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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51화 (151/705)

제151화

머리를 울리는 사부의 목소리.

이준이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으십니까?”

사형준이 다가와 이준을 부축했다.

“아… 음, 괜찮아.”

이준은 머리를 한 차례 흔들곤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무극자 사부의 고래고래 지르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울려댔다.

천왕대를 향해 온갖 욕설을 퍼 붙는 사부.

그저, 시큰둥했을 뿐인데 격한 반응을 보이셨다.

무극이란 단어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진 사부였다.

이준은 다음부터 무극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어떤 반응을 사부에게 해줘야 할지 감이 왔다.

영혼뿐이라도 사부.

괜히 역린을 건드려서 피를 보는 것보단 아부를 떨어서 하나라도 더 얻어내는 게 이득이었다.

이준은 천왕대, 이젠 무극대가 된 이들을 향해 말했다.

“부대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도 하는 수 없어. 그건 내가 지어준 게 아니라 내 사부가 내리는 이름이거든. 싫어도 무극대란 이름을 써야 해.”

이준의 말에 사형준과 무극대의 눈이 함지막지하게 커졌다.

“도련님께서 사부가 계셨습니까?”

“있지. 아주 대단한 분.”

“헐.”

“누군지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

사형준까지 궁금해 했다.

이준에게 사부가 있다는 게 너무도 놀라웠다.

하지만 더 엄청난 건 이준을 키워낸 사부의 정체라는 것.

어떤 위인이기에 혈족 계승도 못한 이준을 이토록 강하게 만들어 줬을까.

임무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사형준도 이번만큼은 알고 싶었다.

“너흰 가르쳐줘도 몰라. 은거기인이라.”

“이명이나 함자만이라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도련님의 스승님이라 하면 저희에게도 하늘같은 분이십니다. 혹시라도 길에서 마주쳤는데 무례라도 범한다면 무극대로서 엄청난 실례를 범한 것 아니겠습니까.”

사형준은 무극대란 부대명에 거부감이 없었다.

이에 소리치던 무극자 사부가 목소리를 다듬었다.

[큼큼. 배운 놈이라 그런지 아주 똑똑하구나. 제자를 보필할 수하로 합격이니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골이 다 울릴 정도로 화를 내던 사람은 온 데 간 데 없고, 아주 흡족해하는 사람만 존재했다.

역시, 태세변환의 귀제.

정말 못 말리는 사람이다.

[어서 내 존귀한 이명을 가르쳐 주거라.]

‘그래도 됩니까?’

[사부에게 무례를 범할까 무섭다는데 응당 가르쳐줘야하지 않겠느냐.]

‘어차피 만날 일도 없는데.’

[투덜대는 것을 보니 정신이 해이해진 모양이구나.]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그 말은 즉슨 여기서 더 나갔다간 아주 골로 갈 터.

‘헤헤. 농담입니다.’

이준은 선을 지켰다.

그는 무극자 사부의 말대로 했다.

“정 그렇다면, 내 사부의 이명은….”

꿀꺽!

주변이 조용해진 연무장.

무극대의 시선은 오직 이준의 입을 향해 있었다.

긴장한 듯 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였다.

“무극자란 분이셔.”

“무극…자?”

“대주. 무극자란 이명 들어봤소?”

“처음 들어봤다.”

사형준이 고개를 가로저을 때 부대주인 김봉팔은 홀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익숙한 이명은 뭐지? 어디서 들어봤는데?”

모두의 시선이 김봉팔에게로 쏠렸다.

“형님이 들어봤다고?”

“술 먹다가 이상한 개소릴 들은 거 아니야?”

“진짜야. 무극자… 무극자… 아!”

그 순간 김봉팔의 뇌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왜?”

“생각났어!”

“누군데? 말해봐.”

“파천자. 도귀를 잡아다가 15가문 연맹회에 넘긴 각성자 말이야.”

“아, 맞네. 그런데 그 사람은 갑자기 왜?”

무극대도 파천자란 이름을 잘 안다.

개망나니이던 도귀 길필성을 맨 처음 잡은 인물.

이름과 얼굴은 알 수 없으나, 천하의 15가문 연맹회에 도귀를 사마련에 넘기지 말라고 협박까지 한 유명한 사람이다.

거기다 사마련이 눈에 불을 켜고 추적하는데도 파천자가 누구인지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다.

즉, 상상도 못할 무공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이명을 모를 무극대가 아니었다.

한동안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던 이명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타이밍에서 왜 그 이름이 나온지는 알 수 없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무극대를 향해 김봉팔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해봐. 지금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각성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 파천자잖아. 파천자 정도라면 이준 도련님을 이만큼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김봉팔치고는 꽤 정확한 추측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무극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무극자랑 파천자. 좀 비슷하지 않아?”

“그러네.”

무극대의 고개가 이준으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이준도 도귀를 잡았다.

심지어 파천자가 가진 아티팩트들은 하나 같이 값진 물건들.

이준 또한 S급 무공을 아무렇지 않게 내어줬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공통된 부분이 있었다.

“뭐. 보면 어쩔 건데?”

이준이 김봉팔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파천자는 암상이나 음지에서 활동할 때 쓰려고 만들어 둔 코드 네임이다.

굳이 여기서 밝힐 필요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언젠간 알려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 하. 제가 착각한 모양입니다. 생각해보니 천극자, 무극자, 파천자. 많네요. 하하.”

이준의 레이저에 김봉팔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김봉팔은 모를 거다.

저 이명들이 어떤 무게를 가진지.

그로인해 대한민국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 * *

일주일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무극대는 S급 무공인 벽력신장을 배우더니 기존보다 두 배는 강해졌다.

그만큼 각성자에게 무공의 등급은 중요했다.

무극대의 수련은 얼추 끝났고, 가문의 일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들을 차례.

이준이 신력권가의 수뇌부들과 가문을 거닐며 보고를 듣고 있었다.

“동의각은 문제없죠?”

“제가 없는 동안 지휘체계가 형편없어졌습니다. 아이들의 실력도 뒤 떨어지고요.”

“동의각주 님이라면 빠른 시일 내로 예전의 동의각으로 돌려놓을 거라 믿어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일선에 복귀한 이의태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말뿐이 아닌,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흘러나오는 행동이었다.

그만이 아니다.

투신, 오행, 일조대주도 이준을 후계자가 아닌 신력권가의 가주로 대했다.

“일조대주는 몸 괜찮아?”

“도, 도련님께서 뱀파이어의 피를 주신 덕분에 아주 쌩쌩합니다.”

“싸움에선 보급 수송이 중요해. 만품각주가 보급의 수비를 담당한다면 일조대주는 보급의 수송을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야. 어깨 펴고 당당히 있어.”

“예? 예!”

일조대주는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일선으로 복귀한 이들은 그에게 하늘같은 선배들.

완전 신입이었을 때도 저들은 수뇌부들이었다.

그러니 기가 죽을 수밖에.

“동의각주께서 잘 좀 챙겨주세요.”

“그 또한 맡겨만 주십시오. 자네들도 들었지? 도련님께서 일조대주를 무시하지 말라시네.”

“그럼요.”

“저희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이준도 저들의 성격을 서류로 받아서 잘 안다.

조사한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이들.

일조대주와 섞이는 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비익단주는 내가 말한 일 처리 했어?”

“지안이 말입니까?”

“응.”

“무사고의 부속 중학교에 편입시켰습니다.”

“일처리 좋아 합격.”

“과찬이십니다.”

이준은 마지막으로 투신단주를 보았다.

“그는 만났지?”

“패력신권 님 말씀이십니까?”

“그 말고 또 누가 있겠어.”

“못 만났습니다.”

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듣기론 진천각에 아버지가 자숙하라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

“만나지 못했다는 게 무슨 말이야?”

“은퇴한 이들과 투신단을 새로 뽑느라 일을 마무리하고 진천각으로 갔는데, 안에 안 계셨습니다.”

투신단은 전멸한 상태였다.

절반이 염화의 은신처에서 이준에게 죽었고, 나머지 절반은 천중호수 공략에서 죽었다.

전 투신단주만 복귀하면 뭐하나.

단원들이 없는데.

그래서 투신단주는 다른 이들과 달리 바빴다.

투신단의 인원은 200명.

단의 명성과 걸맞은 이들로 새롭게 뽑아야 했다.

그래서 투신단주는 이민욱은 신경을 못 썼을 터.

이해가 갔다.

다만,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

곧 방학이 끝나기에 이민욱에게 가문의 현 상황을 통보하려고 했다.

그가 없는 건 예상 못했지만.

“어디로 간지는 모르고?”

“그게 말입니다.”

투신단주 대신 비익단주가 나섰다.

“뭔데.”

“패력진권이 도봉구에서 서성이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도봉구?”

“그 이유를 찾고 있는데 아무래도 도봉구에 생긴 얼음성벽에 목적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얼음성벽이라면 허수의 집이었다.

샥쿠가 마력을 뿜어내 폐차장을 냉기로 만들어버려 생긴 이름이다.

그곳에 용건이 있다는 건.

‘허수를 노리고 있나?’

이 가정밖에 없었다.

“그 사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자신을 노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터.

그렇다면 주변 사람을 건드린다.

사마련과 같은 양아치나 하는 짓거리를 이민욱이 하려한다.

“예?”

“아무것도 아니야. 사대주.”

“말씀하십시오.”

“작은 아버지를 잡아와.”

“분부 받들겠습니다.”

사형준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날렸다.

그의 육중한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사라지자, 주변 사람들이 감탄했다.

“차례차례 결판을 지으려고 했는데, 작은 아버지께서 스스로 목줄을 옭아매네요. 작은아버지의 일도 마무리할 겸 이참에 아버지한테 가주의 위도 함께 받아야겠어요. 안채로 가죠.”

“지금 말입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잖아요? 결판을 짓죠.”

이준이 동의각주에게 말하곤 권왕이 기거하는 안채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한편, 패력진권 이민욱은 허수의 집 근처를 계속 서성였다.

그가 목표물을 놔두고도 접근을 하지 못한 건 이유가 있었다.

허수의 집.

그러니까 얼음성벽이라 불리는 곳의 마력 때문이다.

이민욱이 다가가면 냉기의 마력이 그의 목숨을 노렸다.

처음, 섣불리 다가섰다가 낭패를 당한 터.

신중을 기했다.

더 어이없는 건, 저들이었다.

얼음 방벽을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는 사람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거대한 얼음 조형을 관람하는 이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오직, 이민욱에게만 얼음 방벽의 마력은 해를 끼쳤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덕분에 무려 일주일이란 시간을 허비한 터.

그렇다고 가문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권신단주 전경훈에게 맡겨달라고 큰소리를 탕탕 치고 나왔다.

패력진권이란 이명의 자존심이 있지.

이준의 약점을 틀어쥘 귀중한 인질을 잡고 물러날 순 없었다.

때 마침,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일주일 동안 밖으로 모습 한 번 보이지 않았던 청년이 얼음성벽에서 나왔다.

그것도 어린 아이들과 줄줄이 함께.

이민욱이 썩은 미소를 보였다.

“예상보다 쉽게 끝나겠군.”

권신단주가 전해준 정보로는 허수란 놈의 각성자 등급은 E급이었다.

비겁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비각성자인 어린아이들이 줄줄이 달려 있다면 일처리는 좀 더 쉬워질 것이다.

일주일이나 되는 시간이 낭비되었다는 것도 수치스러울 정도.

녀석의 집, 얼음 방벽만 아니었다면 하루.

아니지 반나절도 걸리지 않고 인질을 확보했을 거다.

자신을 생고생 시킨 허수를 어떻게 요리를 해줄까 입맛을 다셨다.

“잠깐.”

허수 앞에 나타난 이민욱이 그를 세웠다.

“누구십니까?”

“네가 허수냐?”

“예. 제가 허수입니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나? 이준 삼촌. 너한테 볼 일이 있어 왔다.”

이민욱이 허수를 향해 웃었다.

허수도 이민욱의 얼굴에 지어진 미소를 보았다.

왠지 음흉해 보였다.

언뜻 비추는 살기에 허수가 뒤로 주춤거렸다.

“워워. 누가 보면 내가 널 해코지라도 하는 줄 알겠어.”

“너희들은 안으로 들어가 있어.”

싸한 느낌이 든 허수가 동생들을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등 뒤에 매인 거대한 도를 뽑았다.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좋은 의도로 저에게 온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주 머저리는 아니군.”

“그런데 말이야….”

이민욱의 음성이 작아졌다.

쓱.

그가 있던 자리에 돌풍이 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신형.

순식간에 허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내 앞에서 도를 꺼내든단 말이냐!”

이젠 하다하다 저런 애송이까지 자신을 얕보는 것 같아 격분한 이민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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