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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91화 (191/705)

제191화

‘암속성인가요?’

[끌끌. 혼원신공의 암속성이라면 어떠한 마기라도 위에서 군림하는 게 당연한 일이니라.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요?’

이준의 물음에 무극자 사부가 어깨를 한껏 올리며 웃음을 흘렸다.

[끌끌. 가르쳐 주랴?]

‘네네! 뭔데요?’

이준이 반짝이는 눈빛을 지었다.

무공은 알면 알수록 재밌는 공부.

지식이 쌓일수록 응용할 게 무궁무진했다.

무공에 속성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 이를 이용하면 더 편히 싸울 수 있을 터다.

제자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무극자가 대답을 해 주었다.

[어떠한 색이 섞여도 제 색깔을 잃지 않은 것. 바로 무(無)속성이다.]

‘아.’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무극자 사부가 처음 했던 말.

혼원신공으로는 그 어떤 무공도 펼칠 수 있다고 했다.

그것도 제 위력을 발휘할 만큼 강하게, 아니 이에 맞는 심법보다 더 강한 숨결을 불어 넣었다.

그 말인즉.

어떠한 속성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만약 혼원신공이 암속성에 해당한다면 신룡사의 불공은 위력이 약해져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신룡사의 십보신권을 펼쳤을 때 어땠는가.

본래의 위력보다 더 강한 힘이 나가지 않았던가.

그 어떤 심법보다 윗줄에 서 있는 게 바로 혼원신공이었다.

이 모든 게 무속성이라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만약에 말입니다. 사부님…’

[뭔데 제자가 이리 뜸을 들일꼬?]

‘제가 이 천강마멸진을 완성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제자가 말이냐? 진법에 관심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구나.]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는 불신이 가득했다.

너 같은 빠가사리가 복잡한 술식이 그려져 있는 진법을 완성시킬 수 있냐는 의심이 담겨 있었다.

물론 이준은 진법의 ‘진’자도 모른다.

하나 그에게는 치트키가 있지 않나.

자칭 무공보고.

수백, 수천 종류의 무공을 머릿속에 넣고 다녀, 보고 소리를 들었다던 사부가 말이다.

거기에 진법에 대한 자료도 있지 않을까?

이준이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흐흐. 전 모르지만 무림의 여심을 뒤흔들었던 절세 풍류남 무극자 사부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아부를 떨었다.

과연 이게 먹힐까.

좀 어려운 부탁이라 거절하지 않을까.

무공을 공짜로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무극자 사부가 말하길 각성자 시스템상, 무공의 전수는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무공이나 진법은 게이트를 클리어해서 얻어야 했다.

대신 무공 내비게이션인 사부의 도움을 받아 어디에 어떤 종류의 무공서가 있는지는 도움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진법도 무공서에 해당돼서 안 된다 하시지 않을까.

이준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홀홀홀. 어찌 내가 절세 풍류남이었다는 걸 아는지 원. 내가 너에게 과거를 말했더냐?]

‘과거를 말씀하시지 않아도 알죠. 딱 관상에 보이지 않습니까. 얼.굴.천.재. 무림의 미녀들은 다 후릴… 아니지, 홀릴 얼굴이라는 걸 확신합니다.’

[사부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구나.]

이게 웬걸.

고금제일인이라고 할 때보다 입이 더 귀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준은 이때다 싶어 무극자 사부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제자는 감히 사부님의 얼굴을 따라갈 수 없어서 슬픕니다.’

[괜찮느니라. 사부가 절세 미남으로 태어난 걸 제자가 어찌 하겠느냐.]

벌써 거의 다 넘어온 듯싶다.

조금만 더 띄워 주면 공략에 성공할 것 같았다.

‘맞습니다. 다른 건 다 따라갈 수 있을지언정 얼굴만은 안 될 것 같습니다.’

[홀홀. 현대에는 피부가 좋아지는 팩이나 피부과 시술도 있다지? 제자는 사부를 따라잡으려 부단히 노력하거라. 정 안되면 요정의 꿀이라도 얼굴에 덕지덕지 발라야 하지 않겠느냐.]

‘피부가 좋아진들 뭐합니까. 사부님처럼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져야지.’

[칭찬은 되었다. 이러다 제자가 절망에 빠질까 봐 사부는 심히 걱정되느니라.]

마지막, 피니시까지 하니 무극자 사부의 기분이 정점에 달했다.

이때다.

지금이면 그 어떤 부탁도 다 들어주지 않을까.

‘그래서 말입니다. 사부님.’

[그래그래. 내 최애 제자야 말해 보거라.]

언제 최애 제자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놓치지 않았다.

‘얼굴로는 사부님을 못 따라갈 걸 잘 알고 있으니, 무공이라도 사부님의 발끝이라도 닿아볼까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천강마멸진 좀 보완해 주시면 안 될까요?’

[…….]

사부의 말이 없어졌다.

백호연격진을 보완한 것과 천강마멸진의 보완은 수준이 달랐다.

백호연격진은 그저 말 몇 마디 하고 약점 부위를 고친 걸로 끝났다.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진법이 됐다.

천강마멸진은 어떤가.

백호연격진은 완성된 진법이었으나 천강마멸진은 미완성의 진법이다.

고로 잘못 건드리면 돌이킬 수 없었다.

차라리 새로운 진법을 만드는 게 훨씬 수월할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무극자 사부가 말이 없어졌다.

‘역시나 안 되겠죠…’

안 될 것 같은 직감이 든 이준이 포기하려는 찰나!

[무슨 부탁을 하나 했더니 고작 그뿐이냐?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리 뜸을 들였을꼬.]

‘헉! 천강마멸진 보완해 주시는 거예요?’

[보완해 줄뿐이냐. 내, 제자를 위해 살상진만 구해 오면 전륜살상진이라는 희대의 진법으로 탈바꿈해 주겠느니라.]

무극자 사부가 호언장담을 했다.

* * *

전륜살상진.

소림의 108나한진도 한 수 접는다는 대규모 전투용 진법이다.

전륜살상진이 천하에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았다.

혈교가 거의 패망 직전까지 몰렸을 때였다.

최후의 결전이 벌어진 밤.

전설이 시작됐다.

혈교의 교주 혈마를 비롯한 12장로가 정파의 무인들 앞에 섰다.

아직 살아 있는 2만 정파인의 앞을 막아선 혈마와 12인의 장로들.

그들은 격돌했고 결과는 뻔했다.

정파의 승리.

아무리 혈마와 12장로라 한들, 머릿수는 감당할 수 없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정파의 살아남은 무인이 고작 5천 명이라는 것.

13명의 적을 상대로 겨우 1/3가량만 생존한 것이다.

피해가 극심했던 나머지 정파는 강제로 긴 암흑기를 가져야만 했다.

살아 돌아온 생존자는 사이한 혈교를 없애려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간 결사대 인원.

영웅으로 칭송해야 마땅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패잔병이되다시피 돌아온 그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고작 13명밖에 안 되는 인원에 당하고 돌아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생존자들은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그때의 상황을 곱씹었고, 결국 그들은 찾아냈다.

혈마와 12장로가 펼쳤던 이상한 진법.

그게 원인이었음을.

혼자 펼쳐도 대규모 공격진의 위용을 자랑하는 진법.

여기에 더해 언제든 같은 진법을 사용하는 사람과 힘을 합칠 수도 있는 합격진.

변화무쌍함과 동시에 파괴적인 강력함을 지닌 1인 진법.

이때부터 전륜살상진은 전설이 된 것이다.

‘사부님이 살상진을 구해 오면 만들어 준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내가 움직일 수 없단 말이야.’

이준이 고개를 들어 특별반 연무장을 봤다.

학생들이 각자 비무에 연을 올리고 있었다.

붉은 산맥에서 깨달은 게 있는지 다들 굉장히 열심히였다.

그중에 딱 한 명, 벙찐 사람이 있긴 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자초한 일이었으니까.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전력을 더 끌어올려야 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리고 내 실력도 올려야 하고.’

테크트리 포인트가 굉장히 많이 쌓였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특성을 개화해주고 나니 미친 듯 쌓여 있는 포인트.

이제는 학생들만이 아닌 자신의 실력을 올릴 때도 되었다.

‘애들이 전륜살상진을 배우고 중국으로 가면 좋으련만.’

살상진의 진법서가 잠들어 있는 게이트를 알고 있다.

문제는 클리어 난이도다.

레드존 게이트였다.

혼자서 갔다 온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여러 명이 함께해야 클리어할 수 있는 패턴이 존재했다.

무조건 다른 인원과 같이 클리어하러 게이트에 들어가야 했으니.

머리가 아팠다.

혼자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게 그런 패턴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특별반 학생들의 수련도 내팽개친 채 생각하던 그때!

“맞다! 방법이 있구나.”

드디어 해결책을 떠올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생각해 낸 방법을 실행하려는데.

철퍼덕-

한 사람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3학년 철룡 진경수였다.

“진경수 학생은 무슨 일이죠?”

이준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존댓말과 호칭까지 따박따박 부르면서도 음성엔 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을 그어 버리는 행동.

진경수도 이 부분을 느꼈는지 이준을 목놓아 불렀다.

“이준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진경수 학생이 잘못한 게 있나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제발 다시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쿵!

진경수가 모래 바닥을 향해 머리를 세게 박았다.

납작 엎드려서 이준에게 잘못을 비는 진경수였다.

“특별반에 있는데 거두고 할 게 뭐가 있을까요? 이러지 마세요.”

“아닙니다. 전 죽어야 마땅합니다. 제가 이준 선생님을 믿지 못한 게 천추의 한으로 남습니다.”

진경수의 석고대죄에 비무를 하던 학생들이 행동을 멈췄다.

그들의 시선이 이준과 진경수 쪽으로 모여들었다.

“쟤 왜 저래?”

“아까부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더니 결국 잘못을 비네.”

박정연과 정예나가 진경수를 안쓰럽게 봤다.

그도 붉은 산맥에 갔다면 엄청난 성장을 보였을 터.

하지만 이준을 믿지 못해 가지 않았고, 그 결과는 아주 참혹했다.

특별반에서 가장 약했던 세 사람.

B급 초입이었던 이들이 A급 초입으로 올라선 것이다.

레드존 게이트에서 한 달 가량 훈련을 한 것만으로 경지를 세 단계나 뛰어넘은 거다.

등급이 위로 올라갈수록 성장이 어렵다지만 각성자의 상식을 가뿐히 뛰어넘은 결과였다.

“나라도 저럴 것 같아. 나보다 약한 애들이 훅 치고 올라오는데 초조하지 않을까.”

박정연의 시선이 한지유에게로 향했다.

한 등급 차이가 나던 후배.

그런데 어느새 자신과 나란히 서 있는 게 아닌가.

지금은 새로운 무공과 특성으로 다시 틈을 벌렸으나, 언제 또 쫓아올지 모른다.

진경수의 불안함을 잘 알고 있는 박정연이었다.

그녀의 중얼거림에 박혁진이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저래도 힘들 건데. 준이 의외로 꽁한 면이 있어. 그렇지 수야?”

“이준 선생님의 뒷담화는 좋지 않지만 그런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허수가 이에 동의했다.

“이준 선생님 빠돌이가 웬일이래?”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정예은이 허수의 팔을 쿡쿡 찌르면서 장난을 쳤다.

그녀는 진경수에겐 관심이 1도 없는 모양.

“하지 마라.”

“오, 손가락이 안 들어가. 엄청 딱딱해.”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허수에게 가 있었다.

* * *

숙덕거리던 특별반 아이들의 목소리는 이준에게 전부 전달됐다.

학교 정문에서의 소리도 귀에 들리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말하는 게 안 들릴까.

“내 욕하려면 안 들리게 하지? 박혁진, 저놈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정연 누나 교육 좀 해 줘.”

“우리 준이, 누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박정연이 반색을 하고 대답했다.

교육을 빙자하여 박혁진을 괴롭히는 것은 그녀의 취미이자 특기.

거기다 이준이 그렇게 해 달라니까 더 신이 났다.

“어. 제발 저 입 좀 꿰매 줘.”

“알았어. 이 누나만 믿어. 너 나 따라와.”

“악! 아파! 이 귀, 귀 좀 놓고 준아! 나 살려 줘!”

박정연이 박혁진을 끌고 갔다.

이제 좀 조용해지는 주변.

이준과 진경수를 보던 아이들이 다시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그 모습을 바라본 진경수가 다시 땅에 머리를 박았다.

“아, 그것참 용서받을 게 없다니깐요.”

“저만 받아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절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흑흑.”

진경수는 이젠 울기까지 했다.

이준은 붉은 산맥에서 실력을 증명해 보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도 본신의 실력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그 옛날 대치동 1타 강사들에게 재벌들이 수십억을 쏟아부을 때처럼.

이준과 같은 선생을 고용하려면 수백, 수천억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옛날로 비유하자면 그는 톱스타 강사였으니까.

그런 그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공짜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두손 두발을 싹싹 비는 것도 모자랐다.

무공이란 건 발전이 무궁무진하기도 하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재능이 있더라도 언제 막힐지 모르는 상황.

이준이라면, 톱스타 강사 실력을 가진 이준이라면 어떻게든 그의 아래에서 배워야 했다.

“흑흑. 전 선생님 없으면 안 됩니다.”

진경수가 눈물 콧물을 흘리고 있는 사이.

일련의 무리가 이준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복을 입고 있는 무리.

그들의 옷에는 ‘진’이라는 글자가 한문으로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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