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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54화 (154/705)

제154화

“가주의 직위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치 호락호락하지 않아.”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신력의 주인은 접니다.”

이건무의 눈 근육이 실룩거렸다.

“그래 어디 잘 하는지 내가 지켜보겠다.”

“진천각주.”

“예.”

“저분을 진천각으로 모셔라.”

진천각은 가문의 직계가 잘못을 저지르면 근신할 때 사용하는 건물이었다.

감옥과 같은 건물.

가문의 수비를 담당하는 진천각이라 감시하기 딱 좋은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건무가 이민욱을 진천각에 근신을 명하도록 한 것이다.

“가자.”

이건무가 순순히 받아들였다.

가문의 안채는 가주가 기거하는 공간.

가주의 위에서 박탈당한 이건무가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게 됐다.

그가 진천각주의 안내를 받고 자리를 떠나려는 찰나.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사형준이 신력권가로 돌아왔다.

그의 품엔 피투성이가 된 혈인이 안겨 있었다.

이준은 그 사람이 이민욱이라는 걸 곧바로 알아차렸다.

“적당히 해서 데리고 오지.”

“제가한 게 아닙니다.”

“허수가 그랬어?”

“네….”

“많이 발전했네. A급 각성자도 이기고.”

이미 예상한 결과긴했다.

허수의 무공은 모두 S급.

이민욱이 가진 등급과는 무려 두 단계나 높았다.

AA급도 S급과는 차원이 다른 무공인데 A급이 S급 무공에 비빌수라도 있겠나.

불가능에 가까웠다.

변수는 딱 하나.

실전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허수는 완벽했다.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해 왔기 때문.

테구르, 로티틸, 샥쿠, 거기에 자신까지.

목숨을 건 대련을 해서 경험이 풍부해진 상태였다.

물론 저처럼 만신창이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박빙에서 허수가 조금 앞서 갈 거라고 여겼다.

허수는 S급 무공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동의각주께서 치료 좀 해줘야겠어요.”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이준이 이의태에게 말한 후 이건무를 쳐다보았다.

“적적하실 텐데 동생분과 같이 진천각에서 지내시면 되겠습니다.”

“민욱이는 네 삼촌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고도 저리 만들었다는 말이냐!”

“조금이나마 피가 이어졌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벌써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이준의 눈이 회색빛으로 번쩍였다.

전생에 이민욱과 그의 아들 이기홍이 얼마나 자신을 괴롭혔는데.

아버지인 이건무는 모를 거다.

신력 자기 무공 이외에는 일체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때를 생각하면 죽여도 시원찮았다.

핏줄이라 지금까지 목숨이라도 살려준 것이다.

“쯧쯧. 각성자의 삶은 끝났군.”

이의태가 이민욱의 상처를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허수에게 당한 상처.

이민욱의 복부 아래에 큰 상처가 있었다.

그 부분엔 단전이 자리한 곳.

이의태가 이민욱의 내부를 살피자 단전이란 그릇이 깨져 있는 상태였다.

이기홍과 이민욱, 두 부자 모두 단전이 박살났다.

전생에 이준을 괴롭혔던 과오를 현생에서 달게 받았다.

“진천각으로 모시게. 지금 치료 안 하면 걸어다니는 것도 힘들지 몰라.”

이의태가 사형준과 함께 사라졌다.

권왕인 이건무도 이준을 노려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천각으로 갔다.

동생이 폐인이 되기도 했고, 가문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한참은 어린 아이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가주의 자리까지 눈뜨고 뺏기게 생긴 건 덤.

언젠가 때가 되면 자리를 물려줄 생각은 하긴 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이건무로선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내가 가문을 잘 이끌어가지 못한다고 판단하시겠지.’

가문은 경영이었다.

내부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하더라도 외부는 다르다.

신력을 제외한 가문이 14개나 있다.

사마련을 포함하면 스무 가문이 넘고, 중소 가문까지 포함하면 수천 개나 됐다.

몸만 쓰는 것과는 달리 이것저것 생각해야할 것도 많은 게 가문의 경영이다.

세력과의 관계, 대외적인 시선, 국제적 영향력, 등.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했기에 18살 고등학생이 맡을 영역이 아니라고 이건무는 생각했을 터.

하지만 이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영?

학교를 다니는데 무슨 경영.

이건무처럼 신력이 알아서 돌아가게끔만 할 거다.

가문의 일은 선생을 그만두던가 학교를 나왔을 때의 일.

가문을 각주들과 단주에게 맡기고 자신은 간혹 보고만 들으면 됐다.

현 상태만 유지.

굳이 세력을 넓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 *

“허, 신력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구나.”

“아, 아버지. 제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겁니까?”

검제 박춘식과 검왕 박영섭의 시선이 이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박영섭은 평점심이 깨졌다.

그의 몸 내부에선 내기가 자기도 모르게 들끓었다.

이게 다 저 앞에 서 있는 괴물 때문.

권왕을 무릎 꿇린 이준이란 아이 때문이다.

“저… 살 좀 꼬집어 주시겠어요?”

퍽!

박춘식이 이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박영섭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억!”

그러자 박영섭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아고고. 아파. 아버지! 살을 꼬집어 달라고 했지 뒤통수를 까시면 어떻게 합니까! 저도 어엿한 철혈검가의 가주입니다.”

아픈 뒤통수를 문지르며 대뜸 박춘식에게 소리친 박영섭이었다.

“미안하다. 잠깐 정신이 팔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갔구나.”

원래라면 아들을 훈계한다고 난리 쳤을 박춘식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영섭이 아프던 말던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이준에게 꽂혀 있었다.

‘마기가… 블랙급 몬스터를 상회하고 있어.’

사마련의 악인.

마공을 이긴 혈마악도 이준만큼 마기를 뿜어내지 못했다.

천마라면 모를까.

이준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따끔거렸다.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 같았다.

박춘식이 한 발을 움직이자.

마기가 박춘식을 옭아매려 했다.

‘천뢰제왕신공으로 쌓은 내기가 파괴되고 있어!?’

그가 한걸음 더 나아가려던 걸 멈췄다.

도리어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더 웃긴 건.

‘허. 이젠 견제만 하는 것이냐?’

마기가 더는 박춘식을 압박하지 않았다.

범위에서 벗어나니 위협만 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다.

‘잠깐, 내가 이 느낌을 어디서 받아 봤더라?’

박춘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짧은 순간밖에 마기를 느끼지 못해서 생각이 안 떠오르는 모양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위협하고 있는 마기를 향해 다가갔다.

그 순간!

앞서 몸을 옭아맸던 마기가 이번엔 더욱 집요하게 천뢰제왕신공의 내기를 파괴했다.

‘으음….’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이 느낌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천뢰제왕신공을 몸에 두르고 더 나아가려는 찰나.

‘헉!’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세, 네 걸음 물러나야만 했다.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마기에 의해 천뢰제왕신공의 내기가 흡수당한 것.

무슨 놈의 마기가 이렇게나 위험한지.

천하의 검제도 식겁했다.

그때였다.

신력권가를 뒤덮고 있던 마기가 순식간에 싹 사라져 버렸다.

마치 원래부터 마기는 없는 것 같이.

하늘이 티끌 한점 없이 맑았다.

‘허, 허허. 기운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니. 저 아이의 끝은 어디에 있단 말이냐.’

이준이 탐이 났다.

자신의 손자보다 더한 재능을 타고난 아이.

고등학생임에도 대한민국에서 최상위 랭커에 속한 권왕을 무릎 꿇렸다.

멀리서 보고만 있어도 주변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까지 지니고 있으니.

‘우리 정연이의 짝으로 딱이구나.’

말괄량이 손녀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이준뿐이라고 생각한 그였다.

* * *

이준은 이건무가 사라지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검제께서 신력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곳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와 와 봤다.”

“검왕께서도 오셨군요.”

“하하. 나는 아버지를 따라….”

이준은 검제를 두 번째 봤다.

천무대전 때와 지금.

그때는 허허롭게 웃고 있었지만 현재는 달랐다.

몸에서 자연스럽게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마공을 익힌 것이더냐?”

“제가 꼭 말해야합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제가 왜 그래야합니까?”

“정연이의 남편 될 놈이니 적어도 네가 마공을 익혔는지 정공을 익혔는지 할아비인 내가 알아야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

옆에 있던 검왕 박영섭이 입을 떡 벌렸다.

어디 치매라도 걸리셨나, 갑자기 딸아이의 결혼이라니.

박영섭이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아, 아버지. 갑자기요?”

“예?”

이준 또한 적잖이 당황했다.

검제라면 혼원신공에 대해 추궁할 거라 여겼다.

지금은 혼원반지를 다시 착용한 상태.

이곳에 검제가 있다는 건 혼원반지를 빼었을 때부터 봤다는 이야기였다.

혼원반지를 뺀 상태의 혼원신공은 정공보다는 마공에 가까웠다.

사부의 말에 따르면 완전한 패도무공.

마공이 사이하고 사악하다고 치면 패공은 모든 걸 파멸시키는 성질이었다.

한 끗 차이긴 한데, 현대 세계는 이 차이를 잘 알지 못했다.

S급 각성자인 검제라도 말이다.

그래서 마공이라 여겨 자신을 추궁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뜬금없이 결혼이라니.

“어허. 너는 가만히 있거라.”

“아니, 그래도 제가 정연이의 아버지인데….”

“네 생각은 필요 없다.”

“제 의사라도 좀 물어보시고….”

“입 다물래도!”

“너무하시네요. 저도 철혈검가의 가주인데. 정연이의 아버지기도 하고요. 맨날 저만 가지고 그러십니다.”

검제의 호통에 검왕이 움찔했지만 할 말을 꿋꿋이 다 했다.

저것만 보면 박혁진과 정말 똑닮았다.

성격이 도플갱어라고 해도 믿을 정도.

누구의 DNA를 닮았을까 했는데 박혁진의 피는 검왕의 DNA를 그대로 가져온 거다.

“어르신.”

“말 하거라.”

“아버지 제 말 아직 안 끝났는데요.”

“입 좀 다물고 저리 가 있어!”

“억!”

박춘식의 발에 박영섭의 엉덩이가 걷어차였다.

박영섭은 자신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신력권가의 수뇌부들의 옆으로 갔다.

그가 잘 아는 이들.

한때 같이 합심하여 게이트를 돌았던 이들이 몇몇 보였다.

“비연객 자네 은퇴하지 않았던가? 투견 천환이도? 다들 복귀라도 한 거야?”

박영섭이 언제 엉덩이를 걷어차였냐는 듯이 신력권가의 수뇌부들에게 친한 척을 했다.

정말 철혈검가의 가주다운 권위는 티끌도 찾아볼 수 없는 검왕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말 복귀했어?”

“예. 어쩌다 보니….”

“호오, 신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한테만 살짝 말해봐. 조금 전에 보니까 권왕이 나가리 된 것 같은데 맞아?”

“명색에 권왕이란 이명을 쓰시는 분이신데 나가리는 좀.”

“아차차. 이 주둥아리가 문제지. 그래 팽 맞지?”

그게 그거인 말 같았지만 박영섭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가 비익단주 송선형에게 귀를 바짝 들이밀었다.

이 모습을 누가 철혈검가의 가주이자, 검왕이라고 볼까.

오왕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사람.

입만 다물고 있으면 외모도 정말 잘생기고, 빈틈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는데.

입을 열면 환상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덕분에 좋은 것도 있긴 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줬다.

오왕쯤이면 사람들이 경외시하고 우러러보게 되어 말을 붙이기 힘들 터.

검왕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말을 걸었다.

그게 검왕의 매력이었으니까.

“아닙니다.”

“에이. 맞구만. 저 아이가 시킨 거야?”

“아이라니요! 이젠 어엿한 가주가 되신….”

송선형은 말하면서 아차 싶었다.

검왕과 말을 섞으면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는 신력의 정보를 총괄하는 단체의 수장.

그런데 너무 쉽게 타 가문의 가주에게 정보를 누설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영섭이 승리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닌가.

“내 말이 맞네. 권왕이 팽 당한 거.”

“윽.”

“너무 걱정 하지 마. 나 입 무거운 사람이야. 다른 가문에 안 흘려.”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왜? 못 믿어? 나 검왕인데?”

“제 머릿속에 기억된 검왕은 깃털처럼 입이 아주 가벼운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하, 이 사람. 언제 적 이야기야! 나도 이젠 나이가 들어서 입이 얼마나 무거워졌는데 참나.”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송선형이 마음속으로 자책했다.

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실수를 한 것.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신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한편.

“저, 저와 정연 누나의 결혼이라니요.”

당황한 이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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