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87화 (187/705)

제187화

쿵.

발라스의 무릎이 무너졌다.

“네놈들이 어떻게…”

“이게 바로 공략법이라는 거야.”

“크흑!”

세 번의 전멸기와 세 번의 회피.

이 모든 게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레드급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시간치곤 경이로울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정연 누나가 끝내.”

“내가?”

“어.”

이준은 박정연을 불렀다.

몇 주간의 훈련에서 그녀만 특성을 개화하지 못한 상태였다.

레드존 게이트에서의 훈련이라 이미 특성을 얻고도 남을 시간인데 유독 그녀만 얻지 못하고 있었다.

“알았어.”

박정연의 검은 부러진 상태.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웠다.

“…그건 내 거다…!”

“곧 죽을 놈이 탐욕을 가지고 있네.”

박정연이 든 검은 뇌전검왕의 보물, 천월이었다.

발라스는 죽어가는 눈으로 천월을 보았다.

그 눈동자엔 탐욕이 담겨져 있었다.

“그 무기만 있다면… 내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서걱!

발라스의 중얼거림을 무시한 박정연이 천월을 휘둘러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데구르르.

바닥에 발라스의 목이 떨어져서 굴러갔다.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홀로그램에 메시지가 빼곡히 떠올랐다.

이준에게도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레드존 게이트 ‘붉은 산맥’의 보스 몬스터인 발라스를 처치했습니다.]

[‘붉은 산맥’의 보상으로 클리어한 전원에게 4대 능력치 +15를 지급합니다.]

[‘붉은 산맥’의 주인이 사라졌습니다.]

[게이트의 주인이 되시겠습니까? (Y/N)]

‘아니.’

이준은 붉은 산맥의 주인이 되는 걸 거부했다.

여긴 쓸모가 없는 게이트.

굳이 이곳을 4대 성지의 금역과 합쳐서 좋을 게 없었다.

[‘붉은 산맥’의 주인이 되는 걸 거부했습니다.]

[다크 엘프와의 우호도 항목이 생겼습니다.]

[우호도가 중립에서 혐오로 올랐습니다.]

[우호도 목록]

사대성지: -80(적대)

오크: -30(불신)

스케먼 +100(복종)

페어리: +80(신뢰)

샤크로아: +100(복종)

다크엘프 -50(혐오)

우호도가 생기고 나서부터 새로운 종족을 클리어할 때마다 목록이 추가 되었다.

이번에는 다크 엘프.

발라스를 처치하니 우호도가 땅으로 떨어졌다.

‘무슨 일이야 있겠어?’

이준은 가볍게 넘겼다.

여태껏 아무 일도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때, 그는 알지 못했다.

앞으로 이 일 때문에 아주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는 걸.

나중에서야 땅을 치고 후회했다.

물론 아주 나중의 일이지만 말이다.

이준이 메시지를 아래로 쭉 내렸다.

‘있다!’

그토록 바라던 메시지였다.

[강제 특성 개방을 사용합니다.]

[가르친 제자가 SSS급 특성을 개화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30,000,000p가 지급됩니다.]

[앞으로 720시간 동안 강제 특성 개방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트, 트리플 S급? 미친 거 아니야?”

이준이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말해버렸다.

3천만 테크트리 포인트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SSS급은 무려 혼원신공의 등급과도 같은 게 아닌가.

그와 동일한 급의 특성을 박정연이 얻게 된 거다.

그가 눈을 함지박만 하게 뜨고 놀라자 눈치가 빠른 박혁진이 바로 알아차렸다.

“X됐다.”

박혁진의 욕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박정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평했다.

화끈하고, 쿨하고, 아름답다고.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만큼 멋있다고.

하나,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그가 그동안 얼마나 누나에게 두드려 맞고 살았는지.

예를 들어 괜히 깝쳤다가 뒤질 뻔했다든지.

심부름을 안 하면 죽는다든지.

하도 때려서 얌전히 있었는데도 거슬린다고 얻어맞았다든지.

그냥 누나 마음에 안 들면 여지없이 맞았다.

SS급 특성을 개화해, 드디어 박정연의 마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더 깊은 구렁텅이 빠졌다고 생각한 박혁진이었다.

그가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이준이 박정연에게 다가갔다.

“누나 공유 좀 해 줘 봐.”

“……어?”

“특성 공유 해 달라고.”

“…어? 어. 알겠어.”

박정연도 믿기지 않은 듯, 혼이 쏙 나가 있는 상태였다.

이준이 다가와 특성을 보여 달라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공유 버튼을 눌렀다.

이준의 앞에 황금빛 창이 떴다.

원래는 파란 테두리이던 창.

S급부터는 황금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하는데, SSS급이라 그런지 특수 효과가 장난 아니었다.

* * *

“…지금 깬 거야?”

“내가 아직 꿈속에 있는 건가?”

“나도… 왜 레드급 몬스터가 죽은 걸로 보이지?”

책상에 앉아 TV에 눈을 떼지 못하는 학생들.

조용히 집중해서 보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교탁에서 같이 보고 있던 선생도 학생들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서, 선생님? 저희가 보고 있는 거 맞죠?”

“TV가 고장 난 거 아니에요?”

“그, 그러게. TV가 고장 났는지 선생님이 한 번 확인해 보마.”

자리에서 일어난 선생이 TV 쪽으로 가서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여전히 똑같은 화면이었다.

“TV는 이상이 없구나….”

“조작은 아니겠죠?”

“선생님도 잘 모르겠어.”

현실과는 동떨어진 장면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 것이다.

누가 레드존 게이트를 단 10명이서 클리어하겠는가.

그것도 아직 고등학생 신분으로.

검제라 한들 불가능했다.

레드존 게이트부턴 대규모 공략대로 구성을 해야 했으니까.

그만큼 레드존 게이트를 깨는데는 많은 전력이 필요했다.

이준네 특별반이 클리어한 붉은 산맥 게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절대!

각성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 할 광경이었다.

그때였다.

-와아아아아!

옆 반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시작으로 전염되듯 전교생이 소리쳤다.

특히 1학년.

정예은과 허수가 있는 반은 난리가 났다.

“야야, 1학년이 레드존 게이트를 클리어한 거 처음 아니냐?”

“당연하지! 그 천재라는 검룡 선배도 저번에 천중호수를 깼을 때 2학년이었다구!”

“예은이 쩐다!”

“허수는 어떻고. 난 패력진권을 한 번에 보낼 때부터 알아봤어.”

“지랄. 무게만 잡는다고 할 때는 언제고.”

“내가 언제?! 아무튼 진짜 대단하지 않냐.”

학생들의 환호성은 멈출 줄 몰랐고 계속된 흥분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때에 어느 학생 하나가 흥분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이준 선생님네 특별반에 들어갈 수 있으면 레드존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을까?”

그들의 눈빛에 담겨 있는 기대감.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이준이라 생각했다.

레드존 게이트인 ‘붉은 산맥’을 자신 있게 선택한 그의 결단.

들어가자마자 찾은 베이스캠프.

이미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한 상태였다.

또한 도착하자마자 바로 공략에 들어가기보다는 훈련을 통해 레드급 몬스터에게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게이트 공략에 나섰다.

확실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 이준.

그야말로 요번 붉은 산맥 게이트 공략에 1등 공신이었다.

“이준 선생님이라면 우리도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아.”

“레드존 게이트가 아니더라도 블루존 게이트는 쌉 가능할 듯.”

1학년들의 눈엔 이준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다.

어떤 학생은 광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이준 선생님은 신이야!”

“각성자의 신!”

이준!

이준!

학생들의 입에서 이준이란 이름이 떠나가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그건 학교 내 특별반에 홀로 앉아 있는 학생.

철룡 진경수였다.

그의 머리는 쥐가 파먹은 듯 삐쭉 머리가 되어 있었다.

한동안 잠을 못 잔 듯, 얼굴엔 다크 서클이 가득했다.

가문으로 가서 아빠 때문에 망했다고 말한 진경수.

어디서 아버지 탓을 하냐면서 도리어 가문에서 쫓겨나왔다.

그때부터 특별반에서 온종일 TV만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성장할 때마다.

점점 공략을 해 나갈 때마다.

진경수의 표정은 점점 죽어 나갔다.

“망했어, 난 안 될 놈이야…”

그는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살면서 자신이 한 선택 중 제일 최악이었다.

만일 레드존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이준 선생좌를 의심한 내 머리를 터트리고 싶어.”

진경수가 바닥에 누웠다.

살며시 한쪽 팔로 눈을 가린 그.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한줄기 굵은 물줄기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선택을 잘못한 남자.

진경수의 눈물이었다.

* * *

[뇌후]

종류: 특성

등급: SSS

설명: 뇌전검왕의 누이 뇌후는 뇌전검문의 최고수입니다. 그 옛날 서쪽 오랑캐의 침공을 홀로 막기도 했습니다.

효과: +뇌후의 능력 계승.

[뇌후의 능력 계승]

-뇌신검법(뇌신공 필요)

-뇌운보(뇌신공 필요)

-SS급 검법과 보법 재능 보정

박혁진은 퀘스트를 줬는데, 박정연은 무공이 그냥 주어졌다.

또한 재능 보정 능력까지.

박혁진이 욕을 할 만하다.

앞으로 박정연을 이겨 먹을 일이 없었으니까.

깝치다가 맞아 죽지나 않으면 다행일 능력이었다.

물론 뇌후의 능력을 이어받기 위해선 조건이 있었다.

혼원신공처럼 뇌신공이라는 무공이 있어야 하지만.

‘문제가 있을 리가.’

[보스 몬스터를 해치운 보상이 주어집니다.]

[뇌신공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배분은 자율입니다.]

발라스를 죽여서 보상으로 뇌신공이 떨어졌다.

잿빛으로 사라진 발라스의 자리.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무공서를 이준이 주우려 하는데.

번쩍!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준이라 재빨리 벼락을 피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통구이가 되고도 남았을 거다.

‘와씨. 뒤질 뻔했네.’

[홀홀. 뇌신공은 검문의 피를 지닌 사람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느니라.]

‘혼원신공을 지닌 제가 만질 수 없다고요? 고금제일인의 사부가 만든 신공인데?’

이준이 은근슬쩍 무극자 사부를 도발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끼를 물어 버린 무극자였다.

[떽! 뇌전검왕 그 아해도 이 사부에게 안 되는데 그놈이 익힌 뇌신공 따위를 어디 완전무결한 혼원신공과 비교한단 말이냐.]

‘방법이 있다는 소리네요?’

이준이 씩 웃었다.

여기까지는 그의 뜻대로 흘렀다.

하나 곧이어 들려오는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려야만 했다.

[혼원신공이 8성에 오르면 주인이 아니더라도 뇌신공을 만질 수 있느니라.]

현재 이준의 혼원신공 숙련도는 6성이다.

2성을 더 올려야 뇌신공의 무공서를 만질 수 있다는 이야기.

특별반 방법이 있을 줄 알았던 이준은 김이 팍 샜다.

그가 박정연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누나 무공서 집어 봐.”

“방금 내가 이상한 걸 봤는데 나보고 집으라고?”

“난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 그래. 이 무공서는 누나만 잡을 수 있어.”

이준의 말에 박정연이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을 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팔을 뻗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조금 전의 낙뢰.

아무리 각성자라도 낙뢰를 맞는다면 큰 타격을 받는다.

한데 하늘에서 떨어진 낙뢰는 보통 낙뢰가 아니었다.

각성자도 목숨을 앗아갈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긴장을 안 할 수가 있나.

박정연이 눈을 질끈 감고 무공서를 잡은 순간!

화아악-

황금빛이 주위를 감쌌다.

잠시 후, 주위를 지배했던 황금빛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바, 방금 뭐였어?”

“갑자기 하얀색으로 뒤덮였는… 어?”

“저, 정연아! 너 앞에!”

정예나가 박정연의 앞을 가리키며 놀라워했다.

박정연 또한 보고 있었다.

파직.

파지지직!

강력한 전류를 허공에서 뿜어내고 있는.

하나의 검이 울고 있는 것을.

천월과 한 쌍이며 뇌후의 독문병기였던 벽운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