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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46화 (146/705)

제146화

그 첫 번째 계획으로 생각해 둔 게 있었다.

마침 자신을 향해 남자가 달려왔다.

“도, 도련니이이임!”

남자는 천왕대의 뺀질이이자 화상.

부대주 김봉팔이었다.

“누가 이 화상을 천왕대에 넣었어?”

이준이 부른 화상.

김봉팔이 고개를 돌려 슬쩍 천왕대주 사형준을 보았다.

“사 대주는 사람을 가려 사귈 필요가 있어.”

“저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대, 대주. 저 섭섭하려고 그럽니다.”

“누가 나한테 벽창호 새끼라고 한 것 같은데?”

“하, 하하하. 어떤 개놈의 자식이 그랬습니까. 천왕대의 막내들입니까? 제가 군기를 단단히 잡아놓겠습니다!”

김봉팔이 두 팔을 걷으며 씩씩거렸다.

과장된 몸짓을 하고 있지만, 눈동자는 은근슬쩍 사형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사뭇 광대와 같았다.

사형준 같은 과묵한 벽창호 옆에 붙어 있는 뺀질이.

대주와 부대주의 직책으로 잘 어울렸다.

천왕대가 자유로운 분위기로 있는 것도 전부 김봉팔 때문이기도 했다.

그가 항상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으니까.

“됐고. 무슨 일이기에 호들갑을 떨면서 와?”

“아! 도련님! 큰 일 났습니다.”

“큰 일?”

“이것 좀 보십시오.”

김봉팔이 시스템의 홀로그램을 띄워 공유했다.

이준의 앞에도 뜬 하나의 뉴스.

[검룡의 부상!]

이에 이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절친한 친구의 부상이었다.

이유가 어떤지, 가릴 필요 없이 화가 났다.

박혁진의 기사가 난 것만으로도 감정이 주체할 수 없었다.

언제나 자신을 걱정해주고 아껴주는 녀석이었으니까.

이준의 반응에 김봉팔이 움찔했다.

목소리의 살기만으로도 사람을 기죽게 만들었다.

김봉팔이 침을 꿀꺽 삼키곤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마련의 도귀와 음귀가 게이트에서 기습을 한 모양입니다.”

“도귀 그 놈이?”

“예…”

“혁진이는 얼마나 다쳤다는데?”

“그것까진 정확히 잘…”

“홍대에서 그냥 죽여버릴 껄 그랬어.”

이준의 음성엔 살기가 뚝뚝 흘러내렸다.

거침없는 그의 음성에 상반된 감정을 느낀 사형준과 김봉팔이었다.

사형준은 언제나 신력권가를 먼저 생각했다.

후계자가 된 이준의 행동은 무거워야한다는 게 사형준의 지론.

이준의 행동 하나에 자칫하다간 가문이 위기에 빠질수도 있었다.

물론 후계자인 이준을 못 믿는 건 아니다.

사형준도 무인이자 각성자.

주인의 명령이면 불길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그였다.

이준 혼자라면 모를까.

이젠 이준 뒤에 수많은 신력권가의 각성자들이 있었다.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행동을 조심히 해야할 필요는 있다고 여겼다.

사형준과는 반대로, 김봉팔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X발. 존나 멋있어. 난 언제 저런 대사를 해보냐. 그때 홍대에서 죽여버릴껄 그랬어. 캬아아아! 미쳤다, 미쳤어.’

김봉팔은 속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이준의 거침없는 언사.

도귀의 뒤에 버티고 있는 도악과 사마련은 상관없다는 듯 행동하는 게 너무도 멋있었다.

B급 각성자인 김봉팔로선 꿈도 못 꿀 행동이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도 없을 만큼.

강한자만 가질 수 있는 자신감.

그런 사람을 자신이 모시고 있었다.

‘귀촌 신청했으면 개후회할뻔 했구만.’

김봉팔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이준이 폰을 꺼내 박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울렸지만,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럴수록 이준의 표정은 굳어갔다.

뿌득.

이준이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박혁진이 전화를 안 받을수록 상황은 심각해졌다.

이준이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빠직!

폰을 얼마나 강하게 쥐었는지 손 안에서 폰이 찌그러졌다.

“폰 줘봐.”

“여, 여기 있습니다.”

분위기가 심각하자, 김봉팔이 얼른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건냈다.

폰을 받아든 이준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혁진이 안 받으니 그의 누나인 박정연에게 전화를 건 것.

하지만 그녀도 응답이 없었다.

이준의 얼굴이 차가워질대로 차가워진 순간!

빠직!

또 하나의 폰이 부서지고 말았다.

“악!”

김봉팔이 머릴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무려 할부가 20개월이나 남은 폰.

바꾼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형기계가 부서지고 말았다.

그냥 폰이면 이러지도 않는다.

신기지가의 기술력으로 각성자 시스템과 연동을 해 놓았기에 꽤 많은 돈을 주고 업그레드한 기계다.

그런 폰을 이준이 박살내 놓은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준은 개의치 않고 걸음을 옮겼다.

“어디가십니까?”

“잠시 나갔다올게.”

“따르겠습니다.”

“가문에 있어. 혼자 나갔다 올거야.”

이준이 그 말을 남기고 신력권가를 나왔다.

***

“흐흐. 이 자식, 엿 좀 먹어봐라. 누나도 휴대폰 껐지?”

박혁진이 병상에 앉아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그런 동생을 보며 박정연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귀여운 녀석이 기특하게도 누나가 걱정돼서 전화를 했다는데 그걸 못 받게 하다니.

쥐어박고 싶은 걸 꾹 참으며 박정연이 대답했다.

“꼭 이래야겠냐?”

“준이도 우리의 심정을 느껴 봐야해.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는 게 얼마나 짜증나는데. 준이 이놈은 틈만 나면 전화를 안 받는단 말이야.”

“걱정 많이 하지 않을까?”

박혁진도 이 부분이 걸리긴 했다.

자신이 안 받자, 곧바로 누나한테 전화를 한 것만도 알 수 있었다.

이준의 걱정하는 마음이 이곳까지 전해졌다.

“얼마 안 가 들킬 거야. 기사를 봤으면 지유랑도 게이트에 같이 들어갔다는 걸 알 건데 우리가 안 받으면 지유한테 걸겠지.”

“지유한테 건다고…? 날 건너뛰고?”

“아니, 주, 준이는 누나를 더 걱정해서 누나한테 먼저 전화했는데 우리가 안 받은 거잖아. 잠깐이라도 이렇게 속 태우면 다음엔 더 잘할걸?”

“흠, 알았어. 그런데 이곳에 계속 있을 거야?”

박혁진이 있는 곳은 철혈검가의 재단 병원이었다.

그의 현재 상태는 부상이다.

바깥 정보를 가리기 위해선 집안이 최고였다.

철혈검가의 재단이기에 정보가 샐 염려는 할 필요가 없는 상황.

병상에 누워있는 쇼도 그만 해도 됐다.

“안 그래도 퇴원할 참이었어. 바로 수련해야지. 준이 반 애들 봤지?”

“어. E급 각성자였다며?”

“준이가 수련 시켜준 후부터 그렇게 강해졌대.”

“준이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그러게 말이야. E급 각성자가 천무대전 8강에 진출한 것도 모자라, C급에서 이제는 B급으로 올라서려고 하고 있어. 완전 괴물 같은 속도야.”

이준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강함은 직접 보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함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였다.

강한 사람이 잘 가르친다?

무조건은 없었다.

강한 사람도 가르치는 것 못할 수도 있었다.

순수한 강함과 남을 지도하는 능력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남을 지도할 때는 상대방의 수준 파악과 더불어, 어느 식으로 어디를 수련 시켜야 하는지, 재능이 어떤 것인지를 완벽히 파악해야 한다.

오히려 천부적인 각성자일수록, ‘이게 왜 안 돼?’라고 생각해서 수련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았다.

아니라면 오왕들이 왜 학교에 자식들을 보내놓겠는가.

차라리 자신들이 직접 가르쳐 강하게 만들면 되지.

학교에 자식을 보내는 건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고 수련도 겸하라고 미션을 주는 거다.

후계자들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말이다.

또한 일정한 등급에 도달한 각성자는 가르침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게 된다.

“준이가 반 아이들 전부 특성을 얻게 해줬다고 그랬지?”

“응.”

“어떤 등급인지 알아?”

“나야 모르지.”

“절친이라는 놈이 그것도 모르냐?”

“준이 이 자식이 요즘 나한테 비밀을 자꾸 만든다니까.”

“흐음….”

박정연이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중얼거렸다.

“E급에서 C급까지 두, 세 달의 성장 속도면 새로 얻은 특성은 적어도 B급 일거야.”

“동감. 지유는 최하 A급 특성이야.”

높은 등급의 새로운 특성이 필요.

그래야지만 벽을 깨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이준은 방금 말한 조건을 전부 충족시켰다.

이준으로 인해 특성을 얻었다고.

이에 홍련권 차경진 선생님도 동의했다.

“안 되겠다. 준이한테 졸라봐야겠어.”

“뭘 졸라?”

“나도 특성 얻게 해주라고.”

“하아아아. 누나 생각 좀 하고 살아라. 특성이 개나 소나 다 얻는 건 줄 알아?”

“반 아이들하고 지유는 얻게 해줬잖아.”

“운이 좋았던 거지.”

“씨이! 나도 특성 갖고 싶다고! 나도 준이한테 수련 받고 싶다고!!”

“떼 쓴다고 될 일이 아니야.”

박정연이 볼을 잔뜩 부풀렸다.

한껏 심통 난 얼굴이다.

박혁진은 누나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준이 한지유와 반 아이들만 챙기는 상황.

항상 이준을 생각했던 자신들은 뒷전이었다.

섭섭한 마음이 든 건 당연했다.

그렇다고 이준에게 부담을 주긴 싫었다.

이미 이준이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

S급 무공 하나를 구해다 준다고 했다.

여기서 특성까지 개화시켜달라는 건, 억지였다.

그래도 누나를 달래야 했기에.

“준이가 우리한테 무공 하나 구해다 준다니까 기대해보자.”

“어떤 무공?”

“나도 몰라. 그런데 우리 철혈검가의 무공보다 좋다는데?”

“그런 무공이 어딨어?”

“있지. 보도 못한 준이의 무공도 철혈검가의 무공보다 좋아 보이던데.”

“아, 그러네?”

철혈검가의 무공보다 더 좋은 무공이 있다는 건 기분이 나쁠 법도 할 터.

두 사람은 이런 부분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네가 말하니까 무슨 무공인지 궁금하잖아.”

“말해줘도 난리냐? 그보다 지유나 준이 둘 중 한 명한테 전화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오지?”

“아직 전화 통화하고 있나?”

“모르겠다. 퇴원이나 해야지.”

박혁진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와 박정연이 전화를 안 받은 덕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할 수 없었으리라.

* * *

사마련 소속, 도악이 우두머리는 도련의 건물 안.

쾅!

오늘도 여지없이 폭음이 들려왔다.

쑥대밭이 된 집무실 안에는 도악 길성수가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길성수의 손이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수하들이 신음을 토해냈다.

“쿨럭쿨럭….”

“요… 용서… 를….”

으득.

길성수의 발이 수하의 목을 밟으며 부러트렸다.

“내 아들이 또 15가문 연맹에 연행됐다. 사마련의 영역에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가 말했지만 수하들에게선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신음을 토하던 이들의 숨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파천자에게 진 것도 화나 죽겠는데, 고작 무사고 애들한테 호위들이 전부 당해? 내 얼굴에 똥칠을 한 것도 모자라 시궁창에 처박아놨어.”

아들의 무능은 이미 증명이 됐다.

파천자에 의해서.

그 덕에 사마련 내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됐다.

이를 갈며 새로운 호위들을 붙여줬다.

최정예 인원들.

아들이 다치지 못하게, 다신 도악이란 명성에 흠집을 내지 못하게 하려고 강한 각성자로 호위를 시켰다.

한데 그들이 전멸했다.

요즘 핫한 인물 중 하나인 이준도 아닌, 무사고의 아이들에게.

정보에는 그냥 진 것도 아닌 최정예 호위들이 개 박살 났단다.

도악이란 명성은 사마련에서 땅에 떨어진 상태.

예전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15가문 연맹 새끼들. 가만두지 않겠어.”

길성수가 이를 뿌득 갈았다.

건물 밖으로 나온 그 앞에 수하들이 부복해 있었다.

“목격자들은?”

“이미 15가문 연맹에서 보호조치를 취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그놈들을 죽일 줄 알고 미리 손을 써놨어. 무사고 놈들이 우리 애들을 먼저 공격했다는 증거는 없어?”

“도련님께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실 때 본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꼬여도 단단히 꼬였군. 15가문 연맹에선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지?”

길성수가 묻자 이번에는 보고하는 수하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먹고 말했다.

“철혈검가… 정확히는 검제의 눈치를 보며 이번 일은 그냥 넘길 수 없다합니다.”

“없으면? 우리랑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소리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빌어먹을 노괴가!”

길성수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철혈검가가 대한민국 최고로 불린 건 모두 검제 때문이다.

S급 각성자의 존재 여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절대자였다.

그런 그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건.

현재의 세력의 균형을 무너트리겠다는 말이다.

그러면 평화의 시대는 끝난다.

오직 경쟁.

몬스터와 소속이 다른 각성자를 상대하면서, 땅따먹기를 할 수도 있었다.

“우리 보고 숙이고 들어오라는 소리야 뭐야!”

길성수가 버럭 소리쳤다.

그의 지랄 맞은 성격을 잘 아는 수하들은 쥐죽은 듯 조용히 있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앙!

집무실에서 길성수가 냈던 소음과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정문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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