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78화 (178/705)

제178화

15가문 연맹회의 본부에선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도왕을 어찌하면 좋겠소?”

“사람을 저리 학살하는데 당연히 15가문 연맹에서 제명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 도왕을 말이오?”

한 가문의 대표가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화면에는 도왕이 패왕도를 휘두를 때마다 각성자들이 죽어 나가는 게 보였다.

저항은 불가.

그를 막을 존재는 저곳에 없었다.

“으음….”

“크흠.”

모두 헛기침을 했다.

그 누구도 먼저 나서겠다고 하는 이가 없었다.

도왕과 척을 지는 일.

그가 일반인까지 학살하는 걸 보면 막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저 무력을 보고 있으면 오금이 저려 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도왕에 관한 처분을 은근슬쩍 넘기며 화제를 전환했다.

“신기지가가 나서서 일반인들을 보호해서 그나마 다행이오.”

“신기지가 아니었으면 피해가 커졌을 겁니다.”

“과찬입니다.”

신기지가의 대표로 있는 현원단의 단주는 대답하면서도 답답하기만 했다.

오랫동안 회의를 하고 있지만 뭐 하나 뚜렷하게 나오는 게 없었으니까.

답보 상태.

각 가문의 대표들은 그저 저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철혈검가의 무적검대주인 박영수가 테이블을 치며 일어났다.

쾅!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파견을 하자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지켜보자는 겁니까?”

“15가문의 득과 실을…”

“오대 가문은 괜찮지만 우리 같이 힘이 약한 가문이 도왕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대표들이 박영수의 시선을 피하며 변명을 했다.

우물쭈물한 태도에 화가 난 박영수였다.

‘저런 자들이 우리와 같은 15가문의 일원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회의로 시간이 지체되는 때에도 일반인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었다.

타 가문의 영역에 전투 부대가 들어가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지만, 위급한 상황이었다.

신력권가가 나서서 도왕의 세력과 부딪히고 있으나 밀리고 있었다.

이대로면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우린 따로…”

박영수가 참지 못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무적검대주께서도 권왕의 성격을 잘 아시지 않소?”

“맞네. 자존심이 무척 강한 권왕이 타 가문에서 지원 나왔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하겠나?”

“틀림없이 돌아가라고 할 것이오.”

“그 작자는 멸문을 택할 것이네.”

대표들의 말에 망설여졌다.

권왕의 자존심은 그 누구보다 강했다.

그래서 망해가던 가문도 홀로 일으켜 세워 당당히 오대 가문에 든 게 아닌가.

그는 곧 죽어도 남의 가문에 도움을 요청할 인물이 아니다.

괜히 오지랖으로 도와줬다간 안 좋은 말을 들을지도 몰랐다.

“15가문 연맹회를 결성했을 때의 불문율을 생각하게나.”

박영수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15가문 연맹회의 불문율.

연맹회가 만들어졌을 때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남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말라는 내용을.

특히 대규모의 전투 인원을 파견하는 건 파견 지역을 관할 가문의 승인이 있어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전쟁으로 여겼다.

“잘 생각했네.”

“우리도 신력권가를 안 도와주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오. 큼.”

“득과 실을 계산하자는 말이지요. 보십시오. 저 도왕이 15가문 연맹에서 빠진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사마련이 좋다고 실실 웃을 겁니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지.”

“무엇보다 아직 신력의 권왕도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여차하면 이준이란 전력도 있지 않소이까. 굳이 우리가 나설…”

쾅!

회의실 문이 부서졌다.

“누구냐!”

“감히 신성한 회의장에서 어떤 놈이 소란을… 헉!”

“……!”

각 대표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들은 얼음이 되었다.

15가문 연맹회엔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인물이 서 있었으니까.

“여기서 시간 낭비나 하고들 있구나.”

“거, 검제님!”

“아버지! 여, 여긴 어쩐 일로.”

나타난 인물은 검제 박춘식이었다.

가문 밖으로 자주 나오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연맹회에 나타난 것이다.

“너희는 저기 죽어 가는 이들을 뭐로 생각하느냐.”

박춘식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 각 가문에도 규칙이라는 게….”

“이러니까 우리 가문들이 일반인들에게 욕을 먹는 것이다. 너희같이 득과 실만 챙기는 것들 때문에. 진정한 무인이라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진정 모르는 게냐!”

박춘식이 각 대표의 얼굴을 차례대로 훑었다.

그들은 박춘식의 눈을 피했다.

오왕이 이곳에 와도 고개를 숙여야 할 판.

그런데 무려 대한민국 최고의 전력이라는 검제가 나타났다.

대놓고 깎아내린다고 해도 불만을 토하진 못했다.

“에잉 쯧! 이런 것들에게 미래를 맡겨야 되다니. ‘그’들만 아니었으면 내가 좀 더 일선에 나서 정신 개조를 했을 터인데.”

박춘식은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이세계의 악마.

천외천에 대한 단서를 찾아만 했다.

가문의 일은 저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뒤에서 보고만 있었는데.

“행동하는 꼬라지를 보면 영. 쯧.”

믿음이 가지 않았다.

서로 승냥이처럼 기회만 보는 자들.

천외천이 대한민국을 노린다면 필시 속절없이 쓰러지리라.

“영수야.”

“예. 아버지.”

“뭐 하고 있느냐. 우리라도 가서 사람들을 보호해야지.”

“권왕이 가만히 있을까요?”

“권왕?”

박춘식이 피식 웃었다.

권왕은 이미 이준에게 밀려난 상황.

이준이 가주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주 극소수만이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연맹회는 무의미한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

현재 신력권가의 가주는 이준이었으니까.

“괜찮을 것이니 따르거라.”

박춘식이 막내아들인 박영수를 데리고 회의장을 나섰다.

* * *

그것도 잠시.

앞쪽에선 무시무시한 마기가 이 일대를 장악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씩이나 공격이 가로막힌 도왕.

심지어 그의 공격을 막은 사람은 사형준이나 이의태가 아니었다.

밟으면 꿈틀거리며 죽을 이름 모를 놈이 공격을 막았다.

도왕은 이에 격분했다.

“감히! 감히 버리지만도 못한 네깟 놈들이 내 공격을 막는단 말이렷다!”

쿠쿵.

도왕의 몸에서 줄기차게 뻗어 나온 기운으로 인해 땅과 건물들이 흔들렸다.

각성자들은 휘청거리는 신형을 잡기 위해 내공을 끌어 올려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몸을 압박하는 마기로 인해 쓰러져만 갔다.

“미, 미치겠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막아야지.”

“저희가 말입니까? 저 이제 목숨값 없는데요?”

“우리가 언제 목숨값을 계산하고 움직였나?”

“아니 그래도 이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건데.”

“잔말 말고 어서 움직여라. 그러다 다친다.”

사형준과 이의태가 땅을 박찼다.

경공을 써서 움직인 그들.

“히이익!”

곧이어 한줄기의 느릿한 강기가 땅을 향해 내려찍어 왔다.

김봉팔은 생각할 겨를 없이 옆으로 몸을 날려 땅을 굴렀다.

콰과과광!

굉음과 함께 피어나는 먼지.

가려진 시야로 살기 한 줄이 뻗어 나왔다.

“정신 안 차렸다간 죽을 거다.”

“아, 알고 있습니다!”

김봉팔의 육감적인 감각 본능 덕분인지.

아니면 위력은 강한데 느린 강기 덕분인지.

도기 때보다는 피하기 훨씬 수월했다.

물론 이것도 잠시뿐이었다.

느릿하던 강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 게 아닌가.

이젠 피하기도 버거웠다.

여기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다면 강기에 썰려 나갈 거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도왕. 신력의 영역에서 이 무슨 행패요.”

도왕의 패왕도가 우뚝 멈췄다.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기에 이제야 나타났나. 매제.”

전장에 나타난 사람은 권왕 이건무였다.

여전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무복을 입고 있었다.

“권왕이다!”

“이, 이제 우리 산 거야?”

“살았지, 그럼!”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주변에 있던 일반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권왕이 자신들을 구해줄 거라고 믿는 사람들.

도왕은 사람들을 보자 피가 진득하게 묻어나는 미소를 지었다.

저 희망찬 얼굴을 절망으로 바꾼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벌써부터 흥분이 됐다.

그와 달리 권왕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최강규한테서 왜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지?’

몸 주위에 일렁이는 검은 아지랑이들.

분명 마기였다.

‘사마련의 범죄자들이나 익히는 마공이라도 배웠나?’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사마련의 개새끼들과는 달리 마기의 농도가 진했다.

지금껏 봐 오던 마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눈동자에 비치는 광기도 그렇고. 마공을 손댄 게 분명하군.’

그밖에 다른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권왕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끔 크게 말했다.

“마공이라도 익히셨소?”

“크크. 마공? 매제의 눈엔 내가 마공을 익힌 것으로 보이는가?”

도왕은 권왕을 여전히 낮게 불렀다.

같은 오왕의 일원이 아닌, 자기 여동생과 결혼한 남자로 말이다.

“그러면 아니오? 우리 신력의 영역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일반인까지 해한 건 마공의 영향 때문 아니오.”

권왕의 말에 주위가 웅성거렸다.

도왕이 가문의 멸문으로 인해 미쳤다고만 생각했지, 마공을 익혔다고 상상이라도 했겠나.

“도왕이 마공을?”

“어쩐지, 눈이 맛이 간 것 같긴 했어.”

“왜 굳이 마공을 익혔을….”

사람들이 도왕을 혐오스럽게 보았다.

마공은 사마련의 범죄자들이나 익히는 무공이다.

빨리 강해지는 대신 살욕을 자극하는 마공.

인간이길 포기하는 게 마공을 익힌 자의 숙명이었다.

오대 가문에 속한 각성자가 익힐만한 무공이 아니다.

특히 하북팽가의 무공을 계승한 패왕도가라면 더더욱 말이다.

“크크크. 이게 보통 마공이라고 생각하면 너의 안목이 썩은 거지.”

“그러면 무엇이오?”

“매제가 직접 알아보게.”

“바라던 바이오.”

주변의 여론도 도왕에게 안 좋게 흘러갔겠다.

이제는 그를 쓰러트리는 일만 남았다.

아들인 이준에게 밀려서 뒷방으로 밀려난 신세지만 그래도 명색에 오왕 중 일인.

이곳에서 다시 일어나면 됐다.

쾅!

권왕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도왕의 머리 위.

붉은 주먹이 도왕의 머리를 강타했다.

콰아앙!”

* * *

깨톡!

식탁에 앉아 밥을 먹던 이준이 눈을 부라렸다.

“누가 밥 먹는데 폰 알림을 안 꺼놨어?!”

학생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준이 숟가락으로 식탁을 치며 재차 말했다.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자수해.”

“저기… 준아.”

“하, 정연 누나야? 이러면 곤란해. 내가 누나를 봐주는 것도 한두 번….”

“아니!”

박정연의 목소리에 이준의 말이 끊겼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식탁 아래를 가리켰다.

“너한테 나는 소리야.”

“뭐?”

“우리 폰은 차 쌤이 다 압수한 거 몰라?”

“아.”

이준이 차경진을 봤다.

“도련님께서 압수하라고 했습니다.”

“깜빡… 했네요.”

이준이 머쓱해했다.

요즘 갈구는 맛에 사는데 너무 심취했나 보다.

깨톡!

“봐봐. 네 거 맞지?”

“그러네. 어떤 자식이 신성한 수업 시간에 깨톡질이야!”

무안한 마음에 버럭 소리치며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봉팔이 이놈 진짜…!”

깨톡의 주인은 김봉팔이었다.

그를 향해 욕하려는 순간, 이준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김봉팔이 보낸 셀카.

피 칠갑을 하고 쓰러진 이의 등에는 ‘패’란 글자가 쓰여 있었다.

무엇보다 셀카 뒤편에 자리한 인물.

자세히 보면 사라졌던 도왕의 얼굴이 보였다.

“왜?”

“무슨 일 있어?”

그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박정연과 박혁진이 물었다.

이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차 선생님.”

“말씀하세요.”

“저 잠시 자리 좀 비워야겠어요. 나 없이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근처에서 훈련만 하세요. 파랑이 두고 갈 테니까 안심하시고요.”

파랑이를 두고 간다는 소리에 몇몇 학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파랑이는 그린 급 몬스터 아닌가.

그런 의문을 떠올렸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차경진은 이준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이준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왕이 신력권가의 영역에 나타났다고 말하면 박정연을 비롯한 이들이 따라가겠다고 할 터.

지금은 엄연히 특별반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니 혼자 가야 했다.

혼자 가는 게 좋기도 했고.

“다녀오겠습니다.”

이준은 특별반 학생을 놔두고 신력권가로 향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