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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53화 (153/705)

제153화

이건무는 기대에 찬 눈으로 이준을 바라봤다.

‘그래. 어떤 힘을 가진 것이냐.’

이준은 수미천왕신공이란 S급 무공을 지녔다.

그럼에도 이건무는 아들이 다른 걸 주 무공으로 익혔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사용하는 무공은 신력의 권이 아닌, 창.

신창조가와 같이 창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녀석은 동영상에서 신창조가의 창법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상승의 무학을 선보였다.

신창조가의 창법은 A급.

이준이 사용한 창법의 등급을 굳이 꼽자면 S급이다.

그것도 최소로 잡은 것.

철혈검가의 검제가 사용하는 제왕검형과 동급이 아닐까 생각했다.

공격 무공이 이 정도의 등급을 가졌는데, 심법은 오죽할까.

심법 또한 공격 무공과 동급일 것이다.

그것밖에 이준의 무력을 설명할 수 없었다.

‘네가 어떤 힘을 가졌든, 네 뒤에 누가 있든 상관치 않을 것이다. 신력권가가 철혈검가만 뛰어넘을 수 있다면 어떤 것도 개의치 않아.’

검제 박춘식과 같이 이건무도 이준의 뒤에 누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준이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없을 터.

계승의 꽃과 현재 이준이 가진 무공을 전수해줬겠지.

어떤 기인인지는 상관치 않았다.

눈앞에 있는 녀석은 자신의 핏줄이었으니까.

신력이 강해질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게 이건무였다.

그가 이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디 한 번 그 자신감을 보여봐라.”

쿠웅.

이건무의 몸에서도 무시무시한 패력이 뿜어져 나왔다.

수십 년을 갈고 닦아온 천왕신공의 기운.

그가 극성으로 펼치자, 특수한 재질로 만든 튼튼한 안채가 휘청였다.

파스스-

이건무의 힘으로 인해 바닥에 널브러진 돌들이 공기중으로 올라와 잘게 부서졌다.

명색에 권왕이라 그런지.

S급 무공인 수미천왕신공을 익힌 이준의 기가 이건무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대성하지 못한 수미천왕신공으로는 당신을 어쩌지 못하군요. 당신이 원하는 힘, 보여드리겠습니다.”

AA급 각성자인 도귀보다.

심지어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도왕보다도 강한 사람이 눈앞의 권왕이었다.

무공에 미친 사람.

가문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가차 없이 버리는 냉혈한.

뻔뻔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아버지란 사람을 보고 있자니, 심사가 뒤틀렸다.

기대 가득한 눈빛을 무참히 산산조각 내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에 이준은 왼손 약지에 낀 혼원반지를 서서히 뺐다.

혼원반지는 이준의 기운을 상대방으로부터 지워주는 아티팩트였다.

또한 이준의 단전에 똬리를 튼 혼원신공을 제어하는 기능도 했다.

혼원신공은 모든 무공의 정점에 있는 신공.

혼원반지를 착용하지 않으면 몸속에 자리 잡은 힘이 세상으로 튀어나올 거라고 무극자가 말했다.

어떤 힘을 가졌는지, 이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

그저 무극자의 경고만이 이준의 귓가로 들려왔다.

[무극기가 없는 네가 혼원반지를 뺄 수 있는 시간은 5분에 불과하다. 그 이상이 넘으면 네 안에 잠든 방대한 혼원신공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명심하거라. 딱 5분이니라.]

이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에서 혼원반지가 완전히 빠진 순간.

화아악-

그동안 이준이 밤낮으로 수련한 혼원신공이 몸 밖으로 뛰쳐나왔다.

배꼽 아래, 하단전에서 나옴과 동시에 가슴 쪽 혈 자리.

혼원신공이 6성에 오른 직후에 열린 중단전의 기운까지.

혼원반지란 족쇄가 사라지자 마음껏 날뛰었다.

쩌어억!

쩌저어어억!

이준이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바닥에 금이 갔다.

대지진이라도 난 듯이 땅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흡!”

“뒤로… 무, 물러나게!”

AA급 각성자인 동의각주가 뒤를 향해 간신히 말을 했다.

신력권가의 수뇌부들이 멀찍이 물러났다.

그럼에도 이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털썩.

그들의 무릎이 자동으로 꺾였다.

그래야지만 했다.

억지로 서 있었다간 다리가 박살날 것만 같이, 알 수 없는 기운이 집요하게 다리를 노리는 게 아닌가.

자세를 땅과 가까이 해야만 그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었다.

수뇌부들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 이준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눈이 격하게 떨렸다.

“말도… 안 돼.”

“세상에 가주를 압도하는 패기라니…”

“저게… 패기라고 생각… 하는가?”

그들의 이마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렸다.

머리와 어깨, 온 몸을 찍어 누르는 위압감.

마주 보는 것조차도 힘든 힘은 두려움이었다.

* * *

그 시각.

가문 사람들 몰래 외출을 나가려던 검제 박춘식이 흠칫했다.

그가 고개를 돌린 방향에서 마기가 치솟았다.

그것도 블랙급 몬스터에게나 보일 법한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였다.

“응…!?”

박춘식의 이마에 내천자 주름이 생겼다.

몬스터가 뿜어내는 마기가 아닌, 인간의 몸에서 나온 마기였다.

이 정도의 마기를 뿜어내는 사람은 오직 한 명.

사마련의 정점에 있는 사람, 혈마악뿐이었다.

“영섭아! 영섭이 어디에 있느냐!”

박춘식의 목소리가 가문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얼마 되지 않아 철혈검가의 가주이자 검왕 박영섭이 황급히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아버지?”

“사마련에 무슨 일이 있더냐?”

“예?”

“혈마악이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냐는 말이다.”

“없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어떤 연유에서인지 혈마련의 문을 아예 걸어 잠궜다합니다. 그런데 왜요?”

“넌 지금 이 마기가 느껴지지 않느냐?”

“예? 무슨 마… 헉!”

고개를 갸웃거리던 박영섭이 헛바람을 삼켰다.

박춘식이 가리킨 곳에서 마기가 치솟고 있는 게 아닌가.

박영섭은 이상함을 느꼈다.

저 방향은 강북에 있는 혈마련이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강남방향이었다.

박영섭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블랙… 존입니까?”

“아니야. 이건 사람이 뿜어내는 마기야.”

“예? 사람이 이 정도의 마기를 뿜어낼 수 있습니까?”

검왕이 본 혈마악도 이만큼의 마기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어떻게 블랙급 몬스터보다 더 위험한 기운을 뿜어낼까.

“있지. 한국에 천마가 왔다면….”

중국 신장에 있는 천마가 오지 않은 이상은 무리였다.

“천마가 왔다면 저희 15가문 연맹의 눈에 걸렸지 않았을까요?”

“내 움직임도 제대로 못 잡는 녀석들이 천마 그놈의 움직임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건 그렇지만.”

“안 되겠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

팟!

박춘식이 땅을 박찼다.

“아, 아버지! 같이 가요!”

박영섭 또한 아버지인 검제의 뒤를 부랴부랴 쫓았다.

하지만 이미 점으로 사라진 그였다.

박영섭은 마기가 뿜어진 근원지를 목표로 경공을 펼쳤다.

* * *

박춘식의 신형이 빠르게 빌딩들을 스쳐 지나갔다.

‘정말 그 놈이 한국에 왔을까?’

일본 원숭이와는 달리, 천마는 연락도 안됐다.

그런데 갑자기 놈에게서 날 법한 마기라니.

놈이 한국에 왔으면 비상이다.

국가 전력급인 S급의 움직임은 가볍지 않다.

심지어 자기 나라도 아닌, 한국에 나타난 것.

놈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매스컴이 난리 날 게 뻔했다.

천마가 허튼 생각을 가지고 한국에 왔다면 큰일이었으니까.

그만큼 S급의 존재는 가볍지 않았다.

‘거의 다 왔으니 알아보면… 여긴?’

천마일수도 있단 생각을 하던 박춘식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찌푸려졌다.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신력권가.

한남동에 위치한 신력권가의 정문이었다.

“여기에서 마기라니.”

다른 곳도 아닌 신력권가 안쪽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정문에 다가갈수록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였다.

잠시 후.

“허억… 허억… 같이… 좀 가시지… 허어억….”

검왕 박영섭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꿋꿋이 말을 했다.

박혁진의 성격이 누굴 닮았나 했더니, 검왕을 빼닮았다.

숨을 간신히 진정시킨 박영섭이 그제야 이곳이 어딘지 알아차렸다.

“여긴 신력권가 아닙니까? 윽!”

무턱대로 박춘식보다 앞으로 걸어가다가 신음을 토했다.

숨 막힐 듯한 마기가 전신을 엄습해왔다.

그 짧은 찰나에 박영섭의 내공이 마기에 굴복 당해 버렸다.

뒤로 발을 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으리라.

“아무래도 이 안에 큰 일이 생긴 듯하구나.”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박춘식이 천뢰제왕신공을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박영섭 또한 아버지가 들어간다고 하니,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고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신력권가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보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권왕이.

신력권가의 가주라는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 * *

‘저게 준이가 익힌 무공이란 말인가?’

전신에 나 있는 털이 모조리 섰다.

머리에선 계속 위험하다는 경종을 울렸다.

그냥 빠르게 성장했다 생각했는데.

저 나이에 이 정도 기운을 감추는 게 가능한 수준이라면 단순 성장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천부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연과 그 재능을 개화시켜줄 수 있는 환경까지 더해져도 될까말까이다.

철혈검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신력의 전력이 될 거라 뿌듯해 했는데, 저 힘을 마주한 순간 그 뿌듯함은 공포로 바뀌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이 느낌.

가주가 된 후,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천왕신공이 꾸역꾸역 몸을 보호하고 있지만, 회색의 아지랑이가 천왕신공의 기운을 단숨에 파괴했다.

‘어디서 저런 무공을…!’

분명 마공이긴 하다.

그렇다고 혈마악이 익힌 아수라파천공과 같은 마공은 아니었다.

아수라파천공과는 질적으로 다른 마공.

가까이서 느낀 바로는 마공 속에 정공이 숨어 있었다.

수미천왕신공과 같은 계열의 정공말이다.

정확히는 소림사의 맥을 이은, 신룡사의 반야신공에 더 가까웠다.

정공과 마공이 함께 녹아든 심법.

이건무가 생각하기론 세상에 그런 심법은 존재하지 않…

‘있긴 하지만 그건 얻을 수 없는 무공 아니었나?’

지는 않았다.

존재는 했다.

혈신이란 인간의 무공.

각 가문들이 모여서 처음으로 블랙존 게이트를 클리어해서 얻은 정보였다.

그 게이트의 비석에 쓰여 있길.

혈신의 무공은 정공과 마공 두 가지를 전부 품고 있다고 했다.

만약 그 무공을 얻는 다면 세상 위에 홀로 군림할 거라고 적혀 있었다.

천상천하 유하독존.

그게 혈신의 무공이었다.

물론 얻는데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초에 들어갈 수 없는 곳.

지도에 그려진 혈신의 무덤 입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크릿 루트가 있을 거라고 여기며 몇 년을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 가문이 혈신의 무공을 얻는 걸 그만뒀다.

‘혈신의 무공은 아닐… 큭!’

버티고 있던 이건무의 한쪽 무릎이 무너져 내렸다.

이젠 천왕신공으론 이준의 마기에 대항하지 못했다.

이미 내공이 바닥을 치는 상황.

결국에는 이준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안채 앞마당.

오롯이 서 있는 사람은 이준뿐이었다.

단주와 각주 권왕의 처소를 지키고 있는 각성자들 할 것 없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강함의 유무와 상관없이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게 고고하고, 자존심이 강한.

무극자를 닮은 혼원신공의 의지이자 이준의 의지이기도 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아버지인 이건무가 무릎을 꿇고 서야 이준이 입을 열었다.

“별 거 아니군요.”

“……”

“짜릿하고 뿌듯할지 알았는데 기분만 더럽습니다.”

자신의 힘을 보고 싶다고 내보였다.

보란 듯이.

당신 도움도 없이 최고의 사부를 만나 훌륭하게 컸다 자랑하고 싶었다.

성공해서 금의환향했으니까.

그런데 이 감정은 뭘까.

산 같았던 존재가 이젠 자신보다 약해 이렇게 쉽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게 열 받았다.

이준이 걸음을 옮겼다.

한 발, 한 발.

이건우의 앞에 섰다.

“고작 그 하찮은 힘으로 저와 엄마를 버리셨습니까?”

이준의 말에 이건무가 모멸감을 느꼈다.

자신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도왕에게도 이정도로 무시를 당하진 않았다.

옛날에는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녀석이, 자신을 위에서 아래로 보고 있었다.

심장을 옥죄는 눈빛을 하고서.

“덕분에 너도 굉장한 힘을 얻지 않았...”

“힘. 맞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수미천왕신공과는 급이 다른 힘을 얻었죠. 어떻습니까? 자식 앞에 무릎 꿇은 기분이.”

이준은 말하면서도 계속 기분이 더러웠다.

속이 시원할 줄 알았건만.

한 마디로 엿 같았다.

“이만 가주 위에서 내려오셔야겠습니다. 그리고 가문 내에서 지켜보십시오. 당신이 꿈꾼 신력과 제가 꿈꾼 신력이 어떻게 다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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