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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81화 (181/705)

제181화

뒤늦게 도착한 검제 박춘식도 할 말을 잃었다.

‘저 아이가 세계 랭킹 100위란 말인가?’

강했다.

어떻게 저게 세계 랭킹 100위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함이었다.

마치 천적을 상대하는 것처럼,

기운이 서로 엉키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잡아먹어 버렸다.

‘대체 어떤 종류의 무공이길래.’

박춘식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준이 내공을 폭발적으로 끌어 올리는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

뒤로 한걸음.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검제란 이명을 단 자신이 말이다.

‘내가 도왕을 상대했더라도 애를 먹었을 터인데. 알 수 없구나.’

이준을 보고 있음에도 그가 어떤 무공을 쓰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를 볼 때마다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허탕만 쳤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무공이었다.

그런 무공을 가졌는데.

‘저 아이의 손속은 굉장히 무자비해. 그렇지만….’

아군에겐 따뜻해 보였다.

지금도 봐라.

자기네 가문의 가솔들과 투닥대고 있지 않은가.

그를 둘러싼 사람들도 그를 허물없이, 하지만 존경과 신뢰를 담아 대하고 있었다.

좀 전까지 도왕과 도룡을 끔찍하게 죽인 아이라곤 생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해도 된다. 나라도 내 가문을 해하려는 자들을 가만두지 않았을 테니까.’

이준의 행동은 정당했다.

가문에 위해를 가하려는 자를 응징한 것뿐이었으니.

손속이 잔인하다 할지언정, 충분히 이해가 됐다.

자기 가족을 건드리는데 누가 자애롭게 말하겠는가.

연관된 자를 모조리 찾아서 죽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이준은 그럴 만한 능력이 됐으니까.

박춘식이 이준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아, 아버지. 제 눈이 이상한 게 아니겠죠?”

그의 막내아들인 박영수가 눈을 끔뻑였다.

엄청난 기세를 뿜어낸 도왕이 죽었다.

아니, 세상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까지 했다.

오왕의 1인이 말이다.

“네가 보고 있는 게 맞다.”

“제가 볼 땐 도왕은 AA급 기운을 넘은 것 같았는데.”

“그것도 맞지.”

“아버지도 도왕을 저렇게 몰아넣을 수 있으세요?”

“음… 제압 자체는 가능하지만 저 아이처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헉!”

박춘식의 말은 가볍지 않았다.

그는 S급 각성자이자 대한민국에서 제일 강한 사람.

그런 그조차도 이준이 보인 무력을 흉내 낼 수 없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버지.”

“왜 그러느냐.”

“저 딸 한 명 낳을까요?”

“결혼할 처자는 있고?”

“그게 중요합니까? 저 아이를 빨리 잡는 게 중요하지.”

이준을 눈여겨보던 박춘식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영수야.”

“네! 아버지. 말씀만 하십시오.”

“그게 가당키나 하느냐. 네가 설령 결혼해서 여아를 낳는다 하더라도 저 아이와의 나이 차이가 서른 살 넘게 차이가 날 것이야. 그걸 생각이라고 지껄여?”

박춘식이 호통을 쳤다.

박영수가 거북목이 되어 개미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저 아이가 철혈가와 연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됐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때라고 정략결혼이냐. 사람들이 네 말을 들었다간 우리 철혈가를 욕할 것이다. 다신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박춘식의 으름장에 박영수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숙였던 머리를 다시 들어 올렸다.

“크흠. 근데 우리 정연이와는 아주 잘 어울릴 듯하구나.”

“앗차차! 제가 정연이를 깜빡했습니다. 정연이라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지요.”

“고롬. 누구 손녀인데. 성격이 좀 지랄 맞아서 그렇지, 세계 미인대회에 나가도 1등은 따 논 당상 아니겠느냐.”

“아무렴요! 정연이의 외모라면 저 아이도 거부하지 못할 겁니다.”

“흠흠. 그러면 어디 영섭이와 한 번 추진해 보아라.”

정략결혼은 안 된다고 호통을 칠 때는 언제고.

한 발 더 나가는 박춘식이었다.

* * *

“뭐지? 이 알 수 없는 으스스함은?”

이준이 몸을 휙 하며 뒤로 돌렸다.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뭔가 쎄해서. 아무튼 여기 잘 정리해. 난 다시 돌아가 봐야 되니까.”

“걱정 마십시오! 이 김봉팔이… 억! 아픕니다. 동의각주 님!”

“가만히 있게나. 몸은 그렇게 만신창이가 됐으면서 입을 나불댈 힘은 남아 있는 겐가.”

이의태가 김봉팔의 등짝을 세게 때렸다.

몸을 반쯤 일으켜 전신에 침을 꼽고 있는 녀석.

하나, 주둥이는 팔팔했다.

“넌 전신 화상을 당하고도 좋으냐?”

“당연합습죠. 도왕을 가볍게 쓰러트린 사람이 제가 모시는 분이란 게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안 그러냐, 애들아.”

“말해 뭐합니까.”

“오늘 이후로 신력권가의 위세는 오대가문 중에 최상위에 오를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내가 당하라고 벽력신장을 전수해준 게 아닌데. 이것들은 쓰잘데기없이 실력은 늘지 않고 주둥이 실력만 늘었어.”

“하하. 전부 가주님 덕분입니다.”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기분 좋게 웃고 있는 무극대와는 달리 이의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가주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아무래도 봉팔이를 비롯한 무극대 전원의 화상을 치유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의태의 말에 무극대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이는 일반 화상이 아니다.

도왕의 마기가 깃든 양강의 기운에 당한 전신 화상.

신의라는 이의태도 고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웬만한 치료제나 영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무공을 쓴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펼치지 못한다는 소리군요.”

“네….”

고수와 고수의 대결에선 아주 작은 틈이나 간극 때문에 패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무극대가 무공은 펼친 순 있으나 전같이 강력한 전력이 될 수는 없다는 것.

등급이 높은 각성자에겐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등급 하락과도 같았다.

본래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

하나 이준은 걱정하지 않았다.

때마침 이곳으로 대거의 인원이 몰려왔다.

몰려오는 사람 중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저희가 늦었습니다.”

암상의 주요 인물들.

회장인 한금만과 한상인, 한주인이었다.

“제가 어떤 걸 필요로 하시는지 아세요?”

이준이 한금만에게 묻자.

“A급 중 최상급에 해당하는 요정의 꿀과 한령초, 뱀파이어 로드의 피로 만든 치료제입니다.”

“그 세 가지를 구해 주세요.”

“이미 가지고 왔습니다.”

한금만의 눈짓에 뒤에 있던 암상의 인물들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약초와 치료제를 꺼냈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요정의 꿀까지.

이미 준비를 해 왔다.

“역시 회장님이시네요.”

요정의 꿀은 안티에이징의 끝판왕.

뿐만 아니라 숨겨진 효능이 굉장히 많았다.

그중 요정의 꿀과 화상에 좋은 한령초를 배합한다면 그 어떤 화상도 치료할 수 있었다.

설령 그게 도왕에게 당한 상처라도.

“저희에게 은인인데 도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신기지가에서 지원 나와 이준 님께서 당연히 오실 줄 알아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그의 말에 이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두 정보 단체와 우호적인 관계.

그 때문에 연락에 혼선이 온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아이들의 실력을 높여 주고 있어서 욕심을 낸 걸 수도.’

한민성 이사장이 말하길 특별반이 게이트에 교육하는 내용은 학교 TV에 나온다고 했다.

아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걸 TV로 보고 있었을 터.

아이들의 경이로운 성장 속도에 감탄했을 것이다.

한민성 이사장은 학교에서 TV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신력이 위험하다는 것도 금방 알았겠지.

하나 욕심을 부렸을 거다.

특별반에는 신기지가의 장녀, 한지유가 있었으니까.

‘한지유가 강해지는 걸 더 보고 싶었겠지. 멍청한.’

신력이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으리라.

그렇다고 그냥 넘길 생각은 없었다.

“잘하셨어요. 만약 지금 오지 않았다면 각오 하셨어야 했을 겁니다.”

이준은 평소처럼 말했지만 한금만은 식겁했다.

수많은 풍파를 겪은 그답게 이준의 뜻을 명확하게 알아들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암상은 끝났겠구나.’

동맹의 대가는 다양했다.

같은 편일 때는 굉장히 든든한 아군일지라도 등을 돌린다면 약점과 같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된다.

심지어 이준이다.

암상의 전재산을 준대도 도왕 하나 못잡은 각성자들과는 달리.

이준은 도왕뿐만 아니라 패왕도가를 대한민국에서 지운 남자였다.

맹독을 지닌 독사가 아닌, 호랑이 굴에 있었던 것이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아니, 사활을 걸고 신력을 지원해야 해.’

한금만이 다짐했다.

암상의 모든 금력을 이용해서라도 신력권가의 각성자를 도와야 된다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 할 일이 있어 먼저 실례할게요. 동의각주 님.”

“예.”

“한금만 회장님께서 화상을 치료할 방법을 아세요. 저분에게 지원받아 치료제를 만드시면 돼요.”

“분부 받들겠습니다. 가주.”

이준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가다 말고 걸음을 멈췄다.

눈에 들어온 한 사람.

아버지 이건무였다.

동의각 인원들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이미 이의태가 제일 먼저 치료한 상태.

가문으로 돌아가려고 준비하는 중이었다.

“뭐하러 가문 밖으로 나오셨습니까. 괜히 나왔다가 단전만 깨지셨지 않습니까.”

“가문의 위험에 내 안위는 중요하지 않다.”

“가문이 좋아서 어머니와 저를 버리신 분이 어련하시겠어요.”

“그건… 됐다. 말할 기운도 없다.”

이건무가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이준도 그의 말을 더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경공을 펼쳐 장내를 떠났다.

* * *

이준은 경공을 펼치며 시스템 창을 확인하고 있었다.

[파천멸기의 파편을 흡수했습니다.]

[보상으로 파천멸기 테크트리 획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10,000,000p 감소 되었습니다.]

[질이 다른 파천멸기의 파편입니다.]

[더블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파천멸기 테크트리 획득에 필요한 포인트가 10,000,000p 감소 되었습니다.]

[마인을 처치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 명성을 획득하셨습니다.]

도왕 한번 잡았다고 보상이 수두룩했다.

이것만 해도 만족할 만했지만 다른 게 더 있었다.

[파멸겁(기본)이 파천멸기의 기운을 머금었습니다.]

[파멸겁(기본) - 제2단계 형태까지 필요 경험치: 8.5%(100%)]

[형편없는 기운에 파멸겁(기본)이 떨떠름해합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질적으로 좋은 파천멸기를 원합니다.]

웅웅.

메시지를 읽음과 동시에 허리춤에 찬 파멸겁이 울어 댔다.

“이런 건 처음이네요.”

[옛날에도 울었느니라.]

“언제요?”

[네가 혈불을 상대할 때, 제자는 정신을 잃어서 못 느꼈구나.]

“언제 적 일이에요.”

무극자 사부가 이걸로 더 놀리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

“천외천이 중국 산동성에 나타났다는 거 들으셨죠?”

[혈불과 비슷한 놈들 말이냐?]

“예.”

[인주란 놈이 대빵 같은데… 어떤 놈인지 아느냐?]

“창과 장법을 쓴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창과 장법이라…]

“눈으로 보셔야 어떤 무공인지 사부님도 아시겠죠?”

[직접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느니라.]

“언제 한 번 중국에 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천외천의 무공이 뭔지.

알아야 대처도 할 수 있었다.

무극자 사부라면 인주가 아무리 괴물이라도 그의 약점을 꿰뚫어 보지 않을까.

조그마한 기대였다.

[그런데 제자야. 여긴 게이트 방향이 아니지 않느냐?]

“아, 으름장 좀 놓게요.”

이준이 경공을 펼친 방향은 붉은 산맥 게이트가 아닌.

무사고가 있는 학교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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