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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62화 (162/705)

제162화

잔영을 만들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사람.

들고 있던 검이 서로 교차했다.

깡!

화려한 임팩트를 보여 줄 것으로 알았지만, 그저 쇠끼리의 부딪힘밖에 없었다.

서로 내공을 사용하지 않은 까닭.

그들은 오직 초식만으로 대결을 했다.

까강깡깡!

허수의 검과 조관인의 검이 분주히 움직였다.

서로 같은 무공을 쓰면서도 다른 느낌.

허수의 칠절참흔이 강맹함 속에 정교함이 있다면 조관인의 칠절참흔은 부드러움 속에 변화가 있었다.

두 사람의 대련을 보고 있는 이준이 속으로 감탄했다.

‘호, 칠절참흔을 저런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네요?’

[그래서 무공이 대단하다는 것이니라. 가르치는 사람의 성격과 배우는 사람의 성격이 무공에 담길 수도 있지.]

‘아- 그래서 제 혼원신공이 정도와 마도보다는 패도와 가까운 거네요? 사부 때문에?’

[그래서 싫으냐?]

‘좋다고 말한 건데요?’

이준이 속으로 웃으며 비무에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경기다.

딱 봐도 허수의 칠절참흔이 조관인의 칠절참흔보다 더 흔들림이 없었다.

조관인의 검은 짧은 시간 배워서 그런지.

중간 중간 초식이 끊어졌다.

연환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칠절참흔의 요체는 물 흐르듯 다음 참격으로 넘어가는 것.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에 반해 허수의 검격은 끊김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관인의 부드러움이 허수의 검에 담기는 현상까지 보였다.

‘여기까지네.’

아니나 다를까.

허수가 조관인이 펼친 칠절참흔의 중간.

끊긴 부분을 찾아냈다.

“헛!”

약점을 정확히 노려 오는 허수의 검으로 인해 조관인이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들고 있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많이 배웠습니다. 선배님.”

스르릉-

척.

누가 예의 하나는 기똥찬 놈 아니랄까봐.

허수가 검을 검집에 넣고는 90도로 인사를 했다.

패배했음에도 조관인은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속이 후련한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그 짧은 비무 동안.

칠절참흔에서 뭔가를 얻은 것 같은 얼굴이다.

조관인이 떨어진 검을 줍고는 허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많은 걸 배웠어.”

“아닙니다. 저도 선배님과 비무를 통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허수라고 했나? 앞으로 친하게 지내 보자.”

조관인과 허수가 서로 악수를 했다.

승패를 떠나서 아주 훈훈한 광경.

한민성 이사장이나 선생들은 두 사람을 향해 박수를 쳤다.

하나 단 한 사람.

이준만이 팔로 제 몸을 감싸며 떨고 있을 뿐이었다.

‘으으. 오글거려.’

[보기 좋은 광경 아니냐.]

‘저게요? 닭살 돋아서 미칠 것 같아요. 막 청춘 드라마에서나 나올 장면이잖아요.’

[쯧쯧. 공능제 같은 놈이로고.]

‘공능제는 또 뭐래요?’

[줄임말 모르느냐?]

‘몰라요.’

[공감 능력 제로 말이다.]

이준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무극자 사부가 요즘 단어를 쓴다는 걸 알았지만, 설마 자신도 몰랐던 공능제란 말을 쓰다니.

살짝 위기감이 올라왔다.

천 년 전 시대에서 살았던 사람이 유행을 앞서가는 느낌이랄까.

이젠 이런 걸로 꼬투리를 잡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놈이로고. 그러다 꼰대 소리를 듣는 것이니라.]

“꼰대는 사부면서….”

이준이 자기만 들리게끔 중얼거리자.

[뭬야! 공능제도 모르는 무능한 제자 놈아. 지금 내가 뭘 잘못 들은 것 같구나?]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에 살기가 넘쳤다.

말하면서도 식겁했다.

공감 능력 제로라는 줄임말도 아는데 꼰대를 모를까.

혼원신공을 통해 처음 사부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안 됐다.

‘사부님의 기가 허해지신 것 같아요. 제가 제사상을 제대로 차려서.’

[가아아아알!]

주둥이가 망정이지.

수습을 하려다 되레 망언을 퍼부은 이준이었다.

무극자 사부가 대노하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골이 뒤흔들리는 경험.

매번 있는 일지만, 역시나 적응은 되지 않았다.

‘자, 잘못했어요.’

오왕과 같은 AA급 서열이면 뭐하나.

사부의 호통에 항상 항복하는 건 자신인데 말이다.

눈을 질끈 감으며 벽을 잡고 있는 사이.

“어디 편찮은 곳이라도 있으시오?”

청운 스님이 말을 걸어왔다.

“아, 아닙니다.”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정말 괜찮소?”

“네. 일시적인 거라서요.”

이준이 머리를 재차 흔들었다.

사부의 호통은 끝났지만, 잔소리가 이어진 상황이다.

[내 때는 말이다. 사부의 사부되시는 천극자께 아주 극진히…]

오랜만에 라떼 사부의 출몰이었다.

사부의 말을 흘려버리기 위해 청운 스님을 보며 말했다.

“내기는 제가 이긴 게 맞죠?”

“이준 선생께 완패를 했소이다. 그 짧은 순간에 어찌 그렇게 완벽히 가르칠 수가 있소?”

“그냥 목숨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몰아가면 돼요.”

이준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말은 정말 쉬웠다.

극한으로 몰아가서 실력이 늘면 다 사지로 집어넣지.

왜 안 하겠나.

되레 피해만 크고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훈련자의 상처로 인해 휴식기를 가져야 됐고, 자칫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실력이 하락할 수도 있을 터.

훈련의 간극을 진짜 잘 조절해야 한다.

이게 정말 어려운 건데, 이준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준 선생께 많은 걸 배워야겠소.”

“정말 별 거 없어요.”

“옆에서 겪다 보면 알지 않겠소. 아무튼 오늘 빈승의 혜안을 높여 줘서 감사하오. 박혁진 학생을 선생 반으로 데려가도 좋소이다.”

청운 스님이 합장하며 인사를 하자 이준도 이에 화답했다.

“양보 감사드려요.”

그렇게 해프닝이 마무리 되었다.

특별반 선생들이 모든 학생을 선별해서 뽑은 후, 개학식이 끝났다.

* * *

특별반은 이름답게 아주 특별했다.

학교 건물이 아닌, 야외 작은 운동장을 통째로 사용하게 해 주었다.

그뿐인가.

작은 운동장 옆 편엔 특별반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쉼터 건물도 있었다.

샤워 시설, 식당, 신기지가가 개발한 첨단 캡슐 방까지.

모든 게 완벽히 갖춰졌다.

“선생 할 맛나겠네.”

이준이 특별반에게 배정된 건물을 둘러보고 있을 때.

뒤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주우우운.”

이준은 애써 무시했다.

보나마나 뻔했으니까.

박혁진의 목소리였다.

기묘하게 말꼬리를 질질 끌며 징그럽게 구는 것이.

자기를 왜 맨 마지막에 뽑았냐며 항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반응을 했다간 녀석의 투정을 계속 들어야할 판.

무시가 답이었다.

“이주우우운! 억!”

박혁진이 어깨를 한껏 내린 채 이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뒤통수를 쳤다.

“그만해. 새끼야. 준이가 네 친구냐?”

그의 누나인 박정연이었다.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던 그가 고개를 휙 돌렸다.

“준이가 친구가 아니면 뭔데?”

“이젠 선생님이지. 안 그래요? 이준 선. 생. 님?”

박정연의 말에 이준이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섰다.

몸을 돌려 하는 첫 마디.

“제발 누나는 그냥 이름 불러 줘. 소름 돋으려고 해.”

“아, 왜요. 선. 생. 님.”

박정연이 이준의 팔을 붙잡으며 달라붙었다.

“아! 떨어져.”

이준이 질색을 하면서 싫은 내색을 했다.

그때였다.

“두 사람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뒤에서 냉랭한 음성이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지유였다.

그녀는 민트초코 우유를 마시면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래야 하는데?”

“선생과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왜? 선생님하고 제자하고 팔짱 끼면 좀 어때? 혹시 너도 하고 싶은 것 아니야?”

박정연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명백한 도발이다.

한지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눈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다 민트 초콜릿 우유를 다 마셨는지 팩을 우그러트렸다.

“적당히 하시죠.”

한지유와 박정연이 눈을 마주치면서 서로 불꽃을 튀겼다.

날카로운 신경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박혁진이 끼어들었다.

“두 사람 원래 사이좋잖아. 요즘 왜 이래?”

“귀여워서 그래. 쟤는 놀리는 맛이 있거든.”

그래서 한 살 더 많다고, 박정연이 한 발 뒤로 물러나 주었다.

이준의 팔에서 그녀가 떨어지자, 그제야 한지유의 굳은 표정이 풀렸다.

그래도 여전히 무표정인 한지유.

두 사람의 행동에 조마조마한 건 다른 학생들이었다.

이준도 그들과 똑같은 심정이긴 하지만.

[제자야.]

‘네.’

[쟤 둘 감당할 수 있겠느냐?]

‘저도 후회 중이에요. 괜히 선생 한다고 해 가지고. 이게 다 테크트리 포인트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마다 얻은 포인트.

허수를 가르치고 나니 포인트를 줬다. 그것도 아주 많이.

[허수가 칠절검흔의 요체를 조금이나마 파악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25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허수가 비류보를 부분적으로 이해했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25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

……

[허수가 창룡 조관인을 상대로 비무에서 이겼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50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개꾸르맛인가.

허수의 상태에 따라 포인트가 지급됐다.

가르친 학생이 다른 학생과의 대련에서 이기면 그것대로 포인트를 획득했다.

개이득.

이래서 선생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 달콤한 맛을 알기에.

[너 알아서 하거라. 이 사부는 분명 말해 줬느니라. 선생을 다시 생각해 보는 걸.]

‘괜히 사부님 탓 안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극자 사부와 이야기를 끝낸 이준이 손뼉을 쳤다.

학생들의 시선이 이준에게로 모였다.

“지금처럼 위계질서가 없는 건 이 시간부로 끝낼 거야. 앞으로 위, 아래가 없으면 지옥 훈련이 기다릴 테니 각오하는 게 좋아.”

* * *

이준의 특별반 학생들이 책상에 앉았다.

학생들은 총 10명.

이준이 잘 알고 있는 7명과 철룡 진경수, 독화 정예나.

그리고 그녀의 동생 암화 정예은까지 특별반으로 선정됐다.

이준은 교탁 앞에서 학생들에게 커리큘럼을 설명했다.

“특별반의 수업은 간단해. 오전과 오후, 야간 이 세 개로 나뉠 거야.”

“오전은 뭐해요?”

허수의 옆.

1학년인 암화 정예은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다.

아직 중딩 티를 다 벗어나지 못한, 아주 귀여운 꼬마 숙녀의 이미지를 가진 정예은이다.

“기초 체력 훈련을 할 거야.”

“오전 시간 전부요?”

“어.”

“저희 기초 체력 좋은데요?”

벌떡!

옆에 있던 허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안한 얼굴로 이준과 정예은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예… 은이지?”

“네. 선생님.”

그녀는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은 이준이 선생님이라는 게 어색하지 않은 모양이다.

선생님이란 말이 입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예은이는 체력에 자신 있나보다. 그치?”

“네. 자신 있어요.”

이준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허수가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망했다.”

그만이 아니라 한지유와 아이들.

박은비, 서혜지, 남선호의 눈동자가 거침없이 떨렸다.

예전에 저 말을 누군가가 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어떻게 됐나.

지옥 수련이 시작됐다.

다른 건 일체 배제하고 오직 기초 체력만 했던 날들.

아주 주옥같은 시간이 떠오르자.

감정에 흔들림이 없던 한지유가 먼저 나섰다.

“지금부터 하는 거 아니… 죠?”

“왜 아니겠어요. 체력에 자신 있다고 하니 지금부터 시작해야지요.”

이준이 친절한 얼굴로 존댓말까지 하며 대답을 해 주었다.

한지유 팸이 흠칫 떨고 있을 때.

드르륵.

교실 문이 열렸다.

“마침 차 선생님이 오셨네요.”

“네?”

안으로 들어온 홍련권 차경진이 눈을 끔뻑였다.

회의를 마치고 왔더니, 이준이 반갑게 맞이하는 게 왠지 불안했다.

“학생들이 기초 체력에 자신 있다고 하니, 지금부터 체력 테스트를 할까 해서요. 준비물은 여기에 다 있죠?”

“네. 한민성 이사장이 모두 준비해 놓으셨어요. 그런데 벌써 이야기는 끝났어요? 강당에서 온 지 20분도 안 지났는데.”

“학생들이 바로 시작하고 싶다네요.”

“아.”

차경진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역시 엘리트만 모인 특별반이라 그런가.

의욕이 넘친다고 생각을 한 그녀였다.

이준의 지옥훈련을 받아 본 한지유 팸은 그녀를 향해 제발 조금만이라도 시간을 늦춰달라고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오히려 차경진은 완벽하게 오해를 해 버렸다.

“바로 준비해야겠네요. 다들 밖으로 절 따라오세요. 여러분의 열기를 충분히 보답해 줄 수련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망했다.”

허수는 연신 망했다는 말만 내뱉었다.

그들이 기다리는 지옥 수련.

이건 훈련의 시작이 아닌, 준비운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학생들은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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