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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50화 (150/705)

제150화

검제 박춘식은 이준의 뒤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족 계승도 못한, 존재감 없던 아이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대기만성형의 각성자들은 많지만 그들이 그 어떤 꽃을 피운다 하더라도 이준만큼의 성장은 불가능할 터.

그렇다는 건 이준의 뒤에 조력자가 있을 거라 여겼다.

권왕은 아니었다.

천왕신공으로는 이준의 강함이 설명되지 않았다.

그 위 단계인 S급, 수미천왕신공으로도 불가능.

역시나 기연 밖에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남은 건 기연뿐.

좋은 무공과 영약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조건이 있었다.

심법을 초기화시켜주는 신의 꽃이라는 아티팩트.

계승의 꽃이 필요했다.

이 꽃은 블랙존에서만 피었다.

혈족 계승도 못 받았던 이준이 블랙존을 들어간다?

아니, 애초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마지막 방법은 돈으로 계승의 꽃을 구하는 것.

최소 백억이 넘는 금액이다.

이준에게 그만한 돈이 있으면 구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문에서 버림받은 아이가 백억이나 되는 돈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무리였고, 무엇보다도 그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계승의 꽃을 구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무공과 영약, 계승의 꽃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결론은 하나뿐이다.

대한민국에 숨어 있는 은거기인.

그들 중 한 명에게 세 가지 모두를 얻은 게 아닐까?

첫 번째 가정보다는 두 번째 가정이 더 확실했다.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뛰어난 은거기인의 제자.

그들은 충분히 이준의 심법을 초기화시켜주고 뛰어난 제자로 키울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이준이 천재라는 가정하에였다.

이 또한 전자보다 조금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지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철혈검가의 최고 무력부대를 움직여 이준의 뒤에 있는 자가 누군지 알아보았으나.

누군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정보를 캘수록 이준의 뒤에 누가 있는지 의문스러울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손자와 손녀에게 물어보러 온 거다.

이준에 대해.

두 사람은 이준과 제일 친했으니까.

“말해주겠느냐?”

“준이… 뒤에 누가 있어요?”

박혁진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자의 연기를 모르는 박춘식이 아니었다.

박춘식이 눈을 빛냈다.

“그 아이의 뒤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구나?”

“모, 모르는데요?”

박혁진이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격렬한 반응이다.

정말 거짓말을 못하는 박혁진이다.

“이 할애비보다 친구가 먼저인가 보구나. 많이 실망이야….”

“그, 그런 게 아니라.”

“허. 할애비는 요번 일로 손자가 걱정돼 천뢰기를 가르쳐 주려고 했건만. 모두 쓸모없게 됐구나.”

박춘식이 탄식을 내었다.

천뢰기는 뇌전의 강기공.

S급인 천뢰제왕신공과 시너지가 좋은 S급 무공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오죽하면 검을 잘 다뤄서 검제란 이명을 부여받은 그조차 천뢰기를 애용할까.

그의 고유기인 제왕검형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무공이었다.

박혁진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무려 천뢰기였다.

이 무공을 배운다면 자신보다 훌쩍 앞서가는 이준을 따라잡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박혁진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친구가 믿고 저한테만 말해준 거예요. 아무리 할아버지라도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박혁진은 유혹을 이겨냈다.

천뢰기는 엄청난 무공인 게 사실이다.

아버지인 검왕조차 5성을 넘기지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AA급 각성자에 올랐다.

S급 무공을 익힌다는 건 AA급은 기본으로 달린다는 뜻이다.

만약 8, 9성을 넘긴다면 S급 각성자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만큼 S급 무공은 대단했다.

각성자가 목숨을 걸만큼.

박혁진의 단호한 음성에 박춘식의 입가의 주름이 늘어났다.

언짢은 표정이 아닌, 손자가 기특하다는 얼굴이었다.

“그 친구가 그렇게 좋더냐?”

혼날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던 박혁진이 어벙하게 대답했다.

“예?”

“S급 무공인 천뢰기마저 거절할 만큼 믿음이 강하냐, 이 말이다.”

“제가 위기에 처한다면 준이만큼은 등을 맡길 수 있어요.”

“허허. 그 정도냐?”

요즘 세상에 등을 맡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도 못 믿을 만큼 흉흉하게 변해버린 시대였다.

“알았다. 더는 안 물어보마.”

박춘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돌아섰다.

그의 얼굴에 핀 미소.

‘그 아이의 뒤에 누가 있긴 한가보구나. 대체 어떤 각성자길래 S급을 넘볼 실력을 키워내는 거지?’

손자의 말에 힌트를 얻은 박춘식이었다.

* * *

“네가 어쩐 일이야? 천뢰기에 준이를 그냥 팔 줄 알았는데.”

“나 박혁진이야.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박혁진이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하지만 행동과는 달리, 얼굴은 아쉬움이 잔뜩 남긴 표정이다.

눈에는 천뢰기에 미련이 뚝뚝 남겨 있었다.

“차라리 그냥 할아버지한테 아쉽다고 해.”

“그, 그럴까?”

박혁진은 박춘식이 사라진 곳을 쳐다봤다.

그 방향으로 몇 발 움직이기까지 했다.

“의리 좋아하네. 할아버지가 한 번만 물어봤기에 망정이지. 두, 세 번 물어봤으면 홀라당 넘어갔을 거면서.”

“아, 아니거든! 누난 날 뭐로 생각하는 거야? 입 꾹 닫고 말 안 한 거 안 보여?”

“저기요. 동생님. 이미 할아버지께선 얻을 거 얻고 돌아가셨어요.”

“응? 뭘?”

박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박정연을 보았다.

대체 할아버지가 무엇을 얻고 돌아갔는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박정연은 박혁진에게 친절히 말해줬다.

“네가 그랬잖아. 준이가 너에게 믿고 말해준 거라고. 할아버지라도 준이에 대한 걸 말해줄 수 없다고. 그러면 할아버지께서 뭐라고 생각하시겠냐? 아, 우리 손자가 의리남이구나 이러겠냐, 아니면 준이 뒤에 정말 누가 있구나. 이러고 생각하시겠냐. 넌 할아버지한테 낚인 거야.”

“아악!”

뒤늦게 박혁진이 비명을 질렀다.

겉보기엔 의리를 지킨 것 같아 보이지만, 할아버지에게 힌트를 줘버렸다.

어정쩡하게 의리를 지킨 터.

차라리 천뢰기를 얻고 이준에 대해 말해주는 게 더 나았다.

어차피 이준의 뒤에 누가 있는지, 정확히 어떤 사람이 있는지 박혁진도 몰랐으니까.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직접 이준에게 물어보러 갈 거다.

차라리 이렇게 낚일 바에 천뢰기라도 얻었으면 억울하지 않았을 건데...

박혁진은 의리를 지킨다고 했던 행동으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됐다.

“아아악! 할아버지이이이이! 잠시만요오오오!”

박혁진이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검제의 뒤를 쫓아갔다.

“으휴. 저 멍청이.”

박정연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 *

한편 이준은 자신이 기거하는 건물인 낙성각 앞, 연무장에 있었다.

이준의 화려한 귀환에 없던 존경심도 다시 생겨난 천왕대였다.

그는 돌아오자, 천왕대에게 패권이 아닌 다른 무공을 전수해줬다.

원래의 예정이었다면 이미 가르쳐줘야 했을 터.

박혁진의 일로 빡쳐, 도련을 쳐들어가느라 늦춰진 계획을 실행했다.

“야야, 봉팔아 그게 아니야!”

이준이 천왕대에게 가르쳐준 무공은 다름 아닌 벽력신장이었다.

신력권가의 S급 무공을 천왕대 모두에게 전수했다.

이준의 목적은 천왕대의 정예화.

권신단이 있던 신력의 최고 무력부대를 천왕대로 바꿀 계획이었다.

“양강의 기운이라고 내공만 무식하게 담지 말라니까.”

천왕대는 아버지인 권왕이 아닌,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었으니까.

“아니, 저 화상은 내공을 조절하라니까 더 담고 있네. 저 화상 왜 귀농 신청 안 하냐.”

이준은 천왕대의 부대주.

김봉팔만 주구장창 갈궜다.

이준의 갈굼에도 김봉팔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천왕대의 2인자 자리를 다른 놈들에게 내어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했다.

“아주 신났네. 신났어. S급 무공 익혔다고 그냥 막 쓰구나.”

이준은 말하면서 뜨끔했다.

자신 또한 처음 무극자 사부에게 등급이 높은 무공을 배웠을 때 저랬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주체하지 못할 흥분이 일었으니까.

김봉팔의 심정도 이해갔지만 자신은 옆에 고금제일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김봉팔에겐 스승이 없지 않은가.

절제를 시키지 않고 자기 멋대로 무공을 사용한다면 그게 습관이 될 거라 무극자 사부가 말했다.

그래서 김봉팔에게만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 덕분에 천왕대도 자신의 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이준이 입으로 천왕대의 수련을 도울 때.

[큼큼. 제자야.]

‘말씀하세요.’

[천왕대 말이니라.]

‘예.’

[네 수족으로 만들었으면 이름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

무극자 사부가 뜬금없이 제안해왔다.

‘음… 좋은 생각이긴 하네요.’

[그렇지?]

무극자 사부가 화색을 띄웠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생각했던 이름을 말했다.

[무극대. 어떠냐? 아주 강력한 부대가 될 것 같은 이름이구나.]

자신의 이름을 딴 부대명.

이준은 너털 웃어버렸다.

잠자코 있던 사부가 갑자기 말을 건 이유가 있었다.

이준 또한 새로운 이름을 생각했던 터.

사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천왕대를 무극대로 바꾸겠습니다.’

[홀홀. 참된 제자이니라.]

무극자 사부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게 그렇게 좋을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 * *

“자, 주목.”

이준은 천왕대의 수련을 중단시켰다.

사형준과 그 옆에 있는 이지안도 같이 수련을 멈췄다.

“너희들 벽력신장을 배운 느낌이 어때?”

“죽여줍니다!”

“흥분돼 미칠 것 같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A급은 문제도 없습니다!”

천왕대 모두가 들뜬 음성으로 대답했다.

활기가 넘치는 연무장을 이준이 조용히 시켰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입을 다무는 천왕대.

그들은 이준의 대범함에 완전히 매료된 상태였다.

천왕대가 믿고 따르는 사람이 사형준이라면, 이준은 앞뒤 가릴 것 없이 충성해야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새롭게 태어났지?”

“그렇습니다!”

그들의 우렁찬 대답에 이준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 새롭게 태어난 만큼 천왕대란 이름도 버리려고 하는데, 너희의 의견은?”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사 대주는?”

“도련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사형준 또한 별말 없었다.

그도 수미천왕신공에 이어 벽력신장을 드디어 배웠다.

수미천왕신공을 미리 배워둔 덕분인지, 그 누구보다 벽력신장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의 재능이 뛰어난 것도 한 몫, 했으나 단짝인 내공이 뒷받침됐다.

S급 무공을 뿌리듯 주는 이준이 존경스러웠던 사형준.

나이는 어리나 언제나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고방식을 지닌 이준이었다.

그의 의견에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

영혼 없이 이신을 따랐던 과거도 잊을 겸, 부대의 이름을 바꾸는 것도 좋겠다 싶은 그였다.

“좋아. 그러면 앞으로 바꾼 이름으로 활동한다.”

천왕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준이 생각한 부대의 이름이 나오기만을 고대했다.

새롭게 변하려는 부대에 대한 기대감.

이준이라면 권신단과 걸맞은 이름을 내보이지 않을까.

천왕대는 이준의 입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준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앞으로 나를 보좌하는 천왕대의 이름을 무극대로 개명한다. 이의 없지?”

“무극… 대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한껏 기대했던 천왕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준이라면 권신단보다 더 임팩트 있는 이름을 지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무극대.

차라리 천왕대가 더 강해 보이지 않나?

앞으로 천왕대는 신력 최강의 부대가 될 터.

권신단만큼 강렬한 이름일 줄 알았다.

그런데 웬 걸.

무극대라니.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부대명이 나오자, 김이 확 빠진 천왕대였다.

“왜 마음에 안 들어?”

“권신단은 물론 천왕대보다 강하다는 느낌은 안 드는지라….”

[저, 저! 동태 눈깔을 가진 놈들을 보았나! 내 명호를 딴 이름을 손수 내려줬음에도 저딴 반응이라니 아주 형편없는 놈들이구나!]

천왕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되레 무극자 사부가 성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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