했을 거다.

하지만 주인은 달랐다.

자신들의 목숨을 위해, 기꺼이 계승의 꽃을 줬다.

하찮은 테구르까지도.

“먹고 일만 빠릿빠릿하게 해. 아주 급한 일이니까.”

“최선을 다할게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게 맡겨 주십시오!”

로티틸과 샥쿠의 충성도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 * *

[진씨 가문의 핵심 게이트 공략 선언!]

이라는 특보가 떴다.

진씨 가문의 가주 진병철이 직접 기자 회견을 열었다.

흡고블린 소굴, 망령의 무덤, 폐철 광산.

진씨 가문에게 없어선 안 될 게이트를 클리어하겠다는 회견이었다.

진병철로선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선언한 것이다.

이 세 개의 게이트는 진씨 가문의 재정 1/3은 담당하는 곳이었으니까.

황금의 땅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었다.

현시대에 힘만큼 중요한 게 금력이다.

돈이 있어야지만 각종 장비와 보급품을 대량으로 구비할 수 있었다.

이 보급품의 질과 양에 따라 각성자의 힘도 더 강해지는 것.

그래서 금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게이트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미공략 상태로 남겨 두는 것은 바로 이 금력 때문이었다.

-진씨 가문이 웬일이래.

-그러게, 저 가문이 돈을 쉽게 포기할 곳이 아니잖아?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 아니야?

하지만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모두 불신에 차 있었다.

유명한 만큼 악플이 많은 게 가문과 각성자였다.

여태껏 가문들이 보였던 행보는 실망감을 많이 주기에 충분했으니까.

오대 가문은 레드존 게이트 공략에 힘을 써서 다른 안 좋은 행동들은 무마가 된 편이었다.

레드존 게이트가 터지는 날엔 재앙이 몰려오니까.

하지만 오대 가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떤가.

견제와 영역 다툼하기에 바빴다.

15가문 연맹회가 만들어져서 근래에는 평화로운 편이었지만.

초창기에는 서로 물어뜯기에 정신이 팔려 게이트는 나 몰라라 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진씨 가문을 비롯한 여러 가문에게 이미 실망을 크게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진병철이 마지막 말을 하는 순간 여론이 싹 바뀌었다.

학부모 면담을 갔다가 이준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

이준은 오로지 한국의 안전과 제자들의 성장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촌지를 주려고 손을 내밀었던 게 부끄럽게 느껴졌다고까지 말했다.

창왕 이준은 고등학생이 아닌, 오왕의 일인으로서.

자기의 본분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모습에 진병철은 반했다고까지 했다.

-또 너냐. 이준.

-이 시대의 진정한 각성자는 검제와 창왕뿐.

-이러니 요즘 인기 스타들이 이준 팬카페에 가입하지.

-나도 뒤늦게 이준 코인 타봄.

-불장일 때 들어오셨군요.

- ㄴ 하지만 또 떡상함.

이준이란 이름이 나오자 여론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불신에 가득 찼던 사람들이 이젠 진병철까지 좋게 보기 시작했다.

-근데 아무리 이준이라도 지 아들뻘인데 바로 저렇게 태세 전환이 가능한가. 난 솔직히 존심 상해서 못할 듯.

- ㄴ그거슨… 당신이 꼰대이기 때문입니다.

- ㄴ쟤가 진병철이었으면 망했네

-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이게 바로 현재 이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였다.

불신을 가졌던 사람도 이미지를 단번에 좋아지게 만드는 효과.

이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한국에서 딱 두 명.

검제 박춘식과 창왕 이준뿐이었다.

* * *

바깥의 소식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준은 파랑이를 품에 안은 채 세 몬스터를 보고 있었다.

[샥쿠가 감격에 빠졌습니다.]

[더 이상 올릴 우호도가 없습니다.]

[로티틸이 감격에 빠졌습니다.]

[우호도 80 -> 100.]

[페어리 종족의 우호도가 신뢰에서 복종으로 변경됩니다.]

“크르르르.”

계승의 꽃을 먹은 녀석들.

녀석들의 입에서 짐승 소리가 났다.

귀엽고 깜찍하게 생긴 로티틸조차 얼굴이 매서워졌다.

눈동자는 하얀색으로 뒤집혀 있었으며 녀석의 몸에선 마기의 폭풍이 거세게 불었다.

“사부님. 버틸 수 있겠죠?”

[지금으로 봐선 힘들지도 모르겠구나. 두 녀석 다 기가 너무 불안정해.]

테구르는 완전히 피기 전의 꽃을 쥐어 줬다.

녀석에게 딱 맞은 마기의 양.

짐승 소리를 내며 고통에 겨워하고 있으나 다른 두 녀석보다는 굉장히 양호했다.

문제는 로티틸과 샥쿠였다.

특히 로티틸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고유한 마력과 마기가 서로 부딪히는 모양.

딱 폭주 전 상태와 같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로티틸이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파랑아. 네가 로티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 좀 제어해 볼래?”

“뀨!”

파랑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로티틸에게로 향했다.

“크르르르.”

기의 충격으로 인해 굉장히 난폭해진 로티틸.

마기의 폭풍으로 힘은 배가 되어 있었다.

“뀨!”

파랑이가 앙증맞게 울었다.

누가 쟤를 태생이 블랙급 몬스터라고 할까.

생김새를 봐서는 끽해 봐야 블루급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파랑이가 작은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 모습이 위협으로 느껴졌을까.

로티틸이 잔뜩 길어진 손톱으로 파랑이를 공격하려는 순간!

“크와아아!”

흉포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앙증맞던 파랑이의 몸집이 순식간에 커져 있었다.

이곳에서 처음 청호를 만났던 그때의 크기였다.

작았던 송곳니는 거대해졌으며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미쳤네.”

뿐인가.

일곱 개를 꼬리를 살랑이고 있는데도 그 위압감이 굉장했다.

등급이 같아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계승의 꽃을 먹은 로티틸이 레드급 몬스터가 된다 해도 태생은 블루급.

파랑이와 같은 등급이 돼도 힘의 차이는 현저하게 났다.

파랑이는 레드급이 아닌 블랙급 몬스터였으니까.

파랑이를 공격하려던 로티틸이 우뚝 멈췄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두 녀석이 똑같은 음성을 보였지만, 하나는 두려움을.

하나는 위협을 지녔다.

로티틸이 뒤로 주춤했다.

마치 도망치려는 모양새였다.

“파랑아, 도망치게 두면 안 돼.”

이준의 목소리를 들은 파랑이가 앞발을 바닥에 내리쳤다.

쩌어어억!

녀석의 발을 타고 뻗어 나는 냉기의 얼음.

[파랑이가 빙옥의 가시(S)를 사용했습니다.]

로티틸를 비롯한 샥쿠, 테구르를 각각 얼음 감옥에 가둬 버렸다.

“그냥 압도적이네.”

[이 사부는 파랑이가 특별한 존재인지 이미 인지하고 있었느니라. 암, 그렇고말고.]

계승의 꽃을 먹은 세 몬스터는 기존의 등급이 아니었다.

적어도 배는 강해진 상태였건만, 파랑이한테는 대항조차 불가했다.

“크와아아!”

파랑이가 녀석들을 향해 포효하자.

얼음 감옥이 녀석들의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크르르…”

세 몬스터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얼음 감옥은 담담하면서도 두려움을 자극했다.

얼음을 부수고 나가고 싶었지만 강철같이 단단해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흐르고.

녀석들이 차츰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즘.

이준의 눈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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