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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85화 (185/705)

제185화

발라스의 성전은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대규모의 병력.

뚫리지 않을 것만 같은 성벽.

거기에 인간과 비슷한 다크 엘프의 지능까지.

붉은 산맥이 왜 레드존 게이트에서 가장 난이도가 낮은 곳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에 화면을 보고 있던 학생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저길 고작 10명이서 클리어하려는 걸까?”

“말도 안 돼…”

“천중호수 게이트보다 몬스터의 병력이 배는 많잖아.”

“자살행위야.”

무사고 학생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 많은 몬스터를 죽이고 게이트를 클리어하려는 걸까.

도저히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 줬던 특별반의 실력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하긴, 제단이 화면에 나왔을 때도 우리 모두 부정적이었잖아.”

“그런가?”

몇몇 학생이 수긍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제단 쪽에서도 몬스터의 인원은 많았다.

중간 지점을 클리어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특별반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중간 보스 몬스터를 죽이고, 마지막 지역까지 온 것.

이 하나만으로 충분히 기대감이 생겼다.

“저쪽에서도 생각이 있으니까 붉은 산맥을 갔겠지.”

“그래. 우리가 특별반을 걱정할 때냐?”

“맞아. 우리 코가 석 자지.”

학생들은 잠자코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준네 특별반도 무사고의 학생들과 별반 다를 거 없었다.

“뭔 놈의 몬스터가 이렇게 많아?”

“이 정도면 군단 규모 아니야?”

“우리가 저 대규모 병력을 상대하는 거예요?”

하나같이 불신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성 안.

성벽에 나열해 있는 다크 엘프의 숫자만 봐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족히 천 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이었다.

안 보이는 공간에는 저 숫자보다 더 있을 게 분명했다.

“걱정 마. 우리가 상대할 놈은 보스 몬스터뿐이니까.”

이준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

성 안에서도, 성 밖에 있는 이준네 특별반도.

그저 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정말 괜찮아?”

“화살이나 마법이 날아오면 어떡해.”

아이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들과는 달리 이준의 얼굴은 여유가 넘쳤다.

“그럴 리 없어. 쟤들 지금 힘없거든.”

“힘이 없다니 무슨 소리야?”

박정연의 물음에 이준이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평범한 다크 엘프는 레드급 몬스터의 힘을 가지고 있어.”

“그건 알아.”

“붉은 산맥의 다크 엘프는 평범하지 않아. 어둠의 힘을 먹은 강력한 몬스터거든.”

“네 말대로라면 더 위험한 것 같은데….”

“대신,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

“뭔데?”

“제단에서 힘을 충전하지 못하면 서서히 힘을 잃어가.”

“정말이야?”

“응.”

학생들이 화들짝 놀랐다.

붉은 산맥의 다크 엘프는 제단으로부터 어둠의 힘을 받기에 일반적인 다크 엘프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도 이준이 알려줘서 알았다.

하지만 제단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버프를 주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제단이 없더라도 상대하기가 어려운 몬스터라 여겼었는데.

한데 그게 아니란다.

그들은 제단을 잃으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잃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레드급이 블루급으로 블루급이 그린급으로 떨어지겠네.”

“딩동댕. 정답입니다.”

저 대규모 병력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공략법을 알기에 이준이 자신 있게 붉은 산맥을 선택했던 거다.

지금 시점에선 알려지지 않은 공략법.

‘미래를 안다는 건 정말 좋아.’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많은 정보가 남아 있다.

이 모든 걸 활용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터.

우선은 고급 정보만 고르고 골라 써먹을 작정이다.

“넌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박정연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했다.

“영업 비밀.”

이준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적들이 먼저 반응을 하길 기다렸다.

* * *

“발라스 님… 이대로 시간이 더 흘렀다간 전사들의 힘이….”

“알고 있다.”

“어서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제가 인간들을 쓸어버리겠습니다.”

발라스의 수하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발라스의 사대 수호성 중 한 명.

다크 엘프 종족 내에서도 오직 발라스에게만 충성하는 자였다.

“아직이다. 때를 기다려라.”

발라스는 연신 때를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벌써 석양이 졌다.

어느덧 어둠이 찾아오고 다시 해가 떴다.

그리고 다시 어둠이 땅에 내려앉았다.

“아군은 어떠하냐.”

“어둠의 힘이 급격히 사라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될 것 같습니다.”

“쓸모가 없어지면 안 되지.”

“이제 공격을 하는 겁니까?”

“아니.”

발라스가 고개를 저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는 이때를 기다렸다.

수하들의 힘이 약해질 때를.

“저놈들이 쓸모없어지기 전에 내 영양분이 되어야지.”

강성한 전사의 힘을 모조리 흡수하면 탈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렸다.

모든 조건이 완성되기를.

때마침 의식을 거행하기에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

강력한 마도구, 어둠의 힘을 흡수하는 마법진.

마지막으로 흡수할 수 있는 영양분까지.

이 세 가지가 완벽히 갖춰져야지만 의식을 거행할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다.

“그 말씀은!”

“대로드에 도전할 때가 왔다.”

“오오!”

“발라스 님이라면 대로드가 되시기에 충분합니다.”

발라스의 수호성들이 감격에 찬 얼굴을 했다.

“모두에게 전해라. 마법진을 시행한다고.”

“예!”

수호성들이 고개를 숙이고 흩어졌다.

홀로 남은 발라스.

그가 검을 만지작거렸다.

이 세계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무구.

성검도 되고 마검도 되는 기상천외한 물건이었다.

심지어 희귀 속성인 뇌속성까지 지녔으니.

그야말로 그를 위한 무기라고 여겼다.

이 특별반 무기만 있으면 다크 엘프의 대로드도 꿈은 아니었다.

아니, 분명 대로드가 될 것이다.

그 전에 방해꾼부터 제거하는 게 먼저.

다크 엘프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에게 절망을 내릴 차례였다.

파지직-

발라스가 들고 있는 검에 검은 스파크가 튀었다.

퍽-

그는 검날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대리석에 강하게 검을 박아 넣었다.

그의 몸에서 검은 마력이 뿜어지자 발밑에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선과 선이 그려지면서 여러 문양을 그렸다.

점차 넓어지는 마법진.

시간이 흐를수록 성 전체를 둘러싼 마법진이 완성되어 갔다.

마법진은 검은빛을 머금었다.

성 안에 있던 다크 엘프는 마법진을 보고 감격에 빠졌다.

드디어 때가 왔다고.

자신들이 모시는 분이 세상을 지배할 때가 다가왔다고 경외감을 표했다.

그러는 사이.

드디어 검은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나에게 너희들의 힘을 맡기거라.”

발라스의 입이 열리자, 다크 엘프의 몸에서 나온 검은 아지랑이가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갔다.

빨려 들어간 기운은 다시 마법진을 통해 그에게 전달되었다.

“크흡!”

발라스의 목이 하늘을 향해 들어졌다.

눈과 귀, 입과 코로 검은 연기가 발라스를 잠식했다.

* * *

여유롭게 자리를 깔고 밥을 먹고 있는 이준과 특별반 학생들.

하늘에서 뇌성벽력이 치자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시작됐네.”

“뭔 시작?”

박혁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이준은 친절히 대답해줬다.

“보스 몬스터가 2페이즈에 들어갔어.”

“1페이즈는 건너뛰고?”

“어. 우리가 기다린 게 1페이즈 공략 방법이야.”

전생에서 공략대는 멍청하게도 무대뽀로 성으로 돌진했다.

멀쩡한 곳에 있어도 싸우기 힘든데, 하필 산꼭대기에 있는 성.

여기서 1차 공략대가 좌절을 맞봤다.

그다음은 몬스터의 숫자였다.

듣기론 군단의 규모라 알려졌지만, 실상은 군단보단 적은 단위였다.

대략 5천에서 7천 명.

그래도 많긴 했다.

대규모 공략대의 인원이 최대 1,000명이니.

일당백이 아니면 공략에 무조건 실패였다.

아니나 다를까.

1, 2차 공략에서 대규모 피해를 맛본 사람들은 다신 붉은 산맥에 도전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어느 작은 소규모 길드가 이름 좀 알리겠다고 모험을 했다.

기존 공략대가 제단을 없애 버린 덕분에 그들은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올 수 있었다.

길드의 목적은 단 하나.

홍보의 목적으로 인증 샷을 찍는 것.

성공적으로 인증 샷을 찍고 돌아가려는 찰나.

그들은 욕심이 생겼다.

인증 샷을 올리자 좋아요가 많이 눌린 게 아닌가.

어차피 성에는 들어갈 생각도 없었고, 여기에 며칠 더 있다가 사진이나 좀 더 찍고 가자는 생각에 텐트를 쳤는데…

보스 몬스터의 2페이즈가 시작된 것이다.

다행히도 여긴 결계가 없는 게이트.

보스 영역에 발을 들이면 주변에 결계가 쳐지지만 붉은 산맥은 예외였다.

덕분에 그들은 밖으로 살아나갈 수 있었다.

그들의 관종짓 덕분에 1페이즈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어이없게 깨진 미공략 게이트가 참 많아.’

신들의 장난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사망자를 낸 후에는 꼭 게이트가 깨졌다.

콰르르릉!

천둥과 번개가 수차례 내리쳤다.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진동하던 하늘이 조금씩 잠잠해졌다.

“이제 준비하고 가자.”

“뀨웃!”

밥을 다 먹은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밥을 다 먹지 못한 파랑이가 화를 내었다.

녀석이 허겁지겁 먹더니 볼을 빵빵하게 하고 이준의 어깨에 올라탔다.

“다람쥔 줄 알겠다, 파랑아.”

“뀨뀨!”

파랑이가 입을 오물거리면서 대꾸했다.

이준과 특별반 학생들이 산 위로 올라가려 할 때.

하늘 위로 검은 연기가 튀어 오르더니, 아래로 뚝 떨어졌다.

콰앙!

굉음과 함께 피어나는 먼지구름.

그 안에서 한 그림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파직-

파지직-

전신에 검은 뇌기를 지닌 남자.

붉은 산맥의 보스 몬스터인 발라스였다.

“저거…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거냐 준아?”

박혁진이 넌지시 물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발라스의 힘은 레드급 몬스터에서도 상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저런 몬스터를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을지 문득 걱정이 들었다.

“대규모 병력하고 싸우는 것보단 보스 한 명 상대하는 게 낫지 않냐.”

“그렇긴 하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목숨 걸고 싸워 봐.”

“말이야 쉽지.”

꼴깍.

발라스의 위압감에 박혁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보는 것만으로도 보스 몬스터의 강함이 느껴졌다.

“2페이즈도 패턴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 저기 오네.”

이준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쿵쿵.

큰 진동을 일으키면서 땅으로 떨어진 그림자들.

발라스의 사대 수호성이었다.

“설마 쟤들도 상대해야 하는 건 아니지?”

“맞아.”

“미친!”

보스 몬스터 한 명 상대하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수하로 보이는 놈이 네 명이나 더 있었다.

“내가 보스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 테니까 나머진 너희가 알아서 해.”

“농담이지?”

“아니라고 말해 줘.”

특별반 학생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새로 나타난 사람은 적어도 중간 보스 몬스터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각 조가 한 명은 맡을 수 있지?”

“그건 가능할 것 같아.”

“좋아. 내가 특별히 도와줄게. 파랑아, 저기 활 들고 있는 놈 있지. 네가 맡아.”

“뀨우!”

아직도 밥을 먹고 있느라 도통 말을 듣지 않은 파랑이였다.

“쟤 기운 흡수하면 지금 먹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을 텐데. 아쉽네.”

“뀨?”

파랑이가 귀를 쫑긋 세웠다.

입에 한가득 저장해 있는 음식을 단번에 목구멍으로 넘기곤 활을 들고 있는 다크 엘프에게 달려갔다.

“귀엽긴.”

숫자가 딱 맞았다.

이준이 발라스를.

파랑이가 활잡이를.

창잡이와 검에 불을 넣은 이들을 향해.

각각 박정연네 조와 허수네 조가 맞섰다.

마지막으로 손에 인장을 맺은 마법사는 박은비네 조가 상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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